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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557화 (557/609)

00557  진입  =========================================================================

SJ엔터테인먼트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돈을 벌어들였다.

이미 일일 매출 15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돌파했고, 그 아래로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접속 폭주로 인해 한 차례 서비스를 중단하는 해프닝이 있긴 했으나, 그 뒤로는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갔다.

이용자들은 적은 돈으로 세계 관광 명소를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것에 열광했다. 여행 매니아들은 한 차례 사전답사를 통해 진짜 여행지를 방문해야겠다는 열의를 불태웠다.

월드투어VR가 서비스되면 여행 산업은 말라 죽을 것이라는 주장은 흐지부지 되었다. 월드투어VR 서비스 시작 이후 전 세계 관광 산업 매출은 약소하지만 분명하게 증가했던 것이다.

“월드투어VR가 대단하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현지에 방문하는 것만은 못하죠. 월드투어VR 안에서는 현지 음식을 먹어볼 수 없잖아요.”

“편안하고 깔끔하긴 한데, 그 점이 오히려 빈티지 여행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도 분명히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좋다는 거죠. 월드투어VR는 약간의 돈만 있으면 BII센터에서 언제든지 매일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해외 여행을 매일 다닐 수는 없죠. 한 달 임대료가 몇 천만원씩 나오는 건물주가 아닌 이상은요.”

“무엇보다 카지노가…….”

“역시 카지노가…….”

전 세계 하루 15억 달러.

그중 40%가 넘는 금액이 카지노 컨텐츠 하나에서 나오는 별도 유료 요금이었다.

하루에 15억 달러, 일 년이면 5,475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거금이다. 게다가 월드투어VR는 초기 센터 설립 비용 및 인건비, 그리고 기타 관리비를 제외하면 추가도 들어가는 돈이 거의 없다.

자재 매입비나 유통 관련으로 소모되는 지출이 없다 보니, 마진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SJ인더스트리 최고 순수익이 얼마였지?”

“4조 2,500억 달러 아니었나? 물론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하락세지만.”

연간 최대 순수익이 4조 2,500억 달러.

전 세계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독점 기업답게 그 수익은 어마어마했다. 개인 컴퓨터와 기업용 서버, 심지어 전투기와 민항기, 우주선까지 모두 SJ인더스트리의 컴퓨터 반도체를 쓰고 있었으니.

물론 근래에는 SJ인더스트리가 반도체 판매를 하지 않고 재고만 쌓아두고 있는 터라, 순수익은 하향선을 그리고 있었다. 제조업체가 생산만 하고 판매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회계상 수익이 날 수가 없다.

「주지사입니다. SJ인더스트리는 언제부터 판매 영업을 시작하는 겁니까?」

「아직 경영진측에서 판매 계획이 없습니다.」

「대체 그 많은 재고를 쌓아서 뭐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악성재고가 될 일은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오죽하면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재고 축적은 그만하고 판매를 시작하면 안 되냐고, 주지사가 직접 회사에 사정을 할 정도였다.

4조 2,500억 달러의 순수익에서 나오는 세금은 주정부로서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가장 큰 수입원이니까. 한서진은 세금을 안 내지만, 회사는 세금을 낸다.

“4조 2,500억 달러라…… 이거 잘하면 우리 회사가 따라잡을 수도 있겠는데.”

이쪽은 연간 6,000억 원이 조금 안 되는 매출.

그리고 저쪽은 최고 기록 연간 4조 2,500억 달러의 순이익.

아직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격차가 엄청나다.

하지만 SJ엔터테인먼트의 사업은 이제 막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BII센터지점은 아직 전 세계에 2,000개 밖에 안 된다. 전문가들은 지점 수를 지금보다 수백 배 이상으로 늘려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BII 컨텐츠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니까.

“SJ인더스트리를 뛰어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기업가치가 10조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세계 최고의 기업. 세상은 향후 백 년 동안은 SJ인더스트리의 아성에 도전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예견했지만, SJ엔터테인먼트가 이제 그 도전 자격을 쥐게 되었다.

“SJ인더스트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하루 매출 15억 달러, 이에 잔뜩 고무된 SJ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공격적으로 BII센터를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추가 컨텐츠를 공개하기 위한 개발 작업도 서둘렀다.

SJ인더스트리가 맏형이라면, SJ엔터테인먼트는 막내아들.

맏형의 업적을 넘기 위한 막내의 몸부림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서버가 모자라요.”

“T1으로는 월드투어VR 하나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 동시 접속자가 전 세계에서 300만 명 밖에 안 되니까 어찌어찌 굴러가지만, 그 수가 열 배로 늘어도 시스템 자원이 부족해서 허우적 거릴 겁니다.”

“요즘 이상하게 밤만 되면 시스템 사용량이 이유 없이 높게 나오는데 그 원인을 도대체 모르겠어요. 코드에 뭔가 문제가 있나?”

“하여튼 서버 확충이 필요합니다. T1의 증설에만 매달릴 수는 없어요. 우리끼리 방법을 찾아야 해요.”

월드투어VR를 서비스하는 T1이 본래 한서진 전용 수퍼컴퓨터라는 사실은, 이제 사내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한서진이 바쁘고 귀한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서버 증설 같은 자잘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자신들의 선에서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했다.

“팀장님, Z7을 병렬연결해서 BII 서버로 구축해봤습니다. 물론 가상 시뮬레이션입니다.”

“그래? 월드투어VR를 돌리려면 Z7이 몇 대나 필요하지?”

