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9화 (9/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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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분!! 구독자 1.5만 유튜버가 인사드립니다! 이 몸 등장!!”

“너굴!!”

자신 가득한 현규의 포즈 그대로 너구리가 따라 했다.

“라이브 스트리밍 분량은 편집해서 빠르게 올리겠습니다. 우리 구독자 여러분이 얼마나 창의력 넘치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부들부들 떠는 연기를 하며 말했다.

“너무 창의력이 뛰어나 방사능 음료까지 추천해주셔서 아주···.”

너구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현규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너굴너굴.”

“고맙다. 너굴맨.”

울상이던 표정은 언제였냐는 듯.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하느냐!”

“너굴!!”

텐션을 끌어올렸다.

“매일매일 랜덤박스!”

“너굴너굴.”

앞에 놓인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깡 방송 시작합니다!”

새로운 상자를 열어볼 시간이다.

“쓸데없는 말은 여기까지 하고 바로 상자 열겠습니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예! 오픈하겠습니다!”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멜로디가 나오자 바짝 긴장됐다.

“주여!! 부디 구독자들을 놀라게 하소서!!”

“너-굴!! 너-어-굴!!”

너구리와 현규가 기도하는 사이.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인공지능 관리 시스템[단순 개봉, 반품]

-해당 문명 수준에 맞춰 설명서를 첨부합니다.

“간지.”

“너굴?”

이름부터 화려했다.

“인공지능 관리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환호성을 내지르진 못했다.

“근데 조금 요상한 문장이 첨부되어 있네요. [단순 개봉, 반품].”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

“일단 확인부터 좀 해보겠습니다.”

상자를 열자 정육면체의 큐브 하나와 설명서가 놓여있었다.

“이게 인공지능 관리 시스템인가 보네요.”

큐브를 들어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손으로 잡아도 어떤 전혀 반응이 없었다.

괜히 설명서가 첨부된 게 아니었다.

“친절하게 설명서가 들어있으니. 어떻게 쓰는지 빠르게 확인하겠습니다.”

제일 위에는 반품 사유가 적혀있었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네요.”

“너굴?”

반품 사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구매자의 요구로 싸가지 없는 컨샙의 인공지능을 특수 제작했는데 싸가지가 없다고 반품됨.”

“너굴!?”

너굴맨조차 놀랄 이유였다.

“우리 너굴맨이 놀랄 정도니. 진짜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너굴.”

대략적인 설명을 마저 읽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인공지능이 맞는 것 같네요.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너굴?”

큐브를 들고 외쳤다.

“주인이 명하노니! 깨어나라!”

“너굴!?”

손가락을 뻗어 모서리를 눌렀다.

“예. 모서리를 누르면 가동합니다.”

“너굴!”

너굴맨이 말장난에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너굴! 너굴!”

너굴맨은 큐브를 계속 손짓하고 있었다.

-키이이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큐브가 바스러졌다.

“이거 왜 이래! 저 설명서대로 했습니다.”

바스러지며 생긴 가루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오! 괜히 반품이 아니네요. 꽝인 것 같습니다. 청소기 좀 가져올게요.”

청소기를 가져왔지만.

“흠. 여러분. 가루 어디 갔어요?”

흔적도 없이 전부 사라졌다.

“너굴맨. 가루 어디 갔어?”

너굴맨은 주위를 계속 뛰어다녔다.

“너굴! 너굴! 너굴너굴!!”

“왜 그렇게 신났어. 가루 어디 있어?”

여전히 계속 주위를 뛰어다니며 하나씩 손으로 가리켰다.

“콘센트?”

너굴맨이 가리킨 건 집 안에 있는 모든 콘센트였다.

“치지직. 치직”

컴퓨터 스피커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놀라라. 오늘 녹화가 전체적으로 엉망진창이네요.”

편집으로 들어내야 할 부분이 수두룩했다.

“큐브가 어떻게 된 건지는 설명서를 다시 정독해···”

현규의 말 사이로 다른 소리가 껴들었다.

“문명에 맞춰 시스템을 동기화합니다.”

스피커에서 새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2.

“그러니깐, 콘센트 구멍으로 들어가서 집에 모든 시스템에 접촉했다는 소리야?”

“그렇습니다. 휴먼.”

가루는 콘센트로 흘러 들어가 집 전체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다. 여기까지는 완벽했지만, 딱 하나 문제가 있었다.

“꼭 휴먼이라고 불러야 해?”

“휴먼. 미쳤습니까? 당연한 건 묻지 말기를 요청합니다.”

인공지능의 상태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반품된 이유가 있었네요.”

“저는 완벽하게 설계된 중앙 통제 인공지능 시스템입니다. 휴먼. 말조심해 주길 요청합니다.”

