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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565화 (565/609)

00565  미싱 링크  =========================================================================

신효진은 마이애미의 황금해안에서 모처럼 휴식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영국 귀족 사회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미쉘이 전면적으로 보조해주고 있어, 최상류층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마음껏 만끽하는 중이었다.

전속 디자이너가 그녀만을 위해 만든 옷과 슈즈를 걸치고, 최고급 리무진을 타고 쇼핑을 즐겼다. 그저 손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직원들이 포장을 해주고, 비서들이 알아서 계산을 해서 차에 싣는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녀는 조금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그녀를 위해 준비하고, 기다렸다.

미쉘은 그녀를 위해 상류층 여성이 가져야 할 간단한 예법이나 몸가짐을 가르쳤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미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어렵지 않게 몸에 흡수했다.

그녀가 배우는 속도, 그리고 우아함의 변화에 미쉘이 오히려 감탄했다.

“이렇게 빨리 익히시는 분은 처음 봤습니다. 제가 더 알려드릴 게 없을 것 같군요.”

“그렇지 않아요. 많이 알려주세요, 미쉘 부인.”

“이 정도면 충분해요. 너무 많은 것을 익히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스 신은 그 자체로 이미 고귀하신 분인걸요.”

미쉘은 신효진이 ‘고귀한 여성’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몸가짐과 예절만 가르쳤다. 그런 절제성이 오히려 더욱 그녀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오후에는 어느 유명 매장에 들렀다. 판매가 아니라 전시, 그리고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샵이었다.

그렇다 보니 전시된 제품들은 신상품 중에서도 최고 레벨을 자랑하는 모델만 있었다. 웬만큼 명품 쇼핑을 즐긴다는 사람들도 가격을 듣고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올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아서 직원에게 직접 확인을 해야 했다.

미쉘에게 설명을 듣고 신효진은 물었다.

“왜 그런 식으로 하는 거죠?”

“브랜드의 럭셔리 이미지를 쌓기 위해서죠. 실제로 이런 이미지샵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습니다.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적자죠. 하지만 이미지 고양 측면에서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판매가 목적이 아닌 매장이라면, 정말로 아무것도 못 사는 건가요?”

“물론 구매해도 됩니다. 단지 아주 특별한 극소수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낼 초고가 라인 제품만 가져다 놓을 뿐이죠.”

과연 매장은 입구에서부터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웬만큼 돈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기가 죽어서 섣불리 들어서기 망설여질 정도였다.

‘이번 달 생활비가 얼마 남았더라?’

월 생활비가 1,666억 원이니, 이제 한 1,500억 원쯤 남았나?

그녀는 아직 한 달에 100억 원을 쓰기도 버거웠다. 그마저도 초기라서 인건비나 운용 경비 등 이것저것 지출할 게 많아서 그런 것이지, 두어 달 정도 지나면 눈에 띄게 지출이 줄어들 예정이었다.

수행 차량을 거느린 롤스로이스가 매장에 멈춰 서자, 직원들이 일제히 긴장했다. 웬만한 고급차에는 익숙한 그들이지만, 지금 매장 앞에 선 차는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신효진이 미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서자 매니저는 보이지 않게 마른침을 삼켰다.

‘누구지? 헐리우드 배우인가?’

빛이 나는 미모였다. 온몸에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걸치고 있는 옷은 깔끔하고 평범한 듯하면서도 그녀의 맵시를 돋보여주고 있었다. 브랜드가 어디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매니저는 특별히 주문 제작을 한 의류라는 것을 알아쳤다.

“어서 오십시오.”

깍듯하게 나가서 인사를 하자 미모의 젊은 여손님이 뭐라고 말을 했다. 수행원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친절하게 통역을 해주었다.

“잠시 둘러봐도 괜찮으시냐고 물으셨습니다.”

“아, 얼마든지 둘러보시지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편안히 말씀해 주십시오.”

이곳은 브랜드의 홍보와 과시를 위해 존재하는 매장이다.

애초에 일반 판매를 위해 차린 곳이 아니니만큼, 초고가 라인업 제품들만 전시되어 있다.

들어올 용기가 있다면 들어와라. 대신 눈으로만 보고 가라.

브랜드의 그런 의도가 또렷히 느껴지는 곳이지만, 이 젊은 여손님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둘러보고 있었다.

“아, 이거 예쁘네요.”

신효진이 보석으로 치장된 어느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말하자 매니저가 얼른 따라붙었다.

“새로 출시된 문 힐스 커버링이라는 모델입니다. 워치의 테두리를 777개의 다이아몬드로 정교하게 치장하여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살려내어, 특히 고객님처럼 젊으신 분들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이거 주세요.”

신효진은 더 듣지 않고 다른 제품을 보러 자리를 옮겼다. 미쉘이 통역으로 전달하자 매니저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650만 불이나 되는 초고가 다이아몬드 시계를 그저 말 한 마디로 구매하다니. 매니저는 역시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도 신효진은 구두, 스카프, 가방 등 다양한 제품들을 골랐다. 그리고 먼저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출발했다. 한 명의 여비서와 두 명의 남자 비서가 결제와 제품 수령을 대신했다.

그녀가 구매한 수량은 고작 8개, 그러나 총구매액은 1,200만 달러가 넘었다.

그 막대한 금액이 일시불로 문제 없이 계산되자 매니저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니, 대체 어떤 인물이지?

홍보를 위한 매장이다 보니 이따금씩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부호나 휴양을 온 헐리우드 배우들이 가끔 들리기도 한다. 매니저 역시 미국 내에서 이 매장 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있는 고객층은 어느 정도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손님은 누구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신효진은 마이애미의 황금해안 구경을 마치고 저녁 무렵 별장으로 돌아왔다. 드레스룸에는 아까 자신이 구입한 옷과 제품들이 이미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다이아몬드 시계를 천천히 쓸어보던 그녀는 문득 피식거렸다.

