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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170화 (170/300)

170화

북경 공항에는 왕이푸 회장의 딸 왕화가 직접 마중 나왔다. 도윤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에게 가지고 온 족자 다섯 점을 넘겨주었다. 경매에 올리기 위해 양국 세관에 정식으로 신고하고 가져온 작품들이었다.

우리나라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문화재의 해외 반출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은 근대에 그려진 서양 회화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아닌 경우, 허가가 아닌 확인을 받는 것만으로도 반출이 가능하기는 하다. 이번에 도윤이 가져온 것은 모두 중국 작품이었고, 한국에서는 문화재로 지정된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한대길 의원의 힘이 대단하나 보네요.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반출시키면서도 전혀 제지받지 않은 것을 보면.”

왕화가 족자를 넘겨받으면서 슬쩍 혀를 내둘렀다. 도윤과는 달리 한성에서 넘긴 물건들은 거의 대부분 한국 미술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은근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그녀의 말에 윤은 그냥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미술품이 문화재로 지정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해요. 그런데 소장자가 공개하지 않은 작품들은 존재 자체를 알 수가 없잖아요? 그걸 무슨 수로 심의하겠어요?”

“그래도 이번에 한성에서 가져온 작품들은 그 수가 너무 많아요. 그 정도 되면 한국의 문화재청에서도 한 번쯤 검사하려 들지 않았을까요?”

“물건의 주인이 한성이잖아요? 설사 문화재청에서 관심을 보였어도 한대길 의원이 중간에서 차단해 버렸을 거예요. 그 양반이 아직 그 정도 힘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에 경매에 올라갈 물건들이 나중에 문화재급 유물이라는 게 밝혀지더라도 딱 잡아뗄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까지 귀한 물건인 줄 전혀 몰랐다는 식으로.”

“물건이 가짜여도 문제고, 진짜여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네요. 이래저래 저희로서는 골치가 아파요. 조금씩 천천히 경매에 올리면 서로 편하고 좋을 텐데.”

왕화가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고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말처럼 물건을 조금씩 천천히 팔아치우는 일을 맡았던 인물이 도윤을 찾아왔다. 상해의 쉬주하오였다.

“이야, 진짜 반갑다. 그동안 잘 지냈지?”

두 사람은 가볍게 포옹을 한 후에 맥주를 함께 마시면서 그간 진행시켰던 일을 의논했다.

“그 동안 유물을 팔아치워서 번 돈이 대략 3천 2백만 위안 정도야. 그 가운데 내 몫으로 천만 위원을 빼고 나머지 2천 2백만 위안을 네가 말한 계좌로 송금했어. 아직 사분의 일도 팔지 못했으니까 별 문제만 없으면 앞으로도 1억 위안 정도는 더 벌 수 있을 거야.”

“천만 위안만 뺐다고? 왜 그랬어? 정확하게 세 등분해서 나누라니까.”

“네가 건릉 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대충 전해 들었다. 나야 임자를 찾아서 물건을 넘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그 정도면 차고 넘쳐. 덕분에 졸지에 부자가 됐잖아.”

쉬주하오는 도윤이 넘긴 유물들이 모두 건릉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도윤이 그에게는 허원정의 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천 2백만 위안이면 36억이 조금 넘는 액수다. 그 중의 반을 석훈에게 줄 예정이니까 녀석 역시 지난 번 일로 결혼 자금을 두둑하게 번 셈이었다.

“아참, 그리고 남은 물건들도 되도록 천천히 팔아넘길 생각이야. 갈수록 중국 미술품들의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는 중이거든. 당분간은 기다릴수록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뜻이지.”

쉬주하오의 얘기에 도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요 국가나 경매 회사의 거래 현황은 그 역시 늘 체크하는 사항이었다. 확실히 쉬주하오의 말처럼 최근의 중국 미술 시장은 거품이 잔뜩 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최고가를 경신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던 것이다.

“네 생각에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거 같아?”

도윤의 물음에 쉬주하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광기라는 게 원래 예측이 잘 안 되는 거니까.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라도 최소 몇 년 간은 이대로 가지 않을까 싶어. 중국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지지 않은 한 말이야.”

“자존심? 미국이나 유럽 미술 시장을 의식한단 말이지?”

“그래. 최근 중국 경제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미국이나 유럽하고 여러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잖아. 그러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국가주의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그 여파가 미술 시장에까지 미친 거지.”

“미술품의 가격으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거야?”

“황당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런 면이 있어. 고흐나 피카소의 그림들은 한 번씩 시장에 나올 때마다 엄청난 가격으로 팔리잖아? 그에 반해서 중국 대가들의 작품 가격은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야. 그게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거지.”

“중국 미술품이 뭐가 모자라서 걔네들보다 싼값에 거래되어야 하느냐, 뭐 그런 거야?”

