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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튜브 본사.
‘트위키’와 교섭할 때는 ‘트위키 코리아’와 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입장이 전혀 달랐다.
처음부터 초대는 유튜브 본사에서 왔다.
“(랜덤박스 채널의 성장세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요?)”
서로의 얼굴에 금칠하며.
회의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사소한 잡담이 오가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최근 랜덤박스 채널에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저희 쪽도 지금을 터닝포인트라 생각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유튜브 측에서 다급하게 부른 이유.
현규가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
‘홈페이지’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였다.
“(랜덤박스 홈페이지를 봤습니다. 얼마나 많은 인력이 투입됐을지 상상도 되지 않더군요.)”
“(고용주의 방침이라서요.)”
홈페이지에서 이뤄지는 ‘번역’기능.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완벽한 번역은 오직 사람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더욱 명확해진다.
랜덤박스에 막대한 돈과 인력이 투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랜덤박스 채널의 수익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투입되는 자원을 생각하면. 적자가 예상됩니다.)”
“(고용주의 방침이라서요.)”
손해를 보면서 자원을 투입하는 건.
유튜브 측에 온갖 상상을 불어 일으켰다.
이것이 유튜브 본사에 초대받은 이유였다.
“(얼마나 많은 회의가 이루어졌는지. 지금 생각하면 끔찍할 정도입니다.)”
“(유튜브가 유튜버 한 명 때문에 회의하셨다니. 영광이라면 영광이네요.)”
현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지었는데.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미소를 짓고 서로를 쳐다봤다.
“(치열한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궁금하네요.)”
“(적인지 아군인지 판별할 수 없다면.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업을 벌기 위해 대규모 유튜버를 지원했고.
전 세계인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막대한 돈과 자원을 쏟아부었다.
업을 위한 일이었지만,
묘하게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새로운 플랫폼을 위한 준비처럼.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생각입니까? 적인지 아군인지. 말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무례하지만, 유튜브 쪽에서 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제왕이었다.
“(신기한 건 저희 쪽 내부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있는데. 굳이 유튜브에 묶여 있을 필요가 있을까?)”
현규의 미소가 진해졌다.
“(그런데, 그건 고용주 방침이 아니라서요.)”
“(고용주 방침이 아니란 말입니까?)”
짓고 있던 미소가 무너져내렸다.
그 정도로 충격인 모양이었다.
“(업계에 떠도는 소문 들어보셨습니까? 우리의 괴짜 사장님에 대해서요.)”
“(그 소문이 사실입니까!?)”
냉철하고, 여유롭던 남자는 사라지고.
눈앞에는 ‘호구’ 한 명이 앉아 있었다.
2.
회의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왔다.
얼굴의 미소는 점점 진해지기 시작했다.
현규는 서둘러 계약서를 꺼냈다.
오직. 랜덤박스 채널만을 위한 계약이었다.
“미쳤다!! 미쳤어!! 흑우가 음메~~하고 우니깐 계약서가 턱하고 나오는구나!!”
-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
인공이가 초 치려고 했지만.
“세부조정하는 거잖아!? 땡겨 올 수 있는 건 다 땡겨와!! 소는 뼈까지 다 먹을 수 있어!!”
-끔찍한 탐욕입니다. 휴먼.
끔찍한 탐욕이 아니었다.
“자금 확보되면, 더 많은 거 할 수 있잖아. 이게 다 시청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니깐! 역시···이 방송밖에 모르는 바보. 방송밖에 모르는 짐승!!”
-그냥 짐승입니다.
그렇게 10분 넘게 소리 지르고 나서야.
흥분이 가라앉았다.
“미국 쪽 팬은?”
-한국이나 일본이 아닙니다. 팬이 이동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국이 다르긴 달랐다.
“땅덩어리가 커서 문제가 될 줄이야.”
-내일은 되어야 준비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시간을 벌어야 했다.
“아니야. 오히려 잘됐어. 방송 준비해줘 인공아!”
-호텔에서 방송할 생각입니까?
“어. 랜덤박스 상자깡 방송할 거야!”
이럴 때를 대비해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이 있었다.
캐리어에서 랜덤박스를 꺼냈다.
3.
<자유게시판> 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오늘 방송 없겠지?
미국이라, 팬들 모으는 것도 시간 걸리고.
오늘 방송 없는거지?ㅠㅠ 아니! 화나네!?
매일매일 방송 올려줘요. 형!!!
마귀2호-초심 되찾으셈!! 어딜 방송 쉬냐!!.......형!! 부탁이야... 나 넘모 심심해ㅠㅠ
ㄴ최석호-ㅋㅋㅋ야 형도 휴먼이야 휴먼!!
김초롱-방송 안 올라올 생각 하니. 속상하긴 하다.ㅎㄷㄷ....이것이 중독.
