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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리를 못하는 그대에게.
“긴급 방송을 하게 됐습니다.”
“너굴!”
너굴맨은 평소와 달리 적극적이었다.
“너굴맨의 흥분한 모습 보이시나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왜 이런지 설명하겠습니다.”
현규는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너굴맨님은 프로이십니다. 유튜브 반응도 적극적으로 확인하시고, 댓글의 피드백을 받아 녹화를 진행하십니다.”
“너굴!”
너굴맨은 턱을 치켜들고 자신을 뽐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댓글을 확인하시던 중 도움을 요청하는 댓글을 보셨습니다.”
“너굴. 너굴너굴.”
현규의 말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댓글 하나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쪽지를 들어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요리 못하는 여자님께서 남겨주신 댓글입니다. 제 음식도 맛있어질까요? 도와줘요. 너굴맨!”
쪽지에서 눈을 떼고 카메라를 응시했다.
“요리를 못하는 그대를 위해.”
“너굴!”
너굴맨에게 카메라 줌이 당겨진다.
“너굴맨님께서 출동하실 예정입니다.”
“너굴.”
너굴맨의 비장한 표정과 함께.
“너굴너굴.”
작은 손으로 맡겨만 달라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는 모습이 잡혔다.
“너굴너굴!!”
“요리 못하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이메일로 보내겠습니다.”
너굴맨은 현규의 어깨 위로 올라가 목마를 타고 양팔을 하늘로 뻗었다.
“너-굴!!”
너굴맨의 포효와 함께.
“구독자 여러분. 조미료가 진짜란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영상이 끝났다.
2.
“휴먼. 상대방에게 말도 없이 영상을 제작하면 무례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공이는 현규에게 물었다.
“설마, 지금 예의에 대해 말하는 거야?”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예의를 가르친다?
아이러니하면서 묘하게 웃긴 일이었다.
“이건 상식이라고 하는 겁니다. 휴먼.”
얄밉지만, 정론이었다.
“저번에 했던 이야기 기억해?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들의 특징?”
“관심을 바란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관심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고, 저쪽에서 재미로 댓글을 달았는지 정말 요청하고 싶어 댓글을 달았는지 ‘의도’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진짜 의도가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더 중요하단 말입니까?”
“정답. ‘관심’이 중요한 거야.”
“관심을 끌기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을 만든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영상을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주목과 관심을 끌기 위해.
상대방의 의도는 그다음 문제다.
“거기다 댓글 달았던 유튜버는 겸업이 아니라 전업 유튜버야.”
직장인이 취미로 하는 유튜버가 겸업.
직업 자체가 유튜버인 사람이 전업.
“전업 유튜버는 이게 직업이야. 단순히 웃기자고 댓글을 달았을 리가 없지.”
전업 유튜버들에겐 이게 생업이었다.
“노린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휴먼?”
“그렇지 않을까? 진짜 내 채널을 구독 중이라 팬심에 달았다고 해도 상관없어.”
노렸든 팬이든 만나고 싶어 할 것이다.
“구독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이런 일이 일어나길 기대한 겁니까 휴먼? 감탄했습니다.”
‘아···’
전혀 아니었지만, 내색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지만.”
“겸손할 필요 없습니다. 휴먼.”
진짜 노린 거였다면 자랑했겠지만, 얻어 걸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식은땀이 흘렀다.
현규는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다.
“각이 나왔으니깐 작업 한번 해볼까?”
“지시를 기다립니다.”
채널에는 기묘한 소문이 붙어있었다.
-대규모 자본이다.
-수십 개의 팀이 있다더라.
사람들이 만든 소문은 커져만 갔다.
“소문을 이용해 보자.”
“어그로를 끄는 겁니까?”
인공이는 입소문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입소문 말고, 우리 채널에 붙어있는 루머. 그걸 이용해 보자고.”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루머에 맞춰서 작업할 생각이었다.
“채널 전용 메일 만들 수 있어? 폼나게.”
“가능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메일은 중요했다.
루머를 마치 사실처럼 보이게 해준다.
“메일을 보낸다면 어떤 부서가 좋을까?”
“전략기획부서는 어떻습니까?”
전략기획부서.
있어 보이고 앞뒤 사정도 맞아떨어졌다.
“좋아. 전략기획부서 쪽 메일로 연락해. 메일 주소는 그쪽 채널 영상에 첨부되어 있을 거야.”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는 광고나 문의를 받기 위해 대부분 남겨 놓는다.
“메일 주소 확인했습니다.”
“내용은 댓글 보고 연락했다고 해. 나랑 너굴맨만 참여할 수 있고 촬영은 그쪽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곳에서 촬영은 불가능했다. 집에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포함 내용을 숙지하였습니다. 메일을 작성합니다.”
인공이는 순식간에 메일을 작성했다.
진짜 회사에서 보내는 메일 같아 보였다.
