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550화 (550/609)

00550  눈을 더 크게  =========================================================================

실종자 수색 서비스는 성공적인 데뷔를 치르며, 사람들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자그마치 70만 건이 넘는 실종자 수색 요청이 밀려들었다. 지난 수십 년 간 누적된 실종 사건이 모두 접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은 접수를 한 바로 그날,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었다.

가족이 살아 있는 경우는 현재 신원과 거주지를 알 수 있었고, 이미 죽은 경우에는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시신이 시멘트에 발려 바다에 빠진 것까지도 알 수 있었다.

잠수부를 투입해 시신이 들어있는 드럼통을 찾아낸 해경은 그 정확한 정보에 혀를 내둘렀다.

“아니, 10년 전에 드럼통에 시멘트로 발라서 바다에 감춘 시신을 대체 어떻게 찾아낸 거지?”

오랜 세월 서해 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드럼통을 보면서도 해경은 믿지 못했다.

현장을 지휘한 해경 간부는 혀를 내두르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서진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한국 전체를 구석구석 볼 수 있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범죄 예방 시스템.

경찰은 한서진이 한국 전체에 CCTV망 같은 것을 깔아서 상시 감시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투시력이 설마 바다 밑바닥까지 닿아 있을 줄이야.

이것은 한국에서 한서진의 눈을 피할 곳이 없다는 의미나 마찬가지 아닌가?

‘범죄자들은 이제 한국 땅에서 숨도 못 쉬겠어.’

이미 H컨설턴트는 재정 감시 시스템을 통해 국내의 돈 흐름을 1원까지 놓치지 않고 철저히 지켜보고 있다.

만약 부정한 돈의 흐름이 발견되면 즉각 경찰에 고발하거나 정부 관련 기관에 알린다.

때문에 기업가들은 분식 회계라든가 공금 횡령, 배임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비자금이란 개념이 사라진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조세회피처? 돈세탁? 지금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여기에 강력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막아버렸고, 실종자 수색 서비스를 통해 전 국토를 지켜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여간 멍청하거나 간이 크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 실종자 수는 0을 향해 달렸다.

수색 성공 100%라는 놀라운 숫자에, 체념하고 있던 가족들도 앞을 다투어 몰려들었다.

신청 접수 절차는 온라인, 오프라인 양쪽 모두 쉽게 할 수 있도록 잘 갖춰져 있었다. 때문에 80세가 넘은 노인도 전화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소식을 알 길이 없어 애가 타던 가족들은 드디어 주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었다.

한편 실종자 수색 서비스를 향한 의문 역시 끊이지 않고 타올랐다.

“접수 신청을 마치고 그날 바로 결과를 통보받는다는 건 이미 한서진 박사가 실종자 행방을 사전에 모두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 아니냐? 안 그럼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려줄 수 있어?”

“왜? 접수 신청을 하자마자 찾기 시작해서 그날 하루가 가기 전까지는 완료하는 걸 수도 있지.”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돼? 이번에 못 봤어? 10년 전에 드럼통에 시멘트로 발라서 바다에 빠뜨린 시신도 그날 바로 찾아냈대잖아? 이게 접수 신청을 하자마자 찾기 시작했다고 보이냐?”

“한서진 박사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 같은데. 에테르 스캐너 같은 걸 만들어서 지구 전체를 쭉 훑어보는 거 아닐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아무리 한서진 박사라 해도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지금까지 그 사람이 한 것들을 보면 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되는데?”

“에테르 스캐너는 꽤 신빙성이 있는 추측 같아. 근데 실종자가 죽었든 살았든 어떻게 가족들과 매치하는 걸까? 난 그게 도저히 짐작이 안 가는데.”

“…….”

“혹시 에테르 스캐너가 유전 정보 단위까지 투시 가능한 건 아닌지…….”

“말도 안 돼. 그거야말로 망상이다.”

실종자 수색 서비스는 일반인들의 기준에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반인뿐만이 아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기술적인 원리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많이 아는 게 오히려 짐이 된 것이다.

H컨설턴트에는 관련 문의가 하루에도 수천 개 이상씩 쏟아지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찾아내는 거예요?’

‘정말 실종자 행적을 미리 다 찾아두고 물어보는 사람들한테만 알려주는 건가요?’

‘우리나라 전체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24시간 지켜보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런 문의가 수도 없이 쏟아졌지만 H컨설턴트는 침묵으로 고수했다.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라고 딱히 할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수색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그들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니까.

관리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관리하는지, 그런 것은 모두 베일에 싸여 있었다. 오프라인팀은 센터를 찾아온 신청자들의 인적사항을 기계적으로 입력하기만 할 뿐이었다.

실종자 수색 서비스가 온갖 찬사를 받자 한서진도 기운이 났다.

“꼭 실종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시신이라도 찾아내면 바로 경찰에 자료를 넘겨줘야겠어요. 위치와 가족을 찾아내서 알려주면 경찰 업무도 수월해지겠죠.”

“그런 것도 가능합니까?”

최수한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반문했다. 이 사람, 정말 신이 아닐까?

“수색 시스템은 가족들의 유전 정보와 일치하는 유기물 조직을 찾는 방식입니다. 그 반대도 당연히 얼마든지 가능하죠.”

“그렇다면 유골의 연식에도 제한을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 년 이상 된 유골은 제외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아, 그렇네요. 그건 생각을 못했어요.”