ㄴ月光-중독! 이미 랜덤박스가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돼버렸어!
ㄴ이윤석-일본의 표현력. 배워갑니다ㅋㅋ
ㄴ악마3호-히토미! 켰다!
피뢰침-영상 뜸!! 초심을 안 지킨다고!? 우리형은 초심맨이다 이거야!! <영상 링크>
시청자의 말대로 영상이 하나 업로드됐다.
<브이로그 미국편.>
공항.
샌프란시스코 도심.
유튜브 본사.
호텔 방.
영상은 배속재생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현규가 다녀온 곳을 보여줬다.
그리고 현규가 등장했다.
“여러분! 너굴너굴!”
얼굴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브이로그인 줄 아셨죠!? 전혀 아닙니다! 사람 사는 곳이 뭐 다를 거 있겠습니까? 개뿔 미국이라고 다를 게 없더라구요.”
브이로그 방송이 아니었다.
“랜덤박스가 브이로그로 한 편 때우면 되겠습니까!? 이런 재미론 시청자 여러분이 감동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변을 토하며, 그가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랜덤박스를 미국으로 공수했습니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눈치를 챘다.
“네!! 랜덤박스 상자깡 방송 가겠습니다!! 미국에 왔다고! 쉬고 그런 일 없습니다!! 여러분 아시죠!? 저 짐승입니다! 방송밖에 모르는 짐승!”
-그냥 짐승입니다.
태클이 들어왔지만 못 들은 척 넘겼다.
“여기서 선수들 입장을 받겠습니다! 외계 채팅방 연결해줘!”
-외계 채팅방 연결합니다.
크라나-랜하!!! ㅎㅇㅎㅇ...오늘 방송 쉬는줄!
지노스-믿고 있었다.
휴라타-놀람. 행복. 엄지척.
외계 채팅방이 열리고, 빠르게 접속했다.
“다만, 한 가지만 양해해주세요. 미국으로 공수 한 건 상자 하나뿐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단독 상자깡 한 번 가겠습니다!”
크라나-오늘 상자깡임?ㅋ왜 하나임!!
지노스-합성이 흥미로운데. 아쉽군.
휴라타-외국. 공수. 하나. 인정.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셋보다 강한 하나가 나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크라나-ㅋㅋ응. 아니야.ㅋㅋㅋㅋㅋ
ㄴ지노스-오랜만에 동의다.
휴라타-믿음. 우리형. 고고.
더 기다릴 필요 없었다.
현규는 상자에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합니다!! 너굴맨 없으니깐!! 분위기 안살아서 미치겠다!! 얼른 와라!! 너굴맨!!!”
헛소리와 함께 오픈을 수락했다.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제발!!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쓰레기만 아니길!!! 제발!!! 랜덤박스의 신이시여!!!”
크라나-ㅋㅋㅋㅋ그거<관리자에 의해 채팅이 삭제됩니다.> 때문에 신이랑 상관없죠!?ㅋㅋ
ㄴ휴라타-동의. 우리형. 창피.
믿지 못하는 안타까운 자들이었다.
“불신자들에게 철퇴를!!!”
-중성화 목걸이를 획득하셨습니다.
신의 철퇴는 현규에게 떨어졌다.
4.
“중성화요?”
크라나-오오! 괜찮은거 나왔네. 지구엔 이런거 없지?
지노스-좋은 물건이다. 나도 항상 착용하고 있지.
ㄴ휴라타-인정. 동감. 너도? 나도!
반대로 채팅창의 분위기는 괜찮았다.
“지금 단체로 저 낚는 거예요!? 중성화가 내가 아는 중성화가 아니에요!?”
크라나-성욕을 제거하는 건데?
지노스-같은 의미의 단어가 맞다.
외계인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맞다구요!? 고자!? 우리형이 우리누나 되는거에요!? 아니 왜 다들 침착해!? 이거 완전 끔찍한 물건이잖아요!!”
지노스-이해할 수 없군. 성욕이 없다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모르는 것인가?
마치 평행선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무슨 미친 소리예요!! 그딴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잘 있는걸 왜 없애!? 인공아 지구에 그런 사람 없지?”
-중국에 한 대학생이 공부하는데 성욕이 거슬린다고 제거한 사례가 있습니다.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있다고!? 아니!! 왜!?”
지노스-과학 수준이 낮아도 의식은 깨어있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깨어있긴!! 아래쪽이 깨졌겠지!!”
크라나-올!!ㅋㅋㅋ 언어유희 오졌다ㅋㅋ
이쯤 되니 오히려 궁금해졌다.
“잠깐만요. 외계는 그럼 전부 다 중성화 수술 받은 거예요!?”
지노스-그런 야만적인 수술이 아니라. 지금 나온 중성화 목걸이를 차고 있다. 껐다 켜는 게 가능하니 영구적인 중성화도 아니다.
이제야 이해가 됐다.
