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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
2013년 한 TV 방송에서 재미있는 내용이 나왔다.
<유튜버 1년 수익 1억.>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는 내용이었다.
잠깐 나오고 사라지는 유행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뉴스가 나왔다.
<유튜버 1달 수익 2000만 원.>
<먹방으로 1달에 3000만 원씩 벌어요!>
<전자제품 리뷰 유튜버 수익공개!>
<부업이 더 벌어요! 일년 수익 공개!!>
그들은 스타였고, 문화의 흐름이었다.
시장 자체가 커지고 돈이 쏟아져 내렸다.
돈이 있는 곳엔 항상 어둠이 존재한다.
“아 이번 건 조회 수가 좀 나와야 하는데.”
새로운 콘텐츠, 자신만의 콘텐츠로 모두가 영상을 만들고 업로드하지 않는다.
“제목 어그로 좋고”
이슈들을 끌어모아 쓰레기 같은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도 수없이 생겼다.
“야한 섬네일 이미지는 필수지!”
이들은 유튜브에서 떨어지는 돈을 주워 먹기 위해 모인 하이에나였다.
“거기에 광고까지 박아 넣으면 완성이지.”
이현규, 그가 바로 하이에나였다.
“이번 달 200은 돼야 하는데.”
유튜브의 수익구조는 조금 골때린다. 조회수당 1원. 0.7원 등등 많은 썰들이 있지만, 현실은 그보다 냉혹하다.
영상의 길이, 광고 수, 조회 수, 등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개입해서 조회수당 얼마라고 딱 정하는 건 쉽지 않다.
분명한건 1원보다 적을 때가 많다.
“카톡 사이다 영상 만들 때가 그나마 수입이 젤 높았지.”
10분 정도 길이에 광고 4~5개.
카톡 영상은 끝까지 봐주는 사람이 많아서 조회 수가 쏠쏠했다.
“이것도 창작의 영역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인터넷 썰을 수집해서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강한 사이다와 쾌감을 주기 위해선 썰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편히 벌어먹는 직업이 또 어디 있겠어.”
인터넷 정보를 짜깁기해서 하루 몇시간만 투자하면 매달 쏠쏠하게 수입이 떨어진다.
“스타 유튜버는 이제 꿈이지.”
이현규는 이미 도전하고 실패했다.
“좆같은 새끼들. 말이 쉽지 새로운 것을 도전하면 이 시장은 아직 널널하다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창작의 영역. 이현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운 좋게 뜬 새끼들이 진짜. 개 같은 세상아!”
-꼬르르륵.
현규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에라이···밥이나 먹자.”
그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
“뭐야 이게?”
식탁 위에는 상자가 올려져 있었다.
“어제는 없었고, 오늘 아침에도 없었는데.”
처음보는 상자. 아침에는 없던 상자다.
현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뭐야?”
의문이었다.
주위에 사람도 없고, 택배를 받기도 쉽지 않은 곳. 현규가 사는 집은 시골의 외딴집이다.
식탁에 앉아 상자를 확인한다.
“랜덤박스?”
상자에는 랜덤박스란 한글이 박혀 있다.
랜덤박스.
가챠라 불리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상자다. 웃긴건 각종 쇼핑몰에서도 랜덤박스라고 해서 무작위 물품을 넣어 판다는 것이다.
“아 진짜. 찝찝하게···”
식탁위에 누가 가져다 놓은지도 모르는 박스가 있다고 생각하면 신기함과 의문은 잠시. 찝찝함이 떠오른다.
“어디서 보낸거야.”
상자의 외관을 살펴봤다.
“그냥 종이상자인데.”
특별할 것도 없는 상자였다.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옆면에 인쇄된 ‘랜덤박스’ 란 글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뭐가 들은거야?”
흔들어봐도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열어? 말어?”
찝찝한 만큼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궁금했다.
“열자.”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내가 무슨 특별한 놈이라고.”
현규의 말대로였다. 그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유튜브에서 조회수나 주워먹는 하이에나였다.
