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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방송.
유튜브에선 실시간 스트리밍이라 부른다.
“복잡하진 않네. 준비는 끝났고.”
생방송을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음식 생성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었다.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구독자들을 깜짝 놀래줄 생각이었다.
“너굴맨! 아까 내가 한 말 기억하지?”
“너굴!”
마지막으로 너굴맨과 최종 리허설을 하고 나서, 예고한 시간에 생방송을 시작했다.
rlaalswo- 너굴맨! 너굴맨을 보자!
생방을 시작하자마자 채팅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르라-르스우님! 첫 번째로 접속하셨습니다! 너굴맨! 박수!”
현규와 함께 너굴맨이 환영해주었다.
rlaalswo- 너굴맨이시여!!
채팅에 올라온 헛소리에 대답도 하기전에 시청자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1이었던 시청자가 100, 1000, 2000이 되기까지는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채팅창이 끝도 없이 올라갔다.
하쿠하쿠- 안녕! 오빠!
김영찬- 어떻게 할지 확인왔다! 하이
김호수- 하이하이
.
.
.
.
.
rlaalswo- 멍때리지 말고! 너굴맨을 보여줘라!
생방은 이제 시작이었다.
2.
“모두 요리 방송 보러 오신 거 맞죠?”
콩나무- 기다렸다고! 근데 요리 방송이 맞나?
rlaalswo- 뭐든 상관없다! 너굴맨만! 오직 너굴맨만!
엄밀히 따지면 요리 방송이 맞다.
“오늘 전 사회와 시식을 맡았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다음이다.
“그럼 오늘의 셰프를 모시겠습니다. 너굴맨 셰프님!!”
너굴맨은 아무 말 없이 책상에 올라왔다.
“여러분 잠시만요. 아! 생방은 왜 해서!”
현규가 허둥대자.
김호찬- ㅋㅋㅋㅋ 너굴맨 목소리 나올 때 되니깐 패닉왔죠?
rlaalswo- 불신자들! 너구리는 너굴!하고 운다!
김호수- 응. 아니야 너구리 완전 징그럽게 울어~
최수종마- 특수효과팀. 지랄 났죠?ㅋㅋㅋ 본심 튀어나온 거 봐라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신이 난 듯 채팅을 쳤다.
“잠시만요. 오케이 사인이 안 나와서요.”
김호찬- 응. ㅋㅋ너네 팀인 거 진작 소문났어.
“너굴맨 절대 말하면 안 된다!”
현규는 너굴맨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너굴!”
그리고 너굴맨이 대답했다.
rlaalswo- 너굴! 들었으냐! 불신자들아!
김호찬- 뭐야!? 어떻게 한거야 ㅋㅋ 야!! 이런 기술있음 딴 일을해!
최수종마-ㅋㅋㅋ설계오졌고.
“너굴맨의 목소리가 공개됐군요. 어쩔 수 없네요.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리미안- 오오! 어느 방송국인지 공개하는거야?
김호찬- 그럴 가능성이 높을 듯.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하네.’
진짜 솔직하게 말할 생각이다.
“사실은 너굴맨은 외계인입니다.”
“너굴너굴!”
채팅에도 적막과 침묵이 생길 수 있다니.
“여러분. 웃으실 차례입니다.”
적막감은 한층 더 진해졌다.
“너굴너굴.”
너굴맨은 현규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너굴맨! 너 그거 무슨 뜻이야!”
rlaalswo-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굴맨이 멱삽잡고 캐리하는 거 ㅇㅈ?
라미안- ㅇㅈ.
김호찬- 너굴맨 자체가 그래픽인가? 호흡이 너무 좋은데?
생각보다 반응은 괜찮았다.
“그럼. 오늘의 진짜 콘텐츠. 너굴맨 셰프의 요리로 들어가겠습니다.”
rlaalswo- 왔다!! 왔어!! 너굴맨 님은 모든 가능하시다!!
광신자 한 명과
김호찬- 여기가 승부처지.
