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414화 (414/609)

00414  발명은 언제나, 뜻하지 않게  =========================================================================

무수한 빛이 사방에서 쉴 새 없이 터진다. 그 영롱한 반짝거림은 하나하나가 방대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바로 타르타로스 2가 인지하는 세상의 정보를 시각화한 것이다.

한서진은 넋을 잃은 듯이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어마어마한 정보량이 눈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아니, 눈이라고 여긴 것은 착각이었다.

그의 두뇌와 타르타로스의 전자신경망을 이은 신경망을 통해, 그 모든 정보가 해일처럼 밀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정보를 뇌신경에 직접 ‘투하’하는 중이었다.

인간이라면 견딜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정보량, 다른 이 같았으면 쏟아지는 인풋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을 것이다. 심하면 두뇌가 마비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서진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 천문학적인 정보량을 하나하나 흘려 넘기기만 할 뿐, 어떤 괴로움이나 어지러움도 느끼지 않았다.

‘신기하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다. 본래라면 이렇게 평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정보량이 아니었으니까.

‘타르타로스, 이게 네가 바라보는 세상이구나.’

타르타로스 2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으며, 어떤 입력 센서도 갖추고 있지 않다. 남들 눈으로 보기에, 외부 연결이 전혀 안 된 오프라인 컴퓨터일 뿐이다.

하지만 애셜론 등 미국이 수많은 돈을 들여 만든 정보시스템을 뛰어넘는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다.

본체를 구성한 일만 개의 케르베로스 반도체는 에테르 에너지와 직접 감응을 일으킨다. 지구 전체를 감싸고 있는 에테르를 이용해, 마음만 먹으면 그 어떤 정보든 접근할 수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전원의 온/오프를 떠나 일체의 전자적 신호를 앉은 자리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한서진의 의식은 폭풍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중심에 떠 있었다.

타르타로스와 하나로 합치된 의식을 통해, 녀석이 접하는 세상이 여과 없이 의식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BII를 통해 타르타로스가 보고, 접하고, 느끼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무한한 프레임 너머를 관찰하고, 내려다볼 수 있었다.

마치 신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구름 위 높은 신전 위에서 세상 아래를 전부 굽어 내려다보는 느낌이 바로 이러할까.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짜릿함에 한서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것이…….’

타르타로스가 바라보는 세상이었다.

테스트가 끝나고, 한서진은 현실로 되돌아왔다.

쥐 죽은 듯한 침묵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BII 접속을 끊었지만, 그는 아직도 멍한 눈으로 허공을 주시했다.

“저어, 박사님. 괜찮으신지?”

“아, 네.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서진이 정신을 차리고 괜찮다고 했지만, 연구원들은 쉬이 안심하지 못했다.

“박사님 상태가 조금 이상한대요. 혹시 의식 동기화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던 것은 아닙니까?”

“바이탈 수치는 지극히 정상인데요. 신체적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만.”

“저번 1차 테스트하고는 박사님의 반응이 전혀 달라요. 신경 명령 기능 추가가 저번에는 없던 과부하를 일으킨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상용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연구원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걱정을 드러내자 한서진은 강하게 손을 저으며 부정했다.

“아무 문제없습니다. 너무 새로운 경험이라서 잠시 멍해 있던 것뿐이에요.”

“너무 새로운 경험이요?”

연구원들이 물음표를 띄운 채 반문하자 한서진은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이거 진짜 대박입니다. 아주 잘 팔릴 것 같아요.”

―한서진 박사, “진짜 대박, 세계 시장 싹쓸이 할 듯.”

―앞으로 세상은 BII가 만드는 가상현실이 지배한다!

―SJ엔터테인먼트, BII에 투입할 컨텐츠 무차별 확보 실시! 헐리우드와 게임계의 큰 손이 되다.

한서진의 얼굴이 헤드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BII의 실용화가 눈앞에 닥쳐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증권가는 또 다시 파동을 쳤다. 전문가들은 BII가 만들어낼 세상의 변화가 어떨지 예측하는 기고문을 쥐어짜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글을 통한 간접 가상현실 체험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었지만, 해상도 등에서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뇌파 입출력을 통해, 모든 외부 자극을 두뇌에 직접 전달하는 BII 방식은 진정한 가상현실을 재현할 수 있었다.

―패러다임이 바뀌려 한다. 아니, 이미 바뀌고 있다.

―앞으로 5년, 아니 3년 후에는 그전까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당연시 될 것.

BII가 가져올 세상의 변화를 놓고 온갖 상상들이 쏟아졌다.

―완벽한 VR 게임 환경이 출시된다면 기존의 비디오, PC 게임 은 모두 그쪽으로 이동할 거다. 최종적으로는 VR과 모바일 형태만 남게 될 거다.

―앞으로 여행이나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것도 안방에서 편안히 체험할 수 있겠네. 체험자가 느끼는 경험은 완전히 똑같은데 비용도 거의 안 들고 시간도 절약하고. 진짜 돈 쓰고 시간 써서 멀리 여행 갈 필요가 없겠다.

―익스트림 스포츠 그 이상의 경험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겠지. 맨몸으로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한다던가, 우주를 비행한다던가.

―재벌이나 황제가 된 기분을 느껴볼 수도 있겠다. 그쪽 관련 컨텐츠도 분명히 나올 거야. 현실이 시궁창이니 가상현실 속에서만이라도 시원하게 갑질 좀 해보고 싶다.

―성인 컨텐츠, 분명히 나오겠지? 우리 같은 모태 솔로들을 위한?

