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6화 (6/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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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굴-!!”

너구리의 큰 울음소리와 함께.

“너굴맨에게 선택받은 남자!”

녹화를 시작했다.

“신박한 랜덤박스를 여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너굴!!”

현규의 말에 너구리가 호응했다.

“우리 너굴맨에게 열광하는 많은 댓글을 봤습니다.”

“너굴.”

너구리가 현규에게 팔에 매달렸다.

사전에 너구리와 짠 연출이었다.

“부럽지!? 너굴맨은 내꺼지롱!”

“너굴!”

너구리는 팔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왔다.

“보셨습니까!”

“너-굴!”

이정도면 충분했다.

“헛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바로 상자깡 가겠습니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오늘은 뭐가 나올지 기대되네요!”

편집을 위해 한 호흡 쉬어주고 외쳤다.

“오픈합니다!”

“너굴!”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너굴맨보다 더 좋은 건 나오지 않겠지만! 뭐든 신박한 물건이면 좋겠네요!”

“너굴!”

너구리는 뽐내듯 턱을 치켜들었다.

동시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황금 사과나무 씨앗을 획득하였습니다.

“여러분! 대박입니다!”

사실 쪽박일 확률이 더 높았다.

“황금 사과나무 씨앗이 나왔습니다!”

나무가 커서 열매를 맺으려면 짧은 시간에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러면 이번화는 나가리인데.’

그런 생각을 숨기고 웃음을 유지했다.

“그게 뭐냐고요? 저도 모르죠. 첫 화에 말씀드렸죠. 이건 신이 내려주신 랜덤박스! 어떤 신기한 물건이 튀어나와도 놀랍지 않은 상자입니다!”

“너굴너굴!”

그나마 다행이라면 너구리가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자를 열어보겠습니다.”

“너굴.”

조심스럽게 말하고 상자를 열었다.

특별한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이건!”

씨앗을 꺼내 카메라에 보여줬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씨앗이었는데,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황금 사과나무의 씨앗이라지만, 씨앗까지 황금일 거라곤 생각 못 했네요.”

“너굴?”

씨앗은 영롱한 황금색이었다. 묵직한 무게와 촉감까지 씨앗 보다는 ‘금’ 같았다.

“씨앗이 나올 거라곤 생각을 못 했네요. 그래도 다행인 게 여기가 전원주택이거든요.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심어 볼게요!”

“너굴!”

황금을 땅에 묻는 멍청한 짓이지만, 콘텐츠라고 생각하면 못할 일도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너굴!”

너구리는 처음 밖에 나온 게 좋은 모양인지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크! 우리 너굴맨 귀엽죠?”

씨앗만 묻으면 끝날 녹화였다. 어떻게든 분량을 채워야 했다.

“너굴!”

너구리는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현규에게 다가왔다.

“다 놀았어?”

“너굴.”

나름대로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그럼 심으러 가볼까?”

“너굴!”

카메라를 설치하고.

“심으려면 삽이 있어야겠죠? 모종삽을 본 거 같아요. 잠시만요!”

모종삽을 찾아 30cm 정도 땅을 팠다.

“이 정도면 될 것 같네요. 그럼 씨앗을 집어넣겠습니다.”

구멍에 씨앗을 집어넣고 흙을 덮었다.

“이제 물만 주면 끝이네요.”

마당에 설치된 수돗가에 호스를 연결했다.

“얼마나 줘야 할지 모르니 넉넉하게 주겠습니다.”

씨앗을 심은 곳에 넉넉하게 물을 줬다.

“음··· 적어도 5년은 걸려야 황금사과 먹어보겠죠?”

막상 끝날 때가 되니 굉장히 뻘쭘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들어가세요’란 마지막 멘트만 남았을 때.

-드득.

“너굴?”

-드드드득.

묘한 소리가 울렸다.

“어? 아 죄송합니다. 주위에 공사를 하나보네요.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요.”

아마 이 대사는 편집하겠지만,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려면 말을 이어가야 했다.

“너굴!”

갑자기 너구리가 현규의 다리를 두드렸다.

“응? 왜?”

“너굴! 너굴!”

너구리는 팔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드드득.

그곳은 씨앗을 심은 자리였다.

2.

“여러분도 제가 보는걸 보고 계시나 모르겠네요.”

“너굴?”

나무가 실시간으로 자라고 있었다.

“보이시죠? 나무가 자라고 있네요?!”

-드득.

묘한 소리는 나무에서 나는 소리였다.

“공사 중이라고 생각했던 소리는 나무가 크는 소리였나 봅니다.”

어느새 묘목 정도의 크기까지 자랐다.

“제가 이번 뭐라고 했습니까!”

“너굴?”

현규의 말에 맞춰 너구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 꺼 대박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런걸 어디서 보겠어요!”

