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다니엘과 그리넘을 비롯한 일행들은 강가에 서서 시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도윤이 총에 맞은 것은 분명했다. 그가 물에 뛰어든 직후, 강물 위로 핏물이 번져나가는 걸 손전등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불빛조차 드물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한밤중에 강에 뜬 사람의 몸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죽었을까?”
다니엘의 물음에 그리넘이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요.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 물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설사 살아있다고 해도 총을 맞은 상태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잠수해서 버티면 십중팔구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피가 멈추지 않으니까요. 이미 죽지 않았다면 곧 죽겠지요.”
“아쉽군. 살려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그보다 얼른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총소리가 났으니 경찰들이 곧 올 겁니다.”
다니엘은 미련을 떨쳐버리기 힘든 지 입맛을 다시다가 결국 몸을 돌렸다. 이미 수행원들은 집 안에 남아있는 흔적을 지우는 중이었다. 차가 떠나기 직전, 다니엘이 차창을 내리고 그리넘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네는 여기가 정리되는 대로 곧장 런던으로 돌아가게. 약속한 금액에 보너스를 더해서 입금시킬 테니까 며칠 푹 쉬어. 수고했어.”
그리넘으로서는 의외의 말이었다. 그는 도윤을 놓친 것에 대해 질책을 받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다니엘의 주된 관심이 그 젊은 미술사 박사보다는 의문의 목걸이에 있었던 게 분명해졌다. 도대체 그 목걸이의 정체가 뭘까?
“감사합니다. 그럼 런던에서 뵙겠습니다.”
궁금증을 꾹 참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다니엘이 탄 차가 떠나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부하들을 지휘해서 서둘러 집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 경찰들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텅 빈 집에 들이닥쳤다.
* * *
다니엘이 탄 차는 곧바로 그의 전용기가 있는 공항을 향해 달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풀코보 국제공항은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시내를 벗어난 차가 크라운 플라자를 지나자 도로 주변에서 인가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사방이 탁 트인 벌판이 나타났다. 희미하게 먼동이 트면서 오른쪽 지평선 너머로 폴코보 국제공항의 관제탑이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이른 시각이어서 그런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은 그들이 탄 차 한 대뿐이었다.
그때였다. 뒤편으로부터 한 대의 12인승 승합차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와 그들이 탄 차를 추월하더니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며 속도를 늦췄다. 기겁을 한 다니엘의 운전사가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틀었다.
끼이이익.
다니엘의 차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도로 위를 미끄러지다가 간신히 갓길에 멈춰 섰다. 곧이어 다시금 한 대의 SUV와 세단이 다가와 다니엘의 차를 완전히 에워쌌다.
똑똑
승합차와 SUV에서 무려 여섯 명의 남자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더니 그 가운데 한 명이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 놈이 비춘 회중전등 때문에 운전사가 눈을 찡그리면서도 얼른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멈춰. 섣부르게 행동하지 마.”
다니엘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려는 수행원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쪽은 자신까지 합해서 고작 네 명. 반면에 상대의 승합차에는 아직도 몇 명이 더 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승합차의 열린 창문으로 총구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게 보였던 것이다. 총격전을 벌이면 상대를 몇 명 해치울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로 자신과 수행원들은 순식간에 벌집이 될 것이다.
다니엘은 스스로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뒤늦게 천천히 걸어서 다가온 백인 남자 하나가 씩 웃으며 말했다.
“내려. 전부 다.”
다니엘은 아무런 저항이나 대꾸 없이 순순히 차에서 내렸다. 그의 수행원들 역시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차에서 내렸다. 습격자들은 그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재빨리 몸을 수색해서 권총과 휴대폰을 압수했다. 일행 가운데 그나마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은 다니엘 한 사람뿐이었다.
“이브라힘 왕세제가 보냈나?”
자신을 차에 돌아서서 기대서게 한 채 몸을 뒤지는 백인 남자에게 다니엘이 물었다. 리더로 보이는 백인 남자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아랍인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의 몸을 수색하던 야세르 라힘, 영국식 본명으로는 프랭크 오웬이 피식 웃었다.
“이브라힘? 그게 누군데?”
놀리듯 말을 하는 그의 손끝에 어느새 목걸이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다니엘은 상대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그걸 꺼내드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언제부터 나를 뒤쫓았던 거지?”
다시 한 번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의 뒤통수에 와 닿은 차가운 총구였다.
“알라께서는 관대하셔서 인간의 욕심 자체를 탓하지는 않아. 하지만 선을 넘으면 무겁게 처벌하시지. 오늘은 목걸이를 가져가는 것으로 끝내겠지만 다음에는 뺏기는 게 소지품이 아니라 목숨이 될 거야. 부디 자중하기를.”
