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3화 (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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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자를 오픈하시겠습니까?

다시 한번 메시지가 떠올랐다.

“조금 후에 열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자고로 상자를 깔 때는 경건해야지. ”

없던 징크스가 생기고,

“이번엔 3천짜리 가즈아!”

헛된 욕심이 생긴다.

현규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일분일초가 아까웠고, 얼른 상자를 열고 싶었다.

“보자. 너의 속살을 보자!”

한참이 걸릴 것 같던 주방 청소는 30분이 채 되지 않아서 끝났다.

“아니! 아니지! 경건하게!”

현규는 황급히 상자에서 물러나 욕실로 향했다.

샤워까지 마치고 나서야, 식탁 위에 있는 랜덤박스 앞에 다시 섰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이 복덩이!’

랜덤박스 시스템의 목소리는 달콤했다.

“오픈한다!”

현규는 양손을 치켜들고 선언하듯 말했다.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어제와 똑같이 경쾌한 멜로디가 울렸다.

“와라! 2천도 좋다! 와라!”

현규가 소리 지르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특성카드 <사고>를 획득하였습니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상자에서 나온 것은 그가 기대하던 물건이 아니었다.

“특성카드?”

특성카드 <사고>.

앞면에 적혀 있는 내용은 이게 전부였다.

“설명서 없어?”

이렇게 불친절할 리가 없었다.

카드를 뒤집었다.

“그래. 설명서가 없을 리 없지.”

그의 말대로 카드 뒷면에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특성카드 사용법.

카드를 점선을 따라 찢어 주세요.

“진짜 친절한 건지 불친절한 건지.”

문제는 너무 간단하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물건은 아닌 거 같은데···”

찢으면 사용이 된다는 걸 보니 랜덤박스처럼 특수한 물건 같아 보였다.

랜덤박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해가 되는 물건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래. 무슨 고민이냐.”

현규는 망설임 없이 카드를 찢었다.

-$#%% ^&$^&

일그러진 알림창이 떠올랐고,

[email protected]$$%32 @#$%

계속해서 알림창을 떠오르고 사라졌다.

-시스템 우회.

변화가 생겼다.

-랜덤박스 시스템으로 접속 우회합니다.

‘응?’

당황한 현규와는 다르게 알림창을 계속해서 떠올랐다.

-상태창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태창? 하다 하다 무슨 개소리를.”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계속 진행됐다.

-특성을 삽입하기 위해 강제로 상태창을 개화합니다.

랜덤박스는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랜덤박스와 연결됐다면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질문 좀 할게!”

현규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됐다.

-강제 개화로 인해 상태창의 능력이 감소합니다.

질문을 받아주지 않았다.

“야! 잠깐! 형님!! 야!! 안 멈춰!?”

현규는 당황해서 소리 질렀지만.

-개화를 시작합니다.

“야!!”

-충격에 대비해주세요.

“야! 쫌!!”

믿을 수 없는 통증이 현규를 덮쳤다.

“크아아아악---!!!!!!”

현규는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

“이런 개 같은 새끼들이!”

현규의 손이 덜덜 떨렸다.

랜덤박스의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다.

절대 해가 되는 물품은 들어있지 않다고 했지만, 그가 느낀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존나 아프잖아.”

-상태창 개방이 완료되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특성 <사고>를 습득합니다.

“잠. 잠깐!! 야!!”

상태창을 강제로 개화할 때 무시무시한 고통을 느꼈다. 그렇다면 특성은?

“살려줘!! 야!! 미안! 안 배울게!!”

현규는 눈을 질끈 감고 사과했지만,

-특상: <사고>를 습득하였습니다.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

살려달라고 빌던 두 손은 무안했고,

“음···”

뻘쭘한 감각만이 진하게 맴돌았다.

2.

“그래서 뭘 얻은 거야?”

현규의 머릿속에 남은 의문이었다.

“특성이 뭐야 도대체.”

특성만 문제가 아니었다.

“‘상태창’은 또 뭐야.”

-상태창을 오픈합니다.

갑자기 알림과 함께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름: 이현규

특성: <사고>, <패배주의>, <시기>

“아 진짜.”

겨우 불러낸 상태창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잠깐만. 이거 이렇게 해보면···”

현규는 상태창의 글자를 터치했다.

-특성

-고유한 능력을 포괄적으로 나타냄.

“고유한 능력?”

‘생각해보자.’

단서는 충분히 주어졌다.

“잠깐. 게임이라고 생각해보면?”

그가 ‘사고’하기 시작했다.