“좁밥한테 장난을 쳐도 좁밥같은 장난이기 마련이지.”
갑자기 상자가 폭발하거나, 안에 생화학 무기가 들어있거나 하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에도 짓궂은 장난일 것이다.
“이게 뭐라고 또 기대되냐.”
헛웃음을 흘리며 현규는 상자의 입구를 막고 있는 테이프를 뜯었다.
-파직.
귓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삐이----
이명이 계속해서 울렸다.
“이게 무슨···”
상자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
시야가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email protected]#$!
이명은 이상한 소리로 변하고,
“이건 또 뭐야.”
허공에 이상한 기호들이 떠올랐다.
고개를 돌려서 다른 곳을 봐도 기호들은 따라왔다. 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욕을 내 뱉으려고 할 때. 귓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언어 일치.
-신호 일치.
-시각 정보 일치.
-청각 정보 일치.
.
.
.
-동기화 완료.
“어?”
환청이 아니였다. 귓가에 생생하게 울리는 말들이 허공에 글자로 떠올랐다.
-첫 랜덤박스 개방.
-시스템과 동기화를 완료했습니다.
“이게 뭔 개소리야.”
얼떨떨한 기분으로 말을 내뱉자.
-랜덤박스란.
-이 세상의 모든 요소들이 들어있는 박스를 뜻합니다. 사용자의 운에 따라 새로운 물건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거?”
-‘이것’ 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말에 반응 하는 것을 눈치챘다.
질문이 가능하단 소리였다.
3.
‘무슨 질문을 제일 먼저 해야할까.’
막상 질문을 할 수 있음에도 망설이게 됐다.
먼저 움직인 것은 현규가 아니었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아니. 잠시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
-질문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생각외로 친절한 놈이었다.
“넌 누구지?”
-랜덤박스 시스템입니다.
되돌아온 대답까지 친절하진 않았다.
“쉽게 표현하면?”
-랜덤박스를 관리하는 관리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관리자?”
-랜덤박스는 매우 고가의 물품입니다. 오류나 불량품이 없도록 탑재된 게 저입니다.
비싸기 때문에 딸려있는 제품 관리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사람은 아니지?”
-지구쪽 언어로 인공지능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제품에 붙어있는 인공지능.
현규는 대략적으로 이해가 됐다.
“그럼 제품을 개봉하면 사라지는 거야?”
-그렇습니다.
상자오픈을 뒤로 미룬 것은 정답이었다.
“그전까지는 계속 질문해도 되고?”
-그렇습니다.
이러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누가 보낸거야?”
-제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역시.’
현규는 자신의 질문을 통해 단서를 모았다.
“왜 보낸거야?”
-제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오직 제품 설명만 가능하다.’
제품 외적인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물어볼 질문은 하나 뿐이다.
“랜덤박스엔 뭐가 들어있어?”
-세상의 모든 것.
마치 제품의 선전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현규는 다음 질문으로 열지 말지 결정할 생각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라면 죽음이나 질병, 바이러스 같은 것도 들어있어?”
-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상품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상품’입니다. 소비자에게 해가 되는 물품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다행이도 부정적인 것들은 들어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알아야 되는 추가사항 같은 건 없어?”
-주의 사항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보잘 것 없는 물건이 나와도 항의는 불가능합니다.
가챠상자를 열어서 후진 게 나와도 항의는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는데, 당연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안 열어보는 게 등신이지.’
마치 현규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픈할게.”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경쾌한 멜로디가 머릿속을 울렸다.
“BGM까지 준비한거야?”
멜로디를 따라 커지는 흥분과 긴장감.
이내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금괴 500g을 획득하였습니다.
-랜덤박스 오픈을 종료합니다.
상자는 여전히 그대로 였는데 오픈 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종료가 떠오르고 허공에서 글자들이 부서지듯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 끝이야?”
랜덤박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홀린 듯이 입구가 닫혀 있는 상자를 열었다.
그곳엔 골드바와 종이 한 장이 놓여있었다.
“대박.”
종이에는 품질보증서라고 적혀 있었다.
4.