중성호- 음식 선정은 어떻게함? ㅋㅋㅋ짜고 칠게 뻔하긴 해도 기대는 됨.
불신자들이 웅성거렸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프로그램을 하나 띄워 화면에 보여줬다.
“재밌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너굴?”
복잡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채팅 치시면 랜덤으로 선정하는 프로그램. 들어보셨죠?”
유튜버들이 스트리밍 중에 Q&A나 질문을 받을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
“보고 싶은 음식. 채팅창에 올려주세요.”
음식들이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3.
“첫 번째 음식. 베이징덕이네요.”
“너굴?”
너구리는 처음 들어보는 모양이었다.
“너굴맨. 이 음식 뭔지 몰라?”
“너굴!”
모르는 음식도 만들 수 있다.
“여러분. 너굴맨에게 사진 한 장만 보여주겠습니다.”
rlaalswo- 너굴맨을 전능하다!!
김호찬- 사진 보여주는 동안 준비하는 건가?
김윤수- 프로그램이 수정되어 있지 않다면. 말이지.ㅋㅋㅋㅋ 주작 100%
하로나- 주작이야 당연한거지. 마술보러가서 트릭 밝혀내느라 즐기지도 못할 놈이네ㅋㅋㅋㅋ
어떤 음식인지 너굴맨이 ‘인식’하면 모든 음식이 가능했다.
사진을 본 너굴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굴!!”
“우리 너굴맨이 자신 있는 모양입니다.”
자신만만한 너굴맨의 표정.
“크! 저 자신감! 그럼 셰프 베이징덕을 부탁합니다!”
“너굴너굴!!”
너굴맨은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기계로 뛰어가. 음식을 만들기 위해 기계를 작동했다.
-삑! 삐비! 삑! 삑!
그동안 채팅창은 활활 불타올랐다.
rlaalswo- 너셰프님 열일하신다!!
김호찬- 진짜 베이징덕 나올꺼 같음?
유리구슬- 당연하지. 무조건 나온다.
김소화- 그나저나 왜 베이징덕이야?
히류찬- 그러게 하필 베이징덕?
미유- 거기엔 큰 비밀이 숨어있지!
유휴- 저 사람이 베이징덕 요청함!
“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미유님 왜 베이징덕인가요?”
미유- 이따 말해줌.
-삐! 삐! 삐! 삐!
캐 묻기 전에 완성된 소리가 났다.
“좋습니다. 완성 된 거 같으니 먹으면서 이야기하시죠. 여러분. 끝이 아니에요! 더욱! 신박한 음식 가져오시죠.”
호쿠라- 도발?ㅋㅋ 뒤졌다. 딱 기다려.
다시 채팅창에 불을 지피고.
“너굴너굴.”
셰프님의 지시에 따라 접시를 꺼내왔다.
rlaalswo- 너굴맨! 부탁할 때 졸귀!!
“자. 베이징덕입니다.”
첫 번째 요리가 완성됐다.
포크로 표면을 긁었다.
“들리세요? 바삭한 표면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제대로 된 베이징덕입니다.”
먹는 건 식욕이 있어서 자신 있었다.
“그런데 여러분이 궁금한 건. 이게 무슨 맛인지. 내가 얼마나 잘 먹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잖아요?”
다리를 하나 들어 크게 베어 물었다.
바삭한 표면 아래엔 육즙과 연한 오리고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크!! 맛있습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육즙은 뿜뿜입니다!”
빠른 속도로 나머지를 먹을 때 채팅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미유- 비밀이 궁금하면 너굴맨에게 한 입 줘라!!
rlaalswo- 너 천재임? 완전 동의함.
너굴맨의 먹방을 사람들이 원하고 있었다.
“아니! 여러분! 날 뭐로 보는 거예요! 당연히 우리 셰프님에게도 드리려고 했어요!”
rlaalswo- 입에 묻은 오리기름이나 닦고 이야기 하지?ㅋㅋㅋㅋㅋ
“어허! 이 사람들이! 너굴맨! 이거 먹어!”
