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0 발명은 언제나, 뜻하지 않게 =========================================================================
아카식 블레이드가 태평양을 건너오는 동안, 한서진은 오리할콘 뼈 연구 및 새 인터페이스 장치 개발을 병행하고 있었다. 뇌파 방식의 전용 인터페이스가 완성되면, 타르타로스 시리즈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이 아닌 뇌파로 직접 다룬다면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의 효율 증대가 있을 테니, 오리할콘 뼈와 아카식 블레이드 연구에도 순기능 역할을 해줄 것이다.
뇌파 입출력 메커니즘에는 이미 10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한서진은 그들을 한국으로 불러 모아 프로젝트 팀을 꾸리고, 개발 속도에 더욱 가속을 붙였다.
타르타로스 2의 스캐닝 성능은 경이적이었다.
에테르로 인체를 스캔해서,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읽어들인 것이다.
그렇게 전산화 데이터로 변한 화학 반응은,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해독이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었다. 마치 인간이 게놈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것처럼.
그러나 타르타로스 2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다.
어마어마한 연산 능력을 통해, 의미 불명의 전산 데이터를 모조리 해독해버린 것이다. T&E와 딥 러닝, 그 밖의 다양한 연산 알고리즘을 통한 데이터 해석 방식은 차라리 ‘예언’에 가까웠고, 공동연구를 위해 모인 전문가들은 혀를 내둘렀다.
어떤 이들은 허탈해하기도 했다.
“우리가 10년, 20년을 해도 안 되던 게 에테르 컴퓨터 하나로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다니…….”
“Z7도 이 정도 성능까지는 아닌데, 대체 박사님의 개인 수퍼컴퓨터는 어느 정도 성능입니까?”
“Z7을 한 일만 대쯤 병렬 연결해서 쓰고 계신 게 아닐까요? 박사님이라면 그러시고도 남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뇌파 입출력 인터페이스의 프로토타입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사전에 타르타로스 1과 2의 교차 검증을 통한 안정성은 ‘문제없음’으로 나왔다. 한서진은 자신만만하게 시제품 검증에 들어갔다.
“제가 먼저 해보죠.”
“네? 그건 위험합니다, 박사님.”
“맞습니다. 잘못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라도 일어나면 인류로서는 큰 손실입니다.”
“박사님의 두뇌는 이미 박사님 개인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참아주시죠.”
기겁을 한 연구원들이 뜯어 말렸지만 한서진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니 더욱 더 제가 먼저 해야죠. 위험할지도 모르는 걸 남에게 맡길 수야 없지 않습니까.”
“박사님! 제발 참아 주시죠!”
“괜찮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보면 그렇게 위험할 정도의 부작용은 없을 겁니다.”
결국 한서진이 시제품 최초 테스트에 나서게 되었다.
이번 뇌파 입출력 인터페이스는 큰 기밀을 요하지 않는 프로젝트였다. 인터페이스 개발이 그 활용 자체보다는, 타르타로스 시리즈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언론도 뇌파 입출력 장치, BII(Brain wave input-output interface)의 개발 과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시제품 테스트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한 기자들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몰려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시제품 테스트에 참관인으로 참석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연구소에서는 언론인의 참관을 칼같이 거절하고, 비공개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건 마치 자전거 헬멧 같군요.”
한서진은 머리에 쓰는 헬멧을 쥐어들고 농담처럼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얼핏 보기에는 마치 자전거 선수들이 쓰는 헬멧처럼 생겼다.
표면은 금속 재질로 되어 있고, 뒷부분에 굵은 관이 길게 뻗어 나와 통제장치에 연결되어 있었다.
“고정하겠습니다.”
한서진이 비스듬한 침대에 눕자, 보조 연구원들이 나서서 그의 몸을 고정시켰다. 혹시라도 생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팔은 고정하지 않았다.
인터페이스 헬멧은 눈 보호대가 달려있지 않아서, 눈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였다.
“작동하겠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많은 연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조 연구원이 장치를 가동시켰다.
그 순간 눈앞의 풍경이 뒤집히며, 시야가 암전했다.
새카만 어둠, 마치 꿈속에 끌려 들어온 기분이다. 몸을 옭아맨 구속장치의 압박감과, 구속침대에 고정돼 있는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오로지 시각과 청각만이 다른 세상의 것을 갖다 붙인 것 같았다.
새카만 어둠이 환한 빛으로 물들며, 늘씬한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디서 봤다 싶었더니, 요즘 한창 핫하다는 여자 아나운서였다.
―안녕하십니까, 한서진 박사님. 저는 BII의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돕는 임무를 맡은 인공지능 아바타입니다. 이름 따위는 없으니 대충 편하신 대로 불러 주십시오.
이거 누가 프로그래밍했지?
―BII의 주력 설계자이신 박사님께서 잘 아시겠지만, BII는 뇌의 시각과 청각 신경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입니다. 두뇌를 속여 시신경과 청신경의 신호를 대신 보내고, 손에 달린 센서의 움직임을 감지해 원하는 명령을 입력합니다. 제 생각엔 이럴 바에는 기존 키보드 버튼 방식이 더 빠를 것 같긴 한데, 뭐 차차 나아지겠죠.
이래서 외주를 주는 게 아닌데…….
―아무튼 환영합니다. Virtual reality의 세계에 어서 오세요.
테스트가 끝났다.
한서진은 말없이 인터페이스 헬멧을 벗었고, 보조 연구원이 얼른 가서 구속장치를 풀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한서진은 말없이 두 손에 쥔 헬멧을 내려다봤다.
