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16화 (16/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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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휴먼. 답장이 왔습니다.”

“진짜!? 뭐래!?”

이렇게 빨리 답장이 올 줄은 몰랐다.

“허락입니다.”

“크!! 내가 말했지!? 유튜버라면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이라니까!”

사람들의 관심과 합방의 소재.

유튜버라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정확히 그 내용이 담긴 답변이었습니다. 감탄했습니다. 휴먼.”

“좋아 좋아! 날짜는!? 아!! 말하지 마! 맞춰 볼게. 자신 있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추론할 단서는 충분했다.

“내일? 맞지?”

“···정답입니다. 휴먼.”

인공이는 어쩐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왜? 내가 맞출지 몰랐어?”

“짐승들이 직감이 있다고 하던데, 너무 미개해서 직감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휴먼.”

정답이었지만, 평가는 짐승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현규에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어떻게 맞췄는지 안 궁금해?”

“설명은 요약해서 부탁합니다. 휴먼.”

평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현규가 설명하고 인공이는 듣는다.

“수락했다는 것 자체가 방송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거지. 거기다 ‘거절할 수 없다는 제안’이란 말을 했다? 욕심도 있고, 능력도 있다는 소리지. 그럼 간단해.”

“간단합니까?”

의아한 인공이 와는 달리 자신이 넘쳤다.

“그래. 간단해. 관심은 빠르게 식어. 능력이 있다면 이걸 알았을 거야.”

“여기까지 이해했습니다. 휴먼.”

빠르게 식는 관심을 잡을 방법.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관심이 식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행동하는 것.”

당연하다면 당연한 정답이었다.

“그러니깐 내일인 거야.”

[사고]가 있기에 할 수 있는 추론이었다.

“가정을 통해 추론하여. 완벽한 결론을 냈습니다. 인정합니다. 휴먼. 대단합니다.”

현규는 기어코 인공이의 인정을 받아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휴먼.”

“잘 거야. 내일 간다고 답장 보내줘.”

[사고]의 발동으로 피곤함이 몰려왔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 휴식이 먼저였다.

2.

“랜덤박스 영상은 저녁에 올릴거야. SNS로 알려줘.”

점심에 생방송이 예정되어 있었다.

녹화하고 갈 시간이 없었다.

“그 외 필요하신 건 없습니까. 휴먼?”

필요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많아. 우선, 무선통신 밖에서도 되지?”

“언제.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어떻게 가능한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통신 연결은 해결됐고, 그럼 조그마한 기계 만들어 줄 수 있어?”

“어떤 용도로 사용할 기계입니까?”

너굴맨의 울음소리를 납득시킬 기계였다.

“너굴맨의 ‘너굴’ 말도 안 되는 거 알지? 그걸 이해시킬 가짜 기계야.”

“그럴싸해 보이기만 하면 되겠습니까?”

인공이는 빠르게 이해했다.

“맞아! 만들어만 줘. 내가 너굴맨한테 설명할게.”

“이해했습니다. 제작까지 10분 걸립니다.”

“알겠어. 나도 준비할게.”

현규는 준비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의상을 도와줄 변환반지.

써포트를 해줄 인공이.

함께 출연할 너굴맨.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7대 죄악.

합동방송을 하게 만든 조미료와 와인까지.

“온통 랜덤 박스에서 나온 것들이네.”

“너굴?”

너굴맨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아냐. 그냥 요즘 즐거운 거 같아서.”

“너굴너굴.”

현규의 말에 찰싹 붙어 애교를 부렸다.

“시간이 없습니다. 휴먼. 집사님을 꼬득여 놀 생각은 지양해주기 바랍니다.”

미소를 짓던 현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합방하기 좋은 날이었다.

3.

사람의 첫인상은 무엇일까?

“사람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

그렇다면 그 느낌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면?

인위적으로 좋은 첫인상을 만들 수 있다.

“나 성욕의 종말을 바란다.”

중2병 넘치는 말이었지만, 효과가 좋았다.

창피해서 더욱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성욕이 사라지길 바란다.’

-임계치를 넘어 성욕이 사라집니다.

-7대 죄악이 역전됩니다.

-‘7대 주선’이 강제 발동됩니다.

성욕이 사라지고 순결이 나타난다.

-[성욕]->[순결]로 변화합니다.

-순수하고 깨끗함(육체)

-순수하고 깨끗함(정신)

-순결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성욕과 순결은 그 능력이 다르지 않았다.

