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한때 영국 특수부대 소속이었던 프랭크 오웬은 2012년에 연합군의 일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적이 있다. 거기서 그는 엉뚱하게도 적들의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영국으로 돌아와 전역한 뒤에는 완전히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그때 그를 이슬람으로 이끌고 야세르 라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준 사람이 바로 카심의 직속상관인 무함마드 유스프였다.
“카심과 함께 서라 최라는 한국인 여자의 집에 들어가서 러시아어가 적혀 있는 메모를 찾아와라.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니 취급에 특별히 주의하도록. 만약 메모를 찾지 못할 경우 여자를 고문해서라도 메모의 행방을 꼭 알아낼 것.”
무함마드로부터 지시를 받자마자 야세르는 곧바로 카심과 접촉했다. 그로부터 최서라에 대한 정보를 얻어낸 야세르는 자택 수색과 고문을 자신이 혼자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심은 은근히 기뻐하면서도 그 이유를 물었다. 야세르의 대답은 명료했다.
“찾아야 할 게 매뉴얼이라고 했죠? 낡은 메모지 말입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이 함부로 집을 뒤지다가 잘못하면 물건을 손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차하면 고문도 해야 하는데, 눈앞에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면서 발버둥치는 걸 견딜 수 있겠어요?”
야세르는 카심이 평생 험한 경험을 하지 못한 중년의 문관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했고, 카심 또한 자신의 분수를 모르지 않았다. 결국 카심은 최서라의 아파트 밖에 차를 세워놓은 채 망을 보고, 집에는 야세르 혼자 들어가기로 했다.
야세르는 최서라가 장 박사를 만나기 위해 외출하는 것을 확인한 뒤, 능숙한 솜씨로 잠금장치를 무력화시키고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두 시간이 넘게 말 그대로 집안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심지어 매트리스 안에 메모를 숨겼을까 싶어 날카로운 칼로 침대를 난도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메모는 나오지 않았다.
‘밖에다 숨겼나? 이러면 결국 여자를 고문해서 입을 열어야 하는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고문도구를 준비하기는 했다. 하지만 야세르는 내심 고문까지 가지 않고 이번 일이 끝나기를 바랐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여 버리는 게 낫지 사람을 괴로움에 몸부림치게 하는 건 몇 번을 경험해도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한 통의 전화가 그를 구원했다. 야세르가 수색을 종결하고 몸을 숨긴 채 집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무함마드 유스프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자를 잡았나?”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야세르는 작전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직 아닙니다. 수색은 성과가 없었고, 현재는 여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래? 그럼 더 이상 거기 있지 말고 즉각 철수해. 작전은 중지다.”
“이대로 중지입니까?”
“물건의 행방을 찾았다. 그 여자에게는 처음부터 매뉴얼이 없었어. 괜히 일을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조용히 철수해.”
“알겠습니다. 바로 철수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야세르는 난장판이 된 집안을 다시 한 번 돌아봤다. 이미 조용한 철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태가 된 후였다.
“그래도 운이 좋은 여자군. 몸은 멀쩡할 수 있게 됐으니까.”
그는 다시 한 번 지문을 남기거나 머리카락을 흘린 게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본 후, 침착하게 집을 빠져나왔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던 최서라가 넋을 잃고 문 앞에 주저앉았다.
* * *
최서라는 경찰이 도착한 뒤에야 간신히 충격에서 벗어났다. 경찰들과 함께 집안을 살피던 그녀는 뜻밖에도 도난당한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집안을 수색한 경찰들 역시 범인이 물건을 훔치지 않고 그냥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서에서 최서라에게 피해자 진술을 받을 때도 그 부분에 질문의 초점이 맞춰졌다.
“평소에 원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 있습니까? 스토커가 따라다니지는 않았나요? 헤어진 애인은요? 부끄럽더라도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수사에 도움이 됩니다.”
최서라는 계속되는 질문에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녀도 영국에서 지금까지 몇 년을 살면서 모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를 사귄 적은 없었고, 매트리스를 칼로 난도질당할 만큼 누군가에게 깊은 원한을 산 기억도 없었다.
“혹시 누군가로부터 물건을 옮기거나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잘 생각해 보세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적인 물건의 거래에 연루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일을 단순한 절도 미수 사건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 최서라의 생각 역시 그랬다. 집안의 상태로 볼 때, 일부러 엉망으로 만들 작정으로 난동을 피운 게 아니라면 분명 뭔가를 찾으려 했던 흔적이 너무나 뚜렷했다.
“없습…, 아니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의심스러운 일이 생각나면 나중에라도 말씀드릴게요.”
