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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1.
<최초! 방송국 X 유트브 콜라보!>
<역대 최다 시청률! ‘인방 라이프.’>
<외국에서 화제가 된 ‘인방 라이프.’>
<‘인방 라이프’의 새로운 시도!>
<유튜버의 큰 그림!? ‘인방 라이프’ 전격 공개!>
“난리가 났네. 난리 났어.”
커뮤니티나 SNS같은 온라인상의 화제가 아니었다. 언론에서 정식 보도된 기사들이었다.
“인공아 기사 전부 요약 좀 해줘.”
-‘개척자.’
한 줄도 아닌 한 단어였다.
“우리가 개척했다?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사실입니다.
‘개척자’라는 칭호는 대단한 거였다.
이렇게 간단히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방송국은? 신문사 계열 방송국이잖아? 그쪽에서 언론 플레이 장난 아니었을 텐데. 이 칭호를 우리한테 줬다고?”
이 정도 성과라면, 방송국에서 우리에게 양보할 리가 없었다.
-그쪽의 실수입니다. 방통위에서 경고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모든 책임과 권한을 우리 쪽에 떠민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놈들 완전 양아치네.”
-맞습니다. 방송국은 랜덤박스 채널을 총알받이로 만들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얻어 놓고.
우리를 총알받이로 내세운 것이다.
“양아치들이 머리까지 나쁘니 일이 이렇게 됐지.”
-우리에겐 행운이었습니다.
유튜브의 화제성, 파급력, 확산성.
방송국은 인터넷 방송을 너무 얕잡아봤다.
“아니지. 얕본 거라고 하기엔. 우리도 예상 못 했잖아.”
-그건 맞습니다. 모두의 기대 이상의 효과였습니다. 휴먼이 먹힌다고 했던 말은. 정답이었습니다.
이렇게 화제가 될 거라고. 현규와 인공이 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방송국 놈들 마음을 곱게 썼어야지. 혹시 방송국에서 연락 왔어?”
-아침에 제일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역시나. 일이 이렇게 됐는데.
연락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뭐래?”
-다음 주 출연도 부탁한다고 연락이었습니다. 이번엔 스케일을 더 크게해서, 지원까지 해준다고 합니다.
들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득은 이미 얻은 상태였다. 뒤통수를 때린 방송국과 더는 일할 필요가 없었다.
“됐다고 해. 본사에서 이번 대처는 ‘매우 유감이었다.’라고 말했다고 꼭 전달하고.”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방송국에게.
소소한 복수까지 얻어 주었다.
“PD. 시말서 쓰겠네.”
-쓸 상황을 만들어 주겠습니다.
거기까지는 원하지 않았지만.
굳이 정정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그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다.
“인공아. 우리 수익은 어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래프를 열겠습니다.
컴퓨터 화면에는 그래프가 나타났다.
“미친. 이거 진짜야?”
-그렇습니다.
그래프는 미친 듯이 솟구치고 있었다.
“슬슬 확장할 수 있지?”
-자금, 동원 가능한 시스템 메모리, 모두 충분합니다.
“생태계 프로젝트. 이제 가능하지?”
랜덤박스만 성장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우리가 다른 유튜버를 지원하고.
그 유튜버들이 다시 우리를 도와주는.
서로가 성장에 도움을 주는 생태계.
미영이와 송희 그리고 현규.
셋이서 방송을 하며 확신을 얻었다.
-충분한 자금과 메모리가 존재합니다.
“우선 ‘영상편집 지원.’ 더 모집해서 지원해줘. 유튜버는 좀 더 신중하게 뽑아볼게.”
그렇다고 급하게 아무나 받을 수는 없었다.
확신이 생겼으니. 천천히 진행하면 된다.
“그럼, 이제 사과하러 가볼까?”
-방송 준비하겠습니다.
일주일간 아무 방송도 보지 못했던.
외계인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상자깡 방송도 준비해주고! 외계인들 달래려면 무조건 상자깡 방송이야!”
2.
“오셨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너굴너굴!!”
정장을 입은 너굴맨과 현규는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90도로 인사했다.
크라나-랜하...너무 오랜만이잖아!!!
지노스-...랜하...우린 기다리지 않았다.
휴라타-핑계. 준비. 잘해. 폭발.
플로나-랜하입니다. 전 오래걸릴 줄 알아서, 오히려 더 지겨웠습니다! 일주일이라뇨!
격투파-학살자님! 강녕하셨습니까!! 네 이놈!! 어딜 일주일이나 걸려 방송을 하느냐!!
역시나, 외계인들은 들어오자마자.
화를 터트렸다.
“죄송합니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랬습니다!”
“너굴너굴!”
격투파-예. 학살자님. 저희는 조용히 하겠습니다.
다행히 격투파는 너굴맨이 통제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잔뜩 화나 있었다.
크라나-대규모!? 그런데도 우릴 빼놓은거야!!? 뭐이래!!
