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25화 (2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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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간 끌지 말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어떤 유튜버로 할지 결정하셨습니까?

현규가 쓰레기를 만들던 시절.

가장 많이 한 것이 분석이었다.

“응. 대충 윤곽은 나왔어. 예전에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 궁상떤 적이 있거든.”

-말해주시면 통계에 근거하여 조언해드리겠습니다.

오류를 잡아줄 사람까지 있으니.

현규는 그저 자기 생각을 말하면 된다.

“여자, 음악, 일반인, 20살 이상 이 4가지가 내가 생각하는 조건이야.”

-음악 유튜버를 만들 생각입니까?

당연히 음악 유튜버를 만들 생각이었다.

“응. 음악은 언어, 국가에 상관없이 보거든. 실제로 우리나라 탑 유튜버들 대부분이 음악 유튜버이기도 하고.”

-통계 데이터와 비교 분석합니다.

통계와 비교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통계자료와 일치합니다. 휴먼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좋아. 그럼 바로 질문할게.”

확인이 끝났으면, 이제 질문할 차례였다.

현규는 종이 위에 손을 올렸다.

“여자, 음악, 일반인, 20살 이상. 4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미래의 스타 유튜버를 알고 싶어요.”

-김송희. 22살. 맥도날드 청주 분평점 근무.

간단한 신상명세가 종이 위로 떠올랐다.

“인공아. 누군지 찾아봐 줄 수 있어?”

-인터넷을 검색하여 대상을 찾아냅니까?

인터넷을 뒤져 사람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인공이에게는 아니었다.

“연락처부터 찾아줘.”

-스카웃 제의입니까?

인공이는 현규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어. 바로 스카웃 할 거야.”

-이메일 주소 및 SNS계정 확인했습니다.

현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찾아냈다.

“오디션 영상이나, 노래 올린 영상 있어?”

-영상이 존재합니다.

음악 유튜버도 많은 종류가 있었다.

노래, 연주, 춤 중에 어떤 걸지 기대됐다.

“틀어줘.”

-영상을 재생합니다.

어두컴컴한 화면 어지러운 조명.

“노래방?”

교복을 입은 앳돼 보이는 소녀.

간주가 나오고 소녀가 노래를 불렀다.

현규는 넋 놓고 영상에 빠져들었다.

“이 영상. 어디 올라와 있던 거야?”

-2013년 4월 17일. 싸이월드 미니홈피 게시판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벌써 6년이나 된 영상이었다.

“친구들과 보려고 올린 건가? 그때쯤이면 싸이월드가 망하고 있을 때거든.”

-정확한 판단은 내릴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공개의 목적은 아닙니다.

영상이 유명했다면,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SNS쪽은 어때?”

-대상의 계정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SNS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을 때 잡아야 했다.

“이메일 주소는 있어?”

-충북대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이메일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용하고 있는 메일주소도 확보했다.

“계약하고 싶다고 근사하게 작성해서 메일 보내줘. 내 핸드폰 번호 남겨주고.”

-메일을 작성하여 보내겠습니다.

성공이 보장된 유튜버 스타.

“이건 투자하지 않는 게 등신이지.”

계약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2.

청주의 작은 옥탑방.

한 여인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왔다.

“너무 힘들다. 진짜.”

하루종일 일한 그녀는 녹초 상태였다.

“그래도 오늘 열심히 했어.”

빈방에 홀로 앉아 자신을 격려했다.

“아까 메일이 왔었는데.”

점심쯤 지나 도착한 기묘한 메일.

핸드폰을 꺼내 메일을 확인했다.

“으···이 동영상은 어떻게 찾았지?”

동영상은 자신의 흑역사나 마찬가지였다.

메일의 내용은 정말이지 신기했다.

“스카웃? 신종 사기인가?”

월급도 주고, 일도 어렵지 않다.

항상 하고 싶었던 노래도 할 수 있다.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조건이 좋아도 너무 좋은데.”

조건이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영상만 보고 이런 제의를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저희 쪽에서 기획한 다른 채널입니다? 유튜브?”

그녀는 메일에 동봉된 주소를 클릭했다.

예상대로 유튜브였다.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라이브 방송.

남자와 너구리가 그녀를 향해 인사했다.

3.

“질문은 다들 준비해 오셨어요?”

“너굴?”

rlaalswo-너굴맨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볼꺼임!

김호찬-난 이 채널 입사방법 물어본다 ㅋㅋ

ㄴ휴리-ㅋㅋㅋㅋ이것도 괜찮네.

현자타임-로또번호도 알려줄라나?ㅋㅋㅋ

ㄴ루스코-ㅋㅋㅋ검증까지 해준다 그랬으니 당첨안되도 당첨금 줄 듯 ㅋㅋㅋㅋㅋ

준비해놨는지 물어보기가 무섭게.

창의적인 질문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저 조금 불안한데요. 기왕이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안 될 질문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너굴너굴!”

현규의 말에 채팅창엔 야유가 쏟아졌다.

그 기세가 무서울 정도였다.

