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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D 애니메이션으로 변하고 나서부터는 특수효과의 향연이었다.
1절이 시작되고, 벚꽃이 떨어졌다.
2절이 시작되고, 벚꽃은 눈으로 변했다.
마치 마법처럼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3D 애니메이션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사람일 때.
가장 화려한 효과들이 쏟아졌다.
화려한 조명과 여러 의상.
더는 좁은 무대에 갇혀 있지 않았다.
마치 한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다.
진짜일까? 그래픽이 아닌 게 아닐까?
시청자들은 혼란을 느꼈다.
노래가 끝나면서 그 의문들이 해소된다.
그녀는 몸이 바스러졌다.
그래픽이라는 걸 보여줬고,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줬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됐다.
“캬! 어떠셨습니까. 여러분. 아주 채팅창 대동단결하셨더라고요?”
내초롬-인공이 누님!! 누님을 내놔라!!
생류석-오지고! 지리고! 대원고!!
휘트니-팬티 갈아입고 올게.
프레탈-대박... 미쳤다 진짜!!
르망스-ㅋㅋㅋ인공누님 실제론 사람일 텐데 왜 그래픽 취급하냐 ㅋㅋ
ㄴ휘봉-아···. 눈치 좀..
ㄴ미쿠쨩-어디서 아싸 냄새난다 했더니.
김호찬-6개월에 이걸 뽑았다고? 사람을 갈아 넣은거야? 아니 팀이 엄청 큰가?
ㄴ취취무-그 정도임?
ㄴ김호찬-ㅇㅇ.. 디테일이 전부 살아있잖아. 이건 거의 학대수준으로 뽑은거임.
휘로소-업계인 피셜. 스포 할만했다!
ㄴ김호찬-ㄴㄴ아님. 스포하기엔 프로젝트가 너무 크다. 얻어걸린 게 확실함.
채팅창엔 환호가 쏟아졌다.
“오늘 준비한 건 여기까지입니다.”
“너굴!”
채팅창엔 ‘방종은 안된다.’라는 채팅이 계속 올라왔다. 오히려 지금이 타이밍이었다.
아쉬워할 때 끝내야 했다.
“어떠셨어요? 좋으셨나요?”
“너굴?”
마치 준비된 대사를 읽어가듯.
“화려한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 눈을 즐겁지만, 노래가 기억나거나 깊은 울림은 없으셨을 겁니다.”
“너굴너굴.”
회초리-ㅇㅇ?? 아닌데.
ㄴ유성화-ㅋㅋ눈치 좀 채라ㅋㅋㅋ마무리 대본 읽고 있구만.
현규는 채팅을 못 본 척 대사를 이어갔다.
“SSong 채널에서 들은 노래를 떠올려 보세요.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깊은 울림이 있을 거예요.”
“너굴.”
김호찬-ㅋㅋㅋㅋ대본 맞네. 100%임 ㅋㅋ
ㄴ최창수-ㅇㅈ. 채팅 못 본 척 오지고!
따르릇-깊은 울림 있었다. 내 하반신에 깊고 진한 울림이 느껴졌다.
ㄴrlaalswo- 선생님의 변태성욕엔 관심 없습니다. 꺼져주세요.
현규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화려한 기계의 음악보다는. 진하고 깊은 사람의 노래는 어떠신가요?”
“너굴!”
광기획-설마, ‘SSong 채널에서 확인해 보세요.’로 끝내려는 건 아니겠죠?
채팅을 본 현규는 멈칫했다.
광기획-ㅋㅋㅋㅋㅋ거 대본 쓰는 친구 바꿔야 하는 거 아님?
ㄴ필살초-오늘 여럿 시말서 쓰겠네ㅋㅋㅋ
“아 진짜! 한 번만 도와줘요!! 끝까지 이러냐!! 이 악마들아!!!”
“너굴너굴.”
소리치는 현규와 그걸 말리는 너굴맨.
갑자기 카메라가 꺼지고 문구가 나타났다.
<통신상의 문제로 화면이 종료됩니다.>
광기획-ㅋㅋㅋㅋㅋㅋㅋ빤스런ㅋㅋㅋㅋㅋ
채팅창에 ‘ㅋㅋㅋ’의 비가 내렸다.
“대본 먹힌다며!! 이거 먹힌다며!!!”
마이크는 꺼지지 않았는지.
현규의 목소리가 아련히 울려 퍼지면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2.
しょうた-정말 이뻐. 고마워. 만들어져서.
れん-내 여자 친구가 어딨나 했더니 www
ㄴ良太-내 여자친구인데?wwwwww
伊織-사이좋게 지내. 인공이는 모두의 것이니깐. 너무 귀엽다. 2D, 3D, 실사까지.
じゅん-(* ˘ *) ??내 청춘은 이제 네꺼야!
陽太-( ;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
田木-인공쨩!! 결혼해 주세요!!
.
.
.
.
“이게 뭐야?”