“맞아.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이겠지만 자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예전부터 하늘을 찔렀어. 그런데 이젠 손에 돈까지 있겠다, 이왕이면 중국 대가들의 작품도 미켈란젤로나 앤디 워홀보다 비싸게 사고팔자는 거지. 그래서 한 해가 다르게 자꾸 가격이 오르고 있어. 그리고 미술 시장의 특성상 한 번 오른 가격은 다시 안 떨어지지.”

미술품의 가격은 원래 쌀이나 석유처럼 수요가 조금만 늘어나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특성을 지닌다. 수요가 늘어나도 거기에 맞춰 공급량을 늘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급 요리나 비싼 의류, 콘서트 티켓 같은 다른 문화 상품들처럼 미술품 역시 일인당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었다.

“뭐, 우리 같은 감정가나 복원 전문가들에게는 나쁠 것 없는 현상이기는 하지.”

도윤과 쉬주하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건배를 했다. 예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결코 나쁜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왠지 입맛이 씁쓸한 것도 사실이었다.

* * *

오랜만에 반가운 해후를 나눈 쉬주하오는 이튿날 곧바로 상해로 돌아갔다. 그 역시 아리스 옥션의 개관 기념 경매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눈치가 역력했지만, 현재 있는 회사에서 나름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중국 미술품의 가격이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는 쉬주하오의 얘기는 그가 돌아간 그날 곧바로 사실임이 입증되었다. 도윤이 가져온 족자들을 감정한 아리스 측 감정사가 깜짝 놀랄 만한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심주(沈周)의 ‘삼여도’는 일단 천만 위안을 시작가로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천오백만 위안을 쉽게 넘기지 않을까 싶은데요? 동기창의 위작들 역시 작품별로 삼십만에서 오십만 정도에서 출발하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천만 위안이면 처음부터 16억에서 호가를 시작한다는 얘기였다. 도윤은 기가 막혔다. 그는 족자를 들고 왔던 백담에게 심주의 ‘삼여도’는 최소 5억 이상, 동기창의 위작들은 모두 합해 1억 남짓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감정했다.

물론 도윤이 일부러 가격을 깎거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일단 한국에서는 중국 화가들의 그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삼여도’ 역시 마음먹고 제대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가볍게 붓을 놀려 완성한 장식용 소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간의 시세를 감안했을 때 정말로 그 정도 가격이 적절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도 됩니까? 제 생각에는 너무 비싸게 잡으신 것 같은데요?”

도윤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하자 감정가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싸지 않습니다. 심주는 명나라 때의 4대 화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 정도 가격은 쳐주어야 격에 어울리지요. 그 이하의 값으로 내놓는다면 그것은 심주에 대한 모욕입니다.”

도윤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게 소위 그 중국식 자존심이라는 건가? 그가 계속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감정가가 정색을 하며 그간의 거래 실적을 언급했다.

“2010년에 심주의 ‘송창고사(松窓高士)’라는 작품이 북경에서 경매에 붙여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낙찰가가 무려 1억 5천만 위안이었죠. 그거에 비하면 시작가 천만 위안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이 사람아, 그거야 ‘송창고사’가 그의 대표작이니까 그렇지. 1억 5천만 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250억 가량의 거액이었다. 도윤이 뉴욕 소더비에서 팔았던 고흐의 해바라기에 비하면 십분의 일밖에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그것만 해도 당시 중국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고가의 거래 기록이었다.

그때, 보고 있던 왕화가 감정가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송창고사가 당시 기록적인 경매가를 기록한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낙찰가가 실제 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어요. 만약 ‘송창고사’를 지금 다시 경매에 내놓으면 아마 10억 위안까지 올라갈 거예요.”

원화로 1600억. 그 정도면 고흐의 해바라기에 맞먹는 가격이었다. 도윤은 그만 머리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저야 이왕 가져온 거니까 비싸게 팔아주신다면 감사한 일이죠. 그럼 잘 부탁합니다.”

그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감정가가 몇 가지 서류에 사인을 받은 다음 족자를 들고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도윤이 한성에서 보내온 물건들을 감정할 차례였다.

“되도록 철저하게 감정해주세요. 명색이 개관 기념 경매인데 처음부터 가짜를 내놓았다는 오명을 쓰면 안 되니까요. 저희 회사의 명예가 달린 일이에요.”

왕화는 도윤을 수장고로 데리고 간 다음에 정중히 인사를 하며 부탁했다. 그렇단 말이지? 도윤은 수장고의 선반 위에 줄줄이 놓인 미술품들을 보며 팔을 걷어붙였다.

* * *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지난 며칠 후, 한대길과 성진아, 그리고 한치호 일가가 나란히 북경 공항에 내렸다. 아리스 옥션의 개관 기념 경매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본래 왕이푸 회장은 성진아 사장만 초대했다. 그러나 경매 결과가 궁금한데다 나름 일본과 중국에 두루 인맥이 있음을 자랑하고 싶었던 한대길이 자신도 초대해 줄 것을 부탁했다. 거기에 한국에서 별로 할 일이 없어 백수처럼 지내던 한치호가 막판에 자신도 가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일행이 셋으로 늘었다.

