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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발!! 신이시여!! 절 버리지 마소서!!”
현규는 간절히 기도했다.
“어젯밤에 그 짓까지 했잖아요!! 신이시여!! 제발!!”
동정여론을 사기 위한 현규의 계략이었다.
‘사람이라면 호랑이에게 보내지 않는다.’
‘아직 이 세상엔 정이 남아있다.’
이런 생각으로 하게 된 방송이었다.
“인공님! 댓글 창! 열어주세요!”
-휴먼. 아침부터 활기가 넘쳐 다행입니다.
인공이의 덕담과 함께 댓글 창이 열렸다.
rlaalswo-앞으론 너굴맨 없는 이런 방송! 자제해주시죠. 그리고 전 회사에 찬성!
ㄴ미루스-야! 너두? 나도! 호랑이지 ㅋㅋㅋㅋㅋ 교감카드 있잖아요? 완전 껌이지!
ㄴ호치치-ㅋㅋㅋㅋㅋ ㅇㅈ. 랜덤박스 신이 보내주신 상자란 설정 아니였음?ㅋㅋ
ㄴ츄스-설정이라뇨 사.실.입.니.다.만. 그러니 저도 찬성^^! 호랑이 가즈아!!
김호찬-특수영상팀 뻗었으니. 이제 남은 건 호랑이뿐이야!! 큰 그림 오졌다!!
하쿠하쿠-오빠 숨소리 너무 좋아요! 꺅!
ㄴ미청-덜렁아 여기서 그러지마. 저 형 멍청해서 진짜 속는다ㅋㅋㅋㅋ
ㄴ슈기-야. 어차피 호랑이 만나면 끝이야 좋은 꿈이라도 꾸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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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채팅창을 들추고 미래를 엿보았지만, 거기에는 오직 절망뿐이었다.
“오···주여.”
“너굴너굴!? 너굴!!”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믿을 놈들이 따로 있지. 내가!! 시청자를 믿냐!!! 이 마귀들!!! 악마들!!”
“너굴너굴!!”
너굴맨과 함께 한바탕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저에겐 아직 랜덤박스가 남아있습니다!”
“너굴!”
-휴먼. 새로운 물건으로 덮을 생각입니까?
갑자기 인공이가 껴들었다.
“그래! 희망이 있어!”
-특수효과처럼 보이는 게 나오면, 설정이 충돌합니다. 특수영상팀은 휴식 중입니다.
현실을 알려주는 말이었지만.
인공이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딴거! 알빠야! 죽으면 뭔 소용이야!!”
현규의 말은 무시하던 인공이도.
“너굴너굴!! 너굴! 너굴너굴!”
-죄송합니다. 너굴맨 님. 예. 어떻게든 수습해 보겠습니다.
너굴맨이 나서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갓굴맨! 너빛맨! 당신은 신이야!!”
“너굴!!”
오랜만에 보는 자신감 넘치는 포즈였다.
2.
“여러분!! 살려주세요!!”
“너굴!?”
-죄송합니다. 오늘 휴먼이 제정신이 아닙니다.
인사는 인공이가 대신했다.
“여러분 아직 희망이 남아있습니다.”
“너굴너굴!!”
“상자 보이시죠?”
현규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여기서 나오는 거 우려먹겠습니다! 아주 라이브 생각 안 나게 팍! 팍! 해보겠습니다. 구독자님들 힘을 주세요!”
“너굴!”
현규는 엄숙하게 상자에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합니다!”
“너굴!”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음악이 시작되고, 현규의 심장이 뛰었다.
“평소와는 다릅니다. 완전 집중! 상자를 보내주신 신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너굴너굴!!”
너굴맨도 동화되어 같이 소리쳤다.
둘의 기도가 끝나기 전에 음악이 멈췄다.
-꽝! 다음 기회에.
-위로금 50p가 지급됩니다.
‘꽝.’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허무한 감정.
어리둥절한 감정.
당혹스러운 감정.
모두 속에 욱여넣었다.
방송부터 살리는 게 먼저였다.
‘어떻게?’
<사고>가 발동했다.
“사실일 리 없어!! 다 거짓이야!!”
“너굴?”
