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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진짜! 더럽게 안 되네.”
아침부터 계속해서 연습했지만.
“어떻게 단 한 번도 성공을 못 하냐!!”
아무리해도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휴먼. 직업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상력과 창의력이 처참합니다.
인공이는 팩트로 사정없이 때렸다.
“아따! 인공님! 말이 좀 심하시네!?”
-저는 전적으로 사실만 말하고 있습니다. 휴먼.
현규는 애써 정신을 집중하고 떠올렸다.
-삐빅! 실패입니다.
“아! 그거 하지 말랬지! 나도 알아!”
‘저딴건 어디서 배워온 건지.’
어그로를 끌기 위해 웹을 돌아다니며 종종 이상한 것들을 배워왔다.
“이러면 생방송 못하는 거 아니야?”
이대로는 생방송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플랜B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어?!”
현규가 화들짝 놀랐다.
“플랜B가 있었어!? 그럼 지금까지 이 개고생은 왜 한 거야!?”
-플랜B가 난이도가 더 높기 때문입니다.
세상살이 쉬운 게 없었다.
“플랜B는 어떻게 하는 건데?”
-상황을 제가 통제하고 변화시킬 겁니다.
전부 현규 대신한다는 소리였다.
“그게 왜 더 어려워!”
-변화하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말로만 들어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어려워?”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생방송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었다.
“바로 해보자.”
-환경을 변화합니다.
현규가 서 있던 곳의 중력이 변했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은 하늘이 되었다.
“어!?”
놀라는 순간 [사고]가 발동했다.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법이 떠올랐다.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중제비를 돌아 바뀐 중력에 적응했다.
어느새 땅이 된 하늘에 서서 말했다.
“이게 어려워?”
-대단합니다. 휴먼. 짐승 같은 판단력과 적응력이었습니다.
인공이 특유의 칭찬을 한 귀로 흘렸다.
투덕거리며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그럼 생방 어떻게 할지 합을 맞춰볼까?”
-휴먼의 적응력과 판단력을 믿겠습니다.
지지부진하던 준비에 물꼬가 트였다.
2.
현규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책상 대신 의자 옆엔 테이블이 자리했다.
rlaalswo-ㅎㅇㅎㅇ. 너굴님은 어디계시냐!
하쿠하쿠-오빠!! 하이!! 오늘도 섹시해요!
마루에요-Hi!! 오늘 책상 어디 감!? 몸 씀 오늘?ㅋㅋㅋㅋ
시청자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러분. 모두 안녕하세요?”
평소와 다른 진지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하쿠하쿠-?!! 오빠!! 목소리...
김호찬-ㅋㅋ오늘 왜 시작부터 개폼임?
ㄴ미루찬-ㅋㅋㅋ한결같은 컵샙충이야ㅋㅋ
“오늘 상자깡 방송이 없어서 놀라셨나요?”
현규는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미욤- 도대체 뭐가 나왔길래. 이렇게 길게 빌드업질을 ㅋㅋㅋㅋㅋㅋ
“나온 물건 때문에 제가 더 놀랐습니다.”
채팅에 굴하지 않고 컨샙을 유지했다.
“영화 <인셉션> 보셨나요?”
마루-쌉띵작!!! 봤음 ㅋㅋ 꿀잼.
희희미미-ㅋㅋㅋ영화는 왜? 랜덤박스에서 아니 잠깐만.
ㄴ호롱이-너도 느낌 옴? 나도 옴ㅋㅋㅋ
“잠깐만요. 희희미미님 호롱이님 스포하시면 안됩니다. 그거 맞는 거 같으니까 넣어두세요.”
희희미미-ㅋ컨샙 슬슬 깨져가죠?ㅋㅋㅋㅋ
호롱이-퍄퍄. 어떻게 구현하려고 그러나.
“아닙니다. 저는 무척이나 진지합니다.”
깨져가던 컨샙을 부여잡았다.
“그럼, 오늘 상자에서 나온 물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너굴. 너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너굴맨은 낑낑거리며 은색 알루미늄 가방을 가져왔다.
“너굴.”
“고마워. 너굴맨.”
가방을 받아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렸다.
김호찬-ㅋㅋㅋ나도 눈치챔.
ㄴ박휘-뭐임?? 가방?? 같이 좀 알자!!
휴리스-ㅋㅋㅋ나도 뭔지 알겠다ㅋㅋㅋ
ㄴ박휘-나만 몰라!? 나만 등신이야!?
가방은 인셉션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시청자들 대부분이 눈치챘다.
“인셉션에 나왔던 ‘드림머신’입니다.”
이번 라이브방송의 목적지는 꿈속이다.
3.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드림머신은 말 그대로 꿈속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기계입니다.”
현규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원리는 약물을 주입해서 어떻게 하는 거 같은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시청자들도 현규의 말에 동의했다.