“경찰관님! 여기에요!! 여기 사회전복세력들이 있어요!!”

“너굴너굴!!”

돌로리스-ㅋㅋㅋㅋ난 아님. 난 로또임.

ㄴ시소-여기다!! 여기 배신자가 있다!!

ㄴ젤라-잡았다 요놈!!

현규의 드립에, 드립으로 대항했다.

채팅창을 읽던 현규는 웃음이 터졌다.

“아 진짜! 다들 질문 준비해오라니까! 드립 준비해 온 거에요!?”

“너굴?”

츄스-아부하지 마라. 오늘 우리 빠구없다.

“하여간 눈치들은 드럽게 빨라가지고.”

“너굴너굴.”

현규와 시청자의 대화를 듣던 너굴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짝!

현규는 손뼉을 세게 쳤다.

“다들 들어오신 거 같은데. 슬슬 시작할까요? 랜덤으로 추첨하겠습니다! 우리 채널에선 랜덤 선발이 룰입니다!”

“너굴!!”

rlaalswo- ㅋㅋㅋ하긴 랜덤박스 채널인데 랜덤이 국룰이긴 하지 ㅋㅋㅋㅋ

이제는 시청자들도 랜덤 선발에 적응했다.

다들 납득하고 있는 눈치였다.

“자 뽑습니다. 제발 건전한 질문을 해주실 천사분이 뽑히시길!!”

인공이가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추첨이 돌아가고, 한 명이 선정됐다.

갓날두형- 나임!? 씨발!! 나임!?

“욕 쓰지 마세요! 미친놈아!! 욕 그만 써!!”

시청자는 굉장히 흥분한 모양이었다.

갓날두형- 나한테 욕한거임? 적화통일 되는 방법 물어볼까? 아주 빨갱이 낙인 찍어줘!?

“아이고! 선생님. 제가 잠깐 흥분해서 그렇습니다! 이거 애들도 볼 텐데. 깜짝 놀라서 그랬어요!”

허리를 숙이고,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비굴 그 자체였다.

갓날두형- 기분좋아서 봐줌. 바로 질문하면 됨? 진짜 증명까지 해주는거임?

“회사 차원에서 해···아니 어쨌든 해드립니다. 해 보세요!”

의도적으로 한 말실수에.

갓날두형- 방금 신뢰 팍팍 생김.ㅋ

없던 신뢰가 절로 생겼다.

갓날두형-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함. 내 영원한 짝! 미래의 부인. 어디있음?

“···저 고객님. 이거 세상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드릴 수 있는 건데요.”

현규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갓날두형- 이거보다 중요한 일 있음? 채팅창 난리 났잖음. 쌉부럽다고.

“진짜 이걸로 하실 거에요?”

마지막 확인을 했지만.

갓날두형- 왜! 쫄림? 아니면 ㄱㄱ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에···그럼. 정확히 질문해 주세요. 연동되어 있으니. 채팅을 치시면 바로 답이 나갈 겁니다.”

갓날두형- 내 영원한 짝! 미래의 부인. 어디있나요?

장난기가 넘치던 그의 채팅이 진지해졌다.

화면에 2글자가 나타났다.

<없음.>

“저 고객님. 없으시다는 데요?”

갓날두형- 야이! 씨#$%#%^$#@#%.

“어허! 거 욕하지 마세요! 특수문자 채워도 욕인거 뻔히 보이거든요!”

갓날두형- 믿은 내가 등신시ㅏㅤㅜㄷ기삳구

결국, 시청자는 알수 없는 채팅까지 쳤다.

욕이긴 했지만, 너무나 슬픈 채팅이었다.

“갓날두형님. 슬퍼할 일 아니지 않아요?”

갓날두형- 위로 하지 마라. 형 지금 진지하게 슬프다.

현규는 담담히 설명을 이어갔다.

“제가 보기엔 좋은 일 같은데요?”

갓날두형- 평생 혼자 살아서 돈아끼고 아주 좋겠네!! 신나네 !!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없다는 거잖아요. 미래 부인되실 분이 아직 안 태어난 거 아니에요? 하도 연하랑 결혼하셔서?”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그럴싸하기도 했다.

갓날두형-설마!!

“축하합니다. 아주 도둑놈이셨네. 연하랑 결혼을 다 하시고!”

인간은 헛된 희망을 붙잡는다.

갓날두형-음.. 이 질문 응답기. 용한 듯. 아주 점쟁이여! 이거 확실함 100%임.

“캬!! 역시, 어린 분이랑 결혼하시는 분은 센스도 남다르시고!”

갓날두형-신뢰도 100점 찍어드립니다. 랜덤박스 채널 충성충성^^7

마지막 펀치를 날릴 차례다.

“메일 주세요. 진짜 검증해드릴 테니깐요.”

갓날두형-충성충성^^7 메일보냅니다. 파이팅하시고! 다들 구독과 좋아요! 눌러주세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4.

“어?”

“너굴?”

현규는 당황한 표정으로 질문권을 바라봤다.

“저 질문 카운팅이 안됐는데요?”

