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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라면 대전에서 헤어졌어야 했다.
“현규 씨. 회식 안 해요?”
“어! 회식해요! 회식!”
현규의 집에서 뒤풀이 겸 회식이 진행됐고.
“죄송해요. 가려고 했는데, 잠이 들었어요.”
“저도 죄송해요!”
합숙이 하루 연장됐다.
“아니에요. 오히려 잘 됐어요.”
“네?”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이라면 일이 있었다.
“인공이에게 이야기 들으셨어요?”
“이야기요?”
“못 들었어요!”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먹고, 바로 이야기를 꺼냈으니 들었을 리가 없었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네!?”
“좋은 소식이요?”
그녀들은 좋은 소식이란 말에 깜짝 놀랐다.
“인공아! 준비한 자료 부탁할게.”
-화면에 자료를 띄웁니다.
화면 가득 인증 영상과 후기들이 떠올랐다.
“양은 얼마나 돼?”
-짧은 후기가 138개. 영상은 30개 이상입니다.
현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 정도면 좋은 소식이죠?”
“네!!”
“정말 매일 놀라네요.”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솔직히 이런 반응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셋이 또 같이해요?”
“따로 생각한 게 있으세요?”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이유가 있었다.
“영화 코멘터리하는 거 본 적 있으세요?”
“코멘터리요?”
둘 다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일을 나눠서 해서, 각자 무슨 일 했는지, 어떤 일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잖아요.”
“네. 전 커피머신만 생각나요.”
“맞아요. 저도 카운터 쪽은 못 봤어요.”
코멘터리는 특별한 게 아니다.
그저 영상을 보며 코멘트를 하면 끝이었다.
“영상을 보면서 각자 코멘트 하는 거예요. 중간에 재밌었던 일이나, 신기한 일 서로 설명해주면서.”
“아··· 뭔지 알겠어요!”
“재미있겠는데요?”
오늘 촬영할 영상은 ‘라이브카페 이벤트- 코멘터리.’ 였다.
2.
<라이브카페 이벤트-코멘터리 방송!>
큰 문구와 함께 영상이 시작됐다.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너굴이에요!”
“랜하~!”
화면의 넷의 사진이 작게 올라오고, 각각의 코멘트가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 떠올랐다.
“여러분. 오늘의 방송은 코멘터리 방송입니다!”
“너굴!!”
“와-!! 코멘터리!!”
“진짜 이대로 가는 거예요?”
미영이의 의문과 환호가 이어지고,
“코멘터리 방송. 뭔지 모르시겠다고요? 보시면 아~! 하실 거예요.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검은색 화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요리 못하는 여자의 커피메이킹.]
“저부터 시작이에요!?”
“시청자들에게 커피를 하사하신 요못님부터가 당연하죠!”
“맞아요! 언니!”
“너굴.”
영상의 시작은 배우는 과정부터였다.
카페 사장님에게 머신의 사용법을 배우고, 실습하는 모습이 나름 익숙해 보였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다고 하셔서, 담당하시게 됐죠?”
“네. 요리 말고 다른 건 괜찮겠지 싶어서, 예전에 따 놨던 건데, 이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어요.”
“아니에요! 언니 요리도 잘해요!”
“너굴!?”
송희의 거짓말에 너굴맨이 깜짝 놀랐다.
코멘트를 하는 동안 영상은 이벤트 때의 모습이 나왔다.
“이렇게 많이 만드셨어요?”
끊임없이 커피를 만드는 미영이의 모습은 바리스타 그 자체였다.
“네. 힘들긴 했는데,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지 할 때는 잘 몰랐어요.”
“언니. 저거 뭐 넣으시는 거예요?”
송희의 말대로 커피를 만들고 하얀 가루를 꼭 넣었다.
“설탕? 시럽 안 쓰셨어요?”
“아···.”
뭔가 숨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설마! 만능 조미료!? 그거 함부로 쓰시면 안 돼요!”
“그거 아니에요!! 아, 이건 말하기 좀 창피한데. 왜 그랬지 진짜.”
창피란 단어에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멘터리 시작했으니. 시원하게 말해주세요.”
“궁금해요! 언니!”
“너굴!”
3명이 그녀만을 쳐다보고 있자.
그녀의 입이 열렸다.
“소금이에요. 제 채널을 보고 오실 것 같아서 커피에 소금을 넣어드렸는데. 다들 별다른 반응이 없으시더라고요.”
컨셉을 위해 소금을 넣었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서빙 할 때. 커피 짜다는 사람 있었어요?”
“없었어요!”
“너굴너굴.”
그런 반응은 없었다.
“인공아. 후기에 커피 반응 어때?”
