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608화 (608/609)

00608  [에필로그] 세상을 내 손에  =========================================================================

아마겟돈, 혹은 일본 참사라 불리는 그 사건이 있은 후 3년이 지났다.

멸망의 위기를 겪은 세계 경제는 한때 대공황 이전까지 몰렸으나, 겨우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세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먼저 한국에서 무선 송전 시스템을 무료로 전격 공개했다. H컨설턴트는 불가항력적으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 한, 무료 공급의 원칙은 영구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덤핑으로 시장 장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전기를 제한 없이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에너지 해방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인류의 숙원입니다.”

핵융합을 통해 생산되는 깨끗한 전기는 사용에 제한이 없었다. 지구의 모든 인류가 마음껏 써도 부족해질 일이 없다.

게다가 무선 송전 시스템이기에 길고 두꺼운 송전선을 깔 필요도 없었다. 도시에 전봇대나 지하 송전선을 깔 필요도 없었다.

그저 건물마다, 혹은 각 가정이나 세대마다 전기를 수신할 수 있는 수신칩만 설치하면 그만이었다. 송전선을 깔 필요가 없으니 막대한 전력망 인프라 구축비용이 절감되었다.

그늘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전력산업 시장은 당연히 위축되었다. 전기의 공급과 관리가 간편해짐에 따라 여러 모로 불필요해진 분야가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도산하는 일은 없었다. H컨설턴트에서 적당한 가격을 주고 망해가는 사업체들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말이 인수지, 사실상 위로금이자 보상금이다. 토지를 수용하면 보상금이 나오듯이.

전기 자체가 완전 무상 공급이 되자, 그간 가정용 전기와 산업용 전기를 놓고 불거졌던 갈등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범죄에 쓰는 것만 아니면 얼마든지 전기를 써도 무료이니, 전기 분배를 놓고 갈등이 생길 일이 없어진 것이다.

서울은 어느덧 인구가 300만까지 줄어들며, 인구 밀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아졌다.

대신 H타운의 전체 인구가 3,000만 이상으로 증가하며, 한국 최대 도시로 거듭났다. 이에 도시관리위원회는 도시 외부를 확장하는 대건설 계획을 실행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렸지만 H타운은 도시 전체가 한서진의 소유였기에, 부동산이나 임대료 폭등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H타운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은 적절한 수준으로 정해진 소정의 임대료만 부담하면 되었다.

이쯤에 이르러 서울에도 웜홀이 설치되었다. 서울의 부동산은 하락세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웜홀을 설치한다 해서 서울의 집중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은 다른 도시보다 좀 더 크고 발전하고 인구도 많을 뿐인, 국내 2위 규모의 행정수도에 지나지 않았다.

「꿈의 도시라 불리는 H타운에서는 거주민이라면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성인 거주민은 예외 없이 도시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카드를 발급받게 되는데, 매달 2,500AU, 원화로 250만 원의 금액까지 지출이 가능합니다. 이 카드를 통해 H컨설턴트에서 운영하는 마트, 영화관, 헤어샵, 쇼핑센터, 백화점 등에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H컨설턴트는 원화로 매달 50조 원을 부담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SJ그룹은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거주민들이 그 돈을 전부 지출하는 것도 아니고, 또 H컨설턴트에서 운영하는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H컨설턴트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H컨설턴트는 거의 모든 분야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나요?」

「그렇지요. 생필품 판매부터 머리 손질과 인터넷 TV까지, H타운 내에서 H컨설턴트가 관여하지 않는 시장은 없습니다. H타운 자체가 H컨설턴트의 울타리 안에 있는 땅이니까요.」

세계 제일의 도시.

가장 앞선 과학과 문물을 배울 수 있으며,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모여들고, 많은 이들이 풍요와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꿈의 도시. 그것이 바로 H타운이었다.

「도시 건립 초기에는 과학자 및 학생, 그리고 기업 구성원과 그 가족만 거주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인공지능의 무작위 추첨을 통해 거주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과자는 안 된다고 들었는데요.」

「정확히 경제사범, 그리고 강력범죄 전과자는 거주 자격을 얻을 수 없습니다.」

H타운은 단지 전 세계 사람들이 동경하고 우러러보는, 안락한 올림포스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았다. 지금도 끊임없이 그 크기를 불려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한서진 박사는 한국 전체를 H타운처럼 만드는 게 일차적인 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전 세계를 H타운으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비교할 수 없는 부를 지닌 인물이지만, 그 풍요를 독차지하지 않고 모든 이들과 공평하게 나누려 하는 분입니다. 이런 분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그저 행운일 뿐이죠.”

한국은 해방 이후 쌓이기만 했던 폐단 청산 작업을 완전히 끝냈다. 개헌을 통해 반민족 행위에 대한 소급효를 인정하고 시효를 없앴다. 그 뒤 공포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파와 그 후손을 완전히 청산했다.

후손의 경우 실형에 처할 순 없지만, 상속받은 재산에 이자까지 붙여 압류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명의 이전 등 갖은 방법을 통해 압류를 회피하려 했지만, H컨설턴트가 가동하는 재정 감시 시스템의 눈길을 피할 순 없었다.

반민족 행위로 취득한 재산은 모조리 국고로 환수되고, 반민족자들의 후손은 평범한 서민층으로 전락했다.

개헌과 반민족행위자 및 후손 청산법은 도원패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업적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적폐를 청산한 유일무이한 대통령.

헌 부대를 버리고, 새 부대를 준비한 대통령.

