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458화 (458/609)

00458  배후는 어디에  =========================================================================

미국은 NSA, FBI, DHS, CIA 등 가리지 않고 한서진 테러 사건을 조사하는 중이었다.

특히 미국 내의 반한서진 세력이 주모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 본토에서 치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용의자로 의심받는 이들은 바로 로스차일드와 록펠러 등을 위시한 화폐 자본가들이었다.

그들은 한서진을 살해할 동기와 능력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용의자였으니까.

물론 대놓고 표적이라고 공표하지는 않았다. 수사는 어디까지나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다.

자국 부호들이 한서진을 살해하고자 했다는 게 알려지면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난다. 게다가 아직 강한 의심을 받고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은밀한 조사가 이뤄진다 해서, 화폐 자본가들이 그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온갖 기관들이 우리를 표적으로 삼고 수사 중이오. 확신범으로 몰린 거나 다름없소.”

로스차일드 가문 상층부는 핵폭탄이 떨어진 듯한 분위기였다.

자신들이 강한 의심을 받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게다가 정말 책임이 없는지 본인들도 확신할 수 없으니 더 답답했다.

“우리는 연준위를 뺏기고 이미 평범한 부호로 전락한지 오래거늘, 연방정부가 이렇게까지 우리를 핍박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여기저기서 가느다란 탄식만 흘러나왔다.

암울한 논의는 거듭 이어졌다.

“이미 그룹 계열사 12곳이 집중 세무 조사를 받고 있소. 최근 5년 내의 모든 자료를 샅샅이 뒤지고 있는 중이오. 걸고넘어질 수 있는 건 모조리 걸고넘어질 작정이오.”

“크리스 대통령은 무얼 하고 있는 거요? 서클의 정회원이 서클의 위기를 못 본 체 하겠다는 건가?”

“대통령이 최대한 막아주고 있는데도 이 정도로 몰려 있는 거요.”

“…….”

로스차일드 비밀 저택에 모인, 서클 구성 가문의 중진의 얼굴에 어두운 빛이 드리워졌다.

“더 큰 문제는 한서진 박사가 우리를 본격적으로 적대할 수 있다는 거요.”

한서진과 서클은 이미 한 차례 부딪친 이후 강화 협정을 맺은 상태다. 그러나 그는 목숨이 위험한 테러를 당했고, 지금은 분노에 이를 갈고 있으리라.

카이어 유쉘 로스차일드는 이 자리에 모인 인원 중 그런 어리석은 짓을 주도한 이가 없을 거라 믿고 싶었지만, 본래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법 아닌가.

“여기 모인 가문의 존속이 달린 문제요. 모두 신중히, 그리고 솔직하게 나갑시다.”

“…….”

“…….”

카이어가 좌중을 훑어보자 분위기가 더욱 차분히 가라앉았다. 다음에 이어질 말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정녕 결백한 겁니까?”

“결백하오.”

“이제 와서 그런 위험한 짓을 자초할 리가 없지 않소.”

“그 정도로 어리석은 인물이 우리 중에 있으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군요.”

“우리 중엔 없다 해도.”

카이어가 말을 끊자 다들 입을 다물고 그를 주시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둘러보며 계속했다.

“우리 아이들 중에는 있을 수가 있지 않겠소? 난 현실적으로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 보고 있소만.”

“…….”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연준위를 빼앗긴 이후, 화폐 자본 가문의 중진들은 자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혈기에 넘치는 2세들까지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까.

“우리 가문들의 존속이 달린 문제요. 모두 힘을 합쳐 철저히 내부 단속을 해야 합니다.”

처음 헬기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백철중 회장은 하늘이 꺼진 듯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한서진과 딸이 병원에 후송되었다는 소식에는 안절부절 못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 그는 모든 스케줄을 내팽개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둘은 찰과상도 거의 없이 무사했고, 백철중은 안심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사히 퇴원을 마치고, 다시금 자신을 찾아온 한서진이 고한 말에 백철중은 두 눈을 부릅뜨며 분노했다.