둘 다 매력을 증가시킨다.

성욕은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매력.

순결은 맑고 깨끗하고 투명한 매력.

첫인상으로 성욕보다는 순결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주선도 죄악과 마찬가지로 7가지다.

그중 2가지는 이런 상황에 특화되어있다.

“나 교만의 종말을 바란다.”

‘교만이 사라지길 바란다.’

-임계치를 넘어 교만이 사라집니다.

-7대 죄악이 역전됩니다.

-‘7대 주선’이 강제 발동됩니다.

-[교만]->[겸손]으로 변화합니다.

-존중과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

-대화 시 편안함을 유발합니다.

-겸손한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겸손하고 순수한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받기 마련이지.”

“너굴너굴!”

이건 너굴맨조차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아까 준비할 때 알려준 거 기억하지?”

“너굴!”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너굴맨은 믿는다.

“믿는다. 너굴맨!”

“너굴너굴!”

모든 준비가 끝나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희 도착했습니다.”

“네?! 지금 어디세요?”

그녀는 당황한 눈치였다.

“적어주신 주소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연락을 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주차장이세요?”

당황은 한층 더 심해졌다.

“예. 주차장에 있습니다. 올라가도 될까요?”

“그···아니 네! 올라오세요! 천천히 오셔도 되고, 그게 아니라.”

그녀는 횡설수설했는데 뭐가 필요한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마침 제가 전화할 곳이 있어서요. 1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10분 정도 뒤에 올라가도 될까요?”

“정말요! 감사합니···아니! 천천히 전화하고 올라오세요!”

어찌나 크게 이야기했는지 핸드폰 밖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울릴 정도였다.

“너굴?”

너굴맨은 무슨 일인지 궁금한 눈치였지만.

“10분만 있다가 올라가자.”

현규가 해줄 말은 이것뿐이었다.

4.

그녀의 웃기지도 않았던 행동은 모두 어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합동방송만 생각했지. 생각해보면 남자가 집에 오는 건데.”

카페에서 만나 간단한 영상을 녹화는 형식의 합동방송은 몇 번 있었지만.

“처음인데.”

집에서 하는 합동방송은 처음이었다.

“진짜 미쳤어! 계약에 눈이 멀어서 이런 당연한 걸 생각하지 못하냐!”

괜한 긴장으로 잠을 자지 못했다.

거기서 하나가 꼬이자 계속 꼬여만 갔다.

“합방 날 늦잠을 자냐!! 김미영이 똥 멍청이야!!!”

촬영 장비는 전날 준비했지만 자고 일어난 본인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도착 전 준비를 끝냈다면 문제없었겠지만, 씻고 머리를 말릴 무렵 전화를 받았다.

“직원이 따라온 건가?”

전화 건 남자는 진중하고 친절했다.

“목소리도 맑은 것··· 미쳤구나. 미쳤어.”

덧 없는 망상이 떠오르기 전.

그녀는 생각을 끊어내고 빠르게 움직였다.

5.

“안녕하세요.”

현규는 그녀의 머리가 젖은 걸 보고 왜 시간이 필요했는지 눈치챘다.

“아! 안녕하세요!”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준비가 덜 끝나 당황한 그녀를 진정시키는 게 먼저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 이현규라고 합니다. 랜덤박스 채널에서 사회를 보고 있습니다.”

“전! 김미영이에요. 요리못하는여자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통성명으로 긴장을 풀어주려는 게 아니다.

진짜는 이다음이었다.

“너굴맨. 너도 인사해.”

“구우.”

너굴맨은 그녀의 손에 머리를 문지르며 지금까지와 다른 울음소리를 냈다.

“너굴맨! 반가워.”

그녀의 긴장은 너굴맨의 애교 한 방에 눈 녹듯 녹아내렸다.

“구우, 구우.”

미영이가 너굴맨을 쓰다듬어주자 너굴맨은 기분이 좋은 듯 골골거렸다.

“역시 너굴이라곤 안 하네요?”

긴장 풀린 그녀가 자연스럽게 질문했다.

“진짜 너굴이라고 하면 무서운 거죠.”

현규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도 너굴 하는 모습 보고 싶었어요.”

“그래요? 그럼 재밌는 거 보여드릴게요.”

현규는 너굴맨 턱에서 작은 기계를 떼어냈다.

“이게 저희 쪽 채널에서 만든 장비에요.”

“장비요?”