ㄴ지노스-오랜만에 크라나와 같은 마음이다. 드 높은 지식이 우리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ㄴ휴라타-궁금. 화남. 설렘. 혼란.
플로나-아이고, 선생님 이번에 행운이 함께 하셨을 텐데. 좋은 결과물 들고 오셨습니까?
일단. 진정시켜야 했다.
“여러분! 일주일! 긴 시간입니다! 제가 빈손으로 왔겠습니까?”
“너굴너굴!”
사과의 의미로 준비한 게 있었다.
크라나-좋아! 어디 한번 까봐!
일주일간 놀고먹은 게 아니었다.
“일주일 동안 지구의 방송국에서 촬영했습니다······”
현규는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지노스-별다른 방법이 없었겠군. 랜덤박스는 출연할 수 없고, 방송할 수도 없었으니. 이해는 되는 일이다.
크라나-그렇다면! 영상은 준비됐겠지!?
“그럼요! 지구에서 시청자들이 봤던 영상 그대로 인공이가 편집해 왔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볼 수 있으니. 재미가 2배!”
못 봤다면. 보여주면 될 일이었다.
“그럼 영상을 시작하겠습니다!”
크라나-가즈아!!!
영상은 외계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크라나-ㅋㅋ 미친 ㅋㅋ 너무 꿀잼이고!
즐거움.
지노스-마트와 택시. 이곳엔 지구의 문물이 가득하군. 흥미로운 영상이다.
흥미.
휴라타-흡족. 충족. 행복. 역시.
만족.
플로나-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역시 우리형의 영상은 너무 재미있습니다!
보람.
다행히도 생각한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영상이 끝나고, 현규가 소리쳤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게 최대한 빨리 허가받겠습니다.”
“너굴너굴!”
크라나-꼭이야!! 크!! 이정도면 만족!
선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끝이라고 생각하신 거 아니죠!? 아직 끝이 아닙니다. 남이 있어요! 일주일. 긴 시간을 기다려주셨는데. 제일 좋아하시는 걸 준비했습니다.”
“너굴너굴! 너굴!”
지노스-상자깡?
크라나-ㅋㅋㅋ상자깡이네!!
휴라타-좋음. 사랑. 행복.
플로나-오늘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이제 진짜 상자깡 방송을 할 차례였다.
3.
“시간 끌지 않고, 바로 열겠습니다!”
“너굴너굴!”
책상 아래 두었던 상자를 꺼내.
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 4개를 오픈하시겠습니까?
동시 개봉 알림이 나타났다.
“네!! 열겠습니다!!”
-정말 동시에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합니다!!”
“너굴너굴!!”
현규와 너굴맨이 소리치자.
-빠밤! 빠밤!
동시개방 전용 BGM과 함께.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동시 개방을 선택하셨습니다.
-랜덤박스 하나가 합성용으로 소모됩니다.
“일주일을 만회할만한! 대박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너굴너굴!!”
간절함을 담아 소리쳤지만.
-상처 나지 않는 귀이개.
-스트레스 감소 알약.
-흑역사 고백 물약.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크라나-쓰레기 종합세트!ㅋㅋㅋㅋ
지노스-지구의 물건으로 따지면. 부드러운 귀이개, 비타민, 애들 장난감. 이 나온 격이군.
휴라타-조합. 기대. 안됨. 실망.
“아니거든요! 이거 조합되면 슈퍼 좋은 물건 될거거든요!”
울컥한 현규가 소리쳤지만.
크라나-ㅋㅋㅋ연금술사세요? 쓰레기 합쳐서 황금만드시려구요?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무시의 채팅만 올라왔다.
-상처 나지 않는 귀이개에 합성합니다.
-스트레스 감소 알약이 합성됩니다.
-속성이 부여되고, 효과가 감소합니다.
-흑역사 고백 물약이 합성됩니다.
-속성이 부여되고, 효과가 감소합니다.
-특수 귀이개를 획득하였습니다.
특수 귀이개. 이름부터 별로였다.
크라나-ㅋㅋㅋ특수 귀이개래ㅋㅋㅋ
지노스-알약은 속성으로 부여된 것인가? 사용하면 미약한 효과가 있는 모양이군.
휴라타-의외. 흥미. 궁금.
크라나의 반응은 예상했지만.
지노스와 휴라타의 반응은 의외였다.
“잠깐만요. 스트레스 감소 알약, 흑역사 고백 물약. 둘 다 진짜예요?”
지노스-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다. 흔하고, 하찮은 물건들이다.
우주에서의 위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효과였다.
“효과 진짜냐구요!”
지노스-그렇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부끄러웠던 과거를 자기도 모르게 말하게 되지.
ㄴ크라나-ㅋㅋㅋ크!! 추억이다. 어렸을 때. 저 물약 많이 맥이고, 마시고 했는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진짜인 것 같았다.