“꼭 그렇게 해 주십시오. 범인이 원하는 걸 얻지 못했다면 또 다시 접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저희가 최서라 씨를 24시간 보호해 드릴 수는 없다는 거예요.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당분간만이라도 전기 충격기나 가스총처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휴대하실 것을 권합니다.”
경찰은 일단 피해자 진술서를 받고 그녀를 돌려보냈다. 그들로서는 골치 아픈 사건이었다. 도난 물품이 없으니 절도는 아닌데, 피해자는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현장에서는 지문이나 혈액, 머리카락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의 상태에 비해 뒤처리가 너무 깔끔하다는 점도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아파트가 그 지경이 됐으니 계실 곳이 마땅치 않을 텐데, 당분간 머물 곳은 있습니까?”
“숙소는 제가 알아서 구하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최서라는 그날부터 며칠 동안 시내의 호텔에 방을 잡고 두문불출했다. 예전의 아파트에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소더비 인스티튜트는 어차피 강의를 들어야 하는 학기가 아니었고, 듀란 공방에도 며칠 쉬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기껏 눈을 붙였는가 싶으면 식은땀을 흘리며 도로 깨어나는 일이 반복됐다.
‘내가 왜 이러지? 이 정도 일로 이렇게 약해지면 안 돼.’
며칠간 마음을 다스리는데 집중하자 비로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당장 제일 급한 것은 새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안전을 위해 전기 충격기와 가스총도 구입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안심이 되지 않았다.
새 집을 구하자마자 전에 살던 아파트 계약을 해지하고 곧바로 짐을 뺐다. 소더비 인스티튜트와 듀란 공방 양쪽에서 모두 가까운 곳에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구했다. 출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었다. 굳이 돈을 더 들여서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는 룸메이트를 들이기 위해서였다. 최서라는 경호원을 고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어떤 경호원을 어떻게 구하냐는 건데…….”
장예주 박사를 비롯한 런던 내의 지인들에게는 이번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고를 당한 뒤 며칠 동안은 불안해서 휴대폰에 자꾸 손가락이 갔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들에게 알려진 사실은 서울에 계신 부모님 귀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모님께는 전화를 드리기는 했지만 안부만 묻고 그냥 끊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 아빠가 알면 당장 공부 때려 치고 귀국하라고 할 거야. 그럴 순 없어.”
재벌가의 집안 분위기는 일반적인 가족과는 조금 다르다. 걸린 게 많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최서라도 철이 들면서 그 점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남들은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기만 하면 청파 갤러리가 저절로 그녀의 손으로 굴러 떨어지는 줄 안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다행히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고모가 요즘도 틈만 나면 다음 관장은 서라 몫이라고 공언하며 다니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모가 현직 관장이라고 해도 청파 갤러리가 온전히 그녀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고모의 호의는 말 그대로 호의일 뿐이야. 청파 갤러리를 갖고 싶다면 내 스스로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돼.”
청파 갤러리는 단순히 그림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아니다. 이곳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곳이 당연히 문화 사업을 하는 비영리재단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파 갤러리는 엄연히 주식회사였고, 지금까지 사업을 통해 꾸준히 이윤을 추구해 왔다.
“애들 놀이공원이나 민속촌으로 돈을 벌겠다는 사람도 있는 마당에 문화 사업이라고 맨날 고상하게 폼만 잡고 있을 필요가 뭐 있어? 적자가 나도 좋으니까 밀어붙여.”
청파 갤러리가 문을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래그룹 최인탁 회장의 말이었다.
실제로 청파 갤러리는 자체적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 외에도 미래 그룹 계열사들의 주식 지분을 적지 않게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수시로 기획 전시 등의 이익 사업을 벌여 수익을 창출해 왔다. 지금까지 그 일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사람이 바로 최서라의 고모이자 최인탁 회장의 딸인 최수아였다.
순수 자산 규모만 따지면 청파 갤러리는 그룹 내에서 두 번째로 덩치가 큰 미래 자동차와도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자산의 대부분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주식과 그림들이었다. 주식도 그렇지만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을 경우, 미술품은 의외로 환금성이 높은 물건이었다.
그러다보니 그룹 내에서 청파 갤러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가장 큰 경쟁자는 최인탁 회장의 장남인 큰아버지 최병준과 그 일가였다. 최병준은 큰아들이면서도 후계자 자리를 동생인 최병호에게 뺏긴 이후로 아직까지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막내 오빠인 최호석도 오래 전부터 고모인 최수아 관장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심지어 집안의 며느리들조차 청파 갤러리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그녀가 학업을 중단하고 중도에 귀국하면 그들에게는 좋은 꼬투리가 생기는 셈이다.
최서라는 청파 갤러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버티기로 했다.