“꼭 백 년일 필요는 없지만, 사망 원인을 따지는 게 무의미한 유골을 골라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최수한의 말대로 백 년 전 유골을 찾아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알려지지 않은 유적을 찾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수색, 발굴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골만 정확히 선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살해당해서 암매장이 됐다거나, 후손들이 유해를 찾아주기만을 기다리는 국군의 유해라거나.

“성지연 씨는 요즘 어떤가요?”

“아주 밝아졌습니다. 아이 이름을 개명해야 했지만 더 예쁜 이름으로 바꿔주고 싶었다고 오히려 좋아합니다.”

“엘릭서가 누출될 일은 없겠죠?”

“성지연 씨는 박사님께 대단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사님의 경고를 분명히 알아들었습니다. 아마 비밀을 흘리고 다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성지연 씨 가족들은 아이가 죽었다 살아난 걸 모릅니다.”

아이가 죽은 것을 아는 것은 수색에 나선 경찰 관계자들뿐이다. 그러나 성지연과 아이가 그들과 다시 얽힐 일은 없으니, 문제 될 것은 없다.

“하늘의 눈동자는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군요. 단지 빅브라더 시스템 구축을 넘어서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니…….”

“더 놀라운 걸 알려드릴까요? T3는 아직 완성된 게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보다 만 배 이상으로 출력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 배…….”

최수한은 잠시 침묵했다.

지금 T3로 한서진이 보이는 무위만 해도 신에 필적하는 수준인데, 여기서 만 배 이상으로 출력을 높일 수 있다니.

“그렇게 되면 앉아서 명령어를 입력하기만 해도 대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도 있겠지요. 물론 그럴 일은 없지만.”

“미국 연방정부가 하늘의 눈동자 시스템에 군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테러 위협을 100% 막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시스템이니까요.”

“테러? 하지만 이제 테러리스트들은 없지 않습니까?”

“시리아 사건, 아니 시리아 현상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한 테러리스트들은 계속 생겨납니다. 국가와 민족, 지역 간 갈등은 끊이지 않으니까요.”

타르타로스 3는 일찍이 전 세계 모든 테러리스트들의 인격을 개조했지만, 그것은 일회성 조치였다.

갈등 그 자체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분쟁 지역의 어린 아이들이 자라서 또 다른 테러 조직을 갖출 것이다.

“미국에 설치한 하늘의 눈동자는 총기 범죄에만 한정해서 작용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만약 타이머를 설정한 핵배낭을 선의의 제3자를 이용해 운반한다면, 하늘의 눈동자는 반응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흠…… 그럼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구 전체에 금지를 펼칠까요?”

“네? 그런 것도 가능합니까?”

최수한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물었다가, ‘아 한서진이지 참.’하고 금방 납득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원자력 발전소도 타격을 입는 것 아닙니까?”

“이참에 원자력 발전소도 폐쇄해버리지요. 핵폐기물 지구에 도움도 안 되고 오염만 시키는 위험 물질인데 뭐하러 자꾸만 만듭니까?”

한서진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최수한은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각 나라마다 경제 사정이라는 게 있습니다. 함부로 강제했다가는 반발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핵폭발로 연결되는 급속 핵분열 반응만 통제하도록 설정하겠습니다. 그건 상관없지 않나요?”

최수한은 잠시 생각했다.

한서진의 말대로라면 지구의 어느 누구도 핵폭발을 일으킬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게 과연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핵폭발은 그 자체로 지구상에서 영원히 추방되는 게 낫지 않나?’

원자로와 달리 핵탄두의 핵폭발은 그 자체로 사람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하며 환경을 오염시킨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핵폭발은 파괴만을 목적으로 발생되는 것 아닌가?

“그 정도는 상관없을 듯 싶습니다.”

“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설정하겠습니다.”

한서진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말했다.

“됐습니다.”

“……예?”

최수한은 저도 모르게 놀랐다. 아니, 눈 몇 번 깜빡일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이렇게 빨리?

“끝났습니다. 이제 지구상에서 핵폭발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게 이렇게 간단하게 되는 겁니까?”

“발전용 원자로는 정상적으로 가동될 겁니다. 단, 원자로가 폭주해서 핵폭발로 이어질 경우에는 하늘의 눈동자가 바로 개입해서 폭발을 막습니다.”

“…….”

핵으로부터의 영원한 안전.

수많은 환경단체와 인권단체들이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그것이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줄이야.

“아, 그렇다고 여기저기 알리지는 마세요. 쓸데없이 핵탄두나 만들어대는 놈들은 돈 낭비를 좀 해봐야 합니다. 열심히 핵탄두를 만들어봐야 고물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게 놔두세요.”

최수한은 순간 미국을 떠올렸다. 다행히 미국은 근래 핵탄두 감축 정책으로 들어선 터라, 추가로 핵탄두를 생산하지는 않고 있었다.

“원래 하늘의 눈동자를 이렇게까지 확장할 마음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이런 식이라면 하늘의 눈동자가 얼마든지 눈을 더 크게 떠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직 CIA 요원으로서 해선 안 될 생각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청년은 신이 맞는 것 같다.

저게 인간일 리 없어.

============================ 작품 후기 ============================

T3 : “사실은 지구상의 모든 물질을 소립자 단위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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