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63 보스가 되다 =========================================================================
니트론은 불만이 많았다.
에테르를 이용하면 분명 꿈의 에너지원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아니 에테르 그 자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텐데, 이상하게 한서진은 그 부분만큼은 연구가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에테르 파동 중계장치(EWR)만 봐도 충분히 에너지원으로 활용이 가능한데. 원리상은 문제가 없을 텐데.”
인공운석회사, HAMC에서 활용하는 EWR은 기본적으로 에테르 파동을 이용하여 소행성의 궤도를 지구로 비트는 것이다.
그 넓은 우주에 떠다니는 소행성을 지구로, 그것도 러시아의 채집 지역으로 정확히 떨어뜨린다는 것은, 실로 정교하기 그지없는 물리 에너지를 적용시킨다는 뜻 아닌가?
“이론을 구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니트론은 직접 매달렸다. 한서진 몰래 에테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연구했다.
비밀로 한 이유는 대단한 게 아니다. 그저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일 뿐이었다.
“에테르에서 직접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해.”
연구를 거듭할수록 니트론은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동시에 그런 에테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한서진의 지식과 능력에 경외감을 느꼈으며, 더욱 확신을 품게 되었다.
“한 박사는 할 수 있으면서 안 하는 거다.”
어째서일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석유업계를 배려하는 거군.”
에테르 연료가 널리 보급되면 석유업계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것은 꼭 중동의 왕족과 부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그 경제적 혼란이 야기할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서진이 어떤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지구상에서 감히 그를 어찌할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
미국이 아니어도 한서진은 자신의 몸은 얼마든지 지킬 수 있다. 특히 하늘의 눈동자로 한국 전체를 상시 감시하는 만큼, 테러범이 그에게 위해를 가하지도 못한다.
“급속한 발전은 반드시 희생을 동반한다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발전을 억제한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워.”
하지만 니트론은 한서진의 뜻만큼은 존중했다.
석유 에너지에 의존한 일자리가 전 세계에서 어디 한두 개인가. 그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섣불리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이미 그의 재산은 측정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엄청났으니.
석유가 매연 등의 연소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재처리에만 에테르를 적용한 것도, 그런 배려심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니트론도 고민했다.
“석유업계에 최대한 타격을 덜 입히면서도, 인류에게 도움이 될 길이 없을까…….”
그게 핵융합 발전으로 눈을 돌린 이유였다.
기간급 발전 시설에만 적용한다면 석유업계가 입을 타격은 줄어들 것이고, 경제적 혼란 역시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력 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가 낳는 환경오염도 무시무시한 수준이지.”
에테르 석유법은 어디까지나 차량이나 선박, 항공기 등의 이동수단 연료에만 적용된다. 국가가 운영하는 화력발전소 같은 기간 시설에서는 에테르 석유를 쓰지 않는다.
겨우 2%의 차이라 해도 기간 시설에서는 그 2%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오랜 반감기를 가진 핵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
“좋아, 그렇다면……!”
니트론은 밤낮을 잊고 연구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할 수 있었다. 에테르를 이용한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에 성공한 것이다.
생산하는 에너지 조절이 쉽고, 온오프가 자유로워 안전했으며, 결정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한서진이 새로운 발표를 내놓았다.
―한서진 박사, 핵폐기물 분해 촉매제 개발!
―진짜로 깨끗하고 안전한 핵발전의 시대가 온다?
방사능과 핵폐기물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촉매제를 개발한 것이다. 이것으로 방사능 오염 지역을 정화하고, 수많은 원전에서 쏟아낸 핵폐기물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니트론은 주저없이 한서진을 찾았다.
“한 박사, 에테르를 이용한 수소 핵융합에 성공했소.”
“네? 뭐라고요?”
“한 박사가 개발한 촉매제를 활용하면 깨끗한 핵발전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내가 개발한 핵융합 방식은 기존의 원전보다 훨씬 효율이 좋아요. 그리고 안전하기도 하고요. 원전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핵누출이나 폭발 사고에서 100%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이 청년, 별로 그렇게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다.
역시 예상이 맞았나?
한서진은 니트론이 만든 이론 모델을 검토를 위해 훑어보았다.
통찰안으로 훑어본 이론은 크게 나무랄 데가 없었다.
‘에테르를 이용해 태양과 유사한 핵융합 환경을 소규모로 구축하는 방식인가.’
니트론은 말 그대로 작은 인공 태양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에너지 출력, 그리고 온오프를 언제든지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안전한 인공 태양이었다.
이게 공개되면 아마 전 세계 원자력 발전 관련주는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물론 한서진이 개발한 핵폐기물 제거 촉매제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체르노빌 등 방사능 누출 지역에서는 생물에게 해로운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고 있으니까.
“이론은 문제 없습니다. 시험 테스트도 이미 마치셨겠죠?”
“물론이오. 그런데 한 번 보고 그걸 다 꿰뚫어보다니…… 역시 이 정도는 한 박사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군.”
“……그런 건 아닙니다. 워낙 박사님께서 논리정연하고 이해하기 쉽게 이론을 정리하셔서 알아보기 쉬웠습니다.”