“진짜 같은데?”
“여러 회사의 서류를 참고하였습니다.”
잠깐 사이 서류를 확인하고 양식에 맞춰서 작성했단 소리였다.
“역시! 인공님!”
“경배하길 요청합니다. 휴먼.”
메일이 요리를 못하는 그대에게 날아갔다.
3.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힘찬 인사와 함께 방송 녹화를 시작했다.
“여러분. 오늘 갑자기 올라온 영상편지에 당황하셨나요?”
“너굴?”
현규는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너굴맨이 책임감이 넘치는걸 어쩌겠습니까!”
“너굴너굴!!”
너굴맨은 작은 손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크!! 이 당당한 모습! 역시 너굴맨!!”
“너굴!!”
자신 넘치는 모습은 당당하기보단 귀엽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연락을 저희 쪽에서 드렸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생방송은 답변을 듣고 나서야 결정이 가능할 것 같네요.”
“너굴!!”
거절할 때 진행될 생방도 설명했다.
“만약에, 그분께서 싫다고 하시면, 김윤석님이 남겨주신 댓글대로 생방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너굴?”
메모지를 들고 읽어 내려갔다.
“1. 음식 재료와 양념 30가지를 준비한다.
2. 투표를 통해 선정된 재료와 양념만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
단, 양념 양은 큰 수저 2개로 통일한다.”
구독자가 남긴 댓글 중에 쓸만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거절한다고 해도 문제없었다.
“우리 구독자님들이 얼마나 창의력이 넘치시는데. 이건 완전 음식을 먹지 말란 소리네요.”
“너굴!!”
너굴맨조차 현규에 말에 동의했다.
“너굴맨까지 동의하잖아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우리에겐 환상의 조미료가 있으니깐요!”
“너굴너굴!”
쓰레기를 만들어 조미료로 완성한다.
“아주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만약 합방이 무산되면 이 방법으로 생방 진행하겠습니다.”
“너-굴!?”
진짜냐는 듯 너굴맨이 현규를 쳐다봤다.
“미안하다. 너굴맨. 거절당하면 진짜 할 거야.”
“너굴···.”
너굴맨을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그럼 상자깡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너굴.”
시무룩한 너굴맨과 하이텐션의 현규.
두 명의 대조가 묘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너굴맨님 텐션도 떨어지신 거 같은데 빠르게 열도록 하겠습니다!”
“너굴.”
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알림음이 떠올랐다.
“예! 오픈합니다!”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너굴맨! 걱정하지 마! 연락 주실 거야!”
“너굴?”
그제야 너굴맨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너굴맨이 생각하기에도 구독자 아이디어는 끔찍하지?”
“너굴!! 너굴너굴!!”
절대 싫다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만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샤또 디켐 1811(지구, 레플리카)
-지구의 물건이 지구로 도착합니다.
-레플리카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판매 시 제재가 들어옵니다.
-병의 모양과 라벨이 변화합니다.
-샤또 디켐 2822을 획득하였습니다.
알림을 듣고, 당황해 말을 하지 못했다.
‘지구? 레플리카? 재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때 도움의 손길이 내려왔다.
-차후 설명하겠습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휴먼. 제가 전력으로 써포트 하겠습니다.
인공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 멍청히 있지 마!’
빠르게 [사고]가 발동됐다.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보였다.
“딱딱하게 굳은 제 얼굴 보이시나요?”
“너굴?”
여전히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 이제 진짜인지 모르겠네요.”
-샤또 디켐의 와인은 고가의 와인입니다.
현규는 상자를 열며 말했다.
“제가 살아생전 이 비싼 와인을 볼 줄 몰랐습니다.”
-프랑스에 제조되는 와인으로 굉장히 유명한 와인입니다.
와인병을 조심스럽게 꺼내며 말했다.
“샤또 디켐이라는 와인입니다. 유명한 곳이죠. 저야 와인을 잘 모르지만, 이름은 들어 봤습니다.”
라벨에서부터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다.
“크. 비싼 게 라벨에서부터 느껴지네요.”
“너굴.”
-샤또 디켐 1811이 1억 원 정도 합니다.
인공이는 계속해서 써포트를 해줬다.
“샤토 디켐 1811이 1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비싸고 높을수록 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심스럽게 카메라에 와인을 비췄다.
도움은 여기까지였다.
지금부터는 혼자 이끌어 나가야 했다.
“몇 년인지 보이시나요?”
라벨에는 2822라고 적혀 있었다.
“1811이라 적혀··· 어? 2822?”
“너굴?”
잠시간 침묵에 잠긴다.
“하하. 제가 눈이 침침한 모양이네요. 1811이 2822로 보이다니. 이 무슨···”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라벨을 봤다.
“2822. 지금 2019년이니. 803년 뒤에 생산될 와인이네요?”
“너굴?”
엉뚱한 숫자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현규는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었다.
