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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573화 (573/609)

00573  뒤집히다  =========================================================================

마이애미에 또다시 에테르 스톰 반응이 일어났다. 재난경보 시스템은 즉각 해당 지역에 경보를 발령했다.

한서진은 처음에는 가볍게 반응했다.

“또야?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이러는지 모르겠네.”

그는 타르타로스 3에 에테르 스톰 해제 명령을 입력했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뭐야? 왜 안 돼?”

그는 조금 당황했다. 「처리 중」이라는 메시지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타르타로스 3가 고장이라도 났나?

그는 급히 타르타로스 2를 이용해 에테르 스톰이 일어난 지역 반응을 살폈다. 그곳에는 격렬한 에테르 파동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다.

타르타로스 3가 오작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에테르 스톰 반응을 무효화하기에 출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런.’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재빨리 타르타로스 3에 접속해서 수동으로 에테르 스톰을 제어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먹히지 않았다.

순수한 출력 부족에서 오는 문제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제어칩을 그곳에 직접 투하해야겠는데.’

출력이 모자라다면, 에테르 흐름을 해제하는 마법 코드를 새긴 마력 칩셋을 직접 투하하는 수밖에 없다. 거리가 문제지만, 임시 웜홀을 생성하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에테르 스톰 생성 반응이 해제되었습니다.」

타르타로스 3의 알림에 한서진은 한시름 놓았다. 다행히 원격으로 해결이 된 듯했다.

그러나 끝난 게 아니었다.

「해당구역에 두 개의 에테르 스톰 생성 반응이 또다시 출현했습니다.」

“뭐야?”

한서진은 다시 당황했다. 조금 전 에테르 스톰이 해제되었는데, 또다시 생겨나다니? 그것도 두 개나?

타르타로스 3가 다시 한 번 원격으로 소멸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여의치 않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조금 전처럼 타르타로스 3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를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만약을 대비해서 마력 칩셋을 현장에 투입해야 하나?

‘고민은 나중에 하자.’

일단 그는 마력 칩셋 제조 코드를 입력했다. 타르타로스 3의 명령을 받은, ‘주문의 서’ 전용 제조장치가 즉각 미스릴 위에 제어코드를 새겨 넣기 시작했다.

마력 칩셋이 만들어지는 동안, 한서진은 해당 지역을 실시간으로 정밀 스캔해서 살폈다.

그때 그는 무언가 굉장한 에너지 반응이 에테르 스톰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발견했다.

“효진 씨?”

타르타로스 3는 곧장 현장을 3차원 시각 정보로 구현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마치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신효진은 바닷물 위를 거침없이 질주했다. 어림잡아도 시속 수백km는 넘어 보인다. 그녀가 만들어낸 충격파가 파도를 가르며 널리 퍼지고 있었다.

가까운 에테르 스톰에 도달한 그녀는 힘껏 점프하며 오른손으로 그것을 쥐었다. 그리고 곧장 방향을 틀어, 두 번째 에테르 스톰을 향해 질주했다.

‘대단해.’

한서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그는 타르타로스 3의 강제 해제에도 반응이 없던 최초의 에테르 스톰이 왜 사라졌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타르타로스 3가 뒤늦게 소멸에 성공한 게 아니라, 신효진이 없앤 것이리라.

그 증거로,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오른손에 쥔 에테르 스톰 집약 에너지에 강한 마력을 흘려 넣고 있었다. 그 힘을 견디지 못한 에테르 스톰은 급격히 소멸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그때, 신효진이 수면 위에 갑자기 멈췄다.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급격히 커져가는 에테르 스톰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효진 씨? 왜 그래요?”

그는 급히 연락을 시도했다. 타르타로스 3를 이용해 원격으로 직접 그녀와 소통하려고 했다.

그러나 에테르를 이용한 신경 자극에도 그녀는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다행히 그녀는 칼라칩이 장착된 방수폰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무언가 엄청난 환각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에도 에테르 스톰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그녀가 위험해진다. 그런 판단이 선 한서진은 막 완성된 마력 칩셋을 쥐어들었다.

‘작은 임시 웜홀을 생성해서 에테르 스톰 위에 직접 떨어뜨리면 돼.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공에 임시 웜홀을 열어서…….’

그 순간 그는 보았다. 신효진의 주변으로 엄청난 에너지의 폭풍이 일어나는 것을.

빛과 번개로 이뤄진 섬광은 그녀를 완전히 감춰버렸다. 그리고 그녀 대신 나타난 것은 거대하고 투명한 빛이었다.

빛의 안개가 뭉친 듯한 그 형상은 분명한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투명하고 거대한 거인과도 같았다.

그것은 천천히 손을 뻗어, 이미 통제가 힘들 정도로 커져버린 에테르 스톰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손가락 사이로 굉장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또 하나의 태양이 생겨난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곧 모든 게 사그라졌다.

“…….”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눈을 가렸던 한서진은 곧 주변 현장을 확인했다. 3차원 영상 홀로그램은 곧 해변에 무릎을 꿇듯이 주저앉아 있는 신효진을 찾아냈다.

온몸이 물에 흠뻑 젖은 그녀는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멀리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에테르 스톰은 잦아들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신효진이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누구한테 연락을 하는 거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신효진이었다.