-니코동에 처음 올라간 어그로 영상이 2ch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짧게!”
-일본에서 빵 터졌습니다.
현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마나?”
-구독자 30만 돌파 했습니다.
못 들은 척 다시 한번 물었다.
“얼마나!?”
-30만 돌파입니다.
다시 한번.
“얼마?나!?”
-30만. 이 멍청한 짓을 그만해주길 요청합니다.
현규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30만!!! 고로취!! 남자는 30만이지!!”
-휴먼. 진정해주길 요청합니다. 심박 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 중입니다.
“너굴!?”
인공이의 말에 너굴맨이 현규를 진정시키려고 뛰어다니자. 집 안을 개판이었다.
“얼마!? 응!! 30만!!”
“너굴!! 너굴너굴!!”
-휴먼. 진정되면 돌아오겠습니다.
그조차 듣지 못했는지.
“너굴맨! 얼마!?”
“너굴!”
“그래 30만!!! 호-우!!”
호날두 선수의 세레모니를 따라 했지만,
-쿵!!
그대로 미끄러졌다.
“너굴너굴!!”
“30만!!!!”
아픈지도 모르는지 연신 30만을 외쳤다.
3.
“여러분!! 30만!!”
“너굴!?”
“아닙니다! 너굴너굴!!”
시간이 지나도, 현규의 상태는 여전했다.
30만은 현규에게 큰 의미였다.
“크!! 저 30만 달성 했다는 거 들으셨나 모르겠네요! 모르셨다고요? 그럼, 알아가시면 되죠!”
“너굴. 너굴.”
너굴맨은 그런 현규가 창피한 모양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더 재밌고, 즐거운 영상으로.”
“너굴!”
잠시 쉬고,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30만 유튜버인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너굴너굴!!”
너굴맨이 책상 위로 올라와.
-찰싹.
현규의 입술을 때리며 오프닝이 끝났다.
“그럼 상자깡을 시작하겠습니다!”
“너굴!”
맞았는데도, 현규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합니다!”
“너굴!”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알림과 함께 음악이 들려왔다.
“야외방송하면, 이벤트로 나눠드릴 너굴맨 쿠키를 만들었습니다.”
“너굴너굴!”
앙증맞은 팔을 치켜들고 표효했다.
너굴맨이 생각한 가장 무서운 자세였다.
“예!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무서운! 너굴맨 쿠키입니다.”
“너굴!”
현규의 설명과는 정반대였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너굴맨 쿠키.
“야외 방송할 물건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너굴!”
음악이 멈추고, 알림이 떠올랐다.
-스킬: <교감>을 획득하였습니다.
“교감 카드가 나왔네요.”
“너굴?”
너굴맨은 궁금한 듯 갸웃거렸는데.
현규도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였다.
“인공선생님!! 도와주세요!!”
-보는 대로입니다. 교감을 늘려주는 카드입니다.
“너굴?”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했다.
“위험한 거 아니지!? 멜랑이의 촉감! 잊지 못할 그 촉감!”
“너굴!!”
너굴맨까지 발작하듯 소리 질렀다.
멜랑이는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고 갔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카드입니다.
확답을 받고 나서야, 상자를 열었다.
특성 강화 카드랑 사용법은 똑같았다.
-찌익.
카드가 찢어지고, 눈 부신 빛이 뿜어졌다.
그 빛 사이로, 알림이 떠올랐다.
-스킬:<교감>을 획득하였습니다.
알림이 뜨고,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너굴?”
-궁금. 주인. 존경. 집중.
너굴맨의 단편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현규는 손을 뻗어 쓰다듬어 주었다.
“너굴..굴.”
-행복, 포근.
어떤 스킬인지. 대충 예상이 됐다.
“오호라. 너굴맨이 행복하고, 포근해 하고 있습니다.”
“너굴!”
-놀람, 들킴, 당황.
“지금은 감정을 들켜서 당황하고, 놀랐군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화들짝 놀라 떨어졌다.
“이런 능력입니다.”
진지하게 말했지만, 너굴맨의 표정을 보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너굴맨과 현규 모습은 한 편의 콩트였다.
“이 시점에서, 교감이 나온 이유를 생각해 봐야겠군요.”
“너굴?”
현규는 크게 소리쳤다.
“두-뇌! 풀가동!”
“너굴!?”
-당혹, 창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추리 들어갑니다! ‘회피’ 반지가 나왔을 때는 ‘공을 회피’하는 미션을··· 아니 검증을 했습니다.”
“너굴.”
너굴맨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교감’으로는 뭔가와 교감을 하겠죠? 아! 단서가 부족합니다.”
“너굴너굴!”
-질문, 요구.
너굴맨이 소리치자 인공이가 대답했다.
-예. 너굴맨님. 교감 카드는 교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휴먼의 사용법이 맞습니다.
“역시, 우리 설정팀! 복잡한 설정은 죽어도 안 하죠?”
“너굴!”
