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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것도 옷으로 판정될 줄은 몰랐어.”
“넓은 의미론 옷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공이는 당연히 옷이라고 했지만.
“피부나 골격, 체격에 가까운 거 아니야?”
현규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별로였습니까 휴먼?”
“아니. 최고였어!”
방구석에서 유튜브나 만들던 현규의 몸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 있게 몸을 드러낸 이유.
“설마 몸도 옷에 들어갈 줄이야.”
완벽한 몸매도 옷으로 취급되었다.
“몸매가 자신 있으면 노출도 괜찮지.”
그래서 타이즈와 발레복, 심지어 비키니까지 수치스러운 옷을 입어도 괜찮았다.
“휴먼이 말한 대로 생방이 진행됐습니다.”
“딱 하나만 빼면 모두 예상대로였어.”
판금 갑옷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인공 님께서 대처해주신 덕분입니다.”
“전 실수하지 않습니다. 휴먼.”
그 결과 완벽한 생방송이 만들어졌다.
“인공 님이시여! 편집과 업로드. 어그로까지 골고루 ‘알아서’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쳤습니까 휴먼? 일을 떠밀고 놀 생각입니까? 당신의 한심함에 한숨이 나옵니다.”
인공이의 예상과 달리 중요한 일이 있다.
“아냐! 진짜 중요한 일이 남았어.”
“부디. 거짓이 아니길 기원합니다.”
무조건 동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
“고생한 너굴맨의 시중을 들겠나이다!”
“얼른 가서 시중들길 요청합니다. 나머지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인공이는 너굴맨에 대해서는 프리패스다.
“우리 너굴맨 오늘 고생했어.”
“너굴!”
불편한 옷을 입고, 고생해 토라진 너굴맨.
“이리와.”
“너굴!”
화난 얼굴로 다가온 너굴맨을 쓰다듬자.
“너굴너굴.”
손길을 즐기며 표정에 행복이 차올랐다.
2.
너굴맨의 화를 풀어주는 사이.
“동영상 편집 및 업로드 완료했습니다.”
편집과 업로드가 끝났다.
“추가로 반응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웹을 자동 탐색하여 채널에 관한 내용이 있으면 이쪽에 모입니다.”
거기에 웹상의 반응까지 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역시 인공님. 빛이셨군요.”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저는 전력으로 써포트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휴먼.”
심지어 인공이에겐 이게 기본었다.
‘통합 관리 시스템’이란 명칭 그대로였다.
“어그로는?”
“휴먼이 원래 사용하던 방법을 확인했습니다. 그 방법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어그로를 끄는 건 별다를 거 없어 보였는데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인공이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정도라니. 휴먼 이게 얼마나 복잡한 방법인지 아십니까? 유사한 방법이지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방법입니다.”
“잠깐. 전혀 다르다고?”
의아함보다 궁금증이 앞섰다.
인공지능의 어그로는 어떨지 기대됐다.
“웹상에서 어떨 때 집중이 되는지 연구한 논문을 통해 계산식을 도출했습니다.”
“짧게! 간단하게! 이해하기 쉽게!”
길어지려는 설명을 잘라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정확히 어그로를 끄는 타이밍을 계산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 어그로를?”
“그렇습니다. 휴먼이 끌었던 어그로에 비해 10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이 글을 올려도 10배의 차이가 있다는 건 마법과도 같은 일이었다.
“내가 말실수 한 거 인정. 그 정도가 아니야. 최고야! 인공이가 최고야!”
“경박한 칭찬이지만. 듣기 나쁘지 않습니다. 휴먼. 더 칭찬해주길 요청합니다.”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우리 인공이 최고!!”
3.
제목: 이 영상 제작팀 찾습니다.
<영상 링크>
영상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여쭤봅니다.
벌써 몇일째 찾고 있는데;;;
국내 팀은 맞나 모르겠네요.
딱봐도 대규모 자본 투입된거 같은데.
혹시나 작업하고 계신 팀을 알거나 일원이신 분은 월급 공개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미친. 블라인드면 직장인들 익명게시판 같은데 아니야?”
“너굴?”
웹에 올라온 반응이 모이는 프로그램.
눈에 띄는 글이 있어 확인했는데, 존재하지 않는 팀을 찾고 있었다.
더 웃긴 건 댓글이었다.
1- 저도 찾아봤는데. 국내 팀 아닌 거 같던데요. 안 그래도 좁은 특수효과 판에서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는데.
ㄴ2- 계약서상으로 비밀서약한 거 아니에요? 유튜브 채널 영상이 외국팀 작품인 게 더 말이 안됨.
ㄴ3- 최근 영상 확인하심? 영상 퀄리티가 갑자기 올라갔습니다. 팀이 추가됐거나 완벽하게 자리 잡은거 같아요.
글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제목: 이 라쿤 훈련시킨 조련사 찾습니다.