이처럼 사회 곳곳에는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흥분, 설렘이 넘쳐났다.

반면, 미래의 변모가 가져다줄 어두운 면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숫자는, 두근거리며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게임이 VR 방식과 모바일 형태만 남는다는 건 결국 VR 게임이 독점을 이루고, 모바일 게임은 VR을 이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만 보조적으로 수요가 있다는 뜻이잖아? 그럼 게임 개발자들은 다 굶어죽거나 아니면 SJ엔터테인먼트에 착취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겠네…….

―여행이나 익스트림 스포츠를 안방에서 즐긴다고? 그럼 관광 수입하고 스포츠 관련 종사자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 다 굶어죽는 거 아니냐?

―성인 컨텐츠 나와서 매일 밤 가상의 애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아무도 연애나 결혼 안 하려고 하겠네. 안 그래도 출산율 떨어지고 있어서 나라 전체가 위태위태한데…….

―BII가 세상을 크게 바꿔놓을 것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SJ엔터테인먼트가 세상의 부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한서진 박사는 이미 사실상 기축화폐까지 지배하는 인물인데…….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결코 적지 않았다. 아니, 흥분 분위기에 가려져 있어 눈에 덜 띌 뿐, 그 움직임의 크기는 변화를 긍정하는 쪽을 오히려 능가했다.

“자네는 정말 세상에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군.”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백철중이 감탄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한서진은 물컵을 내려놓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BII 때문에 그러시는군요.”

“암, 우리 그룹도 엄청난 영향을 받게 생겼어. 그룹의 전체 사업을 전면적으로 개폐해야 할 상황일세.”

“고민이 많으시겠습니다.”

“너무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자네 약혼녀 친부인데.”

“회장님 기업이야 조금 손해를 보시겠지만 하나는 그 반대잖습니까.”

“허허, 그건 그렇지.”

한서진을 바라보는 백철중의 눈빛에는 우려와 대견함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지금 정지원 사장이 SJ엔터테인먼트를 맡고 있지? 어느 선까지 BII를 시중에 풀어놓을 것 같은가? 귀띔이라도 해줄 수 없나?”

“일단 당분간은 문화산업에 한정해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최소한 5년, 길면 10년 이상이 될 수도 있지요.”

길어야 5년 안에 세상이 BII를 맞이하여 대격변을 일으킬 거라는 세간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백철중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이 변화에 적응하고 대비할 시간은 주겠다는 거구만.”

“그게 도리겠죠. 그리고 애초에 제가 연구 활동에 쓰려고 개발한 인터페이스니까요. 그걸 정 사장님이 낚아채서 사업 아이템으로 내놓은 거고요.”

“문화산업에만 한정한다 해도 엄청난 풍파를 일으키겠어.”

게임, 스포츠 등 문화산업 여가 컨텐츠에만 활용한다 해도 세상이 받아들일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여기에 문화 컨텐츠가 아닌 근무 환경, 실생활 등 사회 전반적인 요소에까지 모두 적용한다면? 말 그대로 SJ엔터테인먼트는 무소불위의 제왕이 된다.

사회가 감당 불가능할 만큼 대량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것이고, 변화의 풍파 속에서 온 지구가 허덕이게 될 것이다.

지구 전체가 한서진 제국으로 통폐합될 것이라는 주장은 인터넷의 음모론이 아닌 미래 예측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저 역시 그런 급격한 미래는 바라지 않아서요. 사회의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좋은 것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결국 언젠가는 나올 게 지금 나온 것뿐이니까. 세상이 망할 거라고 떠드는 이들에게 그 말을 들려주고 싶군.”

“괜찮습니다. 어차피 블랙리스트에 다 적힙니다.”

백철중은 흠칫 놀랐다가 헛기침을 하고는 물었다.

“나도 소문을 듣긴 했네. 자네를 비방하는 사람들을 자동적으로 수집해서 명단과 개인정보를 정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그게 사실인가?”

“네, 사실입니다.”

“……자네, 은근 무섭구만. 하지만 그 점이 더 마음에 드네. 역시 사업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독기가 있어야…….”

“그거 제 여동생이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어준 건데요.”

“…….”

“그리고 하나도 같이 쓰고 있습니다. 그 둘이 친한 거 회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크흠! 크흠!”

백철중은 크게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괜히 맞장구를 친다고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셈이다.

“아무튼 당분간은 문화산업 쪽에만 치중하겠다는 거지? 그 외 산업에는 적용하지 않고?”

“네, 실은 미 공군에서 훈련에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거절했습니다. 한 번 그런 것에 적용하게 되면 결국 민간 항공편에도 적용하게 될 테고, 민간 여객기 조종사들 다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테죠. 그게 선박이나 다른 운송업에도 퍼질 거고, 흐름은 계속 가속화될 겁니다. 그래서 애초에 차단을 해놓으려고요.”

“미 공군 요청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아뇨, 별로 어렵진 않았는데요.”

“…….”

백철중은 한서진이 미국에서 가지는 위상을 잠시 생각하고는 작게 자책했다.

“아무튼 그 정도면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겠어.”

“최대 10년이라고 했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세상이 적응할 시간은 줘야죠. 저라도 통제 안 하면 SJ엔터테인먼트가 얼마나 많은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SJ엔터테인먼트가 제일 먼저 착수한다는 프로젝트가 뭔지 아나? 무슨 게임이라고 들은 것 같던데.”

“예,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한서진은 얼마 전 보았던 보고서 내용을 떠올리고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함대 대전게임이라고 하던데요.”

============================ 작품 후기 ============================

이브 온라인이 현실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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