“…….”
“…….”
안전유리 밖에 모인 연구원들이 궁금증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나같이 기대에 찬, 대답을 기다리는 표정이다.
한서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시청각 기능은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우와!”
우렁찬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연구원들은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이게 울 정도로 감동적인 일이야?
“물론 시제품인 만큼 아직 개량해야 할 점은 많습니다. 먼저 시청각 반응 외에 다른 신경입력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면서도 뇌에서 내려오는 자율명령을 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또 손에 부착된 센서 감지 방식이 아니라 생각 그 자체로 입출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안내보조 인공지능도 필히!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보입니다.”
한서진은 열심히 연설을 늘어놨지만, 불행하게도 이미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기자들은 시제품 테스트 현장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연구소 대기실에서부터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대기실뿐만 아니라 복도까지 공간을 차지했다.
테스트가 성공적이었다는 말은 들은 그들은 벌떼처럼 일어나서 달려갔다. 참관은 못했지만, 취재라도 따야 할 것 아닌가!
한서진의 손에서 또 한 번 세기를 뒤흔들 대발명이 나왔다. 어서 그 계시를 세상에 널리 알려야 했다.
“BII 시제품 테스트가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에 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시 프로젝트팀을 꾸린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BII 시제품이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요? 역시 한서진 박사님의 섹시한 두뇌 덕분입니까?”
“향후 BII는 어느 분야에 가장 먼저 적용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일각에서는 게이머들이 기존 VR콘솔을 뛰어넘는,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한 가상현실 게임 시대가 열릴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에 관해서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성인 컨텐츠 도입에 관해서는 계획이 있습니까?”
한서진은 먼발치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시달리는 대변인을 슬쩍 바라봤다.
역시 대변인을 두길 잘했다.
“사실 당장 급한 건 의미 있는 사고 명령을 구분해서 인터페이스에 입력하는 겁니다. 무턱대고 입력 포트를 적용했다가는 의식, 무의식을 가리지 않고 뇌가 생각하는 모든 게 즉흥적으로 입력될 테니까요. 아무 의미 없는 명령어의 홍수가 쏟아지는 거죠.”
「그래서, 적용할 거냐?」
“청각 신경 입력은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될 수준입니다. 시각은 청각에 비해서는 아직 시각이 두뇌가 느끼는 미세한 이질감이 있지만,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할 정도고요. 다만 장시간 사용할 경우 약간의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 문제 개선이 필요합니다.”
「할 거지?」
“…….”
「해야지, 안 그래?」
“……정 사장님. 이건 타르타로스 제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개발한 인터페이스입니다.”
「개발 목적이 무슨 상관이야. 응용할 수 있는 분야에는 다 적용하는 거지. 심지어 시장도 크고 돈도 된다면 당연히 그래야지. 안 그래?」
한서진은 잠시 이마를 짚었다.
이 사람, 이번 따라 왜 이렇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좀…….”
「그걸 VR게임에 도입하면 대박이다. 겸사겸사 성인 컨텐츠도 좀 섞으면 100% 시장 독점 가능하다.」
“이건 게임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기로도 쓸 수 있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어.」
“저도 굳이 싫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지금 연구해야 할 테마가 산더미인데요.”
「넌 안 해도 돼. 그냥 데이터 제공만 하면 돼. 그럼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야. 정 뭣 하면 내가 책임지고 추진해볼게. 어때?」
“…….”
「물론 돈은 지금도 넘치지. 하지만 이건 시대를 선도할 위대한 기술이다. 전 세계 게이머들의 지지를 한곳에 결집시킬 수도 있는 기회야.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할 것 같아?」
정지원은 목소리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이어 나가며 설득을 계속했다.
「생각해 봐. 이건 문화를 지배할 수 있는 아이템이야.」
“문화…….”
「문화가 지닌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도 알잖아? 물론 지금도 가진 게 많지만, 더 가진다고 해서 나쁠 게 뭐가 있어?」
“…….”
「할 거지?」
벌써 며칠째더라. 사흘째였나.
BII 시제품 테스트가 성공적이라는 소식을 접한 이후 정지원은 득달같이 전화해서 VR게임을 주도하자고 졸라댔다. 문화적인 분야에 이름을 각인할 좋은 기회라나?
한서진은 크게 반도체, 수퍼컴퓨터, 의료, 희토류, 기축화폐 등에 발을 걸치고 있지만, 문화나 에너지 등 아직 손을 뻗지 못한 분야도 있었다.
「그냥 10억 AU 정도 내놓고 승인만 해주면 돼. 아니아니, 그냥 승인만 내줘도 돼. SJ인더스트리에서 자회사 하나 만들어서 진행하면 되니까. 넌 신경 쓸 거 전혀 없다.」
“음……. 그럼 한 번 해보죠. 대신 저는 크게 신경 못 씁니다.”
「당연하지. 우리 한서진 박사님께서는 대우주 법칙을 규명하시는데 힘을 쓰셔야지, 이런 자질구레한 실무까지 일일이 관리하셔야 쓰나.」
결국 한서진은 정지원의 설득에 못 이겨 전격적으로 승인해주었다.
한편으로는 기대가 조금 되기도 했다. BII는 타르타로스 시리즈를 더 잘 다루기 위한 새 인터페이스일 뿐이다.
정지원은 이걸 어떻게 꾸며서 세상에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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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완전히.... 하~~
정말...... 완전히....하~~
가슴이 후덜덜....
하게 꾸며서 내놓겠죠. 아재아재하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