“다른 제자들은 보여줘도 뭐가 뭔지 이해를 못하던데…… 역시 한 박사는 대단합니다.”
니트론은 존경의 눈빛을 담아 쳐다보았다. 한서진은 그의 시선이 왠지 부담스러웠다.
‘에테르를 에너지로 직접 활용하는 것은 최대한 금지하려고 했는데…….’
에테르 에너지 활용은 인류가 언젠가 태양의 비밀을 알아내는 미래까지 도달할 수 있다. 레노지안 역시 마법의 근원을 탐구하다가 결국 태양에 도달하지 않았나.
그런 미래를 막기 위해 일부러 에너지쪽은 최대한 발전을 늦췄는데, 이렇게 니트론한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그런 게 아닙니다. 이런 좋은 연구 결과물을 두고 마음이 안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세상에 공개해도 됩니까?”
니트론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고, 한서진은 의아해서 반문했다.
“왜 그걸 저에게 질문하시죠? 교수님의 연구는 교수님 뜻대로 하셔야지요.”
“아니, 만약에 한 박사가 더 좋은 에너지 모델을 이미 구현한 상태라면 굳이 이걸 세상에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해서요.”
한서진은 니트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래서 티나지 않게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해줬다.
“저도 에테르를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서 답답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이 연구 결과는 매우 놀랍군요. 저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발상이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발상인 것은 맞다.
한서진은 에테르 그 자체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법만 알고 있었지, 에테르를 보조 자원으로 활용해서 수소 핵융합을 일으킨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으니까.
인공 핵융합, 그것은 다른 이들의 경외를 불러올 놀라운 결과이지만, 에테르의 무궁무진함을 알고 있는 한서진에게는 잡스러운 편법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게 훨씬 낫지.’
어쨌거나 에테르 그 자체를 에너지로 쓰는 것은 아니다.
즉 에테르의 근원과 비밀에 도달하려면 인류는 아직 멀었다는 뜻이었고, 그래서 한서진은 안도할 수 있었다.
‘차라리 이게 더 나을 수도 있어.’
인공 핵융합만으로도 인류는 무한대나 다름없는 에너지를 초저가로 마음껏 쓸 수 있다. 적어도 지구를 생활권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에너지를 탐하게 될 동기가 없는 것이다.
니트론은 학회지에 인공 핵융합 논문을 게재했고, 과학계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스탠포드는 축제 분위기였으며, 대중은 앞으로 전기료가 싸지겠다고 좋아했고, 전기에너지 관련업자들은 기대와 걱정을 반반씩 나타냈다.
세상의 기대와 흥분이 적당히 가열되었을 무렵, 니트론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외에서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참석하는 바람에 급히 장소를 변경해야 했다. 미리 선정한 회견 장소도 상당히 큰 규모의 홀이었지만, 그것으로도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모처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니트론 교수는 무척 상기된 얼굴로 발표에 나섰다.
“인공 핵융합은 에테르를 이용해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에테르 그 자체를 인간이 쓸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발전 시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값싸고 안전하며, 깨끗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 자리에서 니트론은 축구공만 한 인공 태양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융합되며 작은 태양 같은 불꽃 구체가 만들어지자 기자들은 놀라움의 탄성을 내뱉었다.
기자들은 부지런히 기사를 써서 송출했다. 조회수는 폭발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수소 핵융합은 태양과 동일한 원리, 인간은 드디어 태양을 만들어내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한서진 박사는 신이다. 인간을 위해 여러 가지 수혜를 베풀었다. 그러나 단 하나, 위대한 신의 불꽃만큼은 허락하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에테르를 활용했지만 에너지에서만큼은 철저히 선을 그은 게 바로 그 증거다.」
「니트론 교수는 프로메테우스다. 한신이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은, 베풀지 않으려는 신의 불꽃을 훔쳐와서 인간에게 전달했다. 신화와 다른점은 바위에 묶여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일 일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핵융합 발전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환경오염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발전시설 건축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기존의 화력 발전소를 약간의 개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석유를 태우는 대신 수소를 융합시키는 게 다를 뿐이다.
미국 정부는 누구보다 재빠르게 니트론의 연구를 반겼고, 즉각적인 실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최대 1년 안에 미국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중단하고 해체 작업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백악관 대변인은 전력 시장의 파격적인 변화를 예고했고, 전력 관련 주가는 널뛰기를 하듯이 폭등했다.
특히 원전 관련주는 끝없는 폭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반발을 할 만한 명분이 전혀 없었기에, 원전사업자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아무 소리도 못하고 끙끙거려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인공 핵융합의 발전 단가를 내놓으며, 앞으로 전기료가 최소 50% 이상 싸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설투자비가 회수되면 그 이상 싼값에 마음껏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덧붙였다.
“니트론 교수님이 프로메테우스라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왜 그러세요? 전 듣기에 좋기만 한데요.”
“마치 내가 인간들이 쓰지 못하도록 불을 금지하고 있는 나쁜 신이 된 것 같잖아.”
“금지한 거 사실 아니었어요,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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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폭행은 나빠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