「와주세요…… 할 말이 있어요…….」

“효진 씨? 효진 씨?”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한서진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이나 다른 이들의 손이 닿기 전에 그녀의 신병을 먼저 확보해야 했다. 위험한 건 아니지만 뒷수습이 번거로워지니까.

타르타로스 3는 웜홀 생성 장치 없이, 에테르 파동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임시 웜홀을 생성할 수 있다. 다만 웜홀 생성 장치로 만든 것과는 달리 안정적으로 오래 유지할 순 없다. 최대한으로 잡아도 5분 정도만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했다.

웜홀이 생겨나자 한서진은 즉시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그는 전용 연구실에서 순식간에 마이애미 해변에 도착했다.

신효진은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인근에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그는 신효진을 등에 업고, 다시 웜홀을 타고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 타르타로스 3는 웜홀을 강제로 유지하던 에너지 흐름을 즉각 흩어버렸다.

그는 일단 간이침대에 신효진을 눕혔다. 숨을 고르고 나니 괜히 민망해졌다.

옷이 젖어 달라붙은 터라, 그녀의 늘씬한 몸매가 고스란히 도드라졌던 것이다. 심지어는 살결이 비치기까지 했다.

그는 일단 담요를 가져와서 그녀의 몸을 덮은 후, 히터를 틀어서 체온을 유지시켰다.

‘총탄도 튕겨내는 몸인데 설마 감기에 걸리진 않겠지.’

그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이마를 짚었다.

비로소 조금 전 일어났던 이상 현상을 진지하게 곱씹어 볼 심적 여유가 생겼다.

‘에테르 스톰이 한 지역에 세 개가 거듭 생기다니…….’

심지어 타르타로스의 힘으로도 소멸시키지 못했다. 이제까지 발생했던 에테르 스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출력이라는 뜻이다.

“혹시 마력 칩셋으로도 해제가 안 되면 곤란한데.”

마력 칩셋을 직접 던져 넣는 방식은 타르타로스가 원격으로 간섭하는 것보다 훨씬 큰 출력을 낸다. 만약 그것으로도 에테르 스톰을 소멸시키지 못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요즘 들어 이상 에테르 반응이 자주 일어나는데. 정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야?”

그는 고개를 흘끗 들어 창 너머 하늘을 바라봤다. 눈부신 빛을 퍼트리는 태양,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만약 저 평온한 모습 아래 어떤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거라면…….

‘태양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데.’

그는 레노지안의 전철을 밟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위기를 방관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는가?

“어쩐다…….”

한서진은 고민에 시달렸다.

뺨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스칼린 왕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기분 좋은 체향이 코끝에 머무른다. 머리맡에 걸터앉은 남자, 그녀의 반려가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채 뺨을 가만히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좋지 않은 꿈을 꾸었소? 갑자기 울길래 놀랐소.”

“…….”

그녀는 대답 대신, 더욱 선명한 눈물만 뚝뚝 흘렸다. 왕이 당황해서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 주었다. 부드러운 실크의 감촉이 또렷한 현실감을 남겼다.

“정말 나쁜 꿈을 꾸었나 보군. 그대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소.”

“……리온.”

“말하시오.”

눈동자만 힘겹게 깜빡거리던 그녀가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왕자가 보고 싶어요.”

“잠시만 기다리시오.”

왕이 손뼉을 치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시종이 들어서서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왕비가 우리 왕자를 보고 싶어하는구나. 모셔오너라.”

“예, 폐하.”

잠시 후 네 명의 시녀가 아기용 이동침실을 밀고 들어왔다. 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이동침실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왕자가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왕은 손수 왕자를 안아서 스칼린에게 건넸다.

곤이 잠든 왕자를 품에 안은 그녀는 가만히 뺨을 맞댔다.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왕은 안쓰럽다는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조용히 옆에 다가앉으며 어깨를 감싸 안았다.

“무슨 악몽을 꾸었는지 모르지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오. 그저 꿈일 뿐이잖소.”

“그저 꿈일 뿐…….”

그녀는 초점이 다소 흐려진 눈으로, 그 말을 받듯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고개를 조용히 저으며, ‘스칼린’은 생각했다.

내가 무슨 꿈을 꾸었지?

정말 슬프고, 안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하지만 꿈의 내용이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불길한 마음이 가슴에 고였다. 꿈의 내용을 떠올리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때 왕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자상한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조금 초췌해 보인다.

아무것도 걱정 말라는 듯이 왕이 웃어보였다.

“꿈이 아무리 악한들 그대를 해하진 못하오. 아무것도 불안해할 필요는 없소. 나와 우리 왕자, 그리고 그대가 함께 하는 이곳이야말로 유일한 것이니.”

“……리온.”

“그대는 나 아서 카드리온 슐트제너윈 코트발 1세의 반려이자 레노지안의 고결한 국모요. 오직 그것만이 진실이니, 거짓된 것에 조금도 얽매이지 마시오.”

그녀는 벽에 걸린 커다란 거울을 주시했다.

왕과 자신, 그리고 아직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 비쳤다.

흠결을 찾아볼 수 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가족이다. 세상의 모든 축복과 찬사를 한 몸에 받는.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한참이나 주시하다가, 품에 안긴 왕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사랑스러운 모습을 들여다보며, 그녀는 비로소 악몽을 잊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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