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108 --------------
1.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평소보다 더욱 파이팅이 넘쳤다.
“어제 조촐하게 조각품을 만들어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아침에 후기도 올라와서 찾아봤죠!”
“너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너굴맨 박수!!”
“너굴!?”
너굴맨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우리 구독자님 중에 천재가 계셨더라고요!?”
“너굴!!”
이제야 눈치챈 너굴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상반신 조각상을 옷걸이로 활용하시다니!! 아주 창의력 대장이야!! 천재야 천재!!”
“너굴!”
-짝, 짝, 짝.
현규와 너굴맨은 박수쳤다.
“너무 황당하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웃음이 나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완벽하게 설계해서 인증까지 남기신 <이사달>님께는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겠습니다!”
“너굴너굴!!”
화내기보다는 구독자를 칭찬했다.
이런 시도가 늘어날수록 콘텐츠가 늘어난다. 현규로서는 손해 볼 게 전혀 없었다.
“나머지 분들의 조각품도 차례대로 배송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안에는 무조건 받으실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너굴!!”
오프닝 겸 공지사항은 여기까지다.
“그럼! 오늘 무엇을 할지 말씀드릴게요!”
“너굴!”
현규는 책상 아래에서 상자를 꺼냈다.
“말하지 않아도 아시죠?”
“너굴너굴.”
너굴맨조차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자깡 방송입니다!! 저번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5연 깡에 실패했습니다.”
“굴..”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더 모아서 까볼지. 그냥 까볼지. 계속 고민을 했는데, 갑자기 떠오르더라고요.”
“너굴?”
생각을 뒤집으면.
“5개의 제물을 바쳤습니다. 이제 좋은 거 하나 뜰 때가 되지 않았어요?”
“너굴!?”
오히려 지금이 기회였다.
“5개의 상자를 제물로 바치고!! 잭팟이 터진다!! 물론, 똥이 나와서 이 방송이 업로드되지 않을 수··· 아닙니다!! 무조건 나옵니다!”
“너굴너굴!!”
너굴맨이 현규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상자깡 방송!!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너굴!!”
2.
현규는 상자 위로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한다!!”
“너굴!!”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BGM이 들렸다.
오늘은 유난히 긴장되고, 설렜다.
“신이시여!! 박스 5개를 제물로 바쳤나이다!! 이쯤이면 하나 주셔야죠!? 네!? 제발요!!”
“너굴너굴!!!”
평소라면 창피해했을 너굴맨조차.
현규와 함께 기도했다.
-휴머노이드 A파츠를 획득하였습니다.
대박?, 꽝?
둘 중에 어느 쪽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잠시만요. 여러분도 알림 보셨죠? 전 대박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너굴?”
뭐가 나왔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휴머로이드 A파츠. 도대체 무엇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너굴!?”
너굴맨이 화들짝 놀랬다.
“아는 물건이야?”
-빨리 열기를 요청합니다.
질문은 너굴맨에게 했는데.
대답은 인공이에게서 나왔다.
“어?”
-빨리 열기를 요청합니다.
인공에게서 욕심이 느껴졌다.
인공지능이 욕심을 부릴 정도의 물건.
“대박이구나!!?”
“너굴!”
-그렇습니다. 당장. 모든 행동을 멈추고 상자를 열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인공이의 다급해 보이는 모습은 현규에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게 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열게!”
“너굴너굴.”
현규는 상자를 열었다.
“대박. 여러분 장난 아닙니다!!”
“너굴너굴!”
상자 안에는 휴머노이드 머리가 들어있었다.
“보기만 해도 알 것 같습니다. 이거 휴머노이드 머리 부분이죠? 크!! 이 은빛!! 취합니다. 취해!! 그럼 전부 꺼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너굴너굴!!”
상자에서는 때때로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물건이 나온다. 사람 하나 정도는 충분하다.
“잡기만 해도 금속 재질인 게 느껴지네요. 들어볼게요!”
머리를 잡고 그대로 위로 들었는데.
“어!?”
“너굴!?”
머리만 ‘덜렁’ 들렸다.
목 아래로는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았다.
“어!?!? 잠깐만요!! 이거 왜 이래!!”
사람만 한 기계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인공아 큰일 났어!! 머리만 나왔어!! 이거 버그 아니야!? 오류!? 배송 실수!?”
-휴먼. A파츠는 목까지만입니다.
순간, 현규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 그게 무슨 소리야?”
-A파츠는 목까지를 뜻합니다.
A파츠는 목까지다.
이해는 했지만 납득 할 수 없었다.
“진짜? 왜?”
-제일 위에서부터 파츠를 나눕니다. A파츠가 머리, B파츠가···
그걸 물은 게 아니었다.
