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52 T1입니다 =========================================================================
리얼투어.
SJ엔터테인먼트 컨텐츠 개발 제3팀에서 만든 ‘여행과 관광’ 컨텐츠를 나타내는 이름이었다. 정식 명칭은 아니고, 출시가 확정되면 그에 걸맞는 이름을 새로이 만들기로 했다.
리얼투어는 주요 골격은 거의 다 완성이 된 상태였고, 세부적인 디테일만 다듬으면 당장 출시를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진척도가 높았다.
“SJ엔터테인먼트가 최초로 출시하는 컨텐츠가 우리 리얼투어가 될 거라던데.”
“정말이야? 거의 다 만들어지긴 했어도, 아무래도 상징성 문제 때문에 좀 뒤로 늦춰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리얼투어가 뭐가 어때서? 회사의 최초 출시작으로 모자라단 뜻이야?”
“사실 별로 큰 자극이 없는 컨텐츠잖아. 실제로 관광 명소 여행 가는 기분이 나긴 하지만…….”
“자극이 없긴 왜 없어? 라이언 팀에서 넣은 카지노가 있잖아!”
“그건 심심풀이로 넣은 성인컨텐츠 아냐? 전 연령가로 출시하려면 삭제해서 내놔야 할 텐데.”
리얼투어에는 성인컨텐츠가 있다. 바로 각 관광 명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카지노다.
각 지역 특색을 살린, 아슬아슬한 옷을 입은 미녀들이 서빙을 하고, 딜러 노릇을 하며, 다른 여자 손님으로 돌아다닌다.
오로지 이용자만을 위한 그 환락의 공간에서, 유저는 마음껏 쇼를 즐길 수 있다.
“실제 성 관계를 구현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아쉽긴 하지…….”
개발팀으로서 아쉬운 것은 스킨쉽은 가능하지만 성 관계가 불가능하다는 것. 아직 가상현실 구축 능력이 그 정도까지 정교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은 탓이다.
실무 연구원들이 카지노 컨텐츠를 삭제해야 하지 않느냐고 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거칠게 열며 들어섰다.
바로 연구부장이었다.
“성인 컨텐츠를 왜 빼? 그게 바로 리얼투어의 묘미이자 핵심인데!”
“네? 하지만 이대로는 전 연령가로 출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왜 전 연령가를 고집하느냐 이 말이야. 그냥 성인 전용 컨텐츠로 해서 출시하면 그만이지.”
“…….”
“사장님께서 주목하신 리얼투어의 강점도 바로 그 카지노 컨텐츠였다는 걸 모르나? 성 관련 테마는 언제나 돈이 된다는 사실을 다들 기억하게.”
연구원들은 어리둥절했다. 정말로 이게 돈이 될까?
특히 심심해서 카지노 컨텐츠를 넣은 라이언 연구원은 자신이 한 일이 주목을 받자 괜히 난감했다.
‘그냥 재미삼아 넣었을 뿐인데…….’
“관광 컨텐츠는 이미 충분하고도 넘쳐. 그러니 다들 카지노 컨텐츠 강화에 열중하게. 특히 여자들 복장과 외모, 키, 스타일이 한정적이어서 재미가 없다는 평이 있어.”
연구부장은 눈을 부릅뜨며 거듭 강조했다.
“세상 모든 미녀들이 다 모인 카지노! 그걸 구현해야 해! 어서 서둘러!”
“하지만 성 관계는 불가능합니다. 기술적으로 아직 불완전한 점이 많습니다.”
“상관없어. 그건 나중에 기술이 구현되면 추가 삽입하면 되니까, 일단 닥치는 대로 우겨넣어! 카지노를 아방궁 그 자체로 만들란 말이야.”
어느 연구원이 손을 들고 말했다.
“그냥 미성년자는 카지노 출입이 안 되게끔 하면 되지 않나요? 그럼 전 연령, 성인 버전 두 가지로 출시할 수 있잖습니까? 서비스 이용 단계에서 성인 인증하는 거야 뭐 어렵지 않은 일이고요.”
“……그 생각을 못했군.”
연구부장의 얼굴에 화색이 들었다.
세상은 지금 SJ엔터테인먼트가 하루빨리 가상현실 관련 컨텐츠를 내놓을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기다림과 기대를 한 몸에 안게 될 것은 바로 자신들이 힘들게 만든 리얼투어 컨텐츠가 될 것이다.
「아직도 좁은 이코노미석에 낑겨 앉아서 해외 여행을 하시나요?」
「세계 관광 명소를 시간당 2만 원으로 투어!」
키덜트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SJ엔터테인먼트의 첫 출시작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여행이라는 단순하고 건전한 컨텐츠에 일부 키덜트들은 대놓고 실망을 나타내곤 했다.
“뭐야? 블록버스터 우주 함대전쟁 게임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엉뚱한 게 나왔네.”
“여행이라니…… 나쁘진 않은데 뭔가 심심하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출시된 게 어디야. 몇 년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잘 됐지.”
그렇게 반쯤 실망감을 품은 이들도 막상 대대적으로 홍보된 영상 자료에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했다.
“우와, 이런 곳을 모두 직접 가볼 수 있단 말이야?”
“직접 가는 건 아니지만, 직접 가는 것과 별다를 게 없는 느낌이라는데.”
“이야…… 이러다가 여행사들 죄다 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이러면 누가 비싼 돈 주고 시간 써가면서 여행가겠어?”
월드투어VR. 리얼투어의 정식 명칭으로 결정된 이름이다.