오리고기를 찢어 너굴맨에게 먹여주었다.
“뇸뇸. 너굴!”
오물오물 오리고기를 먹는 모습은.
rlaalswo- 죽어도 좋다. 이것이 힐링이다!
동호누- 팩트) 너구리는 잡식이라 고기를 먹어도 된다.
광신도의 말대로 힐링 그 자체였다.
“우리 너굴맨은 먹는 모습조차 이쁘네요.”
“너굴!”
이제 왜 오리고기였는지 물어볼 차례다.
“그래서 베이징덕을 선정하신 이유는요?”
미유- 너구리가 오리를 먹으면?
‘설마··· 이 미친놈이!’
미유- 오리너구리. 너굴맨은 진화했다!
다시 한번 채팅창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미친놈이세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4.
바닥까지 떨어진 분위기를 억지로 끌어올려 진행을 이어갔다.
“두 번째 음식 정하겠습니다. 자. 여러분 나를 당황하게 해 보세요.”
수많은 채팅이 올라오고.
“그럼. 추첨하겠습니다!”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아! 쫌! 현실에 있는 거로 해야죠!”
<만화 고기.>
현실에 없는 물건이 튀어나왔다.
호수공원- ㅋㅋ진심 당황함. 세계 모든 음식을 준비했어도 만화 속 고기는 준비 못했죠?ㅋㅋ 당황시켜보라며?ㅋㅋ
감감무소식- ㅋㅋㅋ외통수네.
똥먹고맴매- ㅋㅋ어쩔래?
시청자들은 열열하게 도발했고, 현규는 여전히 당황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런 그를 구해준 것은 오늘의 셰프였다.
“너굴너굴!”
“응? 왜?”
너굴맨은 화면에 띄운 만화 속 고기를 손으로 가리켰다.
“너굴너굴!”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
“설마? 가능?”
“너굴!”
당황이 옅어진다.
“만화 고기가 보고 싶다고요?”
당황이 사라진 자리엔 자신감이 들어찼다.
“그럼 보여드려야죠! 너굴맨 셰프! 부탁합니다!”
“너굴너굴!”
보무도 당당하게 너굴맨은 이동했다.
“셰프님의 든든한 모습 보이십니까?”
현규에겐 든든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아닌 모양이었다.
rlaalswo- 너굴맨! 넘나 귀여운것! 걸음걸이 봐!!ㅋㅋㅋㅋㅋ
유로취- ㅋㅋㅋ쌉 인정. 개 귀여움 진짜.
판빙수- 너굴맨도 보고싶고, 만화고기도 보고 싶고 ㅋㅋㅋ라이브 대박이네 오늘ㅋㅋ
라마찬- 근데 진짜 만화고기 나옴?
-삑! 삐리빅!! 삑! 삐-이!
너굴맨은 요리를 만드는 사이 현규는 사운드를 채웠다.
“만화 고기 어떨지 궁금하네요.”
주당쓰- 요즘 만화고기 많이 판다. 그냥 큰뼈에 고기 뭉쳐논 거임. 100%닼ㅋㅋㅋ?
“과연 그럴까요? 전 항상 상상 이상을 보여드렸는데 이번에도 기대해 보는 게 어떠세요?”
rlaalswo- ㅋㅋㅋ 원래 대장 너굴맨 없다고 당당해진거 봐라 ㅋㅋㅋ
호코로- ㅋㅋㅋ인정 근대 기대도 됨. 이 채널에선 항상 기대이상을 보여줬잖음 ㅋㅋ
묘한 기대감이 채팅창에 맴돌았다.
-삐! 삐! 삐! 삐!
때마침 완성됐다는 소리가 들렸다.
5.
사이즈가 달랐다.
“가로 48cm 높이 26cm. 뼈를 제외하고 고기 부분만 해도 39cm 정도 됩니다.”
