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209화 (209/300)

209화

보스턴은 흔히 미국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곳으로 거론되는 도시다.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3퍼센트를 넘는다. 하지만 보스턴은 그 비율이 7퍼센트에 불과하다. 뉴욕의 흑인 비율이 16퍼센트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시애틀이나 덴버처럼 보스턴보다 흑인 비율이 더 낮은 도시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곳조차 최소한 한 번 이상은 흑인 시장이 배출된 적이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인 보스턴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유색 인종 후보자가 시장으로 당선된 사례가 없다.

흑백간의 소득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 보스턴 흑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8달러에 불과한데, 반해 백인 가구의 그것은 무려 24만 달러가 넘는다. 보스턴의 주요 언론사에서 흑인 저널리스트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프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경기에서 흑인 관중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다.

‘백인 우월주의가 머릿속에 종양처럼 박혀 있는 인간이구나.’

도윤은 잭 마틴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혀를 찼다. 그는 하버드를 나왔다. 그 덕분에 보스턴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하버드나 MIT에 다니는 흑인 학생들이 다른 명문대에 비해 적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있고 지내던 그 인종차별의 망령이 하필이면 오윤수와 장은서의 데뷔 전시회에서 되살아나다니…….

“마틴 기자님. 기사는 원하는 대로 쓰세요. 저는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단호하게 내뱉은 그의 말에 마틴이 입 꼬리를 한껏 치켜 올렸다.

“신경을 안 쓰시겠다고요?”

“네. 기자님이 어떤 기사를 쓰든 그게 오윤수와 장은서 화백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도움도 되지 않겠지만요.”

“지나치게 자신만만하시군요. 이제 갓 데뷔 전시회를 연 화가들이잖습니까? 신문에 악평이 실리면 타격이 작지 않을 텐데요?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젠 아예 대놓고 협박이다. 도윤이 기가 막혀 헛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지금까지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까미유가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떤 신문에서 누가 그런 악평을 쓴다는 말이죠? 마틴 기자님이 쓰실 건가요? 보스톤 글로브에서 오윤수와 장은서의 그림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겠다는 건가요?”

미술품을 팔아야 하는 경매 회사의 직원이라는 입장 때문에 그녀는 지금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되도록 언론과 척을 지지 않으려는 뜻이었다. 하지만 마틴의 발언이 도를 넘어서자 그만 발끈하고 말았다. 인상을 찌푸리는 그녀를 보며 마틴이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그림을 볼 줄 아는 기자들이라면 이번 전시회에 대해 좋은 소리를 하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소더비의 견해는 다른 모양이죠? 이거 실망입니다.”

놈의 입가에 비웃음이 배어나오는 것을 본 까미유의 양쪽 눈썹이 한껏 치켜 올라갔다.

“마틴 기자님의 생각은 저와 많이 다르군요. 진짜로 그림을 볼 줄 아는 비평가들이라면 오히려 이번 전시회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기 힘들 거예요. 물론 캔버스에서조차 화가의 피부 색깔을 찾으려는 이상한 사람은 제외해야 되겠지만 말이지요.”

“이건 인종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보스턴은 독립 전쟁의 발단이 된 보스턴 티파티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에요. 가장 미국적이고, 가강 보수적인 도시죠. 그런 곳에서 아시아에서 온 두 명의 젊은이들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모든 예술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고귀한 창작 행위예요. 그래서 언제나 지역과 인종을 초월하지요. 서구의 예술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그것도 예술가의 역량이 뒷받침해줄 때나 가능한 얘기가 아닙니까? 오윤수와 장은서라는 두 화가의 수준으로는 아마 보스턴 시민들을 감동시키기 어려울 겁니다.”

까미유가 뭐라고 또 한 소리 하려는 찰나, 도윤이 슬쩍 그녀의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저 그림들을 보고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두 사람의 역량이 아니라 보스턴 시민들의 안목을 탓해야 하는 일이겠지요. 우리는 보스턴에서의 전시회가 실패하면 뉴욕에서 다시 열겁니다. 거기서도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면 파리도 있고 런던도 있지요. 저는 사람들이 두 화가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전시회를 열 생각입니다.”

“예술적 평가는 안목으로 하는 겁니다. 그릇된 믿음이나 고집이 아니라요.”

“제가 마틴 기자님께 드리고 싶은 말을 정확히 본인 입으로 얘기하시는군요. 부디 댁에 돌아가시면 방금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마틴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등을 홱 돌렸다. 전시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까미유가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 대더니 도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도 인간성이 더럽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저렇게까지 막장일 줄은 몰랐네요. 저 빌어먹을 인종 차별주의자에게 한 방 먹이고 싶은 생각 없으세요?”

“마음 같아서야 한 방이 아니라 백 방이라도 먹이고 싶지요. 뭐 좋은 생각 있으세요?”