“테러라고?”

“네, 회장님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때는 너무 흥분하신 상태라서 미처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대체 어떤 간 크고 멍청한 놈이 한 박사한테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아니, 대체 어떡하면 미군이 엄중하게 관리하는 한 박사 전용 헬기에 그런 짓을 할 수 있나? 미국이 작정하고 일을 벌이지 않고서야…….”

정신없이 분노를 터트리던 백철중은 문득 멈칫했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 소행인가?”

“회장님도 아시겠지만, 미군의 엄중한 감시를 뚫고 제 헬기에 그런 공작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단 하나뿐입니다.”

“……크리스 대통령이 설마?”

“연방 정부는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를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아닙니다.”

“그럼 화폐 자본가들?”

“현재로서는 유력한 용의자들이긴 하죠.”

자세한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다 듣고 난 뒤 백철중은 입을 꾹 다물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서진은 차분히 그가 사색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뭔가 이상하군.”

“어떤 게 이상하다는 말씀이십니까?”

“화폐 자본가들은 이미 자네와 한 번 거하게 붙었다가 깨지지 않았나. 자네 때문에 큰 손해를 보았고, 당연히 속으로는 이를 갈고 있겠지. 이런 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용의 선상에 오를 이들 아닌가?”

“그들 짓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동기가 너무 확고하니, 오히려 다른 함정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는 이야기일세.”

한서진은 조용히 백철중을 주시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회장님.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그들의 범행이라는 것으로 결정이 난다면, 저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복을 해야 할까요?”

“그들의 범행으로 결정이 난다?”

눈치 빠른 백철중은 대번에 알아들었다.

“자네, 지금 누가 진범인지는 정작 관심이 없군?”

“그건 CIA가 열심히 조사를 해주겠지요. 제가 당장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아닙니다.”

“화폐 자본가들…… 이참에 그들을 완전히 짓밟아 놓을 셈인가?”

“훌륭한 명분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물론 대중에는 공개할 수 없는 성질의 명분이지만, 백악관과 미국 의회, 그리고 각국 수뇌부는 이해해줄 겁니다.”

“……허허, 어엿한 사업가가 다 됐구만.”

백철중은 기분 좋게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이런 면모가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했다.

“화폐 자본가들이 진범이든 아니든, 누군가 저를 공격한 세력이 있을 겁니다. 제 보복 조치는 진범들을 향한 분명한 경고가 될 겁니다. 그렇게 믿습니다.”

“암, 그래야지. 어차피 자네가 AU를 발행하고 있는 이상, 그들 가문과 양립하기는 글렀어. 언젠가는 집어삼켜야 할 무리였으니.”

한서진은 조소를 지었다. 백철중은 그 미소가 살짝 섬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든든하게 느껴졌다. 딸과 평생을 함께 할 청년이 단단한 어른이 되었다는 흐뭇함 덕분이었다.

페이 차일드는 CIA 신임 부국장을 찾아, 자신이 의심하고 있는 바를 의논했다.

그는 한서진의 대관을 맡고 있는 화이트 요원이었다. CIA 내부에서 한서진의 입장을 대변하는 외교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부국장과 그런 논의를 하는 게 가능했다.

예상했던 대로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부국장은 여명의 빛 작전에 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만 확인했을 따름이었다.

그는 ‘Overseas citizen’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서 기나긴 검토에 들어갔다. 한서진과 관련된 미국의 모든 움직임을 하나 빠짐없이 뒤졌다.

연방 정부의 정책, 의회의 연설, 해와 공작 파트의 전개, 스탠포드 등 학술회의 방향, 국내외 언론의 보도 가이드라인 등, 한서진과 관련된 미국의 모든 흔적을 남김없이 뒤졌다.

