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27화 (27/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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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공아. 세상이 미친 걸까?”

조회 수 120만.

댓글 수 7만 8천.

구독자 3만 증가.

촉수 물이 만든 결과였다.

-최다 조회수를 갱신하였습니다.

“아···주여.”

현규는 믿지도 않는 신을 찾았다.

“혹시, 나 성인물이 적성에 맞는 걸까? 유튜버가 아니라 진로를···”

-제정신입니까. 휴먼?

인공이는 현규의 말을 잘랐다.

지금 현규가 제정신일 리가 없었다.

“제정신 아니야.”

-그럴 줄 알았습니다. 휴먼. 헛소리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인공이의 말 대로였다.

“그래. 얻어걸린 행운 정도로 생각하자.”

-좋은 자세입니다. 휴먼.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시간 얼마나 남았어?”

“4시간 정도입니다.”

장비를 설치하고, 준비하려면 빠듯했다.

-띵동. 띵동.

“네!! 안쪽으로 들여주세요!!”

빠른 설치를 위해 웃돈을 주고, 주문한 물건들이 계속해서 도착했다.

-띵동. 띵동.

물건들과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예! 장비들 설치해주시고, 주방 쪽에 설치된 카메라도 다시 설치해주세요!”

촉수물이 남긴 건 영상만이 아니었다.

집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2.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띵동.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 송희요.”

“들어오세요.”

깨끗하게 정리된 정원.

낡긴 했지만, 운치 있는 집.

이곳이 스튜디오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너굴맨! 야! 어디가!”

“너굴너굴!”

현규와 너굴맨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굴!!”

너굴맨은 뛰어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그 모습은.

“너굴맨!?”

“너굴너굴!!”

여자라면 싫어할 수 없는 귀여움이었다.

“놀라신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진짜 너굴이라고 울어요?!"

대답도 하지 않고, 놀라서 물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의문이었다.

현규는 너굴맨 턱에서 장치를 떼어냈다.

"이거 덕분에요."

"구우."

너굴맨은 달라는 듯 팔을 뻗었다.

"알았어. 줄테니깐 가만히 있어."

"구우."

다시 장치를 붙여주었다.

"너굴!"

“신기해요!"

"본사에서 보내준 장치에요. 의외로 간단한 장치라고 하더라구요."

송희는 기계의 원리엔 전혀 관심없었다.

너굴맨을 바라보는 눈을 반짝거렸다.

“너굴맨 안아봐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너굴맨은 팔을 벌리며 그녀에게 안겼다.

의도적인 연출이지만, 효과적이었다.

“너굴너굴.”

“안녕. 너굴맨?”

“너굴.”

긴장으로 굳어있는 그녀에게 특효였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현규는 그녀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이쪽은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녹화하는 곳이에요.”

“아! 봤어요! 랜덤박스 개봉하실 때 이곳에서 녹화하시죠?”

현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예. 맞습니다. 그리고 이쪽이 송희 씨가 사용하실 자리에요.”

현규가 가리킨 곳은 창가 바로 앞이었다.

창가 앞은 집안 분위기와 전혀 달랐다.

아기자기한 장식과 조명 장식들.

“캣타워?”

심지어 캣타워까지 놓여있었다.

“캣타워라고 하기엔 단순하고 크기도 좀 크죠?”

“네. 이것도 장식이에요?”

장식이라면 장식이었다.

“너굴맨 자리에요.”

“네?!”

그녀의 채널에서 랜덤박스 채널이 자연스럽게 노출될 방법은 간단했다.

“우리 너굴맨. 스타예요. 팬도 많고요.”

“너굴!”

이건 상부상조였다.

“너굴맨 팬들로 유입이 생기고, 나중에 채널이 확장되시면, 저희 쪽에도 유입이 되겠죠?”

“아···감사합니다!”

서로 돕는 일이었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송희의 말에 현규의 미소는 더 짙어졌다.

“결과적으로는 서로 돕는 거예요.”

“그래도, 감사해요.”

현규는 괜찮다는 듯 손사래 쳤다.

“그럼, 열심히 하세요. 채널이 커지면 저도 도움을 받으니깐요.”

“네! 열심히 할게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준비됐어요?”

“네!?”

그녀에겐 오늘이 데뷔전이었다.

“한국 노래는 안 할 거예요.”

“네!?”

갑작스러운 노래요청.

거기다 조건까지 까다롭다.

“왜 이렇게 놀라세요?”

“준비 못 했어요!”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이제부터 하면 되죠.”

“아···”

부족한 것을 하나씩 채우면 된다.

“팝송 중에 가사 외운 노래 있어요?”

“요즘 노래는 하나도 몰라요. 전부 옛날 노래에요.”

