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38화 (38/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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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1.

“오늘 상자 깡이랑, 광선 총 녹화 이렇게 2개면 끝이지?”

현규는 아침부터 활력이 넘쳤다.

3일간의 휴식, 꽁돈 1000만 원.

컨디션이 나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휴먼의 판단을 기다립니다.

“의뢰?”

넘치는 의욕을 사용해 볼 새도 없이.

전혀 다른 일이 생겼다.

-JTBS에서 들어온 의뢰입니다.

“방송국!?”

방송국이라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업을 얻기에는 방송국이 최적 아니야?”

제일 먼저 떠오른 이득은 ‘업’이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왜? 시청자 수가 비교되지 않을텐데?”

현규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출연자’가 모든 업을 받는 게 아닙니다. 촬영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업’을 나눠 받게 됩니다.

“혼자 먹느냐, 나눠 먹느냐의 차이네?”

현규가 떠올린 생각을 인공이가 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가 최선입니다.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유튜브가 이득이란 소리지?”

-정확합니다. 휴먼. 눈치가 많이 늘었습니다.

‘전력’을 다한 인공이의 서포트가 전부 유튜브에 집중된 건 이런 이유였다.

“그런데도 의뢰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건, 다른 이유가 있단 소리지?”

-맞습니다. 채널의 홍보를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제안입니다.

방송국을 홍보용으로 쓰자는 것이었다.

“홍보용 도구로 써먹자고?”

-예. 최대한의 이득을 끌어내기엔 휴먼의 짐승 같은 ‘적응력과 본능’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짐승 같은 적응력과 본능.

인공이 다운 칭찬이었다.

“아이디어 짜내라고?”

-넘치던 의욕은 어디 갔습니까. 휴먼. 생각해 내셔야 합니다.

역할이 바뀐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사고>를 발동했다.

“정보가 더 필요해. 정확히 의뢰가 뭐야?”

-영화에 특수 효과를 넣어달라는 의뢰입니다.

방송국과 영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방송국에서 온 연락이라고 하지 않았어?”

-영화를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입니다.

인공이의 설명이 이어졌다.

-<전체이용가.>라는 독립영화를 만드는 프로그램에서 ‘감독’이 방송국을 통해 연락했습니다.

어째서 의뢰를 했는지 이해가 됐다.

“독립영화면 특수 효과 싸게 해달란 소리네? 얼마까지 불렀어?”

-무료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 대신 적극적으로 우리 측 의견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홍보가 필요한 유튜브 채널.

무료로 특수 효과가 필요한 영화.

“의뢰한 사람 진짜 똑똑한데?”

-그렇습니다. 정확히 서로의 이득에 부합합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갖고 있었다.

거기다 우리에게 굉장히 유리했다.

“아쉬운 건 우리가 아니고?”

-이 의뢰에서 가장 좋은 점입니다.

플랫폼들과의 거래처럼.

우리가 철저한 갑이었다.

“당장 만나자 그래!!”

<사고>는 만족할만한 해답을 알려줬다.

2.

“안녕하세요. 빨리 오셨네요?”

“예. 촬영지가 근처여서요. 영화감독 박배현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JTBS 예능국 작가 손재주라고 합니다.”

감독과 방송국 작가.

협상하려면 둘 모두가 필요했다.

“감독님께서는 특수 효과를 원하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마치 선생님께 숙제를 검사받는 아이처럼.

감독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습니다. 특수 효과 분량이 최소 47초 정도 되던데요?”

“예. 만들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분량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15분짜리 단편 영화에 47초는 굉장히 긴 시간이다.

“바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가능합니다. 기간과 촬영법 그 외 세부 사항은 협조가 필요하지만, 무료로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감독은 드디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며 대답했다.

현규의 얼굴에도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대신. 저희 쪽 요구를 좀 들어주셔야 합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협상이다.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독립영화를 만드시면 신인 배우 쓰시죠?”

현규가 말하자마자 감독은 바로 눈치챘다.

“주연은 이미 캐스팅이 끝났습니다.”

“주연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엑스트라나 단역도 상관없어요.”

현규의 말에 감독의 표정이 풀렸다.

단역이나 엑스트라는 가능할 것 같았다.

“가능합니까?”

“엑스트라도 상관없으시다면 어렵지는 않습니다. 출연하고 싶으신 겁니까?”

감독에 말에 현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쉽지만, 전혀 아니었다.