“꿈속에 들어가면 무엇을 할 수 있냐? 이게 중요한 거죠.”
잠시 말을 끊고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꿈속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만들거나, 도시를 만들거나, 행성을 만들거나.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모든 일이 가능합니다.”
김호찬-ㅋㅋ좋아 일단 속아줄게. ㅋㅋㅋ그래서 꿈속은 어떻게 보여주시려고요?
가장 필요한 질문이 나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랜덤박스에서 나온 이 드림머신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습니다. 꿈속을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김호찬-나 느낌 왔다. 스포해도 됨? 근데 내가 말하면 생방 조질수도 있음ㅋㅋㅋㅋㅋ
ㄴ루이비홍- 뭔데?ㅋㅋㅋ
갑자기 비밀을 밝혔다는 채팅이 올라왔다.
이미 인공이랑 대비가 끝난 일이었다.
“그럼 꿈속으로 진입해 볼까요?”
현규는 의도적으로 채팅을 무시했다.
김호찬-이렇게 시끄러워졌는데 채팅 언급 안하는 거 보면 내 생각이 맞네.
ㄴ수음왕비룡-뭐임? 진짜 찾은거 같은데.
ㄴrlaalswo-ㅋㅋㅋ시청자 닉네임 수준.
그동안 현규는 가방을 열어 호스를 팔에 연결했다.
김호찬-ㅋㅋㅋ이거 녹화본임. 진짜는 특수효과 세트장에서 대기하고 있겠지.
ㄴ바룽-어!! 진짜 그렇겠내!
이 정도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현규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네? 김호찬님.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그런데 채팅창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김호찬-오오! 여까지는 예상했다 이거지? 녹화본 여러 개 만들어서 상황에 맞춰 트는 거임. 이름만 끼워넣고. OK?
억지긴 하지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믿으시려나요? 뭐든지 미리 녹화되어 있다고 하시면 끝이 없잖아요.”
다시 한번 그를 도발했다.
김호찬-내가 말하는 행동 취해보셈.
그가 현규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좋습니다. 여러분 동의하시나요?”
시청자들은 전부 김호찬의 편이었다.
모두가 동의를 하고 있었다.
김호찬-엄지발가락 빨면서 ‘이히 너무 맛있?!’ 외치면 ㅇㅈ. 이건 녹화해놓을 수가 없다.
ㄴ초롱이-ㅋㅋㅋㅋㅋㅋ쌉인정.
ㄴ우효-난 이건 녹화여도 인정ㅋㅋㅋㅋ
“네?! 그건 또 무슨 개소리에요!!”
진중한 컨샙은 깨진지 오래였다.
김호찬-그냥 녹화 인정하셔도 됨.
“야이! 악마야!!”
김호찬-어!? 왜 당황하지?ㅋㅋㅋㅋㅋ
ㄴ루비-그러네? 쫄리나보네?ㅋㅋㅋㅋ
ㄴ휴스턴-아니 쫄렸네. 쫄렸어.
ㄴ미윤-이 사람들 악마란 말 딱 맞음 ㅋ
현규는 발을 붙잡고, 얼굴로 올렸다.
“난 쫄지 않았드아!!”
입에 넣으려는 순간.
-드림머신을 가동합니다.
인공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규는 그 상태로 잠이 들었다.
김호찬-까비ㅋ 설마 진짜 할줄이얔ㅋㅋ
ㄴ윤스-ㅇㅇ? 진짜 하라고 한거 아님?
ㄴ김호찬-ㅋㅋ아닌데? 애초에 녹화로는 저렇게 자연스럽게 못땀.ㅋㅋㅋ
ㄴ윤스-ㅋㅋㅋㅋ미친ㅋㅋㅋ진짜악마네.
채팅창 글이 빠르게 올라갔다.
잠든 현규의 팔찌가 잠시 반짝였다.
4.
-가상현실 시스템에 접속 완료되었습니다.
눈뜨기도 전에 인공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채팅창을 불러옵니다.
“오케이! 보인다!”
눈앞에 알림창처럼 채팅창이 떠올랐다.
-녹화를 가동합니다.
“큐사인 넣어줘!”
-3
멍청하게 있을 때가 아니었다.
-2
정신을 차리고, 집중한다.
-1
마지막으로 텐션을 끌어올렸다.
“제 꿈속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김호찬-아 진짜! 어떻게 한거임? 내가 이쪽 업계라 진짜 너무 궁금함 ㅋㅋ 화면 전환까지 5초 안걸렸지?
ㄴ화룡-ㅇㅇ 5초 안걸림ㅋㅋ 개 신기하네.
밀랑-여기 뭐야?ㅋㅋㅋ정신병 걸리겠다.
“김호찬님. 아니 사탄님. 오늘 더는 사탄의 질문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현규는 호기롭게 외치고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에 놀라셨나요? 이제부터 여길 여러분과 함께 채울 생각입니다.”