“너굴?”

순간,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아마 <없음>은 판정이 무효인가 본대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과장되게 놀란다.

현규가 씩 웃었다.

“뭐가 무슨 일이에요. 질문자 계속 뽑는다는 거지. 아마추어처럼 왜들 그러실까.”

“너굴!?”

질문과 해답은 계속해서 나왔다.

호치-내 특출난 재능은 뭐임?

<없음>

“저···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거 아니에요? 고르게 재능이 좋으시면 그럴 수도 있잖아요.”

호치-개소리 할래?

“최악이어도 어쨌든 뭘 해도 비슷한 재능이란 소리잖아요?”

호치-그치. 뭘 해도 뛰어나지 않은거지. 포장하기는. 이것만큼 개 같은 게 없어.

“반대로 생각하면 축복받은 거 아니에요? 어차피 재능이 비슷하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호치-난 배우하고싶은데. 해도 될까? 성공하기 힘들다던데. 재능도 없고.

“뭘 해도 똑같다니깐요. 우리 검증 해드리는 거 아시죠? 메일 주세요!”

또 다른 무효질문이 나오고.

새로운 질문을 받았다.

하쿠하쿠-?!! 오빠 사랑해요!!

“크!! 제 유일한 여자팬!! 하쿠하쿠님!! 뭐가 궁금하세요!?”

하쿠하쿠-오팬무!?

“오팬무? 줄임말이에요? 오빠 팬 무지 좋아요. 같은건가?”

채팅창은 ‘ㅋㅋㅋㅋ’로 도배됐다.

“틀렸어요?”

하쿠하쿠-오빠 ‘오.늘 팬.티색 무.엇!?’

“야!! 오팬무가 오늘 팬티색 무엇이야!?”

소리를 지를 때 화면에 답변이 나타났다.

<없음>

“여러분!! 아니에요!! 이거 답변 완전히 틀려요!! 어디 봐?! 내 눈봐!! 당장 눈 안 올려!?”

당황한 그의 모습은 정답임을 말해줬다.

하쿠하쿠-오빠♡ 검증해야죠!?

“아니야!! 야!!! 이걸 어떻게 검증해!!”

채팅창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검증해라!’ 라는 채팅만이 가득했다.

흡사 여기는 시위현장이었다.

“크흑. 검증합니다.”

현규는 바지를 클로즈업해 팬티 라인이 없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러분. 이거 저희가 준비한 거 아시죠? 제가 미쳤다고, 집이라고, 편하다고, 노팬티겠습니까!”

누가 봐도 이건 준비가 아니라 진짜였다.

루이스-ㅋㅋㅋ존나 웃기네 진짜 ㅋㅋㅋㅋ 노팬티 방송 미쳤냐?ㅋㅋㅋ 시나리오팀 아주 칭찬해.

ㄴ향향-역시! 시나리오팀! 일 잘하네!

ㄴ미유-ㅋㅋㅋㅋㅋ동의합니다.

시청자들은 놀리 듯이 시나리오 팀을 칭찬했다. 채팅을 본 현규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오. 아니라고도 못하겠고, 맞다고도 못하겠고. 미친다 진짜.”

“너굴너굴.”

너굴맨은 그런 현규를 위로했다.

진짜든 아니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채팅창은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5.

“마지막 뽑고 갈게요. 빨리해요.”

“너굴너굴.”

너굴맨은 여전히 현규를 위로했다.

김송희-어?

“김송희님 축하합니다. 질문 있으세요?”

현규는 잔뜩 맥빠진 목소리로 질문했다.

김송희-저 그냥 구경하러 온 건데. 제가 질문해도 괜찮아요?

“아! 이게 뭔지는 아세요?”

김송희-네! 첨부터 봤거든요. 모든 질문에 대답해 주는 물건 맞죠?

“네. 맞습니다. 편하게 질문해 주세요. 해답을 드리고, 검증까지 해드리니깐요.”

모두 그녀의 채팅에 집중했다.

김송희- 고민이 있어요. 요즘 정말 힘들고, 머리도 복잡해요.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장할 것.>

없음이 아닌 새로운 답변이었다.

“어?! 이 기만자!! 연애 이야기였어요!?”

김송희-그게 아닌데.

“솔로들이여 일어나라!”

채팅창에 숨어있던 솔로들이 일어났다.

김송희-취업이야기에요!!

“죄송합니다. 일어나신 솔로 부대원들이여.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채팅창이 진정됐다.

김송희-진짜예요? 답변 정말 맞는 거에요?

“김송희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송희-잘 모르겠어요.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서요.

긴말은 필요 없었다.

“해보세요. 검증해드린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김송희-아... 고마워요. 도움이 됐어요.

“메일 주세요. 검증해 드릴게요!”

김송희-네!

그렇게 마지막 질문이 끝났다.

“자! 여러분. 주작이라던 사람들 어디 갔어요!? 진짜라니까요!”

현규가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하는 사이.

그녀는 오늘 받은 메일에 답장을 썼다.

랜덤박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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