제목: 이 성우로 활동하시는 분 찾습니다.
제목: 이 영상 카메라팀 찾습니다.
“왜 이렇게들 찾아.”
찾는 이유는 무척이나 현실적이었다.
모든 글에는 공통적으로 ‘대규모 자본’이 언급 되어있었다.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인 것이다.
그들은 월급이나 연봉이 궁금한 것이였다.
“생각지도 못한 데서 어그로가 끌리네?”
댓글에는 호기심에 영상을 보고, 구독자가 됐다는 글이 종종 보였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반응이 뜨거운 것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제목: 퇴폐미 터짐.
<영상>
입 열면 깨서 그렇지 다물고 있으면 묘하게 섹시하지 않아? 퇴폐미 흘리고다님ㅋ
-22222 장난아님ㅋㅋ
-333 ㅋㅋㅋㅋ너 보는 눈이 있구나
-4444 하. 입만 안 열면 좋겠어.
-55555 퇴폐미에 갔다 너구리에 빠지는 채널.
ㄴ 너 천재니?
여성 커뮤니티의 반응도 뜨거웠다.
“여성 구독자. 진짜였어?”
오히려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여성 구독자가 있는 건 정말 중요했다.
“한쪽 성별로 치우친 채널은 그만큼 한계가 명확하니깐.”
비록 색욕에 의해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남자와 여자 둘 다 존재한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반응이 있었다.
제목: 목소리 완전 섹시함.
<영상>
인공지능 성우 누구임?
회사 소속은 아니야.
전부 확인해봄 ㅋㅋㅋ.
프리랜서 중에 찾고 있다.
구글 스프레시트 만들었으니깐.
찾고 있는 사람있음 합류하셈ㅋㅋ
-성우가 맞기는 함?ㅋㅋㅋ설레발치네
ㄴ목소리 사용이나 감정배제한거 보면 이건 프로가 확실함. 성우쪽 100%.
-나도 합류함. 난 밑에서부터 찾아봄.
인공이를 좋아해서 성우를 찾는 팬들.
“이쪽은 충성도가 높아. 완전 환영이지.”
제목: 라쿤 원래 이렇게 머리가 좋아?
<영상>
훈련시켜서 유튜브 방송하는 거 같은데.
보면 진짜 심장 터진다.
우리 몽몽이보다 머리 좋은거 같아.
대화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너무 귀엽다!!
-너굴맨 표정도 너무 다채로워.
ㄴㅋㅋㅋ사람도 아닌데 표정이 읽힘.
-심장뿌셔! 지구뿌셔!!
-저 정도면 훈련 엄청했을거 같은데. 주인에 대한 반발이 전혀 없어보임.
ㄴ진짜! 귀여워!
하이라이트는 너굴맨에 대한 반응이었다.
반응 전체 중 50%는 너굴맨 반응이었다.
“역시. 우리 너굴맨!”
포상의 의미로 살살 배를 긁어주자.
“너굴너굴.”
고양이가 골골대듯 손길을 즐겼다.
반응을 확인한 결과, 하나는 확실했다.
유튜브 채널은 차곡차곡 성장 중이었다.
4.
“영상 업로드가 끝났습니다. 휴먼.”
“그래?”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을 플레이했다.
“확실히 내가 편집한 거랑 비교가 안 돼.”
훨씬 빠르고, 깔끔했다. 거기다 영상도 늘어지지 않고 포인트를 잘 캐치했다.
“영상은 됐고, 번역은···”
자막설정을 켜고 언어선택을 들어갔다.
“잠깐. 인공아. 이거 왜 이래?”
“번역은 완벽합니다. 휴먼.”
번역의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할 수 있는 언어가 너무 많잖아!”
번역된 언어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중국어, 힌디어, 스페인어, 영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벵골어, 러시아어, 일본어, 한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터키어.
총 ‘14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14개? 아주 세계의 모든 언어를 번역하지 그랬어?”
마구잡이로 번역한 것을 비꼰 것이었는데 인공이는 왜 그런지 바로 설명했다.
“그러려고 했으나 그건 비효율적입니다. 휴먼. 유튜브 사용 국가 순위와 사용 언어 순위를 분석하여 ‘최적의 언어 14개’를 선정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이 14개의 언어다?”
“그렇습니다. 휴먼. 필요하다면 세계 모든 언어로 번역도 가능합니다.”
오히려 줄이고 줄인 게 14개인 것이다.
“그럼. 이 14개의 언어면 유튜브 이용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막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휴먼. ‘스타 유튜버’가 목표 아니었습니까?”
“최종 목표는 그렇지?”
인공이의 질문은 정확했다.
“그렇다면 14개의 언어를 번역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설명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럼. 번역 앞으로도 부탁할게.”
이걸 구독자에게 설명하는건 현규 몫이다.
“어그로에 대한 보고도 듣겠습니까?”
