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549화 (549/609)

00549  눈을 더 크게  =========================================================================

―SJ그룹이 실종자 가족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대대적인 광고가 지상파를 점령할 기세로 쏟아져 나왔다. 지상파뿐만이 아니라 지하철, 버스, 거리 전광판, 대형 포털 사이트와 모바일 광고 등, 광고를 내걸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무차별 폭격이 가해졌다.

―SJ그룹이 여러분이 잃어버린 소중한 가족을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

광고 규모에 비해 내용은 호화롭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하고, 잔잔했다. 전달하는 메시지 역시 간결했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준 것은 바로 한서진이 광고 말미에 등장했다는 사실이었다.

「망설이실 겁니까?」

그는 그저 한 마디만 던졌을 뿐이다.

그러나 그 짧은 등장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광고 영상에 한서진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 아닌가. 그런 유명 인사가 대중과 가까운 곳에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이슈거리였다.

SJ그룹의 실종자 찾기 서비스는 사람들 사이에 큰 이슈로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매년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해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무엇보다 한서진의 이름, 그리고 그가 직접 광고 영상에 등장했다는 점이 큰 믿음을 주었다.

“이거 한서진 박사가 직접 지시해서 시행하는 공공서비스라던데. 완전 무료래.”

“한서진 박사가 쩨쩨하게 이런 걸로 돈 받을 분이 아니지. 아무렴, 그분 재산이 얼만데.”

“SJ그룹에서 직접 시행하는 거면 확실한 거 아니야? 경찰보다 더 믿을 수 있겠다.”

누군가는 제법 근접한 추론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 정부에서 은밀하게 추진 중인 범죄 억제 시스템…… 그거 한서진 박사가 구축한 거란 말이 있잖아. 어쩌면 실종자 수색 시스템은 그걸 응용한 게 아닐까?”

“과연, 전 국토와 전 국민을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CCTV망 같은 게 있다면 실종자 찾는 건 일도 아닐지도 몰라.”

“그런데 이미 죽어서 야산 같은 데 묻힌 실종자는 무슨 재주로 찾아내지?”

먼저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관리센터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신청 접수 및 전화 응대를 받기 위한 준비였다.

그보다 한발 앞서 온라인 관리센터는 이미 모든 구축을 마치고, 서비스 접수를 시작한 상태였다.

첫날에만 무려 50만 건이 넘는 신청 접수가 몰리면서,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열의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접수 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모바일이나 PC로 접수를 할 경우, 신분 인증을 마친 후 실종된 가족의 이름과 관계를 입력하기만 하면 되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애타는 마음으로 신청 접수를 한 실종자 가족들이 오히려 얼떨떨할 정도였다.

“이게 끝이야?”

“뭐 사건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이걸로 접수가 다 끝난 거야?”

“이래서 정말 찾을 수 있기는 한 거야?”

어떻게 실종 되었으며 지금까지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런 일련의 과정을 제출하라는 요구도 없으니, 실종자 가족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서비스는 경찰청과 협력하여 관련사건 자료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실종자 가족 여러분들은 수색 신청과 신원 인증 외에 추가적으로 수고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신청 절차를 간결하게 만들기 위한 서비스의 노력이라고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불안을 달래주기 위해서인지, 곧바로 관련 공지가 올라오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수색 진행 과정은 사실관계가 확정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문자, 톡 메시지, 메일 등으로 알려드립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알림 기능을 끄실 수도 있으며, 최종 결과만 통보받을 수 있도록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실시간 알림을 원했다.

수색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우리 지현이 찾을 수 있을까요?”

나란히 신청 접수를 마친 중년부부의 얼굴은 덤덤했다. 그것은 잃어버린 딸에 대한 둘의 애정이 삭막해서가 아니었다.

무려 20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이 정도 일로 감정의 동요를 겪기에는 이미 심신이 지쳐버린 것이다.

“벌써 20년이나 지났는데…….”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는 거야.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아무리 한서진 박사님이라 해도 20년 전에 잃어버린 5살 아이를 쉽게 찾지는 못할 거 아냐?”

중년의 남편은 서비스 센터가 있는 건물을 우울한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만이라도 알았으면……. 그래도 돈이 엄청 많은 분이니까 경찰보다는 나을 거 같아.”

“이 나라에 그런 분이 계신다는 게 그나마 희망인가 봐요.”

“그러게 말이야.”

다시 등을 돌리며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떼어놓는 순간,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문자였다.

「이정재 님.

귀하가 수색을 신청하신 귀하의 자녀 이지현 님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지현 양은 20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며, 시신은 경기도 수원시 XX구 B동 13-10번지 야산에 암매장되어 있습니다. 현재 경찰에 협력 요청을 하여 수색대가 시신을 찾으러 나섰으니…….」

“지, 지현아!”

문자 내용을 확인한 두 중년 부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박철우 님.

귀하가 수색을 신청하신 귀하의 자녀 박승목 님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박승목 님은 지난 10년 간 비교적 건강하게 성장했으며, 현재 자신을 유괴한 김도연 씨를 생모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정확한 거주 위치는…….」

「정채식 님.