채팅창은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진정하세요. 아 쫌!! 이 사탄들아!!”
이렇게 해서는 진행이 되질 않았다.
“맨날 하던 거 있죠? 한 분을 선정하겠습니다! 보고 싶은 게 있는 분들은 채팅 쳐주세요!”
잠시 후, 시청자가 선정됐다.
인공덕후-어!? 나임?ㅋㅋㅋㅋㅋㅋㅋ
“닉네임부터가 불안하네요. 보고 싶은 것 있으세요?”
닉네임에서 짙은 또라이의 향기가 풍겼다.
인공덕후-뭐든 됨?
“그럼요. 모든. 세상의 그 무엇이 보고 싶다고 해도 됩니다.”
인공덕후-진짜 모든 되는거임!? 진짜 다되는거 맞음!?
계속해서 되묻는다는 것은.
그만큼 무리한 요청이란 말이었다.
“예. 방송이 못 나가는 것만 아니면요!! 19금 쪽은 진짜 생각도 하지 마세요!”
혹시나 해서 덧붙인 당부였다.
인공덕후-아! 까비.
“까비요? 저 불안한데 괜한 오해죠? 그렇죠? 그렇다고 말해요! 어서!”
당부한 것은 다행이었다고 생각한 순간.
인공덕후-흥분 ㄴㄴ요. 뭐든지 만들 수 있으면 인공 누님도 만들 수 있음?
“네?”
상상도 못 한 주문이 들어왔다.
5.
지금 현규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이건, 회사를 통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 흠흠! 아닙니다! 인공이요? 당연히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긴 제 꿈속입니다.”
(-휴먼. 불가능은 아닙니다.)
인공덕후-회사? 그냥 출연은 안됨?
실수인 척 말을 흘리며 시간을 벌었다.
“무슨 소리세요! 여긴 제 꿈속! 모든 건 제 뜻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라는 지시로 판단하겠습니다.)
인공덕후-ㅋㅋ아재ㅋㅋ당황하지 말고! 울지말고! 못 만드는거 딱걸렸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안 울거든요! 진짜 만들 수 있거든요!”
(-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인공덕후-그렇게 자신있으면 내기 ㄱㄱ?
잠시 시간을 끄려던 일이 조금씩 커졌다.
“좋습니다! 덤벼요!”
인공덕후-못 만들면 인공 누님 팬 사인회 열어줘요! 진짜로! 채널 이름 걸고!
이건 시간 싸움이었다.
현규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야 했다.
“오케이. 대신 제가 만들면 너굴맨 인형 탈 쓰고, 명동에서 3시간 동안 랜덤박스 채널 홍보해요! 딜?”
인공덕후-딜!!!!! 인공 누님을 영접한다!!!
초조하게 인공이의 연락을 기다렸다.
“좋아요. 인공이 인스타로 DM보내요. 확인되면 만들어 줄라니까!”
인공덕후-딱 기다려!!
ㄴ김호찬-이건 시간승부임. 최대한 빨리 다셈 ㅋ 회사승인이 먼저냐! DM이 먼저냐!
ㄴ미나링-제발!! 인공누님 팬사인회하면 뛰어간다 진짜!! 인공덕후 너만 믿는다!!
ㄴ초록별-ㅋㅋ인공덕후 져도 재밌을 듯 ㅋㅋ 너굴맨 탈쓰고 홍보 ㅋㅋㅋㅋ
채팅엔 응원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채팅이 올라왔다.
인공덕후-ㅋㅋ헤이 맨. DM보냄. 근데 어쩌나 꿈속에서 어떻게 확인하시나!?
“아···그것도 그렇네요. 보내셨다니. 믿고 가는 수뿐이네요? 아니면 잠깐 일어나서 확인해 볼까요? 확실한 게 좋겠죠?”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고 했지만.
인공덕후-시간 끌지 말고! 당장 만들어 보시죠!ㅋㅋㅋ 10초 이내에 못하면 내가 이긴거임.
ㄴ호롤로-10초!! 공정하게 진행해라!!
ㄴ마라궁-ㅇㅈㅇㅈ 쌉인정. 10초임.
시청자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진짜! 이 악마들아!!”
소리를 지르며 하늘로 양팔을 뻗었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외쳤다.
“인공님 나와주세요!! 제발요!!!”
인공덕후-응. 안 나와. ^^7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인공님!! 제발!! 신이시여!!!”
(-생성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인공님!! 나와주세요!!”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제정신입니까 휴먼?”
그곳엔 표정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야. 너 무슨 표정이 그래.”
황당함과 어색함을 풀어보고자 던진 말은.
“표정 프로그램을 취소합니다.”
인공이의 표정을 사라지게 했다.
“만족하십니까. 휴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무표정.
그녀는 현규를 지긋이 쳐다봤다.
“아···아니 그게···”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생방이었다.
라이브방송- 4. ???검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