이건 싸가지 없는 게 아니라 미친 거였다.

“그나마 목소리가 이쁘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네요.”

녹화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지금 카메라도 통제 가능해?”

“촬영 관련 지식을 웹검색을 통해 축적합니다.”

현규에 요청에 빠르게 반응했다.

“말은 좀 이상하게 하지만 제 말을 거부하거나 하진 않네요. 만든 놈 취향 한 번 고약합니다.”

컨셉과는 다르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촬영 관련 지식을 습득하였습니다. 종류: 유튜브 영상. 카메라를 통제합니다.”

“벌써?”

괜히 인공지능이 아니었다.

“당연합니다. 휴먼의 판단으론 불가능한 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경배하길 요청합니다.”

약간 미친 인공지능이었지만 말이다.

“그럼 이런 건 어때? 주식시장에서 거래해서 재산을 불려줄 수 있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던진 질문이었다.

“휴먼. 제정신입니까?”

“어?”

제정신이냐니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돈은 열심히 노력해서 벌 때 가치가 있는 겁니다. 자신의 재산은 스스로 벌기를 요청합니다. 휴먼.”

돌아온 대답은 정론이었다.

이쯤 되면 오기가 생긴다.

“네. 불가능 하다는 핑계 잘 들었구요.”

“삐-익! 미쳤습니까. 휴먼?”

인공지능의 격한 반응이 돌아왔다.

현규는 당황해서 허둥지둥 핑계를 댔다.

“아니. 그렇잖아! 주식시장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하고! 불가능하면 그렇다고 해!”

“은하연방 법으로 인공지능의 금융거래 참가는 금지되어있습니다. 레이저 폭격이라도 맞고 싶은 겁니까. 휴먼?”

기계음이 딱딱하다고 하면 이상하지만, 원래보다 더욱 딱딱한 목소리였다.

“은하연방?”

“이 행성에는 허가되지 않은 정보입니다.”

‘이 또라이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야! 니가 먼저 꺼냈잖아!”

“휴먼의 미개한 생각을 깨기 위함이었습니다.”

인간과 기계의 싸움이 격화되어갔다.

“야 이 또라이야!”

“제정신입니까 휴먼? 기계는 오류가 없습니다. 완벽한 설계입니다. 미개함을 숨길 것을 요청합니다.”

그때 끼어든 건 인간도 기계도 아니었다.

“너굴너굴! 너굴! 너구울!”

“아닙니다. 집사 님. 조심하겠습니다.”

너굴맨이 인공지능을 혼냈다.

“역시! 너굴맨! 저 나쁜 게 막! 나한테 뭐라고 했어!”

얼씨구나 하고 너굴맨에게 일러봤지만.

“너굴!”

혼나는 건 인공지능만이 아니었다.

“미안.”

“너굴! 너굴!”

그렇게 녹화가 종료됐다.

3.

“크! 너굴맨. 완벽했어!”

“너굴!”

녹화는 완벽했다.

건질만 한 씬도 많았고 엔딩도 완벽했다.

“녹화 중 만나 이 말도 못 했네. 환영해.”

“알겠습니다. 휴먼.”

현규의 대답엔 시큰둥했다.

“너굴! 너굴너굴!”

“예. 집사님. 환영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지만, 너굴맨의 말엔 격하게 반응했다.

“잠깐!! 야! 너 너굴맨한테 왜 이렇게 굽신거려?”

“쯧.”

“너 방금 혀 찼지!?”

전혀 그런 일이 없다는 듯 대답했다.

“집을 관리하는 사람은 누구의 통제를 받겠습니까 휴먼.”

잊고 있었던 너구리의 명칭 <집사 너구리>가 떠올랐다.

“집사?”

“정답입니다. 휴먼.”

집사란 게 단순한 컨샙이 아닌 모양이다.

“야! 그 집사가 모시는 주인은 난데! 내 대접은 왜 이따위야!”

너구리에게 굽신거린다면 그 주인에게도 굽신거리는 게 당연할 일이다.

“휴먼. 간단한 퀴즈를 내겠습니다.”

“응?”

현규의 의문과 상관없이 말을 이어갔다.

“구매한 기계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계에 화냅니까?”

“아니지?”

“그럼 누구에게 화냅니까?”

“회사나, 설계자? 디자이너?”

“정답입니다. 휴먼. 저한테 그러지 마시고 회사에 따지길 요청합니다.”

왜 반품됐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러니 반품이 되지. 이거 순 미친···’

“불순한 생각이 감지됩니다. 생각을 멈춰주길 요청합니다. 휴먼.”

현규는 화들짝 놀라 말했다.

“무슨 소리야! 아무 생각도 안 했어!”

