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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416화 (416/609)

00416  God weapon  =========================================================================

‘이럴 수가…….’

한서진은 가상의 광경, 불에 타오르며 붕괴하는 지구 표면을 보며 신음했다.

아카식 블레이드를 완전히 분석한 것은 아니다. 타르타로스의 성능으로도 아직 버거웠고, 갈 길이 멀었다.

이 시뮬레이션은 아카식 블레이드를 통해 채취한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다. 완전히 분석된 건 아니지만 시뮬레이션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작업은 가능했다.

그리고 지구 역시 에테르를 통해 채취한 데이터를 원형 그대로 적용했다.

데이터 자체가 틀리지 않았다면, 아카식 블레이드는 단 한 번의 힘의 방출로도 지구의 표면을 파괴할 수도 있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는 뜻이다.

‘대행성병기?’

한서진의 의식은 마른침을 삼키며, 손에 쥔 아카식 블레이드를 내려다보았다.

역시 신의 검이 틀림없는 것일까.

본래 모습을 상상하여 복원한 것이지만, 80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 크기에 이만한 힘이 담겨 있다니. 그저 놀랍다.

‘레노지안…….’

한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이 이룬 마법은 다른 의미에서는 인류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의 고등 과학이다. 그리고 아카식 블레이드 역시 그 고등 과학의 부산물이리라.

대체 레노지안의 수준이 어디까지 닿아 있기에, 이런 검에 이만한 힘이 담겨 있는가?

한서진은 알고 싶었다.

이 검에 담긴 힘의 진짜 크기를, 그리고 이 검이 레노지안에서 가지는 가치를.

만약 이 검이 레노지안에서는 크게 대단하지 않은 무기라면, 까마득한 차이에 절망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아니기를 빌었다.

도원패 정부는 대북 개발 사업을 매우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었다.

현재 정권 지지율은 신정권 프리미엄이 무색할 정도로 형편없을 만큼 낮은 편이었고,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보여야 했다.

대북 개발 사업은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한, 얼마 되지 않는 수단이었다. 운신의 폭이 좁은 도원패 정부로서는 선택지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형, 중형을 가리지 않고 국내 건설사들이 H팰리스 건설에 매달려 있는 만큼, 기간산업을 도맡아 해줄 건설사를 찾기 힘들어 초기에는 고생을 좀 했다.

그래서 도원패 정부는 외국 건설사에게 개발 사업을 맡겨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고 있었다.

정부가 맡은 부분은 크게 철로 및 도로 건설, 수도망 공급이 있었다. 신도시 건설을 하기에는 아직 인력면에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원패 정부는 각성하라! 나랏돈 퍼다가 외국 건설사 배불리기가 웬말이냐!”

“각성하라! 각성하라!”

“국민 혈세로 외국 건설사만 배불리는 대통령은 반성하라!”

광화문에서는 빈번하게 시위가 일어났다. 다만 도원패 정부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었다.

국내 건설 인력을 H그룹에서 싸그리 긁어간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해외 건설업체를 입찰시켰는데, 혈세를 외국에 퍼준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으니.

그래도 역사에 다시없을 초대형 건설사업이 벌어지고 있기에, 국내 경기는 이전보다 한결 나아진 편이었다.

다만 기업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에 비해, 서민 경제는 다소 나아진 것 외에는 변한 게 없었다.

H그룹이 주관하는 H팰리스 공사는 하위층 인부들에게까지 풍족한 임금이 돌아가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지만, 아무리 높게 쳐줘도 그 수가 20만은 넘지 않았다.

북한 개발은 공사참여층에는 풍족한 먹거리를 제공했지만, 그게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나가지는 않은 것이다.

“현재 북한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걸치고 있는 민간 종사자 수는 100만 명은 족히 넘을 겁니다. 물론 그들의 가족은 제외한 숫자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개발이 경제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면밀히 분석했다.

“H그룹을 통해서 북한 개발에 많은 돈이 풀리고 있지만, 그 돈이 사회 전체로 많이 흘러나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만 돈이 돌고 있는 거죠.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기에 경제가 그리 나아지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현재 국고에 3조 AU화가 잠을 자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북한 개발을 목적으로 한 자금이기에 그 외의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목적 한도에서 지출하면서도 얼마든지 국내 경기를 상향시킬 방향이 있습니다. 헌데 도원패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별로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임기 내내 의전만 즐기다가 퇴임을 할 생각일까요?”

“일본의 외교적 도발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일본이 잠시 조용해졌다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랬다간 두고두고 우습게 보일 겁니다. 진짜 이번 정부는 갈 길이 멉니다.”

최근 들어 일본의 외교적 도발은 잠잠해졌다. 외교부 관계인들은 일본의 변한 태도에 어리둥절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일본이 교과서나 위안부 문제 등으로 크게 시비를 걸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모두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일본 정계의 도발 결정에는 스토미 그룹이 배후로 있었다는 게 거의 확실합니다. 다른 재벌 기업들도 반쯤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적어도 반강제로 참여한 기업은 없는 듯합니다.”

H그룹 전략기획실은 일본의 도발 배경을 놓고 수집한 정보를 치밀하게 분석 중이었다.

“다만 스토미 그룹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많습니다. HAMC가 희토류 수출 금지 결정을 내리면 스토미 그룹이 가장 큰 타격을 입습니다. 첨단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니까요.”

