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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수색 서비스는 다른 의미에서 여러 강대국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힘 좀 쓴다 하는 이들은 겉으로 드러난 수색 서비스의 스펙에 집중했다.
“수색 접수가 들어오면 그날 바로 결과를 알려주고, 50만 건을 하루에 일시에 처리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100%…….”
“실종자가 어디에 살아 있든, 죽어서 바다에 가라앉아 있든 간에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라…….”
“장기밀매 조직이 팔아 치운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이 누군지까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니…….”
직접 보지 않았으면 그들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색 서비스의 성능과 스펙은 자신들의 과학기술 상식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한서진 박사가 한국 실종자 모두의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없나?”
“매우 낮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알고 있다면 한서진 박사가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수색 요청이 접수되면 그때부터 찾아나선다고 봐야 하나? 하지만 수십 년 전에 실종된 사람을 한나절도 안 걸려서 찾아낸다는 게 말이 되나?”
“한나절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요청 즉시 알아내는 걸 수도 있습니다. 아마 당일 접수가 마감되면 일괄적으로 알려주기 위해서겠죠.”
“허어, 이게 대체 말이 되나?”
대체 어떤 기술이 적용된 시스템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걸까?
국토안보부 소속 라이스너 차관은 답답한 마음에 자기 가슴을 자꾸만 쳤다.
“정보부 분석으로는 한서진 박사가 거대한 MRI 장치 같은 것으로 지구 전역을 스캔하고 있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합니다. 하늘의 눈동자 역시 그것의 응용이고요.”
“초대형 CCTV, 그 정도 상상은 나도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운용한다고 해서 수십 년 전 죽어서 암매장당한 시신을 찾아낸다는 게 말이 되나?”
라이스너 차관은 답답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시신을 찾아내는 것까지는 좋다 이거야. 하지만 그 시신이 누구 가족인지 정확히 특정하는 것은? 그것도 한나절도 걸리지 않아서? 첫날 50만 건이 넘는 접수 신청을 그날 바로 끝내버렸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유전 정보를 비교하면…….”
“그럼 한서진 박사가 운용하는 그 거대한 CCTV든 MRI든, 아무튼 그 스캐너가 수십 년 전에 암매장당한 시신의 유전 정보까지 하늘 위에서 꿰뚫어본다, 이건가?”
“…….”
인간의 힘으로 그런 게 가능한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기계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라이스너 차관이 자꾸만 당착에 빠지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원리를 생각하면 그것뿐인데, 그 원리를 구현 가능하는 게 가능할까?
한서진이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만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정보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 의견이 분분했을 뿐이다.
만약 그게 사람의 개별 유전 정보까지 판독 가능한 수준이라면? 그야말로 CCTV가 아니라 전자현미경으로 온 세상을 들여다보는 수준이 아닌가?
차관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지.”
“…….”
“그 초대형 MRI가 분자 단위로 물질 상태를 판별 가능한 수준이라면 어떨까?”
“차관님. 그건…….”
“그리고 한 번에 탐색 가능한 범위가 적어도 한개 국가 이상의 면적이라면? 그럼 실종자 수색 프로그램의 스펙 기능을 설명할 수 있지 않나?”
적어도 한 개 국가 이상의 면적 내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물을 분자 단위로 철저히 판독할 수 있다면, 유전 정보를 비교해서 판별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너무 말도 안 되는 바보스러운 공상, 하지만 아무도 차관의 말에 반대 의견을 꺼내지 못했다.
‘어쩌면…….’
‘정말로…….’
차관의 상상은 그들이 애먹고 있는 문제를 속시원하게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반대가 없군. 좋아, 그렇다면 일단 그런 식으로 가정하지. 한서진 박사가 운용하는 MRI…… 아니, 에테르 스캐너는 지구 전체를 동시에 관찰하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원자 단위까지 추적할 수 있다고 가정을 잡지.”
“왜 갑자기 국가에서 지구 전체로 늘어났습니까? 그리고 분자에서 원자 단위라니요?”
“이왕 가정하는 거 스펙을 최대치로 늘려서 잡는 게 시나리오 짜기에도 편하지 않나?”
맞는 말인지라 다들 반박을 못했다.
차관은 다시 말했다.
“아무튼 그런 에테르 스캐너가 있다고 가정을 하면……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늘의 눈동자는 스캐너의 기능을 아주 조금만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겠군요.”
누군가 재빨리 대답했고, 다들 공감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지구상의 모든 물질을 원자 단위까지 판별 가능하다면…… 와, 장난 아니겠는데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물, 무기물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습니다.”
“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이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나 고대 유물을 찾아낼 수도 있을 테고요.”
“모든 인류의 머릿속에 저마다 도청기와 감시 카메라 하나씩 달아놓은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어느 누구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한서진 박사 앞에서 감출 수 없을 겁니다.”
백악관은 한서진이 마음만 먹으면 워싱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차관의 추정을 보태면, 그들이 상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방식으로 ‘내려다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 스캐너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두 사흘 내로 보고서 써서 제출해. 상상의 신경망을 있는 대로 쥐어짜내란 말이야, 알겠나?”
SJ엔터테인먼트.
BII 기술의 민간 보급을 위해 SJ인더스트리 자회사로 설립된 기업이었다. BII를 이용한 가상현실을 구축하여, 그것으로 일반인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개발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였다.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곳이다 보니,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실력이나 경력도 화려했다. 그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만 해도 웬만한 대도시의 일 년 예산에 버금간다.
