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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돈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 그림을 그려야지.”
들어온 돈을 그냥 두는 건 멍청한 짓이다.
“너굴맨 이게 뭔지 알아?”
“너굴?”
현규에 손에는 계약서 2장이 들려있었다.
“도박이야. 도박.”
“너굴!”
너구리는 현규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첫 번째는 너굴맨 너의 힘이 필요하다!”
“너굴너굴!”
너굴맨의 힘이 필요한 계약.
“너굴맨! 관찰 카메라 괜찮지?”
“너굴?”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날 도와주는 일이야.”
약간의 감언이설을 섞자.
“너굴!!”
너굴맨의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카메라 설치부터 배치, 영상 저장까지 하나의 시스템을 설계해주는 계약이었다.
“비쌌다. 하지만 난 너굴맨을 믿는다! 그 누구보다도 너굴맨을 믿어!”
“너굴너굴!!”
앞으로 넉넉하게 구독자와 조회 수를 벌어다 줄 너굴맨이 너무 이뻐 보였다.
“너굴?”
너굴맨은 나머지 한 장의 종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궁금해?”
“너굴너굴.”
첫 번째 계약이 큰돈이 한 번에 나간다면.
“이건 꾸준히 돈을 먹는 괴물이야.”
“너굴!”
두 번째 계약은 적은 돈이 쭉 빠져나간다.
“그 괴물의 이름은!”
“너굴?!”
분위기가 고조된다.
“4개국어 번역!”
“너..굴?”
괴물이라고 표현했지만, 과장이 아니었다.
“1분당 8천 원. 우리 쪽 영상이 보통 10분이니깐 8만 원! 거기다 4개면? 32만 원! 매일 영상을 올린다면?”
“너-굴!!”
너굴맨은 과장되게 놀란 흉내를 낸다.
“그래. 우리는 미래에 투자한다!”
“너굴?”
이건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거니깐!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 4개국을 공략한다!”
“너..굴?”
너굴맨은 알아듣지 못하고 갸웃거렸다.
“!!”
과장되게 놀라고.
“설마! 너굴맨! 실패라고 말하는 거야!?”
현규는 좌절하듯 무릎 꿇었다.
한 편의 콩트고, 코미디였다.
“너굴너굴!”
너구리는 아니라는 듯 거세게 항변한다.
“그치? 아니지? 너굴맨 내가 너를 믿듯 너도 나를 믿어! 너를 믿는 나를 믿어!”
“너굴!!”
너구리와 현규는 끌어안으며.
“컷!”
“너굴.”
녹화가 종료됐다.
영상을 편집하고, 동영상을 업로드한다.
제목은 <유출! 돈의 행방!>이었다.
2.
rlaalswo- 처음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굴맨을 메인으로!!
“이 새낀 꾸준하네.”
댓글을 계속해서 확인했다.
하코하코- 오빠! 오늘도 섹시해요!
“너굴맨. 이거 덜렁이지?”
“너굴?”
남자가 확실해 보였다.
“색욕이 효과가 있나보네.”
“너굴!”
루루? 너굴맨. 심장폭행 빌런이 확실하다. 내 심장 터진거 봐라! 너굴맨 사랑한다!!
하늘색풍선- 너굴맨! 날 가져요! 눈봐 귀여워 씹덕사 하겠다!
미욤뇽- 아! 우리 너굴맨 가리지 말라고! 1:12 너굴맨 표정봐!
.
.
.
.
너굴맨 댓글이 전체의 50% 이상이었다.
“역시! 복덩이야!”
“너굴?”
허벅지 위에 올라와 있는 너구리는 무슨 소리냐는 듯 현규를 쳐다봤다.
“너 말이야! 아주 복덩이! 우리 너굴맨 최고야!”
“너굴너굴!”
쓰다듬어주니 이보다 행복한 것은 없다는 듯 손길을 즐겼다.
김현성- 이거 방송국 쪽에서 프로젝트로 만든 채널이야? 들어간 돈만 해도 엄청난데?
ㄴ김윤철- ㅇㅈ. 편집한 사람도 아마추어는 아님. 너구리 목소리 합성까지 자연스러운거 생각하면 이거 ‘전문 팀’ 작품임.
ㄴ호쿠라- 특수효과쪽 업계인임. 이쪽판 좁아서 소문 금방나는데 이런 대규모 참석한 팀 없다고함ㅋㅋ 뻔하지. 이거 비밀서약 개 빡세게 한거다.
김종수- 어쨌든 난 구독함. 재미를 떠나서 기술적인 부분 보러오기만 해도 감탄나옴.
ㄴrlaalswo- ㅇㅈ 쌉 ㅇㅈ. 너굴맨은 그래픽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생물이다.
ㄴ호쿠라- 어 그건 아니야.
“지들끼리 소설을 쓰고 있네.”
댓글만 보면 현규의 채널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프로젝트 채널처럼 보였다.
“나쁠 건 없지. 어그로 팍팍 끌리네.”
뜬 소문이 어그로가 되고, 결과적으로.
“보기만 해도 전부 수익이야.”
조회 수는 전부 수익이 된다.