“재능이랑 비슷한데? 아니 재능이라고 하기엔 부정적인 것들이 보이는데.”

재능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금씩 이어지던 생각이 끝에 도달했다.

“말 그대로 특성이야. 포괄적인 개념. 특성이라··· 그럴싸한데?”

현규는 특성의 다른 항목들을 터치했다.

“일단 흉측해 보이는 것부터 보자.”

-<패배주의>

-거듭된 실패로 인해 창의력이 저하됩니다.

“딱 봐도 좆같아 보이더니···”

특성이라고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다음 항목을 터치했다.

-<시기>

-자신보다 뛰어난 자들을 시기한다.

-독기와 질투심이 증가합니다.

-독기: 행동력이 늘어납니다.

-질투심: 독기가 줄어들지 않게 만듭니다.

“아··· 부정하진 못하겠네.”

재능이 될 정도의 시기심. 현규는 그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실패한 사람치고는 행동력이 넘쳤고, 쓰레기를 만들긴 하지만 유튜브 업로드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럼 카드로 얻은 건?”

마지막 특성을 터치했다.

-<사고>

-생각하는 능력.

“존나 심플하네.”

능력을 깔끔할 정도로 심플했다.

“생각하는 능력? 잠깐만 그러고 보니.”

평소와 달랐다. 머리에 부스터를 달아 놓은 것처럼 사고의 속도가 빨랐다.

“미친···”

금덩이 따위와는 비교되지 않았다.

3.

“랜덤박스.”

특성을 깨닫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랜덤박스 그 자체였다.

‘랜덤박스는 무엇인가.’

순식간에 생각에 빠져들었다.

‘도움 되는 물건을 뱉는다.’

용도.

‘아침과 점심 사이에 도착한다.’

시간.

‘어제와 오늘 매일매일 하나씩?’

수량.

기본적인 내용이 빠르게 정리됐다.

‘누가 보내지?’

생각은 뻗어 나가서 보낸 사람에 닿았다.

‘잠깐. 누가 보냈는지 중요한가?’

의문은 필요성으로 변했다.

누가 보냈는지가 지금 상황에서 중요할까.

‘중요하지 않아. 지금 집중해야 할 문제는 누가 보냈는지가 아니야.’

그렇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었다.

‘랜덤박스를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

진짜 중요한 것은 ‘이득’이었다.

‘이득’에 대해 꼬리를 물고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진다. 생각에 깊게 몰입한다.

이내 한가지로 생각으로 귀결됐다.

-꼬르르르륵.

뱃속에서 난 소리가 현규를 깨웠다.

“어?”

생각에서 깨어나자마자 일순 현기증을 느꼈다.

“뭐야.”

극심한 허기. 아찔한 현기증.

“머리는 왜 이렇게 뜨거워?”

머리는 따듯하다 못해 뜨거웠다.

“설마?”

마치 체력과 심력이 바닥난 것 같았다.

“뭔 생각하는데 이따위로 체력을 써.”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지금 3시간 넘게 생각한 거야?”

단숨에 몰입해서, 3시간을 넘게 생각했다.

처음 써보는 '특성'이라 과하게 몰입한 모양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체력소모가 심한 게 말이 돼?”

허기와 피곤함이 밀려왔다.

“일단 먹고 쉬자.”

소모한 체력은 먹고. 쉬어야 채울 수 있다.

간단하게 먹을 생각이었지만.

“뭔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냐.”

평소에 먹는 양보다 2배 가까이 먹고 나서야 식사가 끝났다.

원래 매일 하던 유튜브 업로드나 이슈들을 모으는 일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건. 내일이지.”

식사를 마치니 피곤함이 밀려왔다.

“쓰러지겠네. 진짜.”

쓴웃음을 지으며 현규는 잠이 들었다.

*

지끈거리는 두통.

“아침부터 개 같네! 진짜.”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했다.

어제 10시가 넘지 않아 잠들었는데 시간은 오후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두 번 생각했다간 뒤지겠네.”

깊게 사고하는 건 생각 이상으로 체력과 심력을 소모했다.

“그래도 사기에 가까운 기술은 맞지.”

의도적으로 집중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두통을 떨치기 위해 현규는 억지로 몸을 스트레칭했다.

“생각 같아서는 뛰어나가고 싶지만.”

어제와는 다른 의미로 설레고 있었다.

“생각대로라면 진짜 해볼 만하다.”

깊은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

“참나.”

누가 보냈는지도, 어디서 보내졌는지도 모르는 랜덤박스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니.