괜히 줄자로 크기를 확인하게 아니었다.
“이것이 너구맨 셰프님의 만화고기!!!”
rlaalswo- 역시 셰프님!!
gkfntkfdl- 도대체 뭐야 저거?
호타루- 무슨 동물뼈지? 다리 부분인가?
채팅창은 패닉 그 자체였다.
현규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놨다.
“사실. 칼질해볼까 생각했는데, 그건 기본이 아닌 것 같네요.”
만화고기 양 끝에 나온 뼈를 잡아 들었다.
“저 예의가 있는 놈입니다.”
루피9- 인정. 만화고기는 들고 먹는게 예의.
속초모텔- 인정이니깐 빨리 먹어봐! 쫌!
“그럼 고기 한번 뜯어보겠습니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무슨 고기야?’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풍부한 고기향. 처음 맡아보는 향이었다.
돼지와 소가 합쳐진 것 같은 맛.
“쩔어!”
덕분에 멍청한 리액션이 뛰어나왔다.
“아. 죄송합니다. 맛있어요. 소고기랑 돼지고기가 섞인듯한 맛인데. 보세요. 갈아서 섞어 만든 고기 아닙니다.”
고기를 카메라 가까이 보여주었다.
“붙어있죠?”
구루구루- 극혐! 뜯은데를 보여주면 어쩌자는 거임 !!!
최선주- 설명대로 고기는 통짜임. 뼈에도 붙어있고, 접착제 쓴 건가?
이효웅- 예전에 가짜 갈비에 나온?
최선주- ㅇㅇ 그거.
“에이. 먹고 있는데 접착제니 그런 흉측한 이야기를 하세요. 랜덤박스처럼 ‘진짜’입니다.”
‘진짜’라고 했지만 ‘가짜’라고 말한 거나 다름없었다. 시청자에겐 ‘랜덤박스’는 가짜다.
김효효효- 아주 ㅋㅋ 사기꾼이야 진짜 ㅋ
이찬주- 돌려서 말하는 거봐라 ㅋㅋ
채팅을 보고 소통하며 고기를 먹어치웠다.
“올해 먹은 것 중에 최고 맛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식 하나 골라 주시죠!”
rlaalswo- 후식엔 콜라지.
김호치- 콜라죠.
유현석- 콜라지! 폴아웃에도 나오잖아.
rlaalswo- ㅋㅋㅋ나만 그 콜라 생각한거 아니구나.
최강민- ㅋㅋㅋㅋ대동단결 가즈아!
콜라로 의견이 모이는 것 같았다.
“콜라 좋죠. 근데 폴아웃이 뭐에요?”
미튜듀- 닥치고 추첨 ㄱ
“알겠습니다. 일단 추첨 가겠습니다!”
추첨이 된 것은 역시나 콜라였다.
<누카콜라.>
“근대 이름이 묘하네요?”
폴아웃덕후- 떳----다!!!
유취취- ㅋㅋㅋ누카콜라!ㅋㅋ 어디 이것도 만들어 보시지!?
환호에 가까운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일단 무슨 콜라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인터넷 창을 띄워 누카콜라를 검색했다.
위키 페이지에 누카콜라에 관한 문서가 적혀 있었다.
-방사성 동위원소 Ce-770을 첨가한 첫 번째 시제품.
“방사성 동위원소라 적혀 있는데요?”
폴아웃덕후- 그만 읽고 봤으면 만드시죠!
rlaalswo- 대신 이번건 네가 만들어! 너굴맨 시키지말고!
후추추- 정말 맛있는 콜라죠. 게임 속 환상의 물건입니다. 얼른 만들어요!
얼른 만들라는 채팅들이 올라왔다.
이상할 정도로 서두르는 마음에 위키 문서를 읽고 나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친놈들아!! 이거 방사능 콜라잖아!!”
채팅창이 폭발했다.
*
첫 번째 생방송은 대박이었다.
“구독자··· 실화냐?”
랜덤박스-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