“저요? 아니요. 제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서요. 구독자 중에 배우의 꿈이 있는 분을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꿈이 있는 친구라면 저희 쪽에서도 환영입니다.”

독립영화 발전과 신인배우의 발굴.

프로그램이 내걸고 있는 취지에 딱 맞다.

“그리고 그 친구가 하는 걸 찍을 생각인데, 괜찮을까요? 메이킹 영상 비슷하게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릴 생각입니다.”

“촬영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상관없습니다.”

감독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결정된 건 아니다.

방송국 쪽 의견도 들어봐야 했다.

“작가님은 어떠세요? 괜찮겠어요?”

“예. 특별히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이네요. 저희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말이 맞았다.

실제로 현규가 특수 효과 팀을 운용하고 있었다면. 엄청난 적자였을 것이다.

“세부 사항은 저희 쪽 전문가가 연락 드릴 거에요.”

“예. 알겠습니다.”

귀찮은 일은 인공이에게 떠밀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때쯤.

“현규 씨!”

송희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OST 혹시 있으신가요?”

“OST 요?”

“영화 OST 하나 만드시죠?”

현규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오늘 호구 하나 제대로 물었다.

3.

“영화 OST요!?”

“카페에서는 멍해 보이더니. 이제야 놀라는 거예요?”

차를 타고나서야, 그녀가 소리쳤다.

“진짜예요!?”

“아직은 몰라요. OST를 넣지 않을 수도 있으니깐요.”

OST 제작은 확정이 아닌.

검토단계였다.

“제작하면 무조건 제가 하는 거예요!?”

“네. 조금 전에 이야기한 게 그거에요. 무조건 송희 씨가 노래할 거예요.”

제작할 경우 노래는 무조건 송희가.

이게 현규의 마지막 조건이었다.

“제가요!? 어떻게요!?”

“노래로? 하면 되지 않겠어요?”

“제가요!?”

어지간히 놀란 모양인지.

당황과 기쁨이 잔뜩 뒤섞인 표정이었다.

“네. 송희 씨가요. 하기 싫으시면 없던 일로 할까요?”

“네!? 아니에요!! 할게요! 최선을 다할게요!”

현규의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부담되시면 괜찮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넣은 건데, 제가 따끔하게 말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좋아요!! 신나요!!”

그녀는 당황해서 허둥거렸다. 현규의 장난을 눈치채지 못 했다.

“그럼. 이대로 진행 할까요?”

“네! 꼭 하고 싶어요!”

차 안에 그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4.

매일매일 랜덤박스 채널에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왔다.

<긴급공지- 오늘 상자깡 방송 없습니다.>

시청자들은 하나둘씩 눈치챘다.

‘영상을 만들 정도면 뭐가 있구나!’

시청자들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영상의 조회 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너굴맨과 현규.

둘의 모습은 어딘가 화나 보였다.

“반갑습니까! 피카피카님도 오셨으면 좋겠네요! 아주! 대 공사였습니다!”

“너굴!! 너굴너굴!! 너굴!”

너굴맨이 화내는 모습은 오랜만이었다.

“너굴맨이 화날 정도니.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되세요? 뒤에 보이세요!? 벽지 전부 새로 했지! 카메라 전부 교체했지! 마지막으로 방송용 컴퓨터 장비 싹 다 날아갔지!!”

“너굴너굴!!”

현규가 너굴맨의 말을 듣고.

한 가지를 더 덧붙였다.

“맞다! 너굴맨 전용 쿠션 아시죠? 그것도 타버렸습니다!”

“너굴!”

너굴맨은 조막만 한 손을 마구 휘둘렀다.

화났다는 표시였지만, 귀엽기만 했다.

“진정해. 너굴맨! 내가 강력히 항의할게!”

“너굴!”

현규만 믿는다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백만 볼트! 금지입니다! 경위서 쓰고 난리도 아니··· 아닙니다. 그냥 치우느라 힘들어서 그래요!”

“너굴! 너굴너굴!”

장난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진짜 공지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너굴.”

그 어느 때보다 둘의 표정은 진지했다.

“전에 한 라이브 방송 중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기억하시나요?”

“너굴너굴!”

현규는 너굴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굴맨은 기억하네요. 무엇이든 정답을 말해 드리고 검증까지 해 드린다던 방송입니다. 거기서 3분이 정답을 원하셨죠?”

“너굴!”

