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603화 (603/609)

00603  [에필로그] 세상을 내 손에  =========================================================================

평성 종합과학도시, 통상 H타운이라 불리는 대도시가 마침내 입주를 시작했다.

경기도에 버금가는 면적을 지닌 단일 도시는 벽돌 하나하나까지 모두 계획적인 구조로 지어졌다.

도시는 H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채, 여러 다양한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등이 방사선형으로 뻗어 나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서진이 도시의 중심이자 전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H타운은 앞으로 과학의 중심이자 수도로 우뚝 설 것입니다.”

에테르학의 창시자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설립한, 과학과 지식의 도시. 향후 H타운에서 인류의 과학 문명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H컨설턴트는 도시 입주를 위해 세웠던 계획을 단숨에 밀어붙였다. 미리 스카우트한 인재들을 입주시키고, 거주할 인력을 불러들였다.

도시에 세워진 대학들이 한꺼번에 입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큰 꿈을 꾼 학생들이 너도 나도 대학에 응시했다.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인재를 택함에 있어 지역과 인종,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인재라고 생각될 만한 사람이 있으면, 아프리카 오지에도 사람을 보내 면접을 진행했다. 언어의 장벽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완공 이전 단계에도, 도시에는 이미 많은 연구소와 기업들이 들어와서 업무와 연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도시의 기능을 수행한다고는 볼 수 없었다.

도시를 유지할 일반 주민의 입주가 시작됨에 따라, 도시는 비로소 진정한 거주구역으로서 거듭날 수 있었다.

「여기는 평성 종합과학도시, 통상 H타운이라고 불리는 초거대 도시입니다. 국부이자 세계적 영웅으로 칭송받는 한서진 박사가 사비를 들여 만든 도시인데요. 박청주 기자, 도시의 전반적인 특징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네, 여기는 박청주 기자입니다. H타운은 옛 평양을 중심으로 해서 세워진 초거대 과학도시입니다. 그 면적은 경기도에 버금가며, 100% 한서진 박사의 사비로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즉 도시 전체가 개인 사유지라는 뜻입니다.」

「법적 성질을 따져보면 도시라기보다는 회사 단체 숙소라고 봐야 하겠네요.」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요. 도시 출입 자체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사실 사유지이므로 한서진 박사가 입장을 거부하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보통은 도시관리위원회가 그 역할을 하지요.」

H타운에 파견을 나온 박청주 기자는 카메라를 주시하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H타운은 과학 지식의 탐구를 목적으로 하고, 그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 사람들의 안락한 터전이 되어주고자 하는 이유에서 탄생한 도시입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누구나 입주민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도시 주민으로 인정받으면 도시관리위원회의 전격적인 지원 속에서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무료로 거주 가능한 숙소가 주어지고, 기본적인 생활비가 지급됩니다. 학생의 경우에는 모든 학비와 기타 비용이 제공됩니다. 그리고 도시에 입주해 있는 다국적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과학자를 지망하는 분들에게는 꿈같은 도시로군요.」

「도시 구성원이 될 자격의 커트라인은 의외로 낮습니다. 석박사는 물론이고 학사, 하다못해 중고등학생이라 해도 일정한 시험을 치르면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학자나 일반 엔지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선을 설계할 수 있는 과학자부터 우주선에 들어갈 볼트와 너트를 용접할 수 있는 기술자까지, H타운은 전부 아우르며 포용하니까요.」

H타운은 과학과 공학, 기술적 소양을 지닌 인재들을 전 세계에서 싹쓸이하겠다는 포부를 야심차게 드러냈다.

그들이 안락하게 거주하고 공부,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직장 또한 최고의 수준으로 갖춰주겠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문명은 전기문명이 아닌 에테르 문명이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전기 자체도 크게 따져 보면 에테르에서 파생된 에너지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에테르야말로 모든 에너지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근원이죠. 그리고 그 에테르학의 창시자가 도시의 주인입니다.」

「미래를 지향한다면 H타운으로 와라, 이거로군요.」

「그렇습니다.」

“그룹 전 계열사를 H타운으로 본사를 옮길 예정일세.”

가족 식사 자리에서 백철중이 이야기를 꺼냈다. 한서진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원래는 전자와 몇 몇 계열사만 옮기기로 하지 않으셨던가요?”

“평성에 미래가 있으니, 거기로 옮겨야지. 남한, 아니 남부 지역에는 지사만 남겨둘 생각일세.”

현재 한국은 옛 북한 지역을 북부 지역, 그리고 남쪽을 남부 지역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백철중은 해골 기사와 죽음의 군단에 관해 특별히 캐묻지 않았다. 말해줄 수 있는 거라면 묻지 않아도 말해줄 것이고, 말해줄 수 없는 거라면 물어봐도 말해주지 않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한서진은 ‘오래 전 지구에 거주했던, 에테르 문명을 최초로 사용한 종족이며 지금은 완전히 소멸했다.’는 정도로만 설명을 했다.

한국 정부와 미국, 러시아 등에도 같은 식으로 설명했다. 그들은 완전히 납득하진 않았으나, 한서진이 입을 닫아버린 상황에서 더 캐묻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확실히 목격했다. 한서진이 에테르를 통해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그것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힘이었다. 신에 필적하는, 아니 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어마어마한 기적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전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은 몇 초 걸리지 않아서 가능할 것이다.