-휴먼이 지금까지 추리한 게 맞습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검증 방송 어떤 거 할지. 예상되는 거 없어?”
-이야기 들은 바 없습니다.
“불안하네요. 불안해!”
“너굴?”
현규는 불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피반지 때 검증이 피칭머신이었습니다. 교감 때는?! 저 오바하고 있는 거 아닙니다! 진짜에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현규를 위로하듯 토닥였다.
억지로 일어나 현규는 시무룩하게 말했다.
“검증 방송은 연락이 오는 대로 인공이 SNS에 올리겠습니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네요. 아 또 뭘 시키려고···”
“너굴너굴!”
-걱정, 불안.
교감한 감정이 감정을 증폭시켰다.
“저 괜찮겠죠?”
불안한 눈빛을 끝으로 녹화가 종료됐다.
4.
교감 스킬의 작동은 아주 멋대로였다.
“너굴?”
지금은 안되다가.
“아니야.”
“너굴!”
-주인. 행복.
이번엔 작동했다.
“인공이 말 듣길 잘했네.”
“너굴?”
-휴먼. 오랜만에 바른 소리를 했습니다.
적절한 실험대상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 중이세요?”
“오늘도 좋았습니다. 송희 씨.”
“아, 아니에요! 편곡이 좋아서 그래요!”
-당황, 진실, 기쁨.
그녀의 감정이 단편적으로 느껴진다.
현규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송희씨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네!? 제가요?”
“네. 저희 다음 콘텐츠 때문에요.”
그녀는 갸우뚱거리며 대답했다.
“제가 도움이 돼요?”
“그럼요. 혹시, 멘탈리스트라고 들어보셨어요?”
“멘탈리스트요?”
기왕 팔 약이라면 거하게 팔아야 했다.
“심리마술사. 혹은 독심술가. 라고도 불려요.”
“마음을 읽는 거예요?”
“저는 거기까지는 못 배웠고, 간단한 감정 정도요.”
그녀가 화들짝 놀랬다.
“설마, 제 감정 보이세요!?”
“그게 되면 초능력자게요? 훈련되신 분들은 된다지만 전 불가능해요. 대신 그럴듯하게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송희는 베시시 웃었다.
“거짓을 섞는 거네요?”
“네. 실전이 얼마 남지 않아서요. 잠깐, 시간 되시면 도와주세요.”
“물론이죠!”
-긍정, 편안, 신뢰.
“시작하겠습니다.”
“네!!”
그녀에게 집중하고,
그녀만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알 수 있을까?’
-<사고>가 <교감>과 공명합니다.
“점심은 먹었어요?”
“아, 네! 먹었어요!”
-거짓, 부끄러움, 신뢰.
그녀의 감정이 보였다.
5.
저녁 11시 30분.
랜덤박스 채널에서 라이브가 시작됐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
주위에 불빛이 없는 듯. 어둡기만 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와 함께.
화면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rlaalswo-1빠!! 핸드폰 라이브임? ㅋㅋ
김호찬-ㅋㅋㅋㅋ기습라이브야?
윤석-오! 인공누님과 너굴맨을 내놓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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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이 빠르게 넘어갔다.
걸음이 멈추고, 화면에 현규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윤석칠-ㅋㅋㅋㅋㅋㅋ뭐임ㅋㅋㅋ야방? 왜 핸드폰임? 갑자기
ㄴ질석-핸드폰 맞지?
ㄴ윤석칠- ㅇㅇ 맞음.
“핸드폰으로 긴급 라이브를 하게 됐습니다.”
rlaalswo-ㅋㅋㅋ또 뭔소리를 할라곸ㅋㅋ분위기?잡어 ㅋㅋㅋㅋ
ㄴ프리스-ㅇㅈ 또 ㅇㅈ이구요.
“교감 라이브 검증 방송 시나리오가 내려왔습니다.”
미루룽-뭐길래 ㅋㅋㅋㅋ
휴스-피칭머신 공까지 피한 남자가 뭐가 무섭다고 ㅋㅋ 표정이 그렇게 심각해.ㅋㅋㅋ
ㄴ출정식-말만 들어보면 완전 상남자네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호랑이와 교감하기. 호냥이 프로젝트.”
일순. 채팅창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기획서 보고 빤스런 했습니다. 여러분 살려주세요.”
김속-호냥이ㅋㅋㅋ냥이는ㅋㅋㅋ냥이지ㅋ
정신가출-애교 피운다고 툭치면 병원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뢰스-ㅋㅋㅋ야! 우리가 어떻게 살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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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만이 화면에 가득했다.
“이 악마들아!!!”
갑자기, 핸드폰에서 소리가 났다.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용서하겠습니다. 휴먼.
“호냥이 안 해! 못해!! 산재 해줘도 안돼!”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고,
뛰어가는 현규의 발만 어렴풋이 보였다.
긴급 생방이 종료됐다.
라이브방송 -8. 교감카드 검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