“웃긴 일이지.”

쓴웃음을 머금었지만, 그의 표정엔 설렘과 묘한 기대가 가득했다.

방에서 거실로 나가 탁자 위를 확인했다.

“있다!!”

그곳에는 새로운 랜덤박스가 놓여있었다.

4.

-랜덤박스로 ‘이득’을 보는 방법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생각한 질문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지.”

현규의 미소를 짓고 말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를 작성했다.

-랜덤박스에 대한 가설.

-가설1. 랜덤박스는 매일 1개씩 도착한다.

“매일매일 도착한다고 생각하면.”

문서창을 내리고 이번엔 쇼핑몰 홈페이지에 들어가 몇 가지 물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장바구니에 쌓이기 시작했다.

카메라.

조명.

컴퓨터.

책상.

모두 유튜브를 촬영하기 위한 장비들이었다.

“내 약점이 사라지지.”

현규에게 부족한 것은 창의력이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실패한 것은 ‘아이디어’니깐.”

매일매일 랜덤박스가 도착하면 이 모든 약점은 사라진다.

“신기한 물건만 나오는 게 아니라. 재능까지 나온다면?”

폭넓은 분야를 다양하게 건드릴 수 있다.

“몇 가지 검증이 필요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긴 했다.

“매일 랜덤박스가 도착해야지.”

-랜덤박스가 매일 도착하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했다.

“오늘은 도착했지.”

그렇다면 이제 실험이 필요하다.

“우선 구매부터 하고.”

구매 목록에 올린 물건들을 결재했다.

돈은 문제없었다. 금을 팔고 2천이란 목돈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장비가 좀 시원찮긴 해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처음부터 고가의 장비를 구매하진 않았다. 매일매일 랜덤박스가 올 것이란 것도 아직은 가설이었다.

촬영장비가 도착하기 전까지 준비가 필요했다. 실험까지 하면 시간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채널부터 개설하자!”

지금까지 쓰레기를 올리던 채널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유튜브 채널명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간단한 게 최고다.

현규는 채널명을 적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랜덤박스.

핸드폰으로 랜덤박스를 찍어 포토샵으로 보정하고 채널 프로필에 사진을 올렸다.

“이제 시작이지. 오프닝 만들고, 클로징 화면 만들고.”

주문한 장비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도 할 일이 많았다.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고유한 콘텐츠.’

현규는 즐거운 표정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

작업하면서 먹은 식기와 컵라면 용기가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다.

“으아!!!”

현규는 기지개를 켰다.

눈은 빠질 듯이 아프고, 목과 허리는 비명을 질렀지만, 작업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미쳤는데?”

자신이 만든 오프닝과 클로징 화면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얻은 건 <사고>뿐인데.”

<사고>는 영상의 요소를 선택하고 생각하는 과정 전부 도움이 됐다.

“아. 설레발 치면 안 되는데 진짜 될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작업 결과가 훌륭했다.

“아니. 안 돼도 이거 영상 제작자로 먹고살겠잖아?”

<사고>의 도움. 별거 아닌 거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제 내일 어떻게 될지만 보면 된다.”

오늘 랜덤박스를 열지 않았다.

‘그럼 내일 어떻게 될까?’

“연속 상자 깡이 가능하단 소리지.”

그것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현규는 만든 영상들을 저장하고 컴퓨터를 종료했다.

“일단 좀 자자.”

지금은 휴식이 절실했다.

그는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

.

-랜덤박스가 이미 존재합니다.

알림음에 현규는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상자!!”

-랜덤박스가 이미 존재합니다.

알림이 다시 들려왔다.

“미친.”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탁자에는 어제 열지 않은 랜덤박스가 그대로 있었다.

“자리 때문인가?”

현규가 랜덤박스에 손을 가져다 대자.

-랜덤박스가 존재하면 새로운 상자가 도착하지 않습니다.

알림음이 최악의 상황을 알려왔다.

“야! 그건 미리 말해줬어야지!”

현규가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알림음이 대답했다.

-인정합니다.

“어? 인정?”

-예. 인정합니다.

‘이건 무슨 개떡 같은 상황이야?’

그가 고민할 새도 없이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실수를 인정하고 이번만 랜덤박스의 확률을 조정합니다.

“확률?”

-더 좋은 물품이 나오도록 확률을 조정합니다.

“개..꿀?”

-확률 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는 가설이 아니었다.

가설2. 랜덤박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새로운 상자는 도착하지 않는다.

가설을 지우고, 규칙으로 고쳐썼다.

랜덤박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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