현규는 거칠게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카메라에 보이게 뒤집었다.
당연히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뭐가 나왔냐고요?”
“너굴!?”
현규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봐봐! 뭐가 나왔는지! 꽝이랍니다! 랜덤박스에 꽝이 어딨어!!”
“너굴너굴!”
너굴맨조차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상자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퍽! 쿵. 쨍그랑!
상자는 의도치 않은 효과음을 만들었다.
“살려달라니깐! 살아날 구멍을 막아!? 설정팀 니들 일 이렇게 할 거야! 아니.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래. 꽝은 너무 성의가 없잖아!!”
“너굴너굴!”
화를 내던 현규는 이내 체념하듯 말했다.
“간다!! 가!! 호랑이! 호냥이 만들러 간다! 설정팀!! 잊지 않겠다!! 두고 보자!”
“너굴!!”
삼류 악당 같은 대사를 끝으로 녹화가 종료됐다.
방송이 끝나고, 당당했던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살려주세요! 인공님!!”
“너굴너굴!”
-동물원에 협조 전화 중입니다. 촬영해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촬영이 잡혔다.
“못 죽어!! 죽어도 나 혼자는 못 죽어!”
3.
“송희 씨!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아닙니다! 들어오세요!!”
현규는 송희를 알뜰살뜰 챙겼다.
“차랑 다과 드시고 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마시고 할게요.”
노래를 부르기 전에, 다과와 차를 챙겼고,
“물이 필요하면 이야기하세요.”
“아. 네.”
노래할 때는 중간중간 물을 챙겨줬다.
“땀 나셨네요? 여기 수건이요.”
“아, 고맙습니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배려였다.
눈치가 별로 없는 송희도 느낄 정도였다.
“오늘도 최고였습니다. 언제 들어도 짙은 여운에 잠기게 되네요.”
“다행이네요. 오늘 잔뜩 긴장했거든요.”
송희는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긴장하셨다고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부탁할 일 있으세요?”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현규의 표정이 너무 평온했다.
“부탁이라면, 부탁입니다.”
“네.”
“날씨도 좋은데, 같이 동물원 가실래요?”
“네,네!?”
송희의 평정심이 흔들리고, 현규는 그 부분을 집요하게 노렸다.
“청주 동물원. 같이 구경하고, 집까지 태워드릴게요.”
“집까지요!?”
“예. 동물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집도 편히 들어가시고. 좋지 않아요?”
“아.. 저, 좋아요..”
현규의 눈빛이 반짝였다.
-과연, 혼자는 못 죽는다더니. 영리한 휴먼입니다.
“너굴너굴.”
차마 저런 주인을 못 보겠는지.
너굴맨은 고개를 숙였다.
*
카메라를 차에 싣고 출발했다.
들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촬영이셨네요?”
송희가 지긋이 현규를 쳐다봤다.
이 정도에 무너질 현규가 아니었다.
“부탁할 사람이 송희 씨뿐이어서요.”
“인공 님이 중간에 도망치라고 하시던데요?”
인공이는 계산 밖이었다.
“죄송합니다. 위험한 건 아니에요. 동물원 구경하는 거예요.”
“전 카메라 들고 촬영하면서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당황하기 시작하니깐 끝이 없었다.
“떨어져서 찍으면 안전하시지 않겠어요?”
결국, 이런 멍청한 말밖에 하지 못했다.
차 안에 기묘한 침묵이 맴돌았다.
침묵을 깨기 위해 간신히 쥐어짜 냈다.
“휴게소 들릴까요?”
“도와드릴 테니까, 맛있는 거 사주세요!”
그녀는 현규를 용서했다.
좋은 사람이었고, 큰 사람이었다.
“물론이죠.”
4.
“여러분,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만,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rlaalswo- ㅎㅇㅎㅇ? 야외? 또?
동탄수-뒤에 호랑이 동상 뭐임 ㅋㅋㅋㅋ
ㄴ찌찌매니아-어라!? 저기 청주 동물원임!
ㄴ휴연석-ㄹㅇ?