“크! 역시 랜덤박스!”
“너굴?!”
오히려 현규에 반응에 너굴맨이 놀랐다.
“음식을 위한 조미료가 나오고!”
“너굴?”
“음식을 위한 와인이 나왔습니다!”
“너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었다.
“거기다 보통 와인이 아닙니다. 신의 박스에서 나온! 미래의 와인!”
“너굴-!?”
말은 하기 나름이었다.
2822년의 말도 안 되는 와인은 미래에서 온 귀한 와인으로 변했다.
“누구도 맛보지 못한 단 한 병의 와인!”
이게 무엇인지 설명할 게 아니었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지가 중요했다.
“음식과 와인. 완벽한 조합입니다!”
“너굴!”
“요리 못하는 그대여. 우리는 환상의 조미료와 너굴맨. 그리고 신비의 와인까지 준비했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녹화가 종료됐다.
4.
어찌어찌 녹화는 잘 수습이 됐다.
“와인을 음식과 연계하여 이야기를 진행하다니. 완벽했습니다. 휴먼. ”
끝나고 제일 먼저 들려온 것은 인공이의 칭찬이었다.
“크!! 내가 생각해도 잘 넘어갔어. 생각해 보니깐 와인의 등장은 나쁘지 않더라고.”
긴장은 했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있었다.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들을 차례였다.
“아까 뭐야 도대체? 설명 좀 해줘.”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랜덤박스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기억하십니까?”
광고 문구 같은 그 말은 기억이 선명했다.
“세상의 모든 것.”
“맞습니다. 지구의 물건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현규에겐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의문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지구의 물건은 어떻게 나오는 거야? 뭐 상인이 따로 있어?”
“거래를 통해 물건을 얻는 게 아닙니다. 전부 복제한 물건들입니다.”
레플리카란 단어가 붙은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복제된 물건은 지구의 물건과 똑같습니다. 그게 지구 유통되는 것은 불법입니다.”
“불법이라 제재한단 말이었어?”
다시 말해 불법복제된 물건이란 소리였다.
지들이 복제하고 지들이 금지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거래를 하게 되면 자동으로 소멸합니다.”
제재도 자동으로 소멸하는 정도였다.
심각할 정도로 당황했던 게 억울했다.
“그게 뭐야?! 멋대로잖아!”
“판매를 염두에 두고 만든 물건이 아닙니다. 그 술병은 장식에 가깝습니다.”
이건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술의 맛과 풍미가 있는데? 가치 있을 거 아니야.”
“휴먼. 음식 생성기는 술도 만들 수 있습니다. 맛을 위해 만드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음식 생성기가 있었다.
맛과 향은 가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뭐야. 그냥 장식품이야?”
“그렇습니다. 아쉽지만 꽝입니다. 휴먼.”
꽝이라고 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꽝 치고는 방송 괜찮지 않았어?”
“인정합니다. 방송 적으로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물건이었습니다.”
방송에 도움이 되지 않아야 꽝이다.
5.
“아!! 술을 왜 먹어서!! 미쳤어. 진짜!!”
그녀는 어제 한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무심코 남긴 ‘댓글’.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최근 구독자들의 추천을 받아 보게 된 ‘매일매일 랜덤박스’란 채널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었다.
“너굴맨이 좋아도 그렇지!! 어쩜 좋아. 진짜!! 술 먹고 미쳤다고!”
취해서 유튜브를 본 게 실수였다.
‘조미료’가 나오는 걸 보고 평소라면 달지 않았던, 댓글을 달았다.
“이런 반응은 생각도 못 했어.”
사람들의 반응과 관심이 어마어마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흑역사 한 페이지를 갱신하고 넘어갈 일이건만, 관심에 불을 붙이는 영상이 한 편 올라왔다.
‘요리를 못하는 그대에게.’
마치 영상편지처럼 만들어진 그 영상은 SNS를 타고 그녀에게 도착했다.
영상을 보고 놀라 메일함을 확인했다.
“랜덤박스 채널 전략기획팀?”
전략기획팀에서 합동 방송을 하고 싶다는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나쁘지 않은데?”
메일에 적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너굴맨과 주인을 붙여준다는 제안.
“관심도 뜨겁고.”
뜨거운 관심은 화제성으로 이어진다.
“어쩌지 아 다 좋긴 한데···”
그녀는 마지막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들렸다.
보낸사람:[email protected]
제목: 요리를 못하는 그대에게(2)
<영상 링크>
고민하고 계실 것 같아.
전략기획팀에서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현명한 선택 기다리겠습니다.
“영상?”
영상을 보는 그녀의 표정은 다채롭게 변했다. 웃고, 긴장하고, 다시 웃고, 마지막엔 그녀의 표정에 확신이 담겼다.
“정말이지. 철저한 사람들이네.”
그녀는 웃으며 답장을 작성했다.
합동방송-1. 요리못하는여자(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