“스트레스 감소 알약은요?”
크라나-ㅋㅋㅋ 효과 있어. 단점은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다시 쌓인다는 정도? 도피성 싸구려 약이야 ㅋㅋㅋㅋ
하나는 아이들 장난감이었고,
하나는 스트레스만 지우는 약이었다.
하찮다고 표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깐. 상처가 나지 않는 귀이개인데, 귀를 파주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흑역사를 줄줄 고백하는 물건이란 거죠?”
크라나-ㅋㅋㅋㅋㅋ혼란하다! 혼란해!
지노스-듣기만 해도 끔찍한 물건이군.
외계인들 말에 동감이었만.
벌써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이거 좋은거에요! 실험해보겠습니다!!”
“너굴?”
누구에게 실험하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누구긴 누구야.”
현규의 시선은 너굴맨에 고정되어 있었다.
“너굴!! 너굴너굴!!”
첫 번째 시험대상. 너굴맨이 소리쳤다.
4.
“일단 여기 베고 누워.”
“너굴너굴.”
너굴맨은 싫다는 표정으로 자리 잡았다.
손으로 귀를 잡고, 귀이개를 집어넣었다.
“걱정하지마 너굴맨. 이거 상처 내지 않는 귀이개인 거 알지?”
“너굴너굴.”
현규는 조심스럽게 귀이개를 움직였다.
“굴. 너굴.”
“좋아?”
“굴굴.”
녀석은 좋은지. 굴굴거리며 즐겼다.
오른쪽을 먼저 끝내고, 왼쪽으로 넘어갔다.
“굴굴.”
이 정도면 충분해 보였다.
현규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너굴맨. 흑역사 하나 말해줄래?”
“너굴.”
너굴맨의 대답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번역하겠습니다.
인공이가 끼어든 것을 보니. 허락이었다.
“너굴너굴. 너굴. 굴.”
-학살자라는 이명이 붙은 이유에 대해 알려주신다고 합니다.
과거에 관한 이야기였다.
“너굴너굴. 너굴. 너굴!”
-어렸을 때. 중2병 감성에 심취했다고 하십니다.
“뭐!?”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너굴. 너굴! 너굴너굴.”
-청소년부 대회에 참석할 때. 이름 대신 학살자라는 아명으로 참가하셨답니다.
“그러니깐, 그 아명을 본인이 지었다는 소리야!?”
현규의 질문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다.
“너굴너굴! 너굴너굴! 너굴!”
-아직도 그때의 자기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이불을 뻥뻥 차신다고 하십니다.
“확실하다는 소리잖아!”
너굴맨이 어렸을 적 불러온 폭풍이.
“그게 아직도 유지되는 거야?”
“너굴너굴! 너굴!!”
-들을 때마다. 너무 부끄럽다고 하십니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격투파-피의 학살자님!!
“너굴너굴!! 너굴!!”
-흑역사는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하십니다.
격투파의 존재가 흑역사를 되살린 것이다.
“너굴너굴. 너굴. 굴굴.”
-부디. 닉네임이나 이름은 함부로 짓지 말라는 당부가 있으셨습니다.
“난 무조건 본명 쓸게.”
격투파-피의 학살자님!! 학살자라는 이명을 직접 지으신 패기!! 역시 학살자 님이십니다!
채팅창에 격투파가 소리치고.
“너굴너굴! 너굴!!”
-스트레스받지 않게, 더욱 파주길 요청한다고 하십니다.
“그, 그래!”
무릎 위의 너굴맨이 소리 질렀다.
이 혼란이 가득한 모습에서.
현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5.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부끄러워하는 너굴맨을 뒤로하고, 현규는 카메라를 응시했다.
“여러분! 눈치채셨습니까!?”
“너굴?”
현규의 머릿속이 맹렬히 돌아갔다.
흐름을 만들어야 했다.
“인공이를 업그레이드할 때! 여러분이 다시 보고 싶어 하던 방송들을 들었습니다!”
“너굴?”
시청자가 그리워하던 방송을 통해.
“그중에 의외로 많은 분이 원하시던 방송이 있었습니다! 청소 방송 기억하시나요!?”
“너굴!?”
흐름을 만들었다.
“청소 방송 시즌2! 이번엔 집이 아니라! 당신의 스트레스와 귓속입니다!”
“너굴!”
귀이개의 능력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은.
흑역사가 아닌. 스트레스 감소 능력이었다.
“스트레스가 심하셨던 분들! 힐링하고 싶었던 분들! 모두 게시판에 글을 올려주세요! 청소하러, 제가 출발합니다!”
“너굴너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흑역사는 말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너굴맨이 기분 좋게 받는 모습 보셨죠? 여러분의 스트레스. 제가 말끔히 지워드립니다!”
“너굴!!”
그렇게 방송이 종료됐다.
흑역사 안 주시고 뭐하세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