도윤의 물음에 까미유가 입술을 꼭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잭 마틴 저 인간이라면 분명히 이 전시회에 대한 악평으로 가득 찬 기사를 쓸 거예요. 우리가 그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대신 그런 기사를 쓴 걸 후회하게 만들 방법은 있어요.”

“어떻게요?”

“보스턴 글로브보다 더 권위 있는 언론에서 잭 마틴 정도는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거물이 쓴 기사를 싣도록 하는 거예요. 물론 그 기사 내용은 마틴과는 정반대로 이 전시회에 대한 호평을 담은 것이어야 하겠지요.”

“그게 가능합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미국 언론사나 언론인들과는 친분이 별로 없어서요. 그나마 안면이 있는 곳이라면 트루쓰 앤 밸류를 찍었던 INB밖에 없는데 그 방송국에 한 번 취재를 부탁해 보겠습니다. 까미유 씨는 혹시 잘 아는 언론사나 기자가 있으세요?”

그러자 까미유가 씩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세웠다.

“뉴욕 타임스하고 아트 뉴스는 어때요? 뉴욕 타임스의 문화예술부 부장인 아드리안 뉴먼이 저하고 가까운 사이에요. 기사를 엉터리로 써 달라고 하면 화를 내겠지만 보스턴에서 열리는 신인 화가들의 데뷔 전시회를 구경하자는 권유까지 거절하지는 않을 거예요.”

“뉴욕 타임스하고 아트 뉴스라고요?”

도윤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뉴욕 타임스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3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고, 아트 뉴스 역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미술 잡지다. 게다가 아드리안 뉴먼이라고? 그는 현대 미술 시장에서 예술적 가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책을 써서 퓰리처 상을 받기도 한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였다.

“뉴먼 씨가 뉴욕 타임지에 오윤수와 장은서의 전시회에 관한 글을 써주기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요. 그런데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도윤의 말에 까미유가 묘한 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가능하지요. 하지만 그러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어떤 조건입니까? 저보고 평생 독신으로 살라고만 하지 않으면 뭐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자 까미유가 깔깔대고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랬다가는 이 박사 약혼녀한테 평생 저주를 받으며 살게요? 그런 무리한 조건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아트 뉴스에는 이 박사가 직접 칼럼을 하나 써서 기고하세요. 그쪽 편집장에게는 제가 전화를 해 놓을게요.”

“칼럼이요? 어떤 칼럼 말입니까?”

“글쎄요? 흠, ‘신인 화가들에 대한 미술계 비평의 문제점’은 어때요? 그런 제목으로 칼럼을 쓰면 제가 다음 주 아트 뉴스에 실릴 수 있도록 힘써 볼게요.”

“문제점이라는 단어는 너무 직설적이네요. 미술계 비평의 동향이나 특징이 났겠습니다.”

“좋아요. 지난 번 소더비의 팸플릿에 기고한 글을 보니까 이 박사의 문장력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다만 다음 호에 칼럼을 실으려면 나흘 이내에 원고를 마감해야 하는데 가능하시겠어요?”

도윤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미리 조사해 둔 게 있어요. 전시회의 후원자로서 미국의 비평가들이 신인 화가를 보는 관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특히 지난 몇 년 간 보스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비평 기사와 칼럼들은 대부분 훑어봤어요.”

“그럼 칼럼을 쓰면서 보스턴 글로브의 기사 몇 개를 사례로 드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어려울 것 없지요. 두 번째 조건은 뭡니까?”

“우리 소더비에서 경매에 붙였던 고흐의 해바라기기 말이에요. 그걸 처음 발견해서 경매에 위탁한 사람이 바로 이 박사라는 사실을 밝히는 거예요. 어떻게 해서 일본에서 그 그림을 발견했고, 그게 고흐의 진작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모든 과정을 포함해서요.”

그 말에 도윤은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시만 해도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자신이 그림의 발견자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숨겼다. 그러나 이제는 사실을 밝히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 경우 뒤늦게 세금 문제가 조금 복잡해질 우려는 있지만 그 대신 현재 쓰는 자금의 출처가 투명해질 것이다.

도윤이 약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까미유가 말을 덧붙였다.

“사실 그 일에 대해 뉴욕 타임스의 뉴먼 씨가 예전부터 무척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양반이 원래 고흐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아마 뉴먼 씨에게 해바라기 발굴에 관한 일로 인터뷰를 해 주면 오윤수와 장은서 씨의 전시회에 대한 그의 평도 그만큼 좋아지지 않겠어요?”

“좋습니다. 두 가지 조건 모두 받아들이죠.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도윤은 흔쾌히 까미유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 * *

오윤수와 장은서의 데뷔 전시회는 12월 10일에 시작해서 12월 22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가드너 미술관이 12월 23일부터 새해 초까지 휴관에 들어가기 때문에 더 이상은 전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윤으로서는 전시회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슬아슬하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첫날 전시회가 끝난 후 그는 오윤수와 장은서을 불러 양해를 구했다. 원래는 그날 저녁 두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잭 마틴과 까미유로 인해 사정이 바뀌는 바람에 그걸 지키기 어렵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려는 모양이야. 그 못된 미꾸라지를 처리하려면 며칠 동안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아. 미안하지만 오늘 저녁은 너희들끼리 먹으면 안 되겠니?”