과거를 완전히 매듭짓고, 미래로 향할 발판을 연 대통령.

그런 명예를 주렁주렁 매단 채, 그는 의기양양하게 퇴임식을 마쳤다.

백철중은 한서진과 가끔 술잔을 부딪치며 그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혀를 내두르곤 했다.

“처음에는 그저 입 좀 다물게 하고, 그리고 적당히 써먹으려고 했을 뿐인데…… 정말 사람 일은 모를 일이야.”

“대가만 합당하면 사람은 뭐든지 한다는 게 증명되었을 뿐이지요.”

“3조 원이라…… 평생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 수 있겠군. 게다가 이 나라 어딜 가든 영웅 대접 받으면서 말이야.”

도원패의 업적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재벌 세력을 짓밟아서 경제계를 정화했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를 임관 단계부터 철저히 분리하는 등 법조계도 정화했다. 사학 재단의 비리를 근절했으며, 친일 등 반민족 세력과 그 후손 청산 작업까지 완료했다.

그는 경제개발이나 안정을 위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암세포를 도려내는 일에만 미친 듯이 메스를 휘둘러댔다.

한서진 덕분에 경제 사정은 가만히 놔둬도 좋아지고 있었기에, 행정부에서 손을 대지 않는 게 돕는 셈이 된 것이다.

원래 은퇴 후 북유럽의 경치 좋은 곳에서 여생을 즐길 생각이었지만, 도원패는 생각을 바꿨다.

“앗, 도원패 대통령이다.”

“우리나라를 깨끗하게 만든 분이시다!”

“대통령 할아버지! 싸인 좀 해주세요!”

“허허허, 줄을 서시오.”

어딜 가든지 사람들이 영웅 대접을 하며 몰려든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귀찮기는커녕 즐겁기만 하다.

이 좋은 대접을 놔두고 뭐 하러 이 나라를 떠나나? 계속 여기 눌러 살고 말지.

AU화는 3국의 정식 통화로 인정받았다. 3국이란 한국, 러시아, 미국을 말했다.

자국 화폐를 없앤 것은 아니지만, 3개국 간의 거래에서 AU화로 거래하자는 다자협약을 맺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실상의 국제통화로 쓰이고 있던 AU화는 이번 협약을 통해 그 위치가 확고하게 다져졌다.

아마겟돈 3년 이후, 국제 시장에서 달러가 AU화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도 AU화를 국제통화로 쓰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50억 톤의 금과 한서진의 이름으로 그 가치를 보증하는 AU화는 그 어떤 통화보다 믿을 수 있는 실물화폐였다.

더불어, 그 세 나라에서는 화재란 개념이 사라졌다.

협약의 대가로 한서진은 부활한 하늘의 눈동자 시스템의 일부를 미국과 러시아에도 제공했다. 바로 전천후 자동 소화 시스템이었다.

하늘의 눈동자는 할당된 구역을 24시간 빼놓지 않고 상시 감시한다. 그러다가 화재로 인정할 수 있는 불이 나면 즉시 에테르를 투입해서 진화한다.

‘불이야!’라고 외치기도 전에 이미 불길이 잡혀버리는 것이다. 소방 경보 시스템보다 더 빠른 조치였다. 화재 진압용 마력 칩셋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시스템 가동 후, 놀랍게도 세 나라에서는 화재로 인한 피해자 수가 0으로 변하는 기적을 맞이했다. 불길이 채 번지기도 전에 진압되기에 재산 피해도 0에 수렴했다.

“기적이 아닙니다. 과학일 뿐입니다.”

하늘의 눈동자는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했다.

이론상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를 추적 및 분석 가능하기에, 실시간으로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고, 개입할 수 있다. 야산에 묻히거나 바다에 버려진 변사체를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에테르 화재 진압 기능은 매우 놀랍고 혁신적인 기능이었지만, 하늘의 눈동자가 지닌 ‘종합 안전보장 기능’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이거 뭐야? 왜 시동이 안 켜져?”

“오빠, 문자 왔는데?”

데이트를 위해 여자친구와 차에 오른 남자는 시동에 걸리지 않자 답답해하다가, 여자친구의 말에 자신의 폰을 확인했다.

「귀하의 차량은 급발진 우려가 있어 원격으로 시동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지금 즉시 차량 점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늘의 눈동자」

“헉, 지금 시동 켜면 급발진이래. 얼른 내려야겠다.”

“스카이 아이가 알려준 거야?”

“어, 지금 온 문자가 그거였네.”

한창 출항을 앞둔 어느 여객선에 탑승 예정이던 승무원과 승객 전원은 동일한 연락을 받았다.

「귀하가 탑승할 여객선은 화물 과적재 및 무게 중심 불균형, 고정화 장치의 불량으로 안전한 항해를 기대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현재 점검 인력이 가고 있으니 출항과 탑승을 연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배, 뭔가 위험한가 봐. 일단 내리자.”

등산을 하던 어느 노부부는 산중턱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가 별안간 연락을 받았다.

「귀하가 있는 지점에서 약 320미터 지점에 갓난아기가 15초 전 유기되었습니다. 현재 경찰에 출동 요청을 한 상태이나 그동안 귀하가 유기된 아이를 보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우리 근처에서 누가 막 아이를 버리고 갔나 봐요. 얼른 가봅시다. 경찰 오기 전에 무슨 일 생기면 큰일이잖수.”

============================ 작품 후기 ============================

10분 뒤에 한편 더 올라옵니다. 예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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