“요즘 금시세 계속 올라가는데 파시게요?”
“예. 투자 때문에 사긴했는데, 집에 일이 생겨서요.”
현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금 투자가 이래서 좋습니다. 현금화가 쉽거든요.”
거래소 직원은 웃음을 짓고 응대했다.
현규는 초조함과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거 문제 생기는거 아니야?’
그런 그의 생각과 달리 금 판매는 빠르게 이뤄졌다.
“보증서 확인했습니다. 이현규 고객님 맞으시죠? 본점에서 구매하신 걸로 나오네요.”
“그런게 나오나요?”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자,
“예. 도난이나 판매하실 때 절차를 생략하기 위해서 저희쪽 구매하신 기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고 설명을 이어갔다.
“예. 구매하실 때에 비해서 조금이지만 올랐습니다. 여기 보시면···”
직원은 열정적으로 설명했지만, 그런 내용은 현규에게 들어오지 않았다.
‘랜덤박스에서 꺼낸 물건인데 문제가 없다고?’
머릿속엔 의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해서 판매하시면 수수료 제외하고 이정도 금액입니다.”
직원은 계산기에 숫자를 적어 보여주었다.
-22,783,000
“2천 2백이요?”
현규가 놀라자 직원은 웃으며 대답했다.
“구매하셨을 때 생각하시면 안되죠. 많이 올랐습니다. 저는 더 갖고 계실 것을 추천드리지만 일이 생기셨다니 어쩔 수 없네요.”
판매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계좌번호를 말해주고, 입금을 확인했다.
“저희 한국 금거래소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거래소를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탈때까지 현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차에 타고나서야.
“2천?”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했다.
현실을 깨닫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2천!?”
흥분과 쾌감이 차올랐다.
“2천-!!!!”
현규는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었다. 낡은 SM520 차량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랜덤 박스 사랑한다!!!!”
한동안 괴성과 함께 차량은 계속 삐걱거렸다.
“2천!! 2천!!”
5.
“돈 이 생겼으면 소고기지.”
현규의 양손이 묵직했다.
“소고기에 소주 한 잔! 이보다 좋은 게 어딨냐 진짜.”
2시간 넘게 운전한 피로는 전혀 없었다.
충주에 있는 금거래소 까지 나갔다 왔지만 피곤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기가 넘쳤다.
“왔다갔다 2시간이면 시간 당 천만 원!”
그가 한 일이라곤 상자를 열고, 금을 꺼내 판매한 일 밖에 없었다.
“오늘 첫끼는 고급스럽게! 먹고! 마신다!”
현규는 점심도 먹지 않고 나갔다 왔다. 금을 보고 흥분해서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으! 배고파.”
긴장이 풀리니 허기가 강하게 밀려왔다.
1++등급의 영롱한 소고기와 소주.
“2천이다!! 먹고!! 마시즈아!!”
소리를 지르며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셨다.
흥분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배부름에 취해현규는 잠이 들었다.
.
.
.
.
“아우 머리야.”
현규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확인했다.
-01:24
벌써 점심이었다.
“아 오늘 업로드!”
발작하듯이 일어났다가,
“2천이 있는데 하루정돈 쉴까?”
이내 어제 손에 쥔 행운이 기억났다.
여유는 돈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일단 어제 먹은 것부터 치우자.”
주방을 들어가 안을 보니 개판이었다.
기름 묻은 프라이펜, 널부러진 소주병, 치우지 않은 식기까지.
“먹는 것보다 치우는 게 일이네.”
현규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말했다.
“크!! 랜덤박스 어제 박스를 안 버렸구나.”
식탁위에는 어제 2천만원짜리 금괴를 뱉었던 랜덤박스가 올려져 있었다.
“잠깐만.”
‘밥 먹기 전에 치운거 같은데?’
식탁 위에 차릴게 많아 박스를 치웠던 것이 기억났다.
“그럼 이건 뭐야?”
랜덤박스는 포장이 전혀 뜯어지지 않은 채로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 겠습니까?
시스템 목소리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개···개꿀!!”
랜덤박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