“저희는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뭐 도와드릴 일은 없어요?”

오윤수의 말에 도윤이 그의 등을 두드리며 씩 웃었다.

“너희가 할 일은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고 전시회 일정이 모두 끝난 다음에 쫑파티나 거하게 하자.”

도윤은 가드너 관장과 다른 지인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전시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호텔로 돌아갔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친 그는 룸서비스로 주문한 샌드위치를 입에 문 채 곧바로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보스턴 글로브와 잭 마틴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 지금까지 마틴이 썼던 전시회 관련 기사들이 주르륵 떴다.

“기사를 엄청 많이 썼네. 적어도 보스턴 글로브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 이거지?”

두 시간 가량 마틴이 쓴 기사를 꼼꼼하게 살피던 그가 어느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마음이 비뚤어진 놈이라고 해도 모든 전시회에 대해서 악평만 썼을 리가 있나? 문제는 놈이 형편없이 깎아내린 전시회가 아니야. 그보다는 오히려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전시회가 더 수상해 보여.”

도윤이 직접 초대장을 보내서 참석을 부탁했던 손님들은 대개 전시회 첫날 가드너 미술관을 방문했다. 덕분에 이틀째부터는 하루 종일 전시장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전시회 이틀째부터 주로 오전 시간을 이용해 보스턴 시내와 그 인근에 위치한 몇몇 미술관과 상설 전시장들을 방문했다. 모두 마틴이 기사를 쓴 전시회가 열렸던 장소들이었다.

인터넷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신인 화가들의 그림 사진들까지 모두 인터넷에서 찾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전시회를 할 때는 대부분 간단하게라도 도록을 만든다. 전시회가 끝난 다음에도 도록의 일부는 보관하기 마련인데, 도윤은 각 전시장과 미술관을 방문해 그 도록들을 얻었다. 여분이 부족해서 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에는 사진이라도 찍었다.

해당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된 곳이 있으면 직접 방문해서 작품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몇몇 화가들은 집이나 작업실까지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사흘 동안 바쁘게 돌아다니고 잠을 줄여가며 자료를 확인한 끝에 나흘째 되던 날 도윤은 간신히 2000 단어 분량의 칼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칼럼이 완성되자마자 곧바로 까미유에게 전화를 한 다음에 이메일로 원고를 보냈다. 사진이 많이 첨부된 원고였기 때문에 잡지에 연재할 경우 여러 페이지 분량의 제법 긴 칼럼이 될 게 분명했다. 칼럼을 보낸 지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까미유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역시 이 박사네요. 문장도 좋지만 내용 자체가 제법 이슈가 되겠는데요? 아트 뉴스 편집장에게 이 박사의 원고를 보냈어요. 다음 호에 실어달라고 부탁했으니까 오늘이나 내일 쯤 저쪽에서 전화가 갈 거예요. 그리고 내일 점심 약속 잊지 마세요.”

다음날 점심 무렵, 뉴욕에서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까미유가 말했던 뉴욕 타임스의 거물 기자 아드리안 뉴먼이었다.

“까미유로부터 이 박사가 고흐의 해바라기를 발굴한 장본인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 가지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분이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뉴먼과는 무려 세 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했다. 그는 도윤이 권춘강의 친구인 아오키 고스케의 집에서 고흐의 해바라기 진작을 발견한 모든 과정을 전해 듣더니 마치 영화 같은 이야기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헤어지기 전, 뉴먼은 도윤과 악수를 나누며 약속했다.

“사실 미국 전체를 놓고 볼 때 뉴먼과 같은 질 나쁜 기자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오전에 미리 가드너 미술관을 방문해서 전시회를 봤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큰 기대는 없었어요. 하지만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니까 도대체 그런 천재들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기사를 쓰겠습니다.”

뉴먼이 돌아간 뒤, 도윤은 다시 시카고 경찰서의 앤듀류 패럴에게 전화를 걸었다. 트루쓰 앤 밸류에서 도윤의 전담 직원이었던 케이티 패럴의 오빠인 그는 위작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도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앤드류 형사? 저 기억해요? 이도윤이에요. 전에 보스턴 경찰에 동창이 있다고 했죠? 제가 제보를 할 게 하나 있는데 미안하지만 익명으로 자료를 몇 개 보낼 수 있을까요?”

앤드류는 그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덕분에 도윤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몇몇 화가들과 대화한 녹취록을 비롯해서 이번 조사를 통해 획득한 자료들을 보스턴 경찰서의 형사에게 보낼 수 있었다. 그 일이 모두 끝나자 도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남을 욕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깨끗해야지. 그러지 못하겠으면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던가.”

멍석은 다 깔았다. 이제는 그 위에서 어떤 굿판이 벌어지는지를 구경할 때였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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