“좋지! 뭐가 다른지 봐야겠어!”
컴퓨터 화면에 각종 커뮤니티가 떠올랐다.
“어그로 용으로 남긴 글입니다.”
<마술과 특수효과의 조합. 조회수 3281.>
그런데 기대하던 것과 전혀 달랐다.
“이런 제목으로 어그로가 되네? 조회수 장난 아닌데?”
“어그로란 결국 관심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는 겁니다.”
“그치! 그게 핵심이지!”
그런 핵심을 위해 자극적인 단어를 쓰기 마련인데, 그런 단어는 전혀 없었다.
“간단합니다.”
“짧게! 핵심만! 쉽게!”
이번에도 길어지려는 설명을 차단했다.
“사람들의 관심사와 흥미를 빅 데이터로 분석하여 가장 높은 조회 수를 끌어낼 만한 타이밍과 제목을 도출했습니다”
“그게 이 제목이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부 이런 제목입니다.”
<뒷모습으로 보여주는 몸의 아름다움.>
<피카츄와 라쿤이 합쳐지면.>
<유튜브에 침투한 거대자본의 움직임.>
평이하면서도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타이밍이 달라지면 조회 수도 달라져?”
“당연히 그렇습니다. 이런 제목으로 다시 올린다고 해서 이 조회 수가 나오는 게 아닙니다.”
타이밍과 제목으로 이루어진.
“예술.”
“휴먼. 최근들어 칭찬이 늘었습니다.”
하나의 예술이었다.
5.
내일 방송준비까지 완벽하게 끝났다.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진짜 할 생각입니까 휴먼?”
“웬일로 걱정을 다 해?”
인공이가 걱정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가능은 하지만, 권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부작용은 없다며?”
“너굴!?”
현규보다 너굴맨이 더 놀랐다.
“절대 없습니다. 다만 방금 말했듯. 권장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일이다.
“필요한 일이야. 결과적으로는 좋아지는 거잖아?”
“그렇습니다. 활력과 체력, 근력, 민첩성 등 신체 전반적인 능력이 향상됩니다.”
부작용도 없고 효과는 잔뜩 있다.
“이건 안 하면 멍청한 거지.”
“제가 봤을 때. 하는 게 멍청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길 요청합니다.”
이 방법의 최고 좋은 점은 따로 있었다.
“대신 빠르잖아?”
짧아도 6개월. 길면 1년 이상 걸리는 일을 빠르게 도달하게 만들어 준다.
“그건 그렇습니다. 늦어도 3개월 안에 완성될 겁니다.”
“그럼 하자. 견딜 방법도 찾았어.”
빠르고 효과가 좋은 건 항상 문제를 안고 있기 마련이지만, 이겨낼 방법도 고안해놨다.
“그럼. 자동 운동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변환 반지로 보여주었던 ‘가짜’ 육체를 ‘진짜’로 빠르게 만들 방법.
자동 운동프로그램.
“속도-급속, 범위-전 범위, 강도-최상. 신체에 가해지는 부하가 매우 강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무시무시한 내용이었지만 여유로웠다.
“잠깐. 7대 죄악 좀 발동할게.”
이미 견뎌낼 방법을 찾아냈다.
꺼낼 죄악은 분노였다.
‘나는 분노를 바라지 않는다. 바라지 않고 또 바라지 않는다.’
분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희열? 평정? 행복? 전부 아니었다.
-7대 죄악 [분노]가 최소화됩니다.
“나는 분노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바라노니 분노의 소멸을 원한다!’
-임계치를 넘어 분노가 사라집니다.
시스템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7대 죄악이 역전됩니다.
분노의 반대말은.
-7대 주선이 강제 발동됩니다.
-[분노]->[인내]로 변화합니다.
-[인내]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능력.
-인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견뎌낸 만큼 더 큰 성과를 얻습니다.
인내였다.
“시작할까?”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처음엔 몸이 뜨거워졌고, 다음엔 묵직한 고통이 느껴졌다.
“크흡!!”
그리고 날카로운 통증이 온몸에 퍼졌다.
히든카드는 [인내]가 아니다. 그저 진짜를 꺼내기 전까지 버텨줄 ‘방패’다.
‘나태를 원한다! 나태를 원해!!’
“나태를 원한다!! 간절히 바란다!!”
-7개 죄악 [나태]가 발동됩니다.
-[나태]
-게을러지는 능력.
-체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나태는 회복과 빠른 수면을 만든다.
“내일···봐···”
밀려오는 수마에 의식과 고통이 먹혔다.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자면 된다.’
“기가 막힌 휴먼입니다.”
“너굴너굴.”
잠든 현규를 당혹스럽게 쳐다보며 인공이와 너굴맨이 중얼거렸다.
‘완벽한’ 하루가 저물었다.
랜덤박스-9 (휴방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