“아직 하이라이트가 남았지.”
댓글보다 더 중요한 게 남았다.
“너굴?”
“구독자.”
유튜버 성장의 척도.
조회 수보다 더 중요한 게 구독자 수다.
“이게 뭐라고 긴장을···”
댓글 창을 아래 있는 분석 창을 띄웠다.
구독자 변화 그래프가 미친 것 같았다.
“미친.”
수직상승.
하늘이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9400명.”
스타 유튜버들의 구독자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시작한 지 3일.”
단 3일 만에 불어난 구독자였다.
“영상이 4개밖에 없는 채널에.”
잠시 얼떨떨하고 있는 동안 또 늘었다.
“9437명!”
“너굴?”
허벅지에 앉아있는 너구리를 내려놨다.
“너굴?”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너구리가 현규를 쳐다봤다.
지금은 위험했다.
왜냐하면.
“9445명!! 또 늘었어!! 가즈아!! 스타 유튜버 가즈아!!”
“너굴···”
너구리가 호응하지 못할 정도로 현규는 소리를 질렀다.
그는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
3.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고 했다.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너굴!”
세 번째 상자깡 방송 녹화가 시작됐다.
“매일 매일 도착하는 신비의 상자!”
“너굴!”
“랜덤박스 상자 깡입니다!”
크게 소리치고,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앞에 상자가 있는데 그걸 누가 모르냐고요?”
농담을 살짝 던졌다.
“하여간! 눈치 빠른 사람은 이래서 싫다니깐!”
“너굴너굴!”
혼자 하면 그저 미친놈이지만, 너구리가 함께하니 묘하게 그림이 나왔다.
“빠르게 가겠습니다. 절대 번역 때문은 아닙니다. 큭! 매달 최소 960만 원! 피를 토할 거 같습니다.”
“너굴너굴.”
너구리가 그런 현규의 등을 두드려준다.
“역시 날 위해주는 건 우리 너굴맨뿐이구나!”
“너굴!”
자연스럽게 너구리가 현규를 위로하는 그림이 나왔다.
“시간! 없습니다! 빨리 까겠습니다.”
“너굴!”
말은 상자를 연다고 했지만, 아직 설명할 게 남아 있었다.
“설마.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시겠나요? 그런 그대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너굴 너-굴.”
돈을 썼으면 자랑을 해줘야 한다.
“4가지 자막을 준비했습니다. 한, 중, 일, 영. 자막이 필요하시면 바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너굴!”
비장하게 한 번 더 강조했다.
“매달 960만 원이 들어간 자막이니. 필요하시면 부디 사용해주세요!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아니겠죠? 여러분. 저 뻘짓 한 거 아니겠죠?”
당황하며 허둥대는 현규를 너구리가 다시 위로해 준다.
“너굴너굴.”
“크-흡. 너굴맨이 없었다면 난 못 견뎠을 꺼라구!”
이제 진짜 상자를 깔 시간이다.
현규는 표정을 싹 바꾸고 말했다.
“바로 상자 열겠습니다!”
“너굴!”
현규가 상자에 손을 올리자 알림이 떴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예! 오픈하겠습니다!”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상자를 열 때마다 들리는 묘한 멜로디.
“이 노래가 나올 땐 항상 설레네요. 사실 너굴맨에 황금사과까지 2연타 대박이었으니 쪽박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고 했지만, 속마음은 정반대였다.
‘이번 거까지 대박 떠야 구독자 수 날아오른다!! 하느님!! 제발!!! 절 스타로 만들어주세요!!!’
-음식 생성기를 획득하였습니다.
-해당 문명 수준에 맞춰 기계가 변형됩니다.
“알림 보이시죠?”
“너굴?”
아무렇지 않게 첫 번째 알림만 읽었다.
“음식 생성기를 획득하였습니다.”
“너굴?”
너구리는 그게 뭐냐는 얼굴이었는데.
“응? 왜 다들 절 쳐다봐요. 나도 몰라요! 말했잖아요! 음식을 생성하는 기계인가 보죠!”
현규가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너굴!”
그런데 너구리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왜 그래 너굴맨.”
“너굴너굴!”
너굴맨은 상자를 열어 기계를 확인했다.
“너굴맨! 야 내가 까야지!”
현규의 당황은 이제 시작이었다.
“너굴!”
너구리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자신 있는 척해도 안 통하거든!”
“너굴너굴!”
너구리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4.
너구리가 억울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깐 진짜지?”
“너굴!!”
저 자신감. 확신.
너굴맨은 진지했다.
음식 생성기는 설치를 끝냈다. 문제는 사용방법이었는데 그것도 나름 해결책이 생겼다.
“흠. 여러분 기계 설치 끝났습니다. 이걸 어떻게 사용하느냐!”
“너굴!”
해결책은.
“사용방법은 너굴맨에게 맡기라고!”
“너굴너굴!!”
너굴맨이었다.
“너굴?”
너굴맨은 기계 앞에서 현규를 쳐다봤다.
“응? 왜?”
“너굴너굴?”
현규에게 무엇인가 묻는 것 같았다.