단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데요. 옛날 노래 중에 알고 있는 건 클래식한 명곡들이죠?”

“맞아요!”

명곡은 전 세대를 아우르고,

팝송은 모든 국가를 아우른다.

“그건 나이, 국가를 떠나 대부분에게 사랑받는 노래란 소리예요.”

“그런가요?”

현규의 말은 사실이었다.

“예. 그러니깐 불안해하지 말고, 어떤 노래할지 골라보세요.”

“Hey Jude란 노래 아세요?”

노래 전체는 몰라도 도입부는 안다.

“비틀즈?”

“네!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클래식한 명곡.

현규의 주문에 딱 맞는 노래였다.

“노래는 정해졌네요.”

“편곡은요?”

마지막 발버둥을 사전에 차단했다.

“후처리하면 돼요. 정 안되면 수익 생각하지 말고 그냥 올려도 되고요. 그런 건 회사에 맡기시고, 편하게 부르시면 됩니다.”

“그···그래요?”

부담을 주면서 편하게 부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서서? 아니면, 앉아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 그게 서서 할게요.”

따라오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MR 준비됐어?”

-예. 준비됐습니다.

마이크 앞에 선 순간, 반주가 준비됐다.

“인공님?”

-네. 안녕하십니까.

“아···안녕하세요! 김송희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휴먼. 준비되셨습니까?

통성명이 끝나자마자, 칼같이 물었다.

이젠 도망칠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준비···됐어요!”

-휴먼. 세팅 부탁합니다.

그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알겠어! 너굴맨! 스탠바이!”

“너굴너굴!”

너굴맨은 호다닥 달려와 캣타워에 올랐다.

“너굴!”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인공이의 목소리가 시작을 알렸다.

-시작합니다. 3. 2. 1. Q.

3.

현규가 특성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듯.

반주가 흘러나오자.

그녀의 분위기가 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떨리는 모양인지.

입술이 떨리는 게 보였다.

“Hey Jude.”

너굴맨이 귀를 쫑긋 세우고,

현규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단 한 소절에 전율이 일어났다.

“don't make it bad···”

그녀의 떨림이 멈추고, 음악에 몰입했다.

처음 느꼈던 전율은 장난이라는 듯.

처음보다 더한 전율이 몸을 휘감았다.

1절이 끝나고, 2절에 와서도.

더 잘할 수 있다는 듯.

노래는 계속해서 좋아졌다.

신비롭고, 드라마틱했다.

두 명의 관람객은 음악에 빠져들었다.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저, 끝났어요!”

“너굴!!”

너굴맨은 환호했지만, 현규는 반응하지 못했다.

“현규 씨?”

“아, 죄송합니다. 너무 잘 부르셔서요.”

짙은 여운이 현규의 몸을 휘감았다.

여전히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괜찮았나요?”

“진심입니다. 너무 잘 부르셔서 놀랐습니다.”

현규의 대답에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노래를 부를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고, 고마워요.”

“회사에서 방침이 내려온 이유가 있었네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잘하실 줄이야.”

현규는 거듭해서 칭찬했다.

그럴수록 그녀 얼굴은 터질 듯 빨개졌다.

“회사 내려온 방침 말씀드릴게요.”

“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인사도, 멘트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직 노래만 부르시는 거예요.”

회사에서 내려온 방침은 파격적이었다.

“정말 그래도 돼요?”

“네. 회사 방침입니다. 아쉬우시면 인사나 멘트 추가해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노래만 할게요!”

역시나 현규의 생각대로였다.

방침이라고 해봐야.

결국, 현규의 방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보고, 판단하고, 결정했다.

<사고>는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채널 홍보 계획도 들어보실래요?”

“홍보 계획이 있어요?”

유튜브가 처음이라 생소한 모양이었다.

“네. 회사가 움직이는 건데요. 홍보 계획은 당연히 있습니다.”

“랜덤박스 채널에 같이 나와야 하나요?”

괜한 걱정이었다.

“너굴맨 일상채널에 송희 씨 노래 부를 때 모습을 조금씩 포함해서 올릴 생각입니다.”

“아! 그래서 캣타워를···”

정답이었다.

화면을 채우고, 홍보영상을 찍는다.

캣타워의 목적은 이렇게 2가지였다.

“네. 화면을 채울 겸, 일상영상에 홍보도 할 겸. 겸사겸사요.”

“신기해요. 의미 없는 것들이 없네요.”

비꼬는 것도 의례상 하는 말도 아니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순수하게 신기해했다.

“이렇게 매일 출근하시면 됩니다. 부르고 싶은 노래 연락해 주시면 저희 쪽에서 편곡해서 준비해 놓을게요.”