“영구적이 아니라 일시적인 거예요?”
지노스-그렇다. 육체적인 조치가 들어가는 게 아닌. 정신적으로 성욕을 배제하는 것이다. 욕망에 지배되는 것이 아닌. 지배하는 것. 그 목걸이가 만들어진 이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혀 나쁠 게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쓸데없는 의문이 떠올랐다.
“듣고 보니. 나쁘지 않긴 한데. 반대의 목걸이도 있어요?”
크라나-ㅋㅋㅋㅋ미쳤습니까. 휴먼?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금지 품목임ㅋㅋ
지노스-정말이지. 끔찍한 생각을...
휴라타-우리형. 과감. 엉큼.
순식간에 현규는 쓰레기가 됐다.
“아니. 궁금해서 그래요!! 누가 뭐랬어요!? 감각을 지배했다니깐. 궁금해서! 왜!! 여기 나만 쓰레기야!? 성욕이 없는 자만 내게 돌을 던져라!!”
크라나-ㅋㅋㅋㅋ 던진다? 나 목걸이 착용함.
지노스-돌을 던질 수밖에 없군.
휴라타-그런형. 안나쁨. 오히려. 괜찮음.
농담하며, <사고>를 최대한으로 발동했다.
7대 죄악으로 성욕을 다룰 수 있는 현규에게 이 목걸이는 필요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필요성을 떠나 방송을 생각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거 진짜 제대로 작동해요?”
지노스-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을 느끼지 않는다.
콘텐츠로 활용하기엔 최고의 물건이었다.
“지구인들이랑 대결해 볼래요?”
크라나-ㅇㅇ? 우리랑? 어떻게?
지노스-지구인들에게 가능성은 없다.
휴라타-기계. 못이김. 우리. 승리.
간단한 대결이다.
“여러분은 이 기계를 믿죠? 지구인들은 절대 안 믿을 거란 말이에요.”
크라나-그렇지ㅋㅋ 절대 안 믿지 ㅋㅋㅋ
지노스-당연한 일이다.
기계를 믿는 외계인과 믿지 않는 지구인.
“라이브 방송으로 대결 한 번 할까요? 중성화 목걸이를 이겨라!! 나를 흥분시키는 건 누구인가!! 어때요?”
지노스-끔찍하지만. 재밌겠군.
크라나-ㅋㅋㅋㅋㅋ꿀잼. 진짜 할꺼?
휴라타-지구에. 배팅. 가능?.
외계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 갈게요!? 동의하시죠?”
크라나-ㅋㅋㅋㅋ가자!!!!!
지노스-좋다. 난 승리가 확정된 곳에만 배팅하지.
휴라타-변심. 외계인에. 배팅.
긴급 대회가 성사되었다.
“지구의 여러분!! 외계인과의 대결이 잡혔습니다!! 이길 수 있겠어요? 랜빡이들이여! 그대들에게!! 지구의 명예가 달렸습니다!! 지금 바로 참가하세요!!”
그렇게 방송이 종료됐다.
5.
천사연합-그러니깐. 구독자들한테 대놓고 흥분시켜달라고 한 거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지?
ㄴ피뢰침-......맞다...웃음참기, 울음참기 첼린지는 봤어도 흥분참기 첼린지라니...
ㄴ혼세마왕-혼란하다! 혼란해!!
3대200-근데 이건 ㅋㅋ 심박 수 조작하면 무조건 형이 이기는 거 아님?
ㄴ김초롱-우리형이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 ㅋㅋㅋ거기다 사람 흥분을 어캐숨김 ㅋㅋㅋ
月光-근데, 재밌긴 하겠는데 ㅋㅋㅋㅋㅋ
ㄴPYRO-ㅋㅋㅋ 혼돈. 파괴. 이게 랜빡이지.
김석호-이거 시청자vs회사 아님? 여기서 시청자들 파워 보여 줄만 하지 않음?
ㄴ후잉후잉-제대로 해봐?
ㄴ랜빡의원-파워게임!? 진짜 제대로!?
웃자고 기획한 게임이.
천사연합-접속하세요. 우리의 원래 단체명을 되찾을 때입니다.
여구독자연합-우리 오빠 공략합니다. 접속하세요.
너굴연합-너굴맨 팔아먹고, 이딴 걸 기획해!? 모두 집합하세요.
인공연합-이번 기회에 형 팽시키고, 인공누님 메인으로 세웁니다. 접속하세요.
구독자연합-인공님. 이 댓글은 형이 못 보게 조치해 주세요.
살벌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주인공-휴먼의 계정으로 열람할 시 일부 댓글은 나오지 않도록 수정되었습니다.
시청자들의 준비는 은밀하게 이뤄졌다.
회사를 쓰러트리기 위해.
시청자들이 일어났다.
외계vs지구? NO! 회사vs시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