-굉장히 맛있었다고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쓴맛이 적고, 향이 풍부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맛있다고 난리였다.
“···넘어갈까요?”
“네···.”
작은 미스테리를 남기고,
다음 영상으로 넘어갔다.
3.
다음은 너굴맨 차례였다.
인증 사진 수십 장이 빠르게 넘어가고, 가짜 너구리가 등장했을 때 영상이 나왔다.
“쫄깃쫄깃~”
“오동통통~”
“농심 너구리~”
“너굴너굴!!”
너굴맨은 이 노래가 듣기 싫은 모양이었다.
가짜 너구리 머리에 달라붙어, 돌아다니는 그 모습은 정말 기묘했다.
“카페 밖까지 나갔어!?”
“너굴!”
“스미스 요원님이 고생하셨어요! 제가 나가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보이질 않아서 전혀 몰랐어.”
팬서비스 차원으로 보낸 건데, 너굴맨은 작은 모험을 하고 돌아온 거나 다름없었다.
“고생했어. 너굴맨.”
“인기스타야! 우리 너굴맨!”
“너무 귀여워요.”
“너굴!”
칭찬이 기분 좋은지 너굴맨이 헤실거렸다.
“아! 그리고 후기에도 올라왔지만, 너굴맨은 너굴이라고 울지 않습니다. 너굴이라고 울면 외계인이죠. 특수음향처리를 한 거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너굴너굴! 너굴!”
꼭 필요한 거짓말이었다.
공개방송을 이후, 너굴맨의 울음소리 때문에 말이 나오는 건 원치 않는 일이었다.
“너굴맨 이거 말고도 또 있지 않았어요?”
“또 있었어요!?”
“아!! 저 봤어요. 그 외국인 말하는 거죠?”
“너굴너굴!”
때마침. 너굴맨의 모험이 끝나고 새로운 영상이 나왔다.
그는 들어올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빰빰빰 빠바밤 빠바밤 빰빰빰 빠바밤
방송에서도 사용한 적 있는 OST와 함께.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는 그가. 검은색 망토를 휘날리며 들어왔다.
-푸슈, 푸슈
기계 소리와 섞인 숨소리.
“저 본 적 있어요! 스타X즈? 맞아요?”
“네. 다스베이더입니다.”
스타X즈의 최고 존엄.
다스베이더였다.
“진짜 이걸 어디서 구해 왔을까요?”
“가져온 거라고 하던데요?”
영상의 다스베이더는 명대사를 날렸다.
- I, am your Father.
- NO!!!!!!
“광선검 때 유입된 외국인 시청자인데. 스타워즈 오덕이신 분이시더라고요.”
“외국이요!?”
“맞아요. 언니! 저도 깜짝 놀랐어요!”
한바탕 난리 이후, 마스크를 벗었는데.
푸른 눈과 금발의 외국인이었다.
“진짜네요!?”
“네. 비행기 타고 오셨다는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다들 놀라서 소란스러웠는데, 모르셨어요. 언니?”
“응. 못 들었어.”
이게 코멘터리의 방송의 맛이었다.
이야기를 끝낸 다스베이더는 너굴맨에게 요굴맨님이라 부르며 쫓아다녔다.
“너굴너굴!”
“너굴맨 놀란 거예요?”
“다스베이더가 쫓아오면 사람도 도망가지 않겠어요?”
“그건 그래요.”
4.
다스베이더 파트가 끝나고, 카운터에 들렸던 사람들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갔다.
유튜버와 스트리머들.
컨셉으로 무장한 시청자들.
모두가 지나가고 마지막에 등장한 건.
“역시, 모피어스가 최강이었어요.”
“트위키 사장님!”
“이건 저도 봤어요. 첫 손님이셔서요.”
“너굴!”
영상은 지금까지와 똑같이 진행되리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새로운 영상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모피어스 역이었던 마이클 허입니다.
모피어스 후기영상이 나왔다.
-제일 먼저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복장이 복장이다 보니. 차에서 숨어있었습니다. 스미스 요원들까지 숨어있느라 고생이었습니다. 손님이 없어서 걱정하셨는데 저희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습니다.
“아! 그래서 문 앞에 아무도 없었구나!”
“그러네요!?”
“생각해보면, 다들 창피한 복장이니. 문 앞에서 기다리진 못하셨겠어요.”
의문이 풀렸다.
-단순한 이벤트였지만, 저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하쿠하쿠님. 사칭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 그때 정말 놀라긴 했어요.”
“너굴너굴!”
반전인 게 천만 다행이었다.
-플랫폼을 떠나서, 인터넷 방송을 하시는 분들의 이벤트를 축제처럼, 저희 트위키에서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미리 연락 주세요. 모피어스 그 이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후기영상에 회사 홍보까지. 트위키 쪽에서 뽑아갈 수 있는 이득은 전부 챙겨갔다.