HAMC는 일본에 희토류 수출 금지 결정을 내렸고, 그 덕분에 일본은 크게 휘청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외교부 관계자들은 HAMC 때문에 일본이 꼬리를 내렸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왜 그들이 이기지 못할 도발을 먼저 시작했는지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스토미 그룹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던 겁니다. 마치 그룹을 팔아넘겨서라도 한일 관계와 여론을 악화시켜야 하는 것처럼요.”

“…….”

어두운 회의실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백철중 회장 및 주요 임원들은 기획실장의 보고를 들으며 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정황을 보면 스토미 그룹은 보복을 맞을 것을 각오하고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지금 스토미 그룹은 일본 정재계에서 철저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정계에서 이참에 제대로 스토미 그룹을 손봐주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희토류 수출이 막히며 공장라인이 멈추자 주가는 끝도 없이 폭락했고, 걸려 있는 소송만 백여 건이 넘었다.

H그룹 임원들은 느끼고 있었다.

스토미 그룹은 곧 끝장난다. 다들 그 시기가 언제인지를 가늠하고 있을 뿐이다.

“꼭 누군가가 스토미 그룹을 도구로 쓴 것 같군.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려고 말이야.”

백철중 회장이 덤덤히 입을 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근데 왜? 한일관계를 악화시켜서 이득을 보는 게 누구지?”

“…….”

그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먼저 한국과 일본은 둘 다 아니다. 일본 정부는 우익층의 굳건한 지지를 얻긴 했지만, 희토류 수출 금지로 더 큰 손해를 안아야만 했으니.

“미국인가?”

“미국은 아닙니다. 국무부에서도 한일 관계 악화 때문에 매우 난감해 하는 눈치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게 낫지요. 아무리 중국이 무너졌다 해도 러시아가 건제하니까요.”

백철중은 조용히 월가를 떠올렸다.

한때 로스차일드, 록펠러, 모건 등 화폐자본가 가문은 AU화의 등장으로 큰 손해를 입을 처지에 처했다. 혹시 한일 관계 악화는 대중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그들의 조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자본가들이라 하나, 뻔히 보이는 수작에 스토미 그룹이 두 팔 벗고 나서게 만들 수가 있을까?

‘내가 유츠키 회장이라면 거절했을 거야.’

화약을 지고 불덩이 안으로 들어가라는데, 제정신이 박힌 경영자라면 당연히 거부할 것이다.

“스토미 그룹을 우리가 인수할 수는 없을까?”

“일본 내 반한 감정이 좋지 않아서…… 일본 정부에서 철저히 막을 겁니다. 아무리 스토미 그룹의 사정이 어려워졌다지만 70년이 넘은 전통의 알짜 제조업체입니다. 우리 H그룹에 넘기는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희토류 대일 수출 금지를 풀어주겠다고 한다면?”

“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H그룹이 스토미 그룹을 인수하고, 희토류를 수출해서 공장라인을 돌린다면 폭발적인 가치 상승이 일어날 게 뻔하니까요. 어차피 스토미 그룹을 노리는 세력은 많습니다. 아마 일본 내 다른 재벌, 혹은 미국 자본에 넘어가게 될 겁니다.”

백철중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다셨다.

스토미 그룹이라는 흔치 않은 맛있는 먹잇감이 시장에 나왔고, 인수하기에 충분한 돈도 있다. 하지만 인수 작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한 박사가 결심을 굳힌다면…….”

조심스러운 가정에 임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한 임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박사님이 직접 나서신다면야 인수 과정에 문제가 없겠지만……. 박사님이 손수 나서기에는 너무 작은 건수가 아닐까요? 박사님의 체면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끄응. 너무 잘 나간다는 게 이럴 땐 안 좋군.”

백철중은 미련을 보이며 혀를 찼다.

한서진에게 부탁하는 것은, 서울대 수학교수에게 1+1이 뭐냐고 물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학적인 의미에서 드높은 고찰이 아닌, 말 그대로 초등산수를 질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무리 예비 장인이라 해도 이런 작은 일로 사위를 번거롭게 할 수가 있을까.

‘안 그래도 요즘 BII 때문에 한창 바쁜 사람인데. 내가 돕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을 수는 없지.’

백철중은 아쉬운 마음을 접었다.

“스토미 그룹 인수는 일단 최대한 노력은 해보는 걸로 하지. 너무 지나치게 나서지는 말고.”

“예, 회장님.”

휴전선 부근 비무장지대에서는 지뢰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북한이 붕괴한 이상 휴전선은 이미 낡은 철조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원활한 교류와 이동을 위해서도 비무장지대의 지뢰는 모조리 제거해야만 했다.

군부대는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서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섰다. 크고 작은 금속탐지기를 들고, 지뢰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찾겠다는 기세로 수색 작업을 실시했다.

초기에 소규모로 이뤄졌던 지뢰 수색 작업이 대대적인 규모로 전환된 것도 벌써 몇 달이 넘었다.

그만큼 성과도 있었다. 천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지뢰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지뢰 수색 작업에서 사상자가 나왔다.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망한 이가 3명에 중상을 입고 불구가 된 이도 5명이나 되었다.

그래봐야 10명도 되지 않는 적은 숫자라, 군부는 쉬쉬하며 일을 덮었다.

군부는 수색기간 동안 천여 개가 넘는 공적을 널리 포장하며 홍보에 열중했다.

============================ 작품 후기 ============================

―네가 방산비리를 저지른 날, 온 세상의 예비역들이 너의 이름을 속삭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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