한대길은 미리 한국 언론들에게 두루 공문을 보내 자신의 중국행을 알렸다. 중국 현지 특파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사 참가를 취재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총선을 위한 공천 심사가 막바지에 달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었다.

그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아리스 옥션 측에서 공항에 사람을 내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부터였다. 당연히 자신들을 수행할 사람들을 마중 보낼 줄 알고 보좌관이나 비서를 한 명도 데리고 오지 않은 상태였다. 미리 연락을 해둔 한국 언론사의 특파원들도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입국장에서부터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아리스 옥션 측에 전화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 봐.”

한대길의 지시를 받은 한치호가 마지못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왕이푸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그의 비서가 더욱 더 열 받는 소리를 했다.

“회장님께서는 지금 개관 기념 경매 준비 때문에 바빠서 전화를 받으시기 곤란한 사정입니다. 저한테 말씀을 전하시면 나중에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것 봐라? 아들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대길은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요즘 들어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누라는 명색이 합작 파트너가 아닌가? 그런데 사람을 마중 내보내지도 않고 전화까지 피해?

하지만 그렇다고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곧바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어려웠다. 자기 입으로 중국에 다녀오겠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려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분노와 불안감을 억지로 누르고 택시를 이용해 예약했던 호텔로 향했다.

“네가 직접 아리스 옥션으로 찾아가 봐라. 거기서 왕이푸 회장을 만나든가 아니면 그 자의 딸인 왕화라도 찾아. 아무래도 이 자식들이 우리 몰래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아.”

한대길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을 자신들의 방으로 불러 지시를 내렸다. 그제야 한치호도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들을 만나면 뭘 확인해야 하는데요?”

“일단 우리가 보냈던 물건들이 내일부터 시작되는 경매에 확실히 올라가는지부터 체크해. 일정과 수량, 시작가가 우리에게 통보했던 것하고 일치하는지도 확인하고. 만약 조금이라도 달라진 게 있으면 지체 없이 나한테 전화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감히 이제 와서 일을 그르치려 할까요?”

“모르지. 이미 회사는 등록이 됐으니까 더 이상 우리하고 합작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잖아. 어쩌면 우리가 보낸 물건이 거의 전부 위작이라는 걸 눈치 챘을 수도 있고.”

“알았어요. 제가 그놈들 멱살을 잡아서라도 반드시 속셈을 알아낼게요.”

한치호는 기세등등하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아리스 옥션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아니, 아예 방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문을 노크했기 때문이다.

“누구십니까?”

한치호가 문에 대고 소리를 지르자 무겁고 탁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한국어였다.

“북경 공안국에서 나왔습니다. 한대길 씨하고 성진아 씨 안에 계시죠?”

상대는 호칭도 따로 붙이지 않고 그냥 누구누구 씨라고 이름을 불러댔다. 말투에 연변 쪽 억양이 강한 것으로 보아 조선족이 함께 있는 모양이었다. 한치호가 불안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한대길이 이를 꽉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무슨 목적으로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몸을 피할 방법도 없었다.

한치호가 문을 열자마자 건장한 사내 다섯 명이 한꺼번에 방안으로 들이닥쳤다. 가장 선두에 선 중년 남자가 신분증을 보여주며 중국어로 뭐라고 소리치자 옆에 있던 깡마른 사내가 나서서 통역했다.

“한대길 씨와 성진아 씨는 위조된 미술품을 중국에 들여와 유통시키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두 분을 북경 공안국으로 모셔서 조사를 할 예정이니까 얌전히 우리를 따라 함께 가시기를 바랍니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한대길 일가는 일순 공황 상태에 빠졌다. 공안에서 나왔다고 하기에 순간적으로 경각심이 일기는 했지만 설마 다짜고짜 공안으로 함께 가자고 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성진아와 한치호가 파랗게 질린데 반해 그래도 한대길은 국회의원이랍시고 뒤늦게 정신을 수습하고 호통을 쳤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내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거 몰라? 아무리 여기가 중국이라고는 해도 감히 누굴 체포하겠다는 거야? 썩 물러가!”

그러자 조선족으로부터 그가 한 말을 전해들은 중년남자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공안이 영장 없이 사람을 체포하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귀하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에 형식적이나마 체포가 아니라 동행을 요구하는 겁니다. 어차피 두 분이 입국하시는 순간부터 잠정적으로 출국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굳이 일을 번거롭게 만들지 마시고 지금 함께 가지죠?”

배에 힘을 꽉 주고 호통을 쳤던 한대길은 상대의 몇 마디에 그만 맥이 탁 풀렸다. 그와 동시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청천 하늘의 날벼락이란 말인가?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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