월드투어VR에는 뉴욕, 파리의 거리, 이집트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깨끗한 하늘과 드넓은 삼림을 북유럽의 자연, 히말라야 산맥, 바이칼 호수, 그리고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극지방 등 풍부한 여행지가 가득했다.
SJ엔터테인먼트에서는 막대한 광고비를 투자하며 전 세계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전 세계 50개국에 설치한 2,000개의 BII 이용센터를 일제히 개방했다.
「여기는 BII센터 뉴욕점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SJ엔터테인먼트가 월드투어VR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날이 되는데요, 보다시피 전날부터 이용자들이 줄을 길게 서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줄을 가리키며, 리포터는 흥분해서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20달러, 결코 싼 요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이용자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 월드투어VR, 대체 어떤 서비스일까요?」
「네, 월드투어VR는 가상현실 체험 서비스입니다. 이용자는 접속 캡슐 속에 들어가서, 실제로 관광 명소에 온 것 같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히말라야 산맥 한복판으로 갈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진짜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 히말라야 산맥에 간 것보다는 안전하겠죠. 적어도 산에서 얼어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체험 비용도 터무니없이 쌉니다. 진짜 히말라야 산맥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돈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BII를 이용하면 시간당 20달러만 내면 되죠.」
「시간당 20달러라고 해서 처음에는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실제 여행 경비와 비교하면 많이 싼 것 같군요.」
마침내 아침 8시가 되어 BII센터 뉴욕점이 문을 열었다.
1,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센터, 그러나 월드투어VR를 체험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은 무려 2만 명이 넘었다.
그러나 뉴욕점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번호표를 발부해서 나눠주고, 다른 볼일을 보게 한 것이다.
“현재 예상 대기 시간은 3시간입니다. 대기순서가 일정 간격으로 줄어들 때마다 문자로 알려드리니, 참고하세요.”
번호표를 나눠준 뒤 주기적인 문자로 실시간 대기순번을 알려준다. 이용자들은 지루하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 매우 만족해했다.
“이용 희망자들이 많은 관계로 한 분당 2시간씩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겠습니다.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BII캡슐에 들어가기 전 생리 현상을 반드시 해결해주시기 바랍니다.”
“BII캡슐은 생리적 변화가 감지될 경우 먼저 경고를 알리고, 심해질 경우에는 강제로 접속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도시, 다른 나라의 지점도 마찬가지였다.
본사에 의해 정확하게 관리받는 2,000개의 BII센터지점은 수도 없이 몰려든 이용자들로부터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쓸데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야.”
“다른 회사들도 이런 철저한 점은 좀 본받으면 좋겠다.”
2,000개의 이용센터가 동시에 개방했지만, 아무런 문제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용자들은 광활한 사막, 드넓은 바다, 그리고 수많은 유적지와 화려한 외국 도시 등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실제로 그곳에 와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꼈다.
「정말 대단합니다. 꼭 한 번 아프리카 대초원을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그 꿈을 이룰 줄은 몰랐어요. 그것도 겨우 40달러라는 싼돈에 말이죠. 아직도 저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숫사자의 눈동자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저는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가서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봤어요. 그런 감동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봤어요. 돈이 없어서 프랑스는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이렇게 그 꿈을 이루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는 타지마할에 갔습니다. 아주 멋있었죠. 네? 뭐라고요? BII 컨텐츠로 타지마할을 체험했으니, 이제 실제 타지마할은 가지 않을 거냐고요? 천만에요. 가상현실로 체험을 하고 나니 진짜 타지마할을 꼭 제 두 눈으로 봐야겠다는 결심이 강해졌습니다.」
타격을 맞을 거라며 울상이던 여행사들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전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평생에 꼭 가보고 싶었던 관광, 유적 명소들을 보고 난 이용자들은 더 이상 여행을 망설이지 않았다.
“가상현실로 한 번 체험하고 나니 진짜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
“나도 그래서 비행기 티켓 끊었어. 숙박? 뭐 일단 가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어.”
여행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해서, 진짜 여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던 것이다.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것에 만족하고, 실제로 여행을 결심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태생이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월드투어VR가 없었다 해도 여행을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안 그래도 여행 좋아하는데, 제가 못 가본 지역을 월드투어VR로 마음껏 가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일 년에 세 번씩 여행을 갔는데 이제는 더 많이 가려고요.”
그리고 대망의 오픈일 매출액이 나왔다.
전 세계 2,000개의 지점은 1,500개의 BII캡슐을 운영하고 있었다. 300만 개의 캡슐을 16시간 동안 풀가동했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과연 그 매출은 얼마나 될까?
「SJ엔터테인먼트, 오픈일 하루 매출 9억 6,000만 달러!」
전 세계 50개 국에서 하루동안 긁어모은 돈이 거의 10억 달러에 육박했던 것이다.
「SJ그룹이 또다시 해냈습니다! BII로 인류의 시공간적 제약을 없앤 것입니다!」
「하루 매출 10억 달러! 이게 말이 되는 숫자입니까!」
천문학적인 숫자에 사람들은 난리법석을 피웠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한서진의 재산이 또 얼마만큼 증가했는지 계산해보느라 바빴다.
인터넷에는 월드투어VR 관련 홈페이지 코너가 수도 없이 만들어져서 이용자들이 활발한 정보 교류를 하고 있었다.
「혹시 카지노 들어가보신 분?」
「응? 카지노?」
「이집트 피라미드 근처에 생뚱맞게 있던 그거? 처음에는 스핑크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핑크스처럼 만들어진 카지노더라.」
「그거 입장하려면 시간당 5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해서 안 들어갔는데…… 그 안에 뭐 있어?」
누군가가 대답했다.
「천국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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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들어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