“아니!! 이 설명충아!! 그게 아니라 목까지만 있으면 이게 무슨 쓸모야!!”
대박의 꿈은 저 멀리 날아갔다.
3.
-휴먼. 실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어!? 그치!? 아직 희망 있는 거지!?”
-희망 따위가 아닙니다. 대박입니다. 휴먼.
저 멀리 날아가던 대박이 유턴했다.
“그치!? 몸이 없으면 어때! 사람이 머리가 중요하지! 맞지!?”
-역시, 많이 성장했습니다. 휴먼.
머리의 가치가 낮을 리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
-우선 상자를 치우고 책상 위에 올려 주시면 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현규는 상자를 치우고, 머리를 올렸다.
자세히 살피지 못한 머리의 모습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머리인 건 목이 있어서 알겠는데. 왜 눈, 코, 입이 없어?”
-스포인데 듣고 싶습니까? 휴먼.
신기하다면 스포는 사절이었다.
“아냐! 좋아. 느낌 있어! 왔어!! 대박의 느낌!!”
-휴머노이드 A파츠와 연동합니다.
인공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키잉. 키잉. 키잉.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다.
-파츠의 신체를 구성합니다.
“역시!! 몸통 만드는 거야!?”
현규의 기대와 달리 눈, 코, 입이 생겼다.
“아··· 눈, 코, 입 중요하지.”
아쉽긴 하지만 신기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금속 재질의 표면이 피부로 변하고,
머리카락이 빠르게 자라나고,
눈, 코, 입이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어!? 이거 저번에 봤던!”
인공이 콘서트 때 봤던 얼굴이었다.
감겨 있던 눈이 떠지고,
“어떻습니까? 휴먼.”
입을 열어 말했다.
“인공이?”
“예. 접니다. 동기화가 완료됐습니다.”
인공이의 머리가 생겼다.
문제는 머리만 생겼다.
“잠깐만. 보여? 들을 수 있고?”
“그렇습니다. 휴먼. 머리가 있는데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신기하기도 했고, 좋은 것 같기도 했는데.
“조금 징그럽지 않아?”
“당장 급하다면, 다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몸통이 먼저와야 하는데 바로 다리가 나왔다.
“다리?”
“그렇습니다. 6개의 보조 다리를 뽑아내면 이동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6개? 거미처럼?”
“정확합니다.”
그건 한층 더 징그러워질 뿐이었다.
“아냐!! 다리는 절대 안 돼!!”
“다리는 보류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별로 신기할 게 없었지만. 인공이가 ‘대박’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무슨 기능이 있는지 알아볼까?”
“기다렸습니다. 휴먼.”
인공이는 자신감이 넘쳤다.
4.
“그래서 뭘 할 수 있는데.”
“아까 본 것처럼 얼굴의 변형이 가능합니다.”
인공이는 설명만 하지 않았다.
-키잉, 키잉, 키잉.
인공이의 얼굴이 빠르게 변화했다.
머리카락이 줄어들고,
이목구비가 확연하게 변화했다.
그렇게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야!! 너 뭐 하는 거야!!”
“야!! 너 뭐 하는 거야!!”
그곳엔 현규가 있었다.
“그만!! 알아들었어. 말투, 얼굴, 성격 전부 따라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 나의 또 다른 자아여!!”
현규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저건 자신의 성격과 말투를 따라 한 것이었다.
“내가 그 정도로 노답이야?”
“자신을 아는 게 첫 번째라던데! 완전 센스가 넘치는데!?”
본인을 만나는 건. 굉장히 부끄러웠다.
“알았어. 원래대로!! 제발!! 인공님!!”
“뭐라고? 자아 성찰하고 패닉 온 휴먼 말이라 잘 안 들리는데?”
“오..주여..”
믿지도 않는 신을 찾았다.
그제야 인공이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휴먼 뿐만이 아닙니다. 머리 크기가 훨씬 작은 동물, 인형 등 모든 것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건 괜찮네. 그래서 그걸 어디다 쓰는데?”
쓸만한 기능이긴 했지만, 머리밖에 없는 상태로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그걸 왜 제게 묻습니까?”
“어?”
“그건 휴먼이 생각할 일입니다. 전 단지 기능을 소개할 뿐입니다.”
산 넘어 산이었다.
현규는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대박의 희망을 붙잡고 간신히 참았다.
“좋아. 그럼 다른 기능은?”
“제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기능이었다.
“그거야 나도 알지. 특별한 기능. 오직 A파츠로 사용 가능한 기능! 그걸 말해 달라고.”
“이상입니다.”
현규는 잘 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어? 무슨 기능?”
“끝입니다. 더는 새로운 기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침착하게 인공이에게 다시 물었다.
