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562화 (562/609)

00562  보스가 되다  =========================================================================

“그분은 인간을 구하고자 손수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신입니다.”

대강당에는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질서정연하게 앉은 이들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단상에 선 이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대지진을 예측하여 수많은 인명을 구하셨고, 막대한 부를 창출하여 수많은 빈민들에게 자선을 베푸셨습니다. 북한을 정벌하여 이 땅에 전쟁을 없애셨습니다. 범죄를 없애셨습니다.”

연설자의 목소리는 더욱 경건해졌다.

“자연을 마음대로 부리시어 인간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천재지변을 조절하시고, 인간이 지구를 더럽히지 않도록 우주에서 희토류 자원을 손수 가져오셨으며, 신의 통로를 곳곳에 연결하여 인간이 안락함을 누리도록 베푸셨습니다.”

엄숙한 목소리 뒤로 장엄한 배경음이 은은하게 깔린다.

연설자, 50대 남자는 눈을 부릅뜨듯이 청중을 내려다보며 목소리에 더욱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인류를 질병의 고통에서 영원히 해방시켜주셨습니다! 한신이시여!”

“한신이시여!”

“한신이시여!”

“할렐루야!”

“거기, 누가 이상한 잡음을 넣는가!”

연설자는 잡음이 낀 방향을 향해 호통을 쳤고, 잡음을 낸 이들은 찔끔해서 고개를 숙였다.

허공을 감싸듯이 두 팔을 펼치며 들어올린 연설자는 신의 축복을 느끼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 진중한 모습에 청중들은 그를 따라 일제히 두 팔을 펼치며 들어올렸다.

“한신이시여!”

한서진은 한국 역사, 아니 세계 역사에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위인이었다. 그가 지난 몇 년 간 이룩한 것들만 해도 이미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한서진 신드롬은 한국 사회에 종교적 열풍을 몰아왔고, 급기야는 그를 살아 있는 신으로 추앙하는 사람들마저 생겨났다.

그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는 집단이 있었으니, 이른바 ‘한신회’라고 불리는 종교집단이었다.

“한신은 인간을 구원하고자 인간의 몸을 빌어 지상에 강림하신, 살아 있는 신이시다.”

“한신은 절대적이며, 그 자체로 옳으시다.”

“다른 이들처럼 거짓과 기만으로 인간을 농락하지 않고, 인간을 정말로 구원하셨다.”

한서진을 신격화하고자 하는 조짐은 원래 그전부터 존재했다. 샌프란시스코를 구하고,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등 눈에 띄는 결과를 내놓을 당시부터였다.

그런 흐름이 본격적으로 실체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바로 만능치료제, H-5가 널리 쓰이면서부터였다.

치매, 뇌성마비, 폐렴, 당뇨, 신부전증, 다낭성증후군, 조현병 등 정신관련질환, 심지어 중증 루게릭병 환자와 초고도 근시 환자까지 모두 치료하는 효능에는, 모든 이들이 그저 전율했다.

난치성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은 최후의 희망으로 신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한신이시여!”

“한신이시여!”

그저 한신을 부르짖으며, 그가 인간에게 하사한 축복을 고이 복용하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심지어 H-5는 판매원가가 그리 비싸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의 지원 없이 환자가 100% 자가부담을 해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덕분에 만년적자에 허덕이던 건강보험공단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살아있는 신께서 우리 옆에 존재하시는데, 어찌 이단을 택한단 말이더냐?”

“한신을 믿으라! 그리하면 구원받을 것이다!”

덕분에 다른 종교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변화를 겪었다. 아직은 한국에서만 벌어진 일이었지만, 한신회와 비슷한 움직임은 이미 세계 전체적으로 조짐이 일고 있었다.

크리스 전 대통령, 이제는 SJ게이트 회장이라 불리는 그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뉴욕―런던, 캘리포니아―블라디보스톡 게이트 설치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그는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웜홀 구축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용기 타고 돌아다닐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안 그런가?”

남아메리카를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크리스는 비서를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비서는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머지않아 전용기도 구세대의 유물이 되겠군요.”

“그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할 텐데.”

크리스가 구상 중인 웜홀망이 촘촘하게 구성되면 항공기, 선박, 기차, 지하철은 운송수단에서 완전히 퇴출될 것이다.

사람들은 오로지 두 발과 자전거, 차량을 통해서만 이동할 것이며, 자전거와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짐 운반이라는 목적에만 한정될 것이다.

걸어서 웜홀을 몇 번 통과하면 뉴욕에 사는 이가 순식간에 영국의 맨체스터 구단까지 이동할 수 있는 세상, 크리스는 그것을 꿈꾸고 있었다.

“중동 지역이 가장 큰 난리라고 하더군요.”

“석유 소비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야.”

웜홀망이 커져나갈수록 항공기, 선박의 필요성은 반비례해서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전체적으로 연료의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그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간다.

석유 수출에 국가 수입을 의지하는 중동 지역은 당연히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웜홀망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면 차량만이 유일한 운송수단이 되겠지만, 자동차가 소비하는 연료량 역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감소할 것이다. 이동거리 자체가 극단적으로 짧아져버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동에서 한서진 박사에 반발하는 조짐이 있긴 합니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뭉치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석유를 잃는 것 이상으로 한서진 박사의 혜택을 입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SJ인더스트리가 생산한 반도체가 들어간 전자제품은 이미 중동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중동 지역에서 쓰이는 스마트폰의 99%는 칼라칩이 장착된 모델이다.