ㄴ찌찌매니아-ㅇㅇ 맞음. 중학교 때 소풍 절로 갔음 ㅋㅋㅋ 동물원 ㅋㅋㅋㅋㅋ
미로니스-혹시. 랜덤박스에서 암것도 안나왔니?ㅋㅋ
ㄴ츄르-악마네.ㅋㅋㅋ 영상 봐놓고 ㅋㅋㅋ
진미형-오늘 촬영팀 옴?
ㄴrlaalswo- 그러네?! 팀 랜덤박스 등장!?
“벌써 눈치채신 분이 계시네요. 여긴 청주 동물원입니다. 왔습니다. 오고야 말았어요.”
현규가 애처롭게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융호-왔------다!!ㅋㅋㅋㅋㅋㅋㅋ
채팅을 보기 위해 들고 있는 핸드폰.
그 안에는 환호와 웃음뿐이었다.
“진짜 악마들이세요? 됐어요. 카메라맨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저요!?”
송희는 너무 놀라 소리쳤다.
후니-야!!! 옆에 누구야!!!!
하쿠하쿠-오빠!! 그 여자 누구야!!
rlaalswo-호랑이 만나라고 보냈더니! 여자를 만나!?
채팅창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아오!! 이 화상들! 아주 1절, 2절, 3절 끝이 없어!!”
송희에게 카메라를 받아 그녀를 찍었다.
“SSong채널을 운영 중이신 쏭 님이세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시고 굳이 절 도와주시겠다고 해서 오셨습니다.”
현규의 말의 그녀 표정은 ‘제가요?’ 였다.
“아, 맞아요! 도와드리려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인사했고,
rlaalswo-ㅋㅋ딱 보니깐 끌려왔네.
ㄴ김총- ???: 아~ 막내 생활 힘들다.
ㄴ메로스- ???<- 설마 쏭님인가요?ㅋㅋㅋ
윤쓰-혼자 죽기 싫다 이거지? ㅋㅋㅋㅋㅋ
미로-도망쳐!! 거긴 죽음뿐이야!!
시청자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죽긴 누가 죽어요!”
“네!? 죽어요?”
그야말로 혼돈의 오프닝이었다.
5.
동물들과 <교감>하는 것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자! 첫 번째 만나볼 친구는 앵무새입니다.”
휸쓰-귀한시간 내서 왔더니!! 여기 서비스가 왜이래? 주인 바뀌었어??
ㄴ흠흠-ㅋㅋㅋㅋㅇㅈ. 원래 주인이 서비스가 좋았는데.
앵무새라는 말에 야유가 쏟아졌다.
“주여. 저들의 죄를 사하소서. 기도해 드렸으니 여러분은 이제 악마가 아닙니다.”
엄숙한 표정으로 드립을 쳐봤지만,
휸쓰-어디서 개수작질이야? 그래서 앵무새 한다고? 진짜?! 새할 거야?
ㄴrlaalswo-기다려라 쫌! 랜덤박스 채널 클라쓰가 있는데 말만 저럼 ㅋㅋㅋㅋ 앵무새는 아닐꺼임 ㅋㅋㅋㅋ
전혀 통하지 않았다.
“콘텐츠 살살 녹는다!! 이렇게 된거 우린 원숭이로 간다!!”
김호찬-ㅇㅋ. 원숭이까진 이해해줌.
ㄴ휘스턴-ㅋㅋㅋㅇㅈ 여까진 이해해주자.
찌찌매니아-ㅋㅋㅋㅋㅋ옳소!! 원숭이 우리 바로 뒤가 호랑이 우리임ㅋㅋㅋㅋㅋ
시청자와 현규는 극적인 타협을 했다.
*
“우끼!! 우끼끼!!”
어째서인지 원숭이들은 흥분한 상태였다.
“환영 인사가 거치네요.”
휘친-응. 아니야. 누가 봐도 화난 거야ㅋ
망설일 필요 없었다.
바로 <사고>와 <교감>을 발동했다.
“지금부터 교감하겠습니다.”
“우끼끼!! 우끽!!!”
원숭이들은 우리를 어지럽게 뛰어다녔다.
“떠올려라! 너희들의 감정을!”
“우끽! 우끼끼기!!”
-성욕, 사랑, 욕망, 흥분. 번식,
현규는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었다.