“월세 못 내서 쩔쩔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억대가 넘을 게 분명한 사치품을 가격조차 확인 않고 쓸어담고 있다니.

만약 자신의 현실이 처음부터 이랬다면, 레노지안의 꿈에 그렇게 진지하게 빠지지 않았을까?

샤워를 마친 그녀는 베드룸 쇼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창 너머 야경을 주시했다.

폭이 10미터가 넘는 커다란 창 너머로 달빛이 비치는 바다가 보인다. 거실을 갖춘 침실은 웬만한 대형 아파트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자랑했다.

이 저택이 5,000만 불 이상이라고 했던가.

‘이런 별장이 몇 개가 더 있더라…….’

비슷한 수준의 별장이 전 세계 곳곳에 10개가 넘게 있다. 그것도 한서진이 일단 아쉬운 대로 쓰라고 준 집이었다.

SJ트러스트에서 매달 지급되는 수익금만 해도 이런 대저택을 한 달에 3개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갖 호화로운 것들을 다 누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허전했다.

“이제 자야겠다.”

그래서 그녀는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리온은 단숨에 스칼린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마수 클로비떼를 단숨에 쓸어버린 놀라운 실력, 그리고 빼어난 미모와 시원스러우면서도 여성스러움이 공존하는 밝은 성격에 반해버린 것이다.

그는 급기야 스칼린을 만난 그날 저녁, 다른 모험가 일행이 보는 자리에서 청혼하기까지 했다.

“그대처럼 아름답고 강한 여성은 일찍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 같소. 그대를 놓치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만 같소. 부디 나와 결혼해주시오.”

다른 모험가 일행은 지친 체력을 추스르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나온 청혼에 굳어버렸다. 오직 신효진만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짓고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차분하게 되물었다.

“그저 제가 예쁘고 강해서 결혼하고 싶은 건가요?”

순간 리온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어렸다. 그녀는 그런 사소한 반응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럼 저보다 더 예쁘고 강한 여자가 나타나면 그 여자에게 다시 마음을 주는 건가요?”

“그렇지 않소!”

리온은 고개를 강하게 흔들며 부정했다.

“그대만큼 내 가슴을 흔들 수 있는 여자는 대륙 어디에도 없을 거요! 그대는 유일한 사람이고, 나는 그대를 몹시 사랑하게 되었소. 그러니 부디 나와 결혼해 주시오.”

“생각해볼게요. 하는 것도 좀 보고요.”

“스칼린!”

“우리 오늘 처음 봤는데 대뜸 결혼부터 하자고 하면 어떤 여자가 받아주겠어요? 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당신도 그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나는…….”

리온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다 멈췄는지 알고 있는 스칼린은 그저 웃기기만 했다.

‘내가 너무했나?’

청혼은 어찌어찌 넘어갔지만, 그 뒤로 리온과 스칼린은 함께 다니게 되었다. 옛 동료였던 모험가 일행들과는 바로 헤어진 채, 초룡을 찾으러 나섰다.

여행 도중 틈틈이 둘은 대련도 가졌다. 스칼린은 리온으로부터 배운 마력 통제 방법을 유감없이 써먹었다.

본래 그녀가 지닌 육체적 강함, 여기에 리온이 전수한 마력 통제 비법까지 더해지니 리온은 그녀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혼인 생활을 할 당시에도 리온은 ‘검으로는 당신을 당해낼 수 없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스칼린, 당신은 도대체 어느 가문의 딸이오?”

“그러는 당신부터 말해야죠. 어느 집안 아드님이에요?”

“그건…… 당신이 내 청혼을 받아주면 말하겠소.”

“아아, 배경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매력으로 저를 꼬셔보시겠다? 아무래도 꽤 지체 높은 가문인가 보네요?”

속마음을 들킨 리온은 당황해했고, 스칼린은 그런 반응을 마음껏 즐겼다.

초룡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은 즐거웠다. 물론 리온은 초룡을 찾는 목적을 밝히지 않았다. 그저 ‘한 번 보고 싶어서.’라고 둘러댔을 뿐이었다.

여행은 몇 달에 걸쳐 이어졌고, 적당한 긴장감이 서린 밀고 당기기 끝에 스칼린은 마침내 리온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제야 비로소 리온은 자신의 정체를 고백했다.

“사실 내 진짜 이름은 아서 카드리온 슐트제너윈 코트발 1세요. 유일한 인간의 왕이지.”

스칼린은 별 말 없이 듣기만 했고, 그녀가 너무 놀라서 굳어버린 거라 생각한 리온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 말이 맞소. 왕이라는 신분 없이 온전히 당신의 마음을 얻고 싶었소. 그래서…….”

“저,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 아서 왕이라는 거.”

“그, 그게 정말이오?”

리온이 이렇게 크게 놀라는 건 스칼린도 처음 봤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고 우스웠다.

“왜요? 제가 당신이 왕이라는 걸 알았다니까 시들해지나요? 왕인 거 알고 청혼 받아준 것 같아서 제가 속물처럼 느껴지는 건가요?”

“그, 그렇지 않소! 그저, 어떻게 내가 왕인 것을 알았는지…….”

스칼린은 배시시 웃으며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그가 조용해지자 그녀는 가볍게 눈웃음을 치며 속삭였다.

“왕이라는 신분은 당신이 가진 매력 중 하나일 뿐이에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

“그럼 저 이제 왕비 되는 거죠?”

“그, 그렇소.”

긴 듯 짧은 모험을 끝내고 둘은 왕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혼례를 올리고 정식 부부가 되었다.

스칼린은 아버지를 찾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행방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나 2회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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