“설마··· 메뉴?”
“너굴!”
평정심이 깨지고 얼빠진 표정으로 변했다.
“메뉴를 고르라고?”
“너굴!”
고민은 짧았고, 결정은 빨랐다.
“최고급 스테이크. 미디움으로.”
진지한 표정으로 너굴맨에게 말했다.
“너굴.”
너굴맨도 장난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여러분. 솔직히 놀랐습니다. 너굴맨이 음식을 만들어준다곤 저도 생각을 못 해봤거든요.”
현규가 맨트를 치는 동안.
-삑! 삑!
너굴맨은 기계를 설정하고 있었다.
“전 지금 최고로 진지합니다.”
-삑! 삐비. 삑!
“최고급 스테이크가 나올 것인가!!”
-후우우웅!!!
“너굴맨은 나의 입맛을 만족하게 할 것인가!!”
방송은 미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오라! 너굴맨이여! 나의 입맛을 만족시켜 보아라!!!”
-삐!삐!삐!삐!
“너굴너굴!!!”
마왕과 싸우기 위해 온 용사처럼 너굴맨은 비장하게 다가왔다.
요리가 완성됐다.
“너굴너굴.”
그런데.
“응?”
“너굴너굴.”
너굴맨은 기계를 손으로 가리켰다.
“음식을 나르진 못하는구나?”
“너굴.”
너굴맨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왜 우리 너굴맨 기죽고 그래!”
“너굴?”
카메라를 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찍으려고 했어!”
“너굴!”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기계의 문을 열자.
연기와 함께 스테이크 향이 터져 나왔다.
“보이시죠. 여러분. 우선 꺼내겠습니다.”
접시 위에는 스테이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야채와 소스까지 플레이팅이 돼 있었다.
“플레이팅 까지 돼 있네요.”
식탁 위에 접시를 올리고 카메라로 음식을 근접 샷으로 찍었다.
썰려있는 스테이크는 선홍빛이 맴돌았고, 야채와 소스의 색감은 눈을 사로잡았다.
“이쪽 면 보이세요? 미디움이란 말대로 적절하게 익었네요.”
이제 먹어볼 차례였다.
카메라를 원래 있던 곳에 설치하고 포크를 챙겨 식탁에 앉았다.
“전 이렇게 썰려있는 스테이크가 좋습니다. 편하거든요.”
“너굴.”
너구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너굴맨이 제게 해준 첫 번째 요리! 요즘 다들 이렇게 요리 대접받잖아요? 그쵸?”
“너굴너굴!”
너굴맨도 현규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 먹어보겠습니다.”
스테이크 한 조각을 포크로 찍었다.
포크는 부드럽게 고기 안으로 들어갔다.
고기라고 생각되지 않는 부드러움이었다.
“포크로 고기를 찌른 순간 맛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부드러워요.”
포크를 들어 입으로 넣었다.
고기의 향과 육즙이 입에서 폭발했다.
“흡!”
고기의 향과 육즙에 적응될 때쯤 이번엔 소스가 입안에서 폭발했다.
“하-아.”
맛을 설명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저 계속해서 먹을 뿐이었다.
5.
rlaalswo- 너굴맨! 그의 전능함이 보이느냐! 사랑합니다! 너굴맨! 관찰카메라가 개봉하기만 기다립니다!
하코하코- 오빠 스테이크 먹을 때 너무 섹시해요. 9:06 눈빛 너무 야해요!!
호쿠라- 실화냐? 진짜 할 생각임? 절대 안 될텐데. 왜 무리수를 던짐?
ㄴ김찬용- 나도 동의함. 불가능함. 아니지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그 개고생을 왜함ㅋㅋㅋㅋ
rlaalswo- 너굴맨을 믿지 못하는 불신자들아!! 썩 꺼지거라!!
ㄴ정의수- 응. 과몰입 꺼지고 오늘 처음 봤는데 재밌네. 저녁 너무 기다려진다.
ㄴ김찬용- 분명 실망한다. 무리수란 말이 괜히 하는게 아님.
김의순- 난 기다려짐. 이 컨셉 유지할 수 있을지도 너무 궁금하고 ㅋㅋㅋㅋ
병신TV- 3일만에 구독자 1만을 넘긴 유튜버가 있다!?
ㄴ김호찬- ㅋㅋㅋㅋㅋ병신TV 찐이냐? 어 ! 찐이네 ㅋㅋ 난리긴 한가보다?
ㄴ류마틱- 난리지. 도전장을 날렸는데 ㅋㅋ 저녁 존나 기대된다. 페북에 캡처본 올라가고 지금 지랄남ㅋㅋㅋㅋ
김라면- 성지순례왔습니다!! 수능 잘보게해주세요!!
“너굴맨. 이건 우리가 질 수가 없는 싸움 아니야?”
“너굴!!”
도전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덤벼라! 도전자 들이여! 나는 이곳에 있다!!"
"너굴너굴!!"
< 22:00 첫 번째 생방송.>
<너굴맨이 만들지 못하는 음식을 찾아라!>
<도전자들 이여! 너굴맨에게 절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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