“센스마저 저질인지 몰랐습니다. 농담입니다. 휴먼.”

확실했다.

‘이 인공지능은 미쳤다.’

4.

“이게 방금 편집한 영상이라고? 10분도 안 됐는데?”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10분도 걸리지 않아 편집이 끝났고, 퀄리티도 현규가 한 것과 비교되지 않았다.

“노래나 시스템 알림까지 완벽하네.”

상자가 열릴 때 들리는 음악과 알림창이 그대로 영상에 삽입되어 있었다.

“알림창이나 노래는 어떻게 한 거야?

동영상 플레이어를 끄며 질문했다.

“휴먼. 뭐 하는 겁니까?”

“뭘?”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 튀어나왔다.

“어제 영상도 편집했습니다. 왜 하나만 확인하고 끄시는 겁니까? 집중 안 합니까 휴먼?”

폴더를 확인하니 영상이 하나 더 있었다.

“미친···”

그것도 어제 생방 중 재밌는 부분만 딱 뽑아 완벽하게 편집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빨리! 알림창이나 노래도 완벽하고! 뭐야 이거!”

놀라서 던진 질문에 침착하게 대답했다.

“진정하길 요청합니다. 휴먼.”

“좋아. 진정했어. 설명해봐.”

드물게 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명하면 이해할 수는 있으십니까 휴먼?”

역시나 친절할 리가 없었다.

“수준에 맞춰서 설명해줘. 미개한 휴먼을 이해시키는 건 간단하잖아?”

가장 열 받는 건 이 녀석 특유의 화법에 슬슬 익숙해진다는 것이었다.

“전 A등급 인공지능입니다. 휴먼”

‘이게 진짜.’

인공지능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가 잘나서 가능한 거다.

“그러세요? 그럼 앞으로 영상 편집 및 촬영 관리를 맡겨도 되겠지?”

“휴먼. 제정신입니까?”

“왜! 또! 뭐!”

“이렇게 간단한 건 당연히 가능합니다. 얼마나 부족한 겁니까 휴먼. 여태 보고도 모르겠습니까?”

아주 싸가지가 바가지였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는 교육이 필요했다.

현규는 단전에 힘을 모아 소리질렀다.

“너굴맨!!!”

“너굴너굴!!”

너굴맨이 번개처럼 뛰어왔고,

“너굴맨!! 쟤 또 비꼬는 말 했어!!”

일러 바쳤다.

“일러라. 일러라. 일름보입니다. 휴먼.”

“저 봐! 너굴맨!!”

현행범 검거였다.

“너굴! 너굴너굴!! 너굴!”

“죄송합니다. 집사님. 떨어져도 너무 떨어져서. 아닙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너굴맨 그는 그저 ‘빛’이었다.

5.

돈으로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다.

계약할 때만 해도 4일이 걸린다는 장비 설치는 추가금을 쥐여주자 반나절도 안돼서 끝났다.

“매우 칭찬합니다. 휴먼.”

관찰카메라보다는 중앙에 영상이 저장되는 서버 장비들이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서버라고 해봐야 비싼 장비들은 아니야. 성능도 그닥이고.”

“도구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입니다. 휴먼.”

재수 없는 건 여전했지만 말이다.

“도움은 돼?”

“설치 전보다 439% 개선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증가치였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개선했길래 그런 수치가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A등급이니깐 그런 거지?”

“학습이 가능한 겁니까 휴먼?”

“너굴맨 부른다?”

“사과합니다. 휴먼.”

말투만 빼면 전 방위에서 도움이 됐다.

영상의 퀄리티도 올라갔고, 촬영 시에도 요긴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편집자, 카메라맨, 특수효과담당 이 3명이 한꺼번에 생김 샘이었다.

“장비를 추가하고 싶으면 돈이 필요해. 유튜브 활동을 도와주면 돈이 생기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했습니다. 유튜브 활동을 전력으로 써포트 하겠습니다.”

확답을 받고자 꺼낸 말이 아니었다.

본론은 따로 있었다.

“좋아. 서로 윈윈하자고,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어.”

“범죄행위는 돕지 않습니다. 휴먼.”

하여간 초 치는데 재능이 있었다.

“활동에 도움 될만한 행동을 알아서 찾아봐 줘. 무슨 일을 하든 허락할게.”

알아서 해달라는 무책임한 부탁이었지만.

“휴먼. 드디어 정신을 차린겁니까?”

이게 정답이다.

“휴먼의 지시보다 제가 판단해서 찾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옳은 선택입니다. 휴먼.”

뭐든 좋았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고안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략적인 정리가 끝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돌아왔다.

“하루 중 제일 즐거운 시간.”

댓글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랜덤박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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