야시르 일행은 다니엘의 차바퀴에 총을 쏴서 구멍을 낸 뒤,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다니엘과 수행원들은 졸지에 허허벌판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도로 위에서 국제 미아가 되어버렸다. 어떻게든 공항까지 가면 전용기를 탈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가자.”
다니엘이 무거운 목소리와 함께 먼저 앞장을 섰다. 그 뒤를 어깨가 축 처진 세 명의 수행원들이 뒤따랐다. 다니엘은 저도 모르게 이를 뿌득 갈았다.
“이브라힘. 두고 보자. 신사가 화를 내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보여주지.”
평생을 찾았던 물건을 얻었다가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도로 뺏겼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정도로 극심한 모욕과 분노를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 *
네바 강의 수심은 생각보다 깊었다. 도윤은 물속으로 깊이 가라앉으면서 어둠보다 더 캄캄한 절망감에 몸부림쳤다. 총을 맞은 곳이 하필이면 손이 닿지 않는 등 뒤라서 지혈을 할 수도 없었다. 등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달빛에 반짝이는 수면을 향해 검은 연기처럼 꼬리치며 올라가는 게 보였다.
‘이대로 죽는 건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쓴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죽으면 억울한데…….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최서라가 논문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관계를 진전시켜 볼 생각이었다. 이제 막 프로 화가로서 첫발을 내딛은 오윤수가 성장해나가는 모습도 보고 싶었고, 시간이 나면 가드너 미술관 도난 사건의 진상을 조금 더 파볼 계획이었다. 측천무후의 건릉 발굴에 대해서도 알아보려고 했는데…….
‘젠장. 천억이 넘는 돈의 주인이 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거, 최소한 십분의 일이라도 쓰고 죽어야 덜 억울할 텐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발이 바닥에 닿았다. UDT 시절의 경험으로 볼 때, 몸을 조여드는 수압의 느낌이 대충 10미터는 넘게 내려온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가슴이 답답하지 않았다. 등 뒤에서 총을 맞았으니 아무리 권총 총알이라고 해도 근육을 뚫고 폐에 박혔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 그는 등이 약간 뻐근한 걸 제외하면 가슴에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 총을 맞았을 때는 정말 불로 등을 지진 것처럼 아팠었는데…….
그러고 보니 등에서 수면 위로 피어올라가던 핏줄기도 어느새 멈춰 있었다. 지혈이 됐나? 하지만 어떻게? 물속에서 피가 멈추지 않는다는 건 상식에 속했다.
도윤은 조심스럽게 물 위를 향해 바닥을 찬 뒤 천천히 발을 놀렸다. 그러자 몸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수면을 향해 쭉쭉 올라갔다. 처음 총을 맞았을 때는 온몸에서 힘이 쫙 빠졌는데, 그 힘이 어느새 돌아왔다는 뜻이다.
‘내가 물에 빠진 지 몇 분이나 됐을까? 이상하게 숨이 급하지 않네? UDT에 있을 때는 2분 넘게 숨을 참을 수 있었지만, 설마 그 정도까지는 안 됐겠지?’
느낌 상 족히 5분 넘게 물속에 있었던 것 같았지만 그건 아마 급박한 상황 때문에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높아진데서 온 착각일 것이다. 군대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수중 훈련을 할 때조차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수면에 도착한 도윤은 얼굴만 살짝 물 밖으로 내밀었다. 입을 벌리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공기가 밀물처럼 가슴 가득히 밀려들어왔다. 코가 벌름거리면서 당장이라도 숨을 크게 들이켜고 싶었지만 여기서 함부로 소리를 크게 냈다가는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탈출한 집이 있는 곳을 살폈다. 아직 사람들이 있는지 집에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다행히 강변에서는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전부 집으로 철수했나?’
도윤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갑자기 한 쌍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길게 U턴을 하더니 집에서 멀어지는 게 보였다. 누군가 떠난다는 뜻이었다. 아마 다니엘 로스차일드겠지. 잠시 후, 집에 불이 꺼지더니 또 한 대의 차가 떠나는 게 보였다.
‘살았구나.’
총을 맞았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맥이 탁 풀렸다.
도윤은 소리가 크게 나지 않게 주의하면서 반대편 강둑을 향해 천천히 수영했다. 철이 든 이후로 수영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간신히 건너편에 도착한 그는 필사적으로 강둑을 기어 올라갔다. 마침내 도로와 강 사이의 무성한 잡초지대에 도달한 그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대자로 드러누웠다. 숨이 턱턱 막혔지만 그나마 거칠게 오르내리는 가슴이 살아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듯해서 고마웠다.
“그나저나,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호흡이 가라앉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둘 머릿속에 떠올랐다.
분명히 총에 맞았다. 등에서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총알이 아직 몸에 박혀 있는 게 분명했다. 다행히 등 근육을 뚫고 장기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권총이라서 관통력이 약해서 그런가? 거리가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았는데…….”
