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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584화 (584/609)

00584  상승  =========================================================================

오리할콘 두개골은 빛으로 구성된 몸과 다리, 그리고 날개를 얻었다. 새로 얻은 몸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날개를 크게 펄럭거려 본다.

황금색 빛의 뼈로 구성된 양쪽 날개는 끝에서 끝까지 얼핏 봐도 2km는 넘어 보였다. 그 거대한 모습에 미 대통령은 그저 질려 버렸다.

“정보 통제는 이미 물 건너갔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 오리할콘 괴조를 목격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 쉴 새 없이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는 중입니다.”

“모두 삭제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할 수는 있습니다만, 더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거기에 행정력을 쏟을 때가 아닙니다. 여태껏 잠잠했던 오리할콘 괴조가 갑자기 움직이고, 또 빛으로 된 몸을 구성한 원인을 생각해 보십시오.”

“설마 해골 거인이?”

“틀림없이 연관이 있을 겁니다. 둘이 서로 끌리거나, 아니면 해골 거인이 괴조를 깨웠거나.”

대통령은 후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해골 거인이 저 먼 곳에 있는 오리할콘 괴조를 깨운 것이라고.

‘가만?’

그는 퍼뜩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오리할콘 두개골은 원래 한국에 있었다. 마침 해골 거인의 진격 방향하고도 겹치지 않는가?

“오리할콘 괴조가 비행을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추적하세요. 절대 놓쳐선 안 됩니다.”

“엄청난 속도입니다! 음속을 초월했습니다! 해골 거인이 있는 방향을 향해 똑바로 비행하고 있습니다!”

양쪽 날개 길이만 2km에 달하는 거대한 괴조가 초음속으로 비행한다면 지상에 어마어마한 소닉붐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몸이 빛으로 구성돼서 그런지 그 정도 충격파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리할콘으로 구성된 두개골이 만들어내는 충격파가 상당했지만, 그마저도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대부분 흩어지고 있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어떤 에너지로 유기적 형상을 구축해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아마 에테르 에너지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거리 관측으로는 더 이상의 원리를 추측할 수 없습니다.”

“한서진 박사는? 한서진 박사는 아직 아무 말이 없습니까?”

“연락은 되고 있습니다만, 아직 해골 거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이를 악물었다.

한서진을 믿고 있지만, 너무 늦다. 만약 핵을 써야 한다면 일본에 상륙하기 전에 써야 한다. 해골 거인이 일본에 상륙한 뒤에 핵을 쓰면 그 피해는 한국과 아시아에까지 번질 수 있으니.

‘일본, 아니 서쪽을 향한 게 오리할콘 괴조를 부르기 위해서라면…….’

목적을 달성한 거라면 더 이상 서쪽으로 진격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대통령은 거기에 희망을 걸고 싶었다.

빛의 몸을 가진 괴조가 저 멀리서 날아오며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거대한 몸집이 만들어낸 충격파가 해수면에 거친 파도를 만들어냈다.

오리할콘 두개골과 빛의 몸으로 이뤄진 괴조는 해골 거인의 앞에 사뿐히 내려앉으며, 수면 위로 배를 깔았다. 머리를 낮게 웅크린 게 ‘주인’을 알아본 듯했다.

해골 거인의 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거인은 뼈만 남은 손을 뻗어, 마찬가지로 빛의 뼈로 구성된 오리할콘 괴조의 등에 가볍게 얹었다.

다음 순간 해골 거인이 도약하며 오리할콘 괴조의 등에 몸을 실었다.

주인을 등에 태운 괴조는 머리를 번쩍 들고, 빛의 날개를 좌우로 활짝 펼쳤다. 거친 바람이 일어나며 막 잔잔해졌던 해수면에 파동을 만들었다.

괴조는 주인을 태운 채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으로 천천히 상승했다.

약 100여 미터 정도 상승한 괴조를 향해, 저 멀리서 6척의 이지스함이 함포 사격을 위해 포진했다.

―일본을 향해 비행하면 즉시 포격할 것.

각 함에 하달된 명령이었다.

6척의 이지스함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 엄청난 공격을 견뎌낸 저 괴물이 고작 빈약한 7인치 함포 따위에 피해를 입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간지럽다며 몸을 비틀겠지.

어쩌면 개죽음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금 일본은 철저히 발가벗겨진 거나 마찬가지다. 최고급 전투기를 비롯하여 값비싼 미사일, 그리고 어마어마한 포탄 재고를 모두 소진했다.

지금 일본은 동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피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들은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많이, 그리고 조금이라도 멀리 피난할 수 있게끔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개죽음이 될지언정, 의미 없는 죽음은 되지 않는다.

“제군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비장함에 찬 함장의 목소리에 하나같이 눈빛을 빛내며 전의를 다지는 것은, 그런 책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여기서 목숨을 바친다! 전 함대 사격 개시!”

해골 거인을 태운 괴조가 서쪽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하자마자 6척의 이지스함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수십 개의 미사일 사일로를 열어 퍼붓던 화력에 비하면 애처로울 만큼 초라한 공격이었다.

포탄이 포문을 뛰쳐나갈 때마다 곧바로 재장전이 이뤄지며 빠르게 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6척의 함에서 쏟아내는 포탄은 그 어느 것 하나도 해골 거인과 괴조에게 닿지 못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것처럼 허공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수면 위로 추락할 뿐이었다.

아무리 쏘아도 닿지 않는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느 한 척도 도망가지 않고, 전투 항해를 개시하며 쉴 새 없이 포탄을 쏘아댔다.