그 사실을 똑똑히 확인한 이들은 절대 한서진을 자극하거나 귀찮게 굴려고 하지 않았다.

다행히 한서진은 그런 엄청난 힘이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인류 생태계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기존 인간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려 하지 않았고, 정복욕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안전하다. 오히려 인간들을 위한 인자한 신이 되어줄 것이다.

열강들은 한서진을 절대 위험한 존재라 생각하지 않았다.

신의 힘을 지녔지만, 인간의 마음을 지닌 영웅으로 여겼다. 그래서 믿고, 안심할 수 있었다.

“일본은 어떻게 되나?”

“일단 정화 작업을 해주기로 했습니다만, 앞으로 20년이나 걸립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요.”

“20년 동안 영토 없이 해외를 떠돌아야 하다니…… 나라가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겠구만.”

백철중은 혀를 끌끌 찼다.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한서진과 H타운의 다음 가는 막대한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과연 일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놓고, 유수의 미래분석기관들이 앞을 다투어 결과물을 내놓고 있었다.

일본 소멸.

대부분은 그런 비관적인 결과를 예측하고 있었다. 국가로서의 일본은 사라져 버린다는 예상이었다.

20년은 너무 길고, 지금 일본 국민들은 여러 나라에 흩어져 그 나라의 보호와 관리를 받고 있다. 미국에 피신해 있는 일본 정부는 사실상 정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아무런 행정 자원 없이 어떻게 정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일본 내각은 자국민들이 어느 나라에 얼마만큼 있으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각 나라에서 보내주는 정보를 토대로 판단할 뿐이다.

이런 생활이 최소 20년 간 유지된다는 걸 알게 된 국민들이 하게 될 선택은 하나뿐이다.

“우리나라에도 벌써 귀화 신청을 한 일본 국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수용민 중 90% 이상이 이미 귀화 신청을 했다더군요.”

“정부는 문제만 없으면 일단 받아줄 방침이라던데.”

현재 한국 정부는 전과자, 전범 연관성, 우익 활동 이력만 없다면 귀화를 받아주는 방침으로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국민으로 완전히 흡수할 자신이 있어서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이 재건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짓밟을 필요성이 있겠군.”

다소 잔혹한 말이지만, 한서진은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았다.

“그건 제 일이 아닙니다.”

“허허, 속세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 이건가?”

“속세라니요……. 그런 외교 정치적인 문제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죽음의 군단을 제거한 것만으로 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으니까요.”

“충분히 역할을 다한 정도가 아니라, 지구를 구했지. 암, 그렇고말고.”

미국은 현재 가장 많은 일본인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였다. 그리고 워싱턴은 일본 국민을 자국민으로 완전히 흡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채였다.

동아시아에 한국과 한서진이 있는 이상, 미국에 일본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국가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참에 깔끔하게 자국의 새로운 주로 흡수하는 게 미국의 국익이었다.

그 대계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국가로서의 일본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조용히 듣고 있던 송하나가 입을 열었다.

“오빠, 혹시 땅 조금 사도 돼요?”

“무슨 땅?”

“일본이요.”

한서진은 순간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백철중도 처음 듣는 눈치였으나, 그는 곧 알겠다는 듯이 조용히 끄덕였다.

“일본 내각에서 저한테 은밀히 물어보더라고요. 혹시 일본 땅을 사줄 마음이 없나 하고요.”

“일본 정부다 땅을 판다고?”

“재건의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파벌도 있으니까요. 20년 동안 못 쓰는 땅인지, 아니면 영원히 못 쓰는 땅인지 그 사람들은 기약할 수도 없잖아요. 차라리 땅을 팔고 돈이라도 챙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나 봐요.”

“영토 할양을 하겠다는 거야?”

“그건 아니고, 민간 토지소유권을 이전하는 식으로 우선 처리하겠다는 거죠.”

“그럼 나중에 일본 정부가 사라지면 사실상 한국 소유가 되겠구나. 아니지, 아예 너희들만의 자치국을 새로 여는 것도 가능하겠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작은 땅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한서진이 피식 웃으며 부정했다.

빈말이 아니라 일본 영토는 그에게 쓸모가 없었다. 땅이라는 것은 그에게 더 이상 무의미했다.

원한다면 새로운 행성, 아니 또 다른 항성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는데, 그깟 조그만 열도 따위가 뭐가 탐이 날까.

물론 한서진은 제독이 남긴 힘을 함부로 쓸 생각이 없었다.

우주선 프리덤은 앞으로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영원히 상부맨틀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 박사, SJ인더스트리는 H타운으로 이전 안 하나?”

“안 그래도 고민 중입니다.”

SJ인더스트리는 한서진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그를 만든 기업이며,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SJ인더스트리가 이전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미 SJ인더스트리는 캘리포니아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생산 부문은 남겨두고 연구개발부만 본사로 간추려서 이전할까 생각 중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매일같이 하소연 하고 있어서 달래주느라고 머리가 좀 아프긴 하네요.”

“그런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다는 게 좋은 걸세. 그만큼 평화롭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 작품 후기 ============================

에필로그는 별로 안 깁니다.

앞으로 길어봤자 10편이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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