“정말 보통이 아니시네요.”
“네?”
눈치챈 건 현규뿐이었다.
“모피어스의 임팩트요. 다음에 만나면 직책보다 모피어스가 먼저 떠오르겠어요.”
다들 상상한 모양인지 웃음이 터트렸다.
너굴맨, 현규, 미영의 영상은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송희뿐이었다.
“드디어 쏭님 영상 나오겠네요.”
“제 노래 듣는 거 좀 부끄러워서···”
“그렇게 잘 부르면서?”
“아니에요!!”
예상대로 송희의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빙을 하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너굴맨을 챙기고, 넷 중에 가장 많이 움직였다.
“진짜 고생하셨어요. 쉬질 못하셨네요.”
“수고 많았어. 바쁠 거라곤 생각했는데, 언니가 되가지고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지 몰랐네.”
“아니에요! 재밌었어요!”
해맑게 대답하는 송희처럼.
영상 속의 그녀도 웃고 있었다.
그렇게 서빙 파트가 끝나고, 대망의 노래 파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대가 생각보다 멋진데?”
“그쵸!? 아무도 없으셔서 너무 떨렸어요.”
“기대되네요.”
“아니에요!”
“너굴!”
노래를 부를 때도, 손님이 들어와 현규와 미영이는 나가 볼 수 없었다. 조명이 켜진 무대를 보는 것은 영상이 처음이었다.
-아..안녕하세요. 쏭입니다!
그녀의 떨림이 영상을 타고 전해졌다.
이제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했는데.
송희의 방법은 정면돌파였다.
-말재주가 없어서, 바로 노래. 부를게요!
긴장했지만, 감정을 잡고 노래를 준비했다.
-첫 곡은 아이유의 밤편지입니다.
환호성과 함께.
-이 밤 그날의~
그녀의 목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단 한 소절 만에 환호성이 사라지고, 공원에 있는 모두가 빨려 들어갔다.
현규와 미영이, 너굴맨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노래에 집중했다.
노래가 끝나고, 별다른 진행없이.
물만 마시고 다음 노래를 시작했다.
임정희-흔적.
김광석-서른쯤에.
김동률-기억의 습작.
.
.
.
.
총 9곡의 노래가 연달아 이어졌다.
대부분 오래된 노래였지만,
전부 명곡이었고, 누구나 들어본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고, 그녀는 서둘러 끝내려고 했지만.
-오늘 준비한 노래는 여기까지입니다.
-앵콜!! 앵콜!! 앵콜!!
시청자들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럼, 딱 한 곡만 더 할게요!
결국, 10곡을 채우고 나서야.
그녀의 작은 콘서트가 끝났다.
5.
청주까지 데려다주는 동안.
미영이와 현규는 송희를 계속 칭찬했다.
“송희야. 노래 진짜 좋아 매일매일 듣고 싶어. 녹화 중 아니었으면, 울었을 거야.”
“MP3로 노래만 따서 보내드릴게요. 명곡은 두고두고 들어야죠!”
“아···아니에요! 보통이에요! 아니 영상이 좋은 거예요!.”
정말 잘해서 칭찬하는 것이었지만, 반응이 재밌어서 계속하는 것이기도 했다.
“진짜! 제발. MP3만은 참아주세요. 부끄러워서 죽겠어요!”
“아니야. 송희야. 내가 보기엔 앨범으로 내도 될 것 같아. 회사에 말해볼까? 어때요 현규씨?”
“제가 바로 말해보겠습니다. 앨범 발매? 제가 보기엔 충분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장난 반, 진담 반 이어진 칭찬은 청주에 도착하고 나서야 끝났다.
“앨범 진짜 괜찮아요! 네!?”
현규는 대답하지 않고 출발했고.
“진짜 괜찮아요!!”
차 뒤로 송희 목소리가 아련히 울렸다.
“시간은 괜찮으세요?”
“네. 여유 있어요. 충분하니깐 시계 그만 보셔도 돼요.”
미영은 계속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 괜히 폐 끼치는 것 같아서요.”
“아니에요. 어차피 가는 길이고, 시간도 여유 있어요.”
그녀들을 데려다주게 된 건.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오늘 촬영 시작하는 거예요?”
“네. 일정이 당겨졌다고, 오늘 들어간다는 것 같아요.”
오늘 촬영하는 건 현규가 아니었다.
“다행이네요. 어제였으면, 못 가셨을 텐데.”
“덕분에 모셔다드릴 수 있으니 괜찮은 거 같은데요?”
시청자 호치.
그의 영화 촬영이었다.
호치 검증 방송- 영화촬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