상의를 걷어 옆구리를 살폈다. 집 안에서 놈들과 싸울 때 총알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였다. 어두워서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손으로 만졌을 때 상처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거 아무래도 상처를 회복시켜주는 능력을 받은 모양이네. 신체 기본 능력도 약간 상승한 것 같고.”
묶여 있을 때부터 힘이 전보다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속에 있을 때 평소보다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총알이 근육을 뚫지 못한 것도.
도윤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찻길로 나갔다. 새로 받은 능력을 따져보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당장은 몸을 씻고 쉬는 게 더 급했다. 도로 앞뒤를 살펴봐도 지나가는 자동차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할 수 없이 대충 방향을 잡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하늘이 약간 밝아지는 게 느껴졌다. 젠장. 진짜 힘든 하루였네.
* * *
도윤은 해가 완전히 뜬 다음에야 지나가던 자동차 하나를 얻어 타고 간신히 시내로 올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근처의 허름한 병원으로 들어가 등에 박힌 총알부터 꺼냈다. 그의 상처를 본 의사와 간호사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지만, 도윤은 지갑에 있던 돈을 몽땅 꺼내줌으로써 그들의 입을 막았다. 치료를 마친 의사가 건넨 말이 의미심장했다.
“총알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등에 박힌 깊이가 비교적 얕은 것으로 봐서는 멀리서 쏜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렇게만 보기에는 총알이 너무 심하게 이지러졌거든요. 이건 가까운 곳에서 쏜 총을 맞았다는 뜻이에요.”
미안하지만 의사의 의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여유는 없었다. 그는 최소한 이틀 정도 입원해서 치료를 받으라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도망치듯 병원을 나왔다. 근처에서 갈아입을 옷과 휴대폰 충전기를 산 다음에는 아무데나 눈에 띄는 호텔로 들어가서 방을 잡았다. 원래 묵던 곳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그곳으로 돌아가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호텔방에 들어가자마자 휴대폰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물기는 마른 것 같았지만 배터리까지 분해해서 티슈로 꼼꼼하게 닦아낸 뒤에 충전기를 꼽았다. 지갑과 여권도 꺼내서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여권은 잉크가 조금 번지기는 했지만 잘 말리면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뒤 간신히 샤워를 마치고 나서는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골아 떨어졌다.
그가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시계가 오후 여섯 시를 지나고 있었다. 대충 따져도 열 시간이 넘게 잤다는 얘기다. 갑자기 뱃가죽이 들러붙을 듯한 허기가 느껴졌다.
도윤은 옷을 갈아입고 나가 호텔 근처에서 배를 채웠다. 먹어도 먹어도 음식이 계속 당겨서 스스로 놀랄 지경이었다. 그런 뒤에야 택시를 타고 피의 사원으로 가기 전에 묵었던 호텔로 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빼냈다. 괴한이 침입했던 일에 대해 프런트에 묻고 싶었지만 공연히 벌집을 건드리는 꼴이 될 것 같아 아무소리 않고 그냥 나왔다.
누가 쫓아올까 싶어 중간에 택시를 두 번이나 갈아타다 보니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러다가 공황장애에 걸리겠네.”
새로 잡은 호텔로 돌아와 휴대폰 앱으로 서울 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소더비의 까미유였다.
“이 박사님. 그 파베르제의 달걀말이에요. 소더비의 지인에게 은밀히 물어봤는데 경매에 올리지 않고 개인에게 판매한 게 맞대요. 하지만 누가 사갔는지는 알 수 없나 봐요.”
하마터면 헛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당연히 다니엘 로스차일드가 사갔겠지. 비록 때늦은 정보에 불과했지만 도윤은 까미유에게 정중하게 감사를 표시한 뒤 전화를 끊었다. 막상 전화를 끊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잡은 손에 핏줄이 서면서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되로 받으면 말로 갚아줘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자신이 받은 게 고작 되에 불과한 걸까? 그렇다면 다니엘 이 자식에게는 도대체 어떻게 갚아야 말로 갚는 게 되지?
놈들이 가져간 목걸이가 어떤 것인지는 휴대폰의 사진을 이용해서 차차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중요한 물건이든, 그걸 뺏기 위해 자신을 고문하고 죽이려고까지 했던 놈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상대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가 마음을 바꿔 팔다리를 맞춘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날 밤, 도윤은 새벽 한 시에 서울을 향해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잠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행시간 내내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깊게 잠을 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다간 나까지 사이코패스가 되겠네. 내가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서라도 처절하게 복수를 해줘야겠어.”
물론 다니엘처럼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진짜 사이코패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소문난 미술품 수집가인 이상 반드시 효과적으로 앙갚음을 할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리다 보면 적당한 기회가 오겠지. 아니면 직접 기회를 만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