-우드드득.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일단, 닥치고 나무 성장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현규는 카메라로 달려와 카메라를 나무 가까이 옮겼다.

“빠져있겠습니다. 나무가 크는 소리와 경이로운 광경에 집중하세요.”

속삭이듯 말하고 앵글 밖으로 나왔다.

-우드드득.

나무가 파열되는 소리와 함께.

묘목이 성장했다.

현규의 말대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묘목이던 나무가 빠르게 성장했다.

줄기가 굵어지고, 가지가 뻗어 나갔다.

뿌리는 튼튼하게 나무를 지탱한다.

50cm도 안 되던 묘목이 1m의 크기로 변하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거 잭과 콩나무처럼 하늘 끝까지 크는 건 아니겠죠?”

방송을 위한 농담이 아니었다.

‘설마···’

반쯤은 진심이 담긴 걱정이었다.

-우드드득!!

나무가 커질수록 소리가 더 커졌다.

1m의 나무는 금세 2m를 넘기고 3m까지 자랐다. 그리고 가지에 이파리가 피기 시작했다.

“녹색 꽃이 피는 것 같네요.”

아무것도 없는 가지에 녹색 이파리들이 꽃처럼 피어났다.

“어! 저건!”

현규는 놀라서 소리쳤다.

“열매?”

황금색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열매가 열리고 더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끝인 거 같네요.”

내색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당황과 얼떨떨함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너굴!”

현규와는 다르게 너구리는 신나 보였다.

“어!? 너굴맨! 괜찮아?”

너구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에 놀라 외쳤다.

“너-굴!”

“여러분. 너굴맨은 괜찮습니다!”

뻘쭘함을 숨기고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가까이 가서 볼게요. 카메라도 들고 가겠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사과나무로 다가갔다.

“보세요. 진짜 황금 사과가 열렸네요!”

카메라의 앵글은 사과를 비췄다.

“일단 숫자부터 세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사과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제일 큰 게 1개. 중간 2개. 작은 게 7개 정도 되네요.”

3m짜리 나무에 열린 사과는 10개.

“제일 큰 녀석도 너무 작은데요?”

크기가 사과보다는 자두에 가까웠다.

“제일 작은 녀석은 방울토마토만 하네요.”

제일 높은 가지에 작은 사과는.

“너굴맨! 위에 쪽 사과 좀 따줘!”

“너굴!”

너구리에게 부탁하고 나머지 사과를 수확했다.

“무겁네요. 사과보다는 금덩이 같아요.”

크기는 작았지만 묵직했다.

“너굴!”

너구리는 내려와서 작은 사과를 내밀었다.

“크하-! 보셨습니까 여러분. 꼭대기에 열린 사과! 저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너굴!”

“그렇습니다! 꼭대기의 사과는 우리 너굴맨이 책임지니 안심하라고!”

카메라로 너구리를 비추며 말했다.

뽐내듯 치켜든 턱은 타이밍까지 완벽했다.

“너굴!”

-파스스슥.

분위기를 깨는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듣기 위해 현규는 몸을 돌렸고, 카메라도 같이 돌아갔다.

나무가 바스러지며 사라졌다.

“오늘 엔딩 죽여주네요.”

현규의 멘탈도 나무와 함께 바스러졌다.

3.

녹화는 나무가 바스러지는 것을 담고 그대로 종료했다.

시골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주위엔 집하나 없었고,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없다.

현규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집으로 들어갔다.

영상을 편집하고 어그로까지 준비했다.

-제목: 나무 원래 이렇게 빨리 자라냐?

“빨리빨리 움직여야···”

멘탈은 바스러졌지만, 계획까지 바스러진 건 아니었다. 오늘 안에 할 일이 많았다.

인코딩이 끝나자마자 영상을 올리고, 커뮤니티에 어그로 글을 올렸다. 현규는 바로 일어나 너구리를 불렀다.

“너굴맨!”

“너굴?”

이제부터 할 일은 나가야 했다.

“집을 부탁한다! 나 외출 좀 할게.”

“너굴!”

현규는 사과를 크기별로 하나씩 챙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금 같단 말이지.”

현규는 차를 타고 1시간을 이동했다.

그리고 낯익은 건물 앞에 주차했다.

“확인이 필요해.”

현규가 서둘러 온 곳은 금 거래소였다.

저번에 거래했던 직원이 보였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촬영 여부를 허락받는 게 중요했다.

정중하고, 차분하게 설명하자.

“괜찮습니다.”

직원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카메라 녹화를 시작했다.

“감별을 받고 싶어서요.”

크기별로 가져온 사과를 테이블에 올렸다.

“세공이 엄청 정밀하네요.”

직원은 감탄을 터트렸다.

“사과입니다. 이 사과가 진짜 금인지 확인하고 싶어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가장 큰 업체입니다.”