결정적으로 의약품인 H시리즈가 있다. 이미 중동 지역은 한서진에게 생명줄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어느 나라가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참, 한서진 박사가 얼마 전 Table A의 최고 보스 자리를 맡았다고 합니다.”

“Table A?”

크리스는 조금 놀란 듯이 반응했다.

“한서진 박사가 그 귀찮은 자리를 왜?”

“수십 년 이상 이어진 조직력을 좋게 평가한 모양입니다. Table A는 청산을 앞두고 있었는데, 한서진 박사가 최고 보스를 맡는 바람에 다시 존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에테르의 권위자인 그 사람에게 그런 조직이 과연 필요하기나 할까……. 하긴 소 잡는 칼 정도로는 쓸 만하겠군. 용 잡는 칼로 매번 소까지 잡을 순 없는 일이니.”

잠시 생각하던 크리스는 납득했다는 듯이 끄덕였다.

어느덧 전용기는 우루과이에 도착했다.

우루과이는 크리스를 정중히 국빈 대우를 하며 맞아들였다. 크리스는 우루과이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악수를 하며 친근한 분위기를 과시했다.

사흘에 걸친 회담 끝에 우루과이는 SJ게이트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우루과이가 생산하는 식량은 더욱 빠르고 쉽게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양측은 네바다―우루과이 게이트 구축에 합의하고, 빠른 시일 내에 건설에 들어가기로 했다.

웜홀이 구축되면 우루과이가 생산하는 식량은 미국을 거쳐 러시아와 영국에도 손쉽게 운송된다. 차후 국가 간 웜홀이 늘어날수록 세계 공급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네바다 사막은 향후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웜홀 허브망이 될 것입니다.”

크리스가 구축하는 웜홀 허브망의 중심에는 네바다 사막 지역이 있었다.

네바다에 국가와 국가를 잇는 3번 넘버링 웜홀을 모두 모아두는 게 그가 구상한 큰 계획 중 하나였다.

그렇게 되면 네바다를 한 번 거치기만 하면 어느 나라든지 단숨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과 영국, 러시아 등 주요 교류국은 다이랙트로 웜홀을 설치하겠지만, 다이랙트 웜홀이 없는 국가끼리도 서로 웜홀을 통해 왕래나 무역, 운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원래는 허브망을 한반도 북부지역에 설치하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땅이 아깝다’라는 한서진의 거절에 네바다로 변경한 것이다.

200개가 넘는 3번 넘버링 웜홀을 모두 설치하고, 또 교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넓은 땅이 필요했다. 허브 중심지라는 타이틀도 좋지만, 한국은 그런 명예에 토지를 할애하기에는 너무 좁은 나라였다.

“자, 빨리 빨리 돌지.”

우루과이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크리스는 곧장 브라질로 향했다. 이번 남미 방문에서 남미의 13개국 모두와 국가 간 웜홀 설치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불법 입국자와 테러 등의 문제가 있어, 웜홀 이용은 당분간 대규모 무역 거래에만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철저한 출입 확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었다.

한서진은 에테르에 관한 지식의 일부를 휘하 연구원들과 공유했다. 뿐만 아니라 학술회에도 지식을 제공하여 활발한 토의가 오고가게 만들었다.

다만 핵심적인 지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간으로부터 태양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에테르 학문이 일정 이상 발달하게 되면 인류는 필연적으로 태양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태양이 에테르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인류는 과연 레노지안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에테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에테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그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는 제한적인 활용안만을 내놓았다.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완전히 분해되는 에테르 석유가 그것이다.

에테르 석유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는 게 아니다. 기존의 석유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재처리를 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는 최근 석유 외의 다른 분야에도 손을 뻗고 있었다. 바로 원자력 발전이었다.

“원자력 발전? 구시대의 유물인데 거기에 뭐하러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소만.”

처음 그런 의견을 밝혔을 때 니트론은 떨떠름해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차라리 에테르 그 자체를 에너지원으로 쓰거나 혹은 핵융합 발전 같은 것을 고려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물론 한서진은 그런 이견을 일관된 자세로 대했다.

“에테르를 직접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핵융합 응용 역시 같은 이유에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빠르게 적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서진이 생각한 것은 원자력 발전 그 자체에 에테르를 활용하는 게 아니었다. 바로 원자력 발전 이후에 나오는 찌꺼기, 핵폐기물과 방사능의 처리였다.

“방사능과 핵폐기물을 완전히 처리할 수 있으면 원자력 발전소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불의의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건설할 수만 있다면.

한서진은 에테르를 이용해서 방사능과 핵폐기물을 완전 분해할 수 있는 촉매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당연히 여론은 또 한 번 난리법석을 떨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서진 박사, 핵폐기물 분해 촉매제 개발!

―진짜로 깨끗하고 안전한 핵발전의 시대가 온다?

발전소 건설과 통제만 철저히 이뤄진다면, 핵폐기물과 방사능 때문에 환경이 오염될 일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한신이 또 해냈어!’라며 기뻐하고 있을 때, 한서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식을 받았다.

“한 박사, 에테르를 이용한 수소 핵융합에 성공했소.”

“네? 뭐라고요?”

============================ 작품 후기 ============================

“역시 인간은 변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제독이 혀를 찹니다.

ps :

신작 연재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튜토리얼 라이프>입니다~

현대물입니다.

리미트리스 드림 마무리도 차질 없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작도 많이 봐주세요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