“그럼, 노래만 부르고 퇴근이에요?”

너무 빨리 끝나니 걱정인 모양이었다.

“네. 일하시는 시간보다 출퇴근 시간이 더 걸리시겠네요. 저희가 집 근처에 스튜디오를 차려드리고 싶은데, 중요한 장비들이 여기에 다 있어서요.”

“괜찮아요! 그런 게 아니라, 이래놓고 월급 받아도 되나 싶어서요.”

현규는 회사를 걱정하는 송희가 재밌단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요. 차비까지 받으셨죠?”

“네.”

“시간 없을 땐. 택시 타세요. 영수증 처리 해달라 그러면 해주니깐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말이지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4.

“여러분. 전 오늘 안녕하지 못합니다!”

“너굴너굴!!”

현규는 오프닝부터 화난 표정이었다.

“봤어요!! 나 다 봤어!”

“너굴?!”

너굴맨이 화들짝 놀랐다.

“너굴맨 일상영상! 아주 조회수!! 진짜 이럴 거예요!!”

“너굴너굴. 너굴. 너굴너굴.”

마치, 너굴맨이 현규에게 무언가 설명하는 것만 같았다.

“야! 너까지 그럴래!? 그래요. 우리 채널 최다 조회 수는 아직 너굴맨에게 뺏기지 않았어요.”

“너굴!”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헛일이었다.

“그거!! 촉수 물이더라!?”

“너굴!?”

대 실패였다.

“저 진지하게 이직 고민했습니다. 혹시, 성인물에 먹히는 게 아닌지!!”

“너굴!!”

너굴맨은 필사적으로 현규를 말렸다.

“그래도 날 생각해주는 건 너굴맨뿐이야.”

“너굴너굴.”

둘은 얼싸안고 서로를 토닥였다.

감동적인 장면은 여기까지였다.

“컷!”

“너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 떨어졌다.

“감동하셨다면, 랜덤박스 영상 좀 봐주세요!”

“너굴너굴!!”

현규는 짓궂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방금 장면은 너굴맨님이 연출하신 겁니다. 저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너굴너굴-!!”

화내는 너굴맨을 뒤로하고.

“그럼, 랜덤박스 상자깡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너굴!! 너굴너굴!!”

상자깡을 시작했다.

5.

현규는 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합니다!”

“굴.”

너굴맨은 삐져서 성의 없게 대답했다.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알림과 함께 멜로디가 들려왔다.

“기대된다. 너굴맨! 그치!?”

“굴.”

풀어주려는 현규와 여전히 삐진 너굴맨.

둘이 그러는 동안 새 알림이 떠올랐다.

-회피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회피반지가 나왔습니다.”

“굴?”

“혹시 모르니 인공이에게 물어보고 열겠습니다. 촉수는 절대 안 됩니다!”

섣불리 열지 않고 인공이에게 질문했다.

“이거 괜찮지?”

-괜찮습니다. 휴먼.

그제야 현규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은색 반지가 들어있었다.

“용도는?”

-이름 그대로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회피반지.

그렇다면 간단하다.

“회피시켜줘?”

-그렇습니다. 반지를 착용하면 회피력이 상승합니다.

“나쁘지 않은··· 잠깐만.”

현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회피력이 올라간 걸 어떻게 검증하지?”

-투사체를 피하거나, 공격을 피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불안한 생각은 정답이었다.

“그치? 회피력이 올라간걸,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이지?”

-그렇습니다. 휴먼.

무언가 날라오면, 현규는 피한다.

검증할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

“···”

잠깐의 침묵.

“회피반지?”

“굴?”

“회피반지!? 야이!! 미치셨어요?!”

현규는 삿대질까지 해가며 소리 질렀다.

“저번에는 촉수더니!! 이번에는 회피반지!? 아주 검증하다 죽겠다!! 죽겠어!!”

“너굴?!”

-쾅!

책상을 내리쳤다.

“설정팀 나오라 그래!!! 니들이 피해봐! 니들이! 시나리오팀!! 니들도 마찬가지야!!”

“너굴너굴!!”

연기는 여기까지였다.

“컷! 인공아 녹화 여기서 끊어.”

“너굴?”

대책 없이 저지른 게 아니었다.

“저번에 말했던 거, 사용 가능해?”

-가능합니다. 휴먼.

“가능성은?”

-다소 연습은 필요하겠지만,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해볼만했다.

“가까운 곳에 실내야구장 섭외해줘. 야구공 말고 고무공 사용 가능한지 물어보고!”

-알겠습니다. 휴먼. 라이브 시간은 언제로 하면 되겠습니까?

“저녁 10시.”

현규는 검증 방송이 기대됐다.

라이브방송 -6. 회피반지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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