“그중에 한 분. 검증하겠습니다.”

화면에 글자들이 떠올랐다.

<호치-난 배우 하고 싶은데. 해도 될까? 성공하기 힘들다던데. 재능도 없고.>

“호치님. 검증의 시간입니다.”

“너굴!”

현규는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배우 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래서 저희가 오디션을 준비했습니다! 영화감독님과 협조를 통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무대가 없다면! 만들어 드립니다!”

“너굴!”

“당신의 꿈! 열정! 저희가 이뤄드립니다!”

현규의 말이 끝나자.

화면에 메일함이 나타났다.

“호치님. 메일 보냈습니다. 확인하시고 답장 주세요. 전에 했던 말, 거짓이 아닙니다!”

“너굴너굴!”

이제 마무리 멘트였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협조 때문에 바빠서 오늘 상자깡 방송 없습니다! 미안해요!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

“너굴너굴!!”

그렇게 방송이 종료됐다.

rlaalswo- 너굴맨님 일상방송에서 맨날 앉아 있던 방석 말하는거임!? 피카피카 나와라!! 내 분노를 받아라!!

ㄴ휴이-ㅋㅋㅋㅋ과몰입 하지 말고 ㅋㅋㅋ 진짜면 죽었지ㅋㅋㅋㅋㅋ

총명-진짜야?ㅋㅋㅋ 영화감독이랑 쇼부를 친다고? 준비한 배우인가?

ㄴ미나리-그럴 확률 100% 아님?ㅋㅋㅋ 돈 엄청 들었을 텐데. 그걸 일반인 주는 게 말이 안됨.

ㄴ생강맛우유-잠깐. 근데 이 채널이라면 그럴만도 하지 않음?

ㄴ미나리-ㅋㅋㅋㅋ그건 그래ㅋㅋㅋㅋ

뾰로롱-야!! 초심 잃었냐!? 아주 방송 날로 먹는다!! 상자깡 달라 이거야!! 일해라!

ㄴ캡틴코리아-인정 또 인정이구요!!ㅋㅋ

호치-음. 진짜 메일 옴.

ㄴrlaalswo-ㅋㅋ진짜가 등장했다!!! 너 연습생? 준비생임?

ㄴ호치-아니 그냥 개똥 백수인데.

ㄴ미나리-농담하지 말고.

ㄴ호치-진짜 백수임. 솔직히 놀래긴 내가 제일 놀랬을걸?

ㄴ츄잉츄잉-ㅋㅋㅋㅋ미친 구독자랑 한 약속땜에 이렇게 돈을 쓴다고?

[주인공]-호치님. 댓글 달지 마시고, 메일 답장 부탁드립니다. 제정신입니까. 휴먼?

ㄴ인공쨔응-!!!! 누나 등장!!! 저거 진짜임!?

아프청춘-ㅋㅋㅋ녹화하고, 영상 편집하는 시간 생각하면 호치 닦달하는 것도 이해감ㅋ

ㄴ초롱이-맞네ㅋㅋㅋ 메일 읽고 패닉?!

[주인공]-호치님. 보고 계신 거 알고 있습니다. 답장 안 하십니까?

ㄴ호치-하, 하겠습니다!!

ㄴ미나리-ㅋㅋㅋ왜 쫄고 그러냐 ㅋㅋㅋ

ㄴ휘윤쓰-머리채 잡고 ㅋㅋㅋ 강제로 배우 되게 생겼네.ㅋ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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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올라왔다.

5.

“너굴맨 준비됐어!?”

“너굴!!”

너굴맨이 단호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 치욕들 잊지 않았지?”

“너굴너굴!!”

둘은 전투를 앞둔 전사였다.

투지가 그대로 느껴졌다.

“너굴맨 장비는?”

“너굴!”

너굴맨이 잠자리채를 보여주었다.

“완벽해.”

“너굴너굴?”

“나도 챙겼어.”

현규는 광선 총을 보여주었다.

“너굴너굴.”

“그래. 복수를 시작한다!”

마지막 점검도 잊지 않았다.

“건물 진입하면, 바로 가동시켜.”

-알겠습니다. 휴먼. 출력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주의!? 내 분노는 끝이 없다!”

“너굴너굴!!”

-녹화를 시작합니다.

인공이의 말을 듣고 문을 열자.

“?”

멜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복수의 시간이 도래했다.

외계 건물주-2.초콜릿 바다의 크라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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