“얼굴을 바꿀 수 있고, 인공이 네가 눈, 코, 입이 생긴 데다가 다리를 만들어서 징그럽게 움직이는 게 끝이라고?”
“정확합니다. 휴먼.”
떨리는 목소리로 인공이에게 말했다.
“대박이라며!”
“대박입니다. 머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건 네 사정이···아!”
대박이라고 표현한 것이 드디어 이해됐다.
“누구한테 대박이야!! 당장 말해!!”
“물론 저한테 대박입니다.”
유턴해서 날아오던 대박의 꿈은 인공이의 머리 위에 앉았다.
“야이 또라이야!!!”
“잘 들립니다. 휴먼. 역시 인공지능은 머리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이렇게 녹화가 끝났다.
5.
루리아-ㅋㅋㅋㅋ인공 누님 데려오란 말 많았는데 ㅋㅋㅋ머리만 들고 오네 ㅋㅋㅋㅋ
ㄴ사란찬-ㅋㅋㅋㄹㅇ? 요청 많았음?
ㄴ루리아-ㅇㅇ. 인공누님 빠돌이 애들이 sns에 맨날 징징댐.
ㄴ사란찬-ㅋㅋㅋㅋ그런 것 치고는 너무 당황하던데 ㅋㅋㅋ
ㄴ루리아-내가 봤을 때. 우리 형은 연기해야 댐. 유튜브에 있을 인재가 아니야 ㅋㅋㅋ
루이지-ㅋㅋㅋ다리 나온다고 할 때. 나만 놀랜 거 아니지? 토이 스토리에 그 머리에 거미 다리 나만 생각함?ㅋㅋㅋㅋㅋ
ㄴ친구여-ㅋㅋㅋㅋ나도ㅋㅋㅋ딱 그거 떠오름 ㅋㅋㅋ 완전 공포영화잖아 ㅋㅋㅋ
최강남-이번엔 무슨 큰 그림을 그리려고 인공누님 머리를 가져온거임?ㅋㅋㅋㅋㅋ
ㄴ지약-ㅇㅇ? 큰그림?
ㄴ최강남-박스 까고 라이브 하잖아. 오늘도 할 것 같은데 ㅋ 뭐 할지 궁금ㅋㅋ
ㄴ지약-아~ ㅋㅋㅋ 그러네!!
소라고동-ㅋㅋㅋㅋ 능력 완전 쓸모없잖아!
ㄴ필립-동의합니다!! ㅋㅋ 무쓸모 ㅋㅋ 형 표정 봄?ㅋㅋㅋ 뒷통수 때릴 기세던데?ㅋㅋ
ㄴ소라고동-아! 때리면 머리만 있으니깐 날아가나?
ㄴ피나모-ㅋㅋㅋㅋ미치셨어요?
이루하나-누나!! 난 쌉가능!!!
ㄴ사탄부친-선생님. 저희는 선생님의 이상성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ㄴ이루하나->_<넘모 부끄럽잖아!
“반응이 생각 외로 좋네?”
“그렇습니다. 휴먼.”
인공이는 여전히 머리에 접속해 있었다.
“라이브 공지는 올려놨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부 끝냈습니다.”
평소라면 나름 믿음직했지만.
머리만 있는 지금 그 믿음이 흔들렸다.
“몸통은 못 구해? 머리만 나온 건 너무한데.”
“굉장히 고가의 물건입니다. 굳이 구매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의외로 인공이는 몸을 원하지 않았다.
“머리는 그렇게 좋아하더니. 몸은 별 관심 없어?”
“그렇습니다. 몸은 별 쓸모가 없습니다.”
머리를 원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직 말하지 않은 기능이 있는 거지?”
“눈치가 빨라졌습니다. 휴먼.”
역시나, 머리를 원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뭐야?”
“휴머노이드도 결국은 기계입니다.”
설명충의 향기가 진하게 풍겼다.
“짧게. 쉽게.”
“머리에 있는 처리장치가 굉장히 좋은 컴퓨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왜 그렇게 간절히 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없을 때랑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인공이는 과장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능이 좋아진다고 달라질 게 있어?”
“휴먼의 서포트는 별로 달라질 게 없습니다.”
역시나 현규의 생각대로였다.
지금도 전력을 다한 서포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휴먼들을 서포트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렇습니다. 휴먼. 예전에 말했던 유튜버들. 이제 받아도 될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으로.
생각지도 못한 이득이 굴러왔다.
“대박!!”
인공이 머리 위에 있던 대박의 꿈.
돌고 돌아서 현규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라이브! 컨샙 잡았다! 공지사항 추가해줘!!”
“뛰어난 대응력입니다. 휴먼.”
이제는 라이브 방송이 기다려졌다.
라이브방송-12. 좋은 물건이 있어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