귀하가 수색을 신청하신 귀하의 자녀 정시우 님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시우 님은 이미 5년 전 사망했으며, 그 시신은 현재 서울 신림동 B야산에 암매장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현재 경찰에 통보하여 수색대가 나선 상태이며…….」

「조지혁 님.

귀하가 수색을 신청하신 귀하의 자녀 조현철 님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첫날에만 무려 50만 건이 넘는 접수.

신청을 마친 가족들은 불과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이들이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에 처음 그들은 스팸 문자가 온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관련 문의로 온라인 게시판과 오프라인 전화선이 터질 듯이 폭주했다.

흥분을 겨우 가라앉힌 것은 온라인 접수 사이트에 크게 올라온 공지사항이었다.

「서비스 오픈 첫날인 오늘, 당일 신청은 오후 7:00시를 기점으로 모두 마감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사는 수색 결과를 100% 통보했음을 알립니다. 실종자의 생사 유무와 상관없이, 당사는 신청자분들이 실종된 가족을 만나볼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짤막한 공지사항에 다들 혼란스러워했다.

“수색을 마쳤다고? 아니, 서비스는 오늘 열었잖아?”

“설마 이미 모두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빨리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관할 경찰서에 전화해 봐, 빨리! 진짜로 우리 지현이 죽었는지, 그래서 지금 지현이 유골 찾으러 갔는지 아닌지!”

이정재 부부는 수원의 관할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알림 문자에는 관할부서의 전화번호와 책임자의 이름, 연락처까지 친절하게 첨부돼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전화를 했다. 상대방이 침착하게 전화를 받았다.

「예, 저희도 지금 관련 정보를 통보받고 수색 중입니다. 그리고 현재 해당 위치에서 5살 어린이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을 찾았습니다. 꽤 오래 세월 동안 매장돼 있던 것으로 보이며, 자세한 건 유전 감식을 해봐야 하기 때문에 두 분께서도…….」

이정재 부부는 그 자리에 무너지고 말았다.

억눌렸던 오열이 터져 나왔다. 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경찰들이 찾아낸 유골이 자신들의 딸이라는 것을.

기적이 발현되는 데는 몇 분이면 충분했다.

50만 명이 넘는 신청자들은 당일 접수 마감이 끝나자마자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었다.

사망, 그리고 생존.

결과는 그 두 가지뿐이었다. 찾지 못함, 혹은 수색 중 같은 것은 없었다.

현재 정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망했다면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살아 있다면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 실종자 가족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수색 서비스는 심지어 해외에 입양되어 멀쩡히 잘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알아내서 통보했다.

첫날 접수 결과가 알려지면서, 수색 서비스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끓어 모았다. 실종자 문제로 골치 아픈 것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들은 실종자 수색 서비스를 자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기웃거렸다.

거의 희망을 놓고 있던 국내 실종자 가족들은 첫날 50만 건 100% 수색 달성이라는 결과에 고무되어, 다음 날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서비스 센터로 달려갔다.

온라인 센터에는 가족을 찾아줘서 고맙다는 이들의 감사글로 뒤덮였고, 기자들은 ‘역시 한서진!’이라며 기삿거리를 제공해준 것에 고마워서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 와중에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이 매스컴을 타며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6년 전 중국에서 실종된 12세 우태석 군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태석 군의 심장과 간, 두 개의 신장, 그리고 각막만이 살아 있습니다.」

중국 여행 중 장기밀매 조직에게 유괴된 12세 우태석은 다른 이에게 이식되어 살아 있는 조직 외에는 전혀 유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장기밀매 조직이 뼛조각 한 톨 남기지 않고 남은 유해를 소각해버린 탓이다.

뼛조각 하나 찾지 못한 부모는 방송에 등장해 쓰러질 듯한 오열을 쏟아냈고, 그 모습은 많은 이들의 동정과 공분을 샀다.

슬픔과 감동을 거치고 난 뒤, 사람들은 기적의 경이로움의 실체를 알고 싶어 했다.

“대체 어떻게 곧바로 찾아낸 거지? 혹시 한서진 박사는 실종자들의 정보를 이미 모두 알고 있던 거 아니야?”

“말이 안 되는데……. 그럼 경찰을 통해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공을 했겠지, 뭐 하러 신청을 한 사람들한테만 이렇게 따로 알려주겠어?”

“그것보다 어떻게 실종자를 찾을 수 있었는지 난 그게 이해가 안 돼. 살아있는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죽어서 수십 년 전에 암매장 당한 시신까지 찾아내는 건……. 그때 한서진 박사는 어린애 아니었나?”

하늘의 눈동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분자 단위까지 파악하여 정확히 스캔할 수 있다. 지구 전체를 탐색권에 둔 초거대형 MRI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면, 유전 정보가 일치하는 유기물 조직이 존재하는지를 훑어나갈 수 있다. 원리만 따지면 아주 단순한 것이다.

원리는 단순하지만, 그 원리를 실행에 옮기는 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 작품 후기 ============================

T3 : “저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분자 단위로 동시에 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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