Z7은 시중에서 거래되는 수퍼컴퓨터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수퍼컴퓨터였다. Z7의 등장 이후, 그 전의 수퍼컴퓨터들은 더 이상 수퍼컴퓨터라 불릴 수 없는 비운에 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적어도 천만 대 이상은 있어야 되겠던데요.”

“…….”

“그렇다고 T1에 버금가는 성능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월드투어VR의 서비스 수준에 맞춰서 견적을 낸 거라서요. 아,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일 뿐이라서 실제로 제작과 구현에 들어가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릅니다.”

“Z7은 포기해.”

다행히 개발진은 Z7 시뮬레이션 결과 덕분에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T1 같은 서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한서진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주 특별한 반도체를 따로 쓰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격차가 날 리가 없어요. 아무리 Z7이 메인프레임형 수퍼컴퓨터고, 캐비닛 한 개 정도 부피라지만 천만 대 이상은 무리예요.”

Z7은 에테르 설계를 통해 실리콘 반도체로서의 성능을 극대화한 모델, 그에 비해 타르타로스는 미스릴을 원료로 이용하여 에테르 그 자체를 활용 가능한 모델.

당연히 두 제품은 성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아예 종 자체가 달랐으니까.

덕분에 SJ엔터테인먼트 개발부는 크나큰 근심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거 큰일인데. 이래서야 다른 컨텐츠가 개발돼도 그것을 돌릴 수가 없잖아.”

“경영진에서 월드투어VR가 사용하는 시스템 자원이 30%가 절대 넘지 않도록 경고했습니다.”

“어쩔 수 없지. 다른 컨텐츠 개발팀도 개발 작업을 하려면 T1의 시스템 자원을 활용해야 하니까.”

현재 T1은 월드투어VR 서비스 제공과 회사 내의 연구개발용 컴퓨터, 이렇게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그나마 개발 작업 자체는 시스템 자원을 거의 차지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대로는 서비스 증설에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발부는 그 모든 걱정을 말끔히 날려버릴 소식을 듣게 되었다.

“팀장님, 오늘 사내 인트라넷에 공고 뜬 거 보셨어요?”

“뭔데 다들 이렇게 난리야?”

피곤한 몸을 끌고 출근한 제1개발팀장은 화색이 만연한 연구원들의 얼굴을 보고 의아했다.

“사주께서 직접 서버 증설 작업 도맡아서 해주신답니다!”

“사주? 서버 증설?”

이게 뭔 소리야 하고 잠시 멍해 있던 1팀장은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한서진 박사님이 직접?”

“네, 공고 떴어요.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신답니다.”

“지금 비어 있는 36구역 건물 있잖아요, 그걸 통째로 서버실로 만든다고 하네요.”

“아니, 그렇게 큰 건물을 고작 서버실로 쓴다고?”

“차후에 100억 명 동시 접속까지 가능할 정도로 확장할 것을 대비해서 미리 큰 곳에서 시작하는 거래요. 36구역이 나중에 건물 확장하기에도 용이한 건축 설계이기도 하고요.”

평성 신사옥에 입주한 SJ엔터테인먼트는 일제히 희망에 부풀었다. 드디어 골머리를 앓던 서버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과연 공고대로였다.

정오가 되기 전에 수백 명의 미군들이 연구소로 몰려들어 철통같은 경계를 섰다. 그들은 온갖 첨단 장비와 수색견을 통해 36구역을 미리 샅샅이 점검했다.

연구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그 광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 미군이 와 있어? 오늘 서버 들어오는 날 아니었어?”

“서버 들어오기 전에 보안 점검 하는 거랍니다. 그리고 보안 맡은 저 친구들 보이시죠?”

연구원이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온통 검은색으로 된 군복, 그것도 계급장이나 명찰이 일절 없는 군인들이 수색견과 처음 보는 기묘한 장비를 들고 외곽에서부터 샅샅이 훑고 있었다.

“저 친구들, 미국 본토에서 온 친구들이래요. 어느 부대 소속인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와…… 누가 보면 핵폭탄 수색하러 온 줄 알겠네. 이거 살벌해서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마침내 수색이 끝난 오후에 이르러, 수십 대의 장갑트럭이 줄을 이어 연구소 안으로 들어왔다. 본래는 야전에서 군용 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차량이었다.

굳건한 차량이 열리고, 충격보호재로 잘 포장된 직사각형 반듯한 기계가 그 안에서 나왔다.

기계는 조심스럽게 이동형 트레일러에 실려 36구역 건물 안으로 운반되었고, 세 명의 남자가 모두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 셋은 심지어 소속도 전부 달랐다.

기계가 모두 안으로 이동을 마치고, 잠시 후 멀리서부터 요란한 로터음이 들려왔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연구원들은 모두 일제히 넋나간 탄성을 터트렸다.

“우와…….”

수십 기가 넘는 미군 헬기가 사방을 에워싼 채, 혹시 모를 습격을 경계하고 있었다.

검은 경호 차량이 줄을 지어 연구소 정문을 들어서고, 마침내 길고 늘씬한 방탄 리무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서진이 리무진에서 내렸다. 수수한 단색 복장을 한 그는 잠시 연구소를 훑어보더니, 곧바로 36구역 건물 안으로 향했다.

건물 내부에는 이미 수십 기가 넘는 타르타로스 2.1이 들어차 있었다. 기본적으로 타르타로스 2와 동일한 스펙을 갖고 있지만, 확장성과 병렬성을 고려하여 개조한 모델이었다.

한서진은 작업복을 위에 걸치며 나섰다.

“간만에 야근하겠네요. 자, 시작합시다.”

============================ 작품 후기 ============================

과연 막내는 맏형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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