SJ엔터테인먼트의 CEO는 현재 정지원이 맡고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다른 사람에게 줄 순 없지.”
정지원은 SJ게이트의 CEO 자리는 순순히 크리스 전 대통령에게 넘겼지만, SJ엔터테인먼트의 CEO 자리는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자신이 움켜쥐고 있을 셈이었다.
“우주 함대 전쟁 게임은 아직 멀었습니까?”
“너, 너무 규모가 방대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완성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전 하루라도 빨리 이브 온라인을 현실로 즐기고 싶단 말입니다.”
“그건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님.”
가상현실 컨텐츠를 개발하는 부서는 몇 개로 독립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서로 기술 공유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BII 운용에 관한 노하우는 사내 서버에 저장되어 언제 어느 때든 다른 연구부서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BII 기술이 워낙 획기적인 것이다 보니 연구원들이 프로그래밍 작업에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초반에 비해서는 많이 숙달되었고 방향도 어느 정도 잡혔습니다만, 우주 함대 전쟁 게임 같은 블록버스터 컨텐츠 개발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책임자의 보고에 정지원은 몹시 안타까워했다. 물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우주 함대 전쟁 게임 개발을 소홀히하지 마세요. 하지 않는 것보다는 당장이라도 부딪쳐 나가는 게 시간 절약에 도움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저 역시 클로즈베타 서비스가 하루빨리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으니까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규모 함대전 게임.
유저는 우주선의 주인이 되어 자원을 채취하거나, 우주선을 건조하면서 우주를 살아간다.
타인과 전쟁을 하기도 하고, 동맹을 맺기도 하고, 새로운 은하를 발견하기도 하고, 혹은 함대를 꾸리거나 국가를 세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무한한 자유도가 주어지는 멀티 온라인 게임으로, SJ엔터테인먼트가 정체성을 건 컨텐츠이며, 대부분의 사원들이 하루빨리 완성되기를 꿈꾸는 빅 아이템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개발 진척도가 겨우 0.1% 이하라는 것.
가상현실 구축 작업 자체가 서투른 마당에 그런 광활한 컨텐츠 개발을 꿈꾸고 있으니, 앞길이 막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막 I, love, you를 단어별로 암기하기 시작한 수준이면서, 노벨상을 노리고 의학 논문 저술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라면 적당한 비유일까.
물론 적당한 성과를 낸 부서도 존재했다.
“3팀에서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고요? 벌써?”
“예, 그렇게 규모가 큰 컨텐츠가 아니어서인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초기다 보니 아직 조잡하고 미숙한 부분이 많습니다만…… 가상현실을 민간에 최초로 보급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3팀이라면…… 여행과 관광을 컨셉으로 잡은 부서 아닙니까?”
“맞습니다, 사장님.”
3팀은 소박하게 여행과 관광을 목표로 삼았다.
사용자로 하여금 세계 각지의 관광 명소나 밀림, 산악, 남극 등 극한 지방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만끽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었다.
“아직 NPC의 인공지능이 완전하지 않아서 사용자가 직접 배경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제한적인 이벤트 안에서만 내부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어디 한 번 봅시다.”
정지원은 곧바로 시제품 테스트에 들어갔다.
BII에 접속하자 곧 주변의 풍경이 사라지고, 그는 한순간에 인도의 한 거리에 와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머릿속으로 안내 아바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인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디 인도의 문화와 풍습을 마음껏 즐겨 주십시오.
정지원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떼었다.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가며, 주변을 살핀다. 거리에 가판을 내걸고 식료품과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보인다. 짐을 짊어지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젊은 상인, 거리의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뛰어놀기 바쁜 어린 아이들.
‘제법인데?’
재현도는 썩 나쁘지 않았다. 시각만 따졌을 때는 마치 진짜 인도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각 외의 다른 것들이 아쉽군.’
후각이나 청각, 그리고 바람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아직 재현도가 썩 좋지 않은 편이었다.
‘차차 개선하면 되겠고…….’
눈으로 전해지는 풍경만 보자면 실로 완벽했다.
정지원은 느긋하게 인도 관광을 즐겼다. 가끔 강도나 소매치기가 나타나는 등 돌발 이벤트가 있기는 했지만, 진짜가 아니다 보니 오히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접속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정지원은 초조하게 기다리는 개발팀장을 발견하고 치하했다.
“잘 만들었습니다. 아직 인도 밖에 안 봤지만 시각만 봤을 땐 흠잡을 것 없이 훌륭하더군요.”
“감사합…… 그런데 사장님, 혹시 카지노는 안 가보신 겁니까?”
“네?”
“각 지역마다 그 나라 국가 컨셉에 맞춘 카지노가 있습니다. 사실 이 컨텐츠의 진짜 주역은 그 카지노인데요. 원래 여행에서 오락을 빼놓을 순 없지 않습니까.”
정지원은 다시 한 번 BII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디자인 된 인도 정통 복장을 한 아름다운 여성 딜러들, 그리고 매혹적인 여성 손님들과 아찔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접속을 종료했다.
그는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최고입니다. 바로 출시해도 되겠어요. 보고서 제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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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관광은 거들 뿐이에요. 진짜는 따로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