그러자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명의 빛의 존재를 알고 있는 덕분일까. 한서진의 행보와 관련된 미국의 크고 작은 움직임에 담긴, 유기적이고 유의미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에 걸친 검토 끝에, 그는 마침내 자료실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은퇴하여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는 전임 부국장, 로베르토를 찾아 나섰다.

“자네가 어쩐 일인가?”

로베르토는 페이 차일드의 방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떨떠름해하며 맞이했다. 정확히는 전 직장인 CIA에서 자신을 찾아올 줄 몰랐다는 눈치였다.

“혹시 한서진 박사가 당한 테러에 관해 들어보셨습니까?”

“테러? 사고가 아니라?”

“네, 테러입니다. 지금 CIA에서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 일을 파악하고 있는 중입니다.”

로베르토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것은 동요라기보다는, 그런 진실이 있었냐는 놀라움에 가까웠다.

“은퇴하신 몸이니 정확한 경위는 모르시겠군요.”

“난 테러 세력이 한서진 박사의 헬기에 뭔가 공작을 했다고만 알고 있었네.”

로베르토는 예상대로 자세한 정황을 알지 못했다. 언론이 보도한 대로만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여기 오기 전, 미스터 실바토르를 찾아갔었습니다. 그분은 여명의 빛, 즉 ‘한서진 매뉴얼’에 관해서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

“그분은 이번 테러가 매뉴얼 때문에 일어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매뉴얼의 최종 통제권자는 바로 당신, 로베르토 전임 부국장이지요.”

로베르토는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페이 차일드가 얼른 나서서 그를 부축했다.

그는 얼굴이 붉어진 채 당혹스러움을 금하지 못했다.

페이 차일드는 그의 태도를 보고, 자신이 희미하게 품고 있던 의심에 강한 확신을 느꼈다.

그는 범인이 아니다. 죄를 지은 자가 보일 반응이 아니었다.

다만 그는 무언가를 짐작하고 있다.

“허허…… 역시 실바토르의 말을 들을 것을…… 모든 게 내 패착이군…….”

“짐작 가는 바가 계십니까?”

로베르토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고 뺨을 감싼 채 몹시 괴로워했다. 페이 차일드는 그가 가슴의 고통과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놔두었다.

한참 후 그가 고개를 들었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숨길 수 없는 동요를 드러내고 있었다.

페이 차일드는 차분히 주시하다가 물었다.

“로베르토 부국장님…… 매뉴얼에 손을 대셨군요.”

여명의 빛. 본래라면 한서진이 명예시민이 되고 난 이후 활동을 멈췄어야 할 첩보 공작.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것은 은밀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매뉴얼의 내용을 수정한 겁니까?”

“수정하진 않았네. 여명의 빛은 실바토르가 몇 년에 걸쳐 혼신의 힘을 다해 구상한 계획, 내가 섣불리 손을 대면 와르르 무너져서 형편없는 쓰레기가 되고 말 걸세.”

“그럼요?”

“그가 은퇴한 후 나 역시 은퇴할 날이 멀지 않았지. 그때 나는 깊이 고민했네. 과연 여명의 빛을 정지시키는 게 진정으로 미국을 위한 길일까, 하고.”

“…….”

“만약 시간이 흐른 뒤 한서진 박사를 해치려는 자들이 등장한다면, 그건 아마 미국 밖에 남지 않을 거라 예상했네. 정확히는 미국 내의 반발 세력이지. 내부의 적이니만큼 더 뼈아픈 결과가 나올 테고, 난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네.”

“그래서…….”

“은퇴하기 전, 매뉴얼의 지속 권한을 다른 이에게 넘겼지.”

페이 차일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추궁했다.

“단지 유지 시한을 연장했을 뿐인 매뉴얼이 한서진 박사의 목숨을 노렸다는 말입니까?”

============================ 작품 후기 ============================

모든 것은 그가 미국을 한씨 왕조로 당당하게 수립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실탄프로덕션 메인 작가의 음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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