―끼아아아악!

그때 오리할콘 괴조가 기괴한 굉음을 토해냈다. 마치 천둥이 녹슨 암석을 부수며 만든 울림 같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내장이 뒤집힐 듯한 포효였다.

그 포효에 휩쓸린 자위대원들은 귀를 틀어막으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느 자위대원은 귀와 입에서 피를 쏟으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함장 이하 장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귀를 틀어막은 채 비틀거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6척의 이지스함 전 승무원이 같은 증세를 보였다.

모든 이들이 사실상 전투불능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6문의 포문만이 중앙컴퓨터의 통제에 따라 괴조를 향해 자동사격을 쏟아내고 있었다.

괴조가 몸을 틀었다. 날개를 살짝 웅크리며, 온몸이 활처럼 크게 휘어진다.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부리를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가, 활시위를 놓듯이 있는 힘껏 아래를 향해 입을 벌린다.

―끼아아아악!

보이지 않는 파동이 허공을 일그러뜨리며 아래로 뻗어나갔다. 급격한 동심원이 수면 위로 퍼지며, 거친 해일이 주변의 모든 것을 범람했다.

고요하던 바다는 한순간에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 절대적인 흐름 앞에서 1만 톤짜리 선박의 복원력 따위는 아무런 존재감도 발하지 못했다.

그저 태풍 앞에 놓인 낙엽과도 같이, 6척의 이지스함은 너무나 가볍게 전복돼버렸다.

큐베 총리 이하 내각 일동은 그 모든 장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이제는 식은땀조차 흐르지 않았다. 손가락에 힘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총리가 딱딱하게 경직된 음색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

“피난, 국민 피난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만, 조금 전에 막 피난을 시작한 터라 아직 혼선이…….”

“일본을 버려야 하네.”

“총리 각하.”

“일본을 버려야 해. 그래야 살 수 있어!”

일본 남서 지역에 잠시 피신한다? 총리는 그런 얄팍한 피난 계획으로는 일본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저건 인간의 힘을 아득히 벗어난 괴물이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존재다.

저런 괴물이 일본에 상륙한다면, 그날이 바로 일본의 멸망이 되리라.

‘핵…….’

과연 핵은 통할까?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파괴력을 지닌 무기지만, 그래서 최후의 희망을 품었지만, 총리는 지금 이 순간 수척한 고뇌에 잠겨야 했다.

과연 핵이라고 해서 저 괴물에게 통할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비웃듯이 가뿐하게 튕겨내지는 않을까?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외마디 비명이 상황실을 울렸다. 경보기는 더 이상 원거리 영상을 보내오지 못했다. 괴조의 비행 속도가 너무 빨라서 원거리 카메라가 놓치고 만 것이다.

카메라가 마지막으로 잡아낸 모습. 오리할콘 두개골과 빛으로 구성된 몸의 조합은, 기괴하면서도 지독하게 선명한 각인을 모두의 머릿속에 남겼다.

파괴의 미학을 담은 듯한 그 괴이한 모습은, 차라리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기분이었다.

“지금 핵을 써야 합니다. 더 이상 늦추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터집니다.”

괴조와 해골 거인이 드디어 서로 조우한 순간, 그리하여 일본 이지스 함대가 최후의 저지를 위해 함포 사격을 결심한 순간, 미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어필했다.

대통령은 괴로운 듯이 말했다.

“한서진 박사는…….”

“한 박사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

“그리고 한 박사가 당부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자신이 늦어서 시기를 맞출 수 없다면 우리 미국과 러시아가 자의적으로 대응하라고 말입니다.”

“…….”

“지금이 적기입니다. 여기서 더 머뭇거리면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저 괴물이 동해를 건널 때까지 기다리실 겁니까? 아니면 일본에 상륙할 때까지 기다리실 겁니까?”

어느 쪽이든 간에 한국에 핵 피해가 닥친다. 물론 일본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겠지만, 지금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입을 피해가 가장 염려 대상이었다.

어차피 일본에 있던 미국 시민권자들은 모두 소개 절차를 마치지 않았던가.

“핵을 쓴다고 해서 효과적으로 제압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선택은 아무리 빨라도 모자랍니다.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각하.”

그 엄청난 재래식 공격을 상처 하나 없이 버텨냈다. 물론 핵의 가공할 파괴력은 그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섣불리 장담하지 못했다.

“핵 사용을 승인하겠네.”

마침내 미 대통령이 괴로움을 악물고 결정을 내렸다.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결정이지만, 누구도 환한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처참한 피해를 가져올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핵 발사 코드가 입력되고, 제주도 미 해군 기지에 있는 7함대에서 여섯 발의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20킬로톤의 전술핵 탄두를 탑재한 핵미사일은 목표물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목표가 이동합니다! 비행 속도 약 시속 300km!”

자그마한 탄성이 터졌다. 아까 같은 초음속이 아니다. 300km의 느린 속도라면 비행체 추적 기능이 없는 핵미사일로도 충분히 파괴 범위 안에 가둘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확한 타격이 불가능한 만큼, 그래서 화망을 넓혀야 하는 만큼, 일본이 입을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태평양 연안국, 그리고 한국 역시 그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순간, 무언가 강력한 전자파 같은 것이 괴조에게서 뿜어져 나와 사방을 덮쳤다.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6기의 핵미사일은 유유히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영겁처럼 느껴진 그 몇 초의 시간이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 흐른 뒤,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왜…… 안 터지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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