처음에는 런던의 경호 회사에 의뢰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가능하면 24시간 밀착해서 그녀를 지켜주면서도 겉으로는 티가 안 날 사람을 구하고 싶었다. 그녀는 누구에게 부탁할지 계속 고민하다가 마침내 전화기를 켰다.
“도윤 씨, 죄송하지만 혹시 사람 한 명만 구해주실 수 있어요?”
도윤이 한국에 귀국한 지 일주일 만에 받은 그녀의 전화였다.
* * *
도윤이 귀국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트루쓰 앤 밸류’가 방송되지 않았다. INB와 계약을 한 한국의 KTV가 한 번 그를 찾아오기는 했지만 아직 이슈가 될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일상생활의 모습만 간단히 찍고 돌아갔다. 덕분에 도윤은 일주일 동안 모처럼 주어진 휴식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석훈을 만나서 녀석의 푸념과 하소연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석훈은 자신이 왜 한치호를 메다꽂게 되었는지를 얘기하면서도 도윤이 맡긴 사탕 통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참지 그랬냐는 도윤의 타박에 대해서는 잠시 발끈하기도 했다.
“형. 미친개가 발광을 하면 할 수 있는 게 둘 중 하나에요. 도망가든가, 아니면 때려잡든가. 저는 더 어려운 걸 한 것뿐이라고요.”
오죽하겠냐. 넌 절대 도망갈 놈이 아니지. 백수가 된 녀석을 적당히 위로하고 돌아온 며칠 뒤, 뜻밖에 최서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자 경호원을 구해달라고요? 갑자기 경호원은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최서라는 간단히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고만 얘기했다. 그래서 보안 설비가 좋은 집으로 옮기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자신을 지켜줄 룸메이트 겸 경호원을 구한다고 적당히 둘러댔다.
“알겠어요. 제가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최서라와 통화를 마친 도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최서라가 아무리 여자고 돈이 많다고는 하지만, 고작 그런 일 때문에 자기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 경호원을 구해?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많았다. 도윤은 그녀가 밝히지 않은 속사정이 있음을 직감했다.
최서라는 재벌가의 일원이다. 경호원을 구한다면 도윤에게 전화하는 것보다는 자기 집에 사정을 알리고 부탁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할 것이다. 설사 집에 알리기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런던에는 실력 있는 경호회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미래 그룹에도 집안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 그리고 그냥 경호원이 아니라 룸메이트가 필요하다고? 그 도둑이 아무래도 보통 도둑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답답하고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억지로 캐어묻기도 곤란했다. 그는 곧바로 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랑 한성옥션에서 나란히 잘린 정민아라는 후배 말이야, 그 아가씨 영어가 된다고 했지? 여권도 있고? 그럼 오늘 저녁에 잠깐 데리고 나올 수 있겠니?”
석훈에게는 좀 안 됐지만 아무래도 녀석의 후배가 먼저 일자리를 구하게 될 것 같다.
그로부터 열흘 뒤, 도윤은 정민아와 함께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렸다. 다행히 그녀는 도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최서라 역시 정민아가 보내온 이력서가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런던에서 면접을 보고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 도윤의 안목을 믿은 측면도 컸다.
최서라는 공항까지 마중 나와서 두 사람을 새로 얻은 집으로 데리고 갔다. 정민아도 정민아지만 뜻밖에도 도윤이 런던까지 날아온 게 그녀를 기쁘게 했다. 공항 입국장에서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감이 풀리면서 안심이 됐다.
“경호원으로 고용하는 건 맞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되도록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어요. 미안하지만 사대 보험 같은 건 안 되고 경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대신 급여는 한성에 계실 때보다 두 배로 드릴게요. 소득세를 낼 필요도 없는 돈이에요.”
최서라는 차 안에서 다시 한 번 정민아에게 자세하게 채용 조건을 설명했다. 24시간 밀착 경호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근무지가 외국인 것을 감안해서 급여도 높였다. 또한 최서라와 한 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숙식이 해결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정민아는 최서라가 제시한 조건에 만족해했다. 물론 그녀의 결정에는 도윤이 제시한 당근도 한몫했다.
“앞으로 1년 간 런던에서 최서라 씨를 잘 지켜주세요. 그러면 다시 한국에 돌아오셨을 때 취직자리 문제를 책임지겠습니다.”
그 점에 관해서는 최서라와 미리 나눈 얘기가 있었다. 그녀는 명색이 재벌가의 일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정민아 한 사람쯤 취직시키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설사 그게 틀어지더라도 나중에 도윤 자신이 부모님을 졸라서라도 현소 갤러리에 자리를 만들어 줄 작정이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서 자신이 최서라를 단순한 지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