흔쾌한 허락에는 이 조건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현규는 천연덕스럽게 직원의 말을 받았다.

“한국 금 거래소 충주 지점에 방문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아저씨 보통이 아니네.’

노골적이고 직접적이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갔다.

“표시가 없는 걸 보니. 특수 제작품 같아 보이네요.”

홍보가 끝나자 바로 확인에 들어갔다.

“정확한 가치를 알고 싶은데 어렵나요?”

“아닙니다. 저희는 지점마다 순금 감별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래 걸릴까요?”

시간이 걸리면 골치 아파진다.

“차는 어떤 거로 하시겠어요?”

현규의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다.

“네?”

“차를 준비하는 동안 감별이 끝날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저씨는 현규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럼. 커피로 하겠습니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금을 들고 안쪽에 마련된 문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현규의 시간이었다.

“이번 거 대박이라고 말씀드렸죠?”

자랑질 한번 해주고.

“진짜 금일 경우에는 작은 것들은 구독자가 일정량 모일 때마다 이벤트로 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떡밥까지 던졌다.

“아! 큰 건 제가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한 이유까지 준비했다.

“왜요? 큰 거까지는 못 드려요. 이번 영상 CG 비용 생각하면 적자 인 거···.”

과장되게 놀란 모습을 연기했다.

“흠. 아닙니다. 전부 신이 내려주신 랜덤박스에서 나온 불로소득입니다. 제가 욕심쟁이라 못 드리는 겁니다. 사리사욕! 채우겠습니다!”

새로운 예고도 빼먹지 않았다.

“진짜 금으로 판정 날 경우. 몇 가지 생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너굴맨! 관찰카메라> 준비 비용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이것도 스포인데,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카메라를 보며 혼자 대화하고 있을 때.

“커피 여기 있습니다.”

커피가 나왔다.

“아! 감사합니다.”

커피를 주는 직원에 손에는 종이가 한 장 들려있었다.

“좋은 소식입니다.”

커피와 함께 희소식이 날아왔다.

“설마···”

“예. 순금입니다. 내부까지 통짜 금인데 세공사가 누군지 정말 궁금하네요.”

“개꿀.”

헛소리하는 현규를 직원이 일깨웠다.

“네?”

“아닙니다. 순금이 맞아요?”

이런 놀란 현규의 모습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순금인 거 아시는 거···”

말을 이어가던 직원은 카메라를 한 번 보더니 묘한 웃음을 띠고 다시 말했다.

“예. 순금입니다. 거기다 세공까지 완벽하고요. 저희 쪽에 판매하시면 좀 더 가격을 올려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직원은 방송 때문에 연기한다고 착각했다.

“그럼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일단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대박이었다.

큰 사과 1kg, 오천만 원.

중간사과 580g, 삼천만 원.

작은 사과 166g, 팔백만 원.

“숫자가 묘하게 딱 떨어지는 데요?”

“세공이 너무 깔끔해서요. 저희도 녹이지 않고 판매할 생각입니다.”

골드바처럼 사과 모양 금으로 판매할 생각인 것 같았다.

녹화는 여기까지였다.

“잠시만요.”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짜 금으로 판별났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들어가세요-”

녹화를 끝냈다.

이제 진짜 거래를 할 차례였다.

4.

“8천만!! 현규야 8천만이드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광란이었다.

큰 사과와 중간사과는 그 자리에서 판매해서 8천만 원을 챙겼다.

“유튜버들 다 뒤졌다! 간다!! 이 몸이 간드아!!!”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댓글을 확인했다.

미요옴- 랜덤박스 진짜 있는 듯. ㅇㅈ?

ㄴrlaalswo- 그래픽이라니깐 병신들아! 그보다 얼른 너굴맨 채널 개설 안하냐!!

ㄴ미요옴- 알아 병신아! 근데 말도 안 되게 잘 만들었으니깐 하는 소리잖아!

노쿠- 그래서 저거 어느팀 작품이야?

ㄴ호쿠라- 몰라. 이 정도 프로젝트면 이 좁은 동네에서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을 텐데 전혀 못 들어봤다.

하코하코- 오빠 오늘도 너무 섹시해요!

ㄴrlaalswo- 이놈 덜렁덜렁이란 거에 손목아지 건다.

김장춘- 확실한 건 저거 진짜 사과나무임. 나 과수원집 아들임.

ㄴ호쿠라- 진짜임? 디테일 진짜 존나 신경썼네. 근대 왜 유튜브 작업을 하냐고! 월급이 얼마길래!?

댓글 창이 미친 듯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그로 미쳤다 미쳤어!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빠르게 금 거래소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 했다. 어그로는 덤이었다.

-제목: 진짜 금이라는데?

“폭탄 하나 더 간다!”

오늘 떨어질 폭탄은 1개가 아니라 2개였다.

랜덤박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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