“예. 특수효과다. 후처리 작업이다. 말이 많은데 실제로는 너굴맨이 요거에 도움을 받아 내는 거예요.”

그녀는 눈을 빛내고 기계를 쳐다봤다.

인공이가 만든 작은 기계는 진짜 같았다.

“이걸 작동시켜서 다시 원래 있는 곳에 붙이면?”

“너굴!”

“진짜 너굴맨이 나타납니다.”

“너굴맨!!”

‘너굴’ 한 마디에 그녀는 K.O. 당했다.

“어떻게! 이거! 어떤 원리에요!?”

미영이의 눈은 무서울 정도였다.

“저도 잘은 모르는데, 성대 쪽 떨림을 감지하면 구우 하는 전, 후에 음성을 추가하는 방법이라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선명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나요?”

당연한 의문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매일 보는 저도 신기해요.”

“너굴!”

결과물이 눈앞에 있었다.

“신기한 정도가 아니에요! 이건 귀여움의 결정체를 만든 거예요!”

“너굴너굴.”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녀의 품에는 너굴맨이 행복한 표정으로 안겨 있었다.

“이제 생방송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네!”

“너굴!”

본격적으로 생방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대본이나 흐름을 정해두신 게 있나요?”

“없어요. 그냥 상황 보면서, 자유롭게 해주시면 돼요. 혹시 대본 필요하신가요?”

다행히 그녀는 대본을 작성하고 그대로 녹화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저희 쪽에도 2명은 대본이 없습니다.”

“너굴맨과 현규 씨요?”

맹해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일에 들어가자 그녀는 정반대로 변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저희는 흐름에 자유롭게 따라가겠습니다.”

“네. 진행은 요리, 조미료, 시식 순으로 이어질 거에요.”

평범하다면 평범한 무난한 흐름.

“추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추가요?”

“진짜 맛있을지 맛없을지 시청자들은 확실하게 느낌이 오지 않을 거예요.”

‘한 번에 두 가지 이득을 취한다.’

생방에서 두 가지 이득을 취할 생각이다.

“구독자들에게 맛없음을 어떻게 전달할지 저도 그게 고민이에요. 지금뿐만이 아니라 매번요. 제 방송 보셨어요?”

“예.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이 봤습니다.”

물론. 전혀 아니었다.

딱 2편. 2편으로도 충분했다.

“요리를 망치고,

맛없는 음식을 먹는 걸 보여주고,

구독자들은 좋아하고,

이런 형식으로 운영하시는 거 맞죠?”

그녀는 조금 기묘한 채널을 운영했다.

놀림받고, 괴로워하는걸 컨탠츠로 삼았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깐. 제 채널 엉망 같아 보이네요.”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전략기획팀에서 미영님 채널 분석한 거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에요. 무엇보다 구독자 수가 증명하잖아요.”

구독자 30만.

기묘한 채널이지만 성공한 채널이었다.

“그래요?”

그녀는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고민하시던 부분을 해결할만한 장치가 있으면 어떨까 해서요.”

“그런 게 있어요!?”

프로는 프로였다. 고민을 해결할 방법에 기쁘다기보다는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냉철한 전문가 한 분을 모셔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얼마나 맛없어졌는지.’

‘양념이 섞이면 어떻게 되는지.’

계속 지적과 설명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참견하는 방송.

“좋은데요!”

그녀의 생각에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이 아이디어 받아도 될까요?”

“이대로 받으시게요? 저는 추가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현규의 의견은 이제 시작이었다.

“네?”

“합동방송은 같이하는 거니깐요. 좋은 생각이 있으면 준비해와야죠.”

“설마. 준비해 오셨어요!?”

현규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럼요. 제 채널 보셨어요?”

“네! 다 챙겨봤어요! 너굴맨 너무 귀여워요. 너무 사랑스러워요!”

“너굴너굴.”

뭐에 집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 봤다는 것이 중요했다.

“전문가. 면접 보시겠어요?”

“면접이요?”

핸드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냈다.

누군가에게 연락할 필요는 없었다.

메모장 어플을 열어 글을 작성했다.

오늘 놀 생각 아니지?

들었으면 빨리 연결해.

작성을 끝낸 순간.

-블루투스 스피커가 연결되었습니다.

블루투스 스피커가 연결되었다.

-제정신입니까. 휴먼?

“전문가. 인공님이십니다.”

일은 같이해야 제맛이다.

합동방송-1. 요리못하는여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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