“그야말로 동물이네요.”
휘송-ㅋㅋㅋㅋ무슨소리?ㅋㅋㅋㅋ
우직하게 정면돌파 했다.
“머릿속에 사랑과 구애가 가득하군요.”
“네!?”
휘송-ㅋㅋㅋㅋㅋ뭔 개소리야 ㅋㅋㅋㅋ
송희가 듣지 못하게 마이크에 속삭였다.
“발정기! 몰라요? 사랑!욕망!흥분!번식!”
휘송-ㅋㅋㅋㅋㅋㅋ미친X아!!!ㅋㅋㅋㅋㅋ
ㄴrlaalswo-ㅋㅋㅋㅋ.ㅇㅈ. 교감하라고 보냈더니 발정기 감별하고 있네 ㅋㅋㅋㅋㅋㅋ
미니미-근데 진짜임?ㅋㅋㅋㅋ
발정기.
단 한 단어에 채팅창엔 웃음이 가득했다.
“진짜입니다.”
송희는 갸웃거리고,
채팅창엔 ‘ㅋㅋㅋ’가 쏟아졌다.
오직, 현규 혼자만 진지했다.
“좋습니다. 원숭이로 동물과 교감하는 방법은 마스터했습니다. 호랑이 갑니다!”
이제 호랑이 차례였다.
바로 뒤에 있는 곳이 호랑이 우리였다.
“가깝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교감할 수 있죠.”
우리에서 고작 50c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 생각보다 엄청 크네요?”
가까이서 보니 크기와 위암감이 엄청났다.
호랑이는 바위 위에 귀찮다는 듯 앉아있었다.
-짝!
현규가 손뼉을 쳤다.
-크릉.
-호기심, 나태, 무료,
박수 소리에 호랑이가 현규를 바라봤다.
“지금부터 교감으로 호랑이를 이쪽까지 불러볼게요.”
채팅창엔 그게 되냐는 말이 올라왔지만,
현규는 호랑이에 집중했다.
-짝!
손벽을 치고,
-크릉.
-호기심, 나태, 무료.
다시 한번 감정들이 떠오른다.
“일어나.”
나태함과 무료함 호랑이에게서 지우듯.
조금씩 바깥으로 밀었다.
-짝!
다시 한번.
-크릉.
-호기심, 나태
“이리와.”
마지막 남은 나태도 밀어냈다.
“크릉.”
호랑이가 현규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봤습니까?! 이것이 교감의 힘!!!”
흥분한 현규의 집중에 균열이 생기고,
rlaalswo- 어떻게 한거임?
찌찌매니아- 저 호랑이 늙어서 왠만하면 안 일어나는데.
새홍- 박수 소리 때문아님?
ㄴ칠랑- 그런 것 같긴한데.
휴지-ㅋㅋㅋㅋ쫌 간지인 듯?ㅋㅋㅋㅋㅋ
칭찬에 균열이 무너졌다.
밀어낸 감정들이 다시 들어갔다.
호랑이는 귀찮다는 듯 뒤로 돌았다.
-집중. 나태. 무료.
“야! 어디가!?”
의아함도 잠시 무언가에 얼굴을 맞았다.
“억!!”
노란 액체였다.
그것도, 적은 양이 아니었다.
얼굴이 흠뻑 젖어 흘러내릴 정도였다.
“뭐야!?”
지린내와 함께 채팅창이 폭발했다.
rlaalswo-ㅋㅋㅋ골든샤워ㅋㅋㅋ
하쿠하쿠-아무리 오빠를 좋아해도 이건 안되겠어요!!!
레스토랑스-ㅋㅋㅋ 교감하신다는 분이 얼 꿈에 오줌은 맞으셨네요. ㅋㅋㅋㅋ
ㄴ새초롱-교감하거자너! 방송천재자너!ㅋ
미로스-ㅋㅋㅋㅋ카메라 자꾸 멀어지네 ㅋㅋㅋㅋ도망쳐요! 쏭님!!ㅋㅋㅋㅋㅋ
ㄴ칭찬해-기회는 지금 뿐이다!ㅋㅋㅋ
랜덤박스-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