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399화 (399/609)

00399  골드 화폐  =========================================================================

황금 소행성이 아직 지구에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AU화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 나갔다.

AU화의 지위를 놓고 미국의 국론은 두 개로 분리된 채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연준위 등 화폐 자본가들은 대통령과 힘을 합쳐 AU화의 시장 잠식에 대항했고, SJ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뭉친 비화폐 자본가들은 첨예한 로비를 통해 맞서 싸웠다.

W마트를 통해 AU화는 조금씩이지만 일반 개인층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달러 대비 환율이 매일 변하기에 번거로운 점이 있지만, W마트에서 현금처럼 쓴다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 때문에, 비단 W마트가 아닌 다른 개인 간 거래에서도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제 세계를 공략할 차례다.”

테스트는 끝났다.

슈론 회장은 미국에서 거둔 성공적인 AU화 정착으로 자신감을 얻고, 곧장 전 세계 W마트에 AU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 그저 열쇠를 꽂고 돌리기만 하면 전 세계에서 일제히 결제 시스템이 가동할 수 있었다.

도원패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일본은 최근 빚어진 외교 갈등에 관해서, 한국의 어떤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 반한 기세는 더욱 심해졌고, 일본 정치인들은 어깨가 기세등등해졌다.

모두가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본 재계는 생각 이상으로 달아오른 양국의 사정에 심각한 우려를 보였다.

도쿄, 코지마히데 호텔.

재계 고위 인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6성급 호텔 제1컨퍼런스 룸에는 날카로운 분위기만 감돌고 있었다. 호화로운 요리가 눈앞에 차려려 있지만, 어느 누구도 손 한 번 대지 않았다.

“한국의 반일 감정이 너무 심해지고 있어요. 대일 무역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나치게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론을 결집시키겠다는 정치권의 의도는 좋지만, 이러다가는 우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습니다. 한국에는 엄연히 한서진이 살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H그룹의 움직임이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만약 희토류 공급이 중단되면 첨단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HAMC가 수출을 중단하려고 할까요? HAMC는 엄밀히 말해 러시아 기업 아닙니까?”

우주 희토류 산업을 총괄하는 HAMC는 한서진의 개인 기업이지만 동시에 러시아 법인이기도 하다. 희토류 소모량이 큰 미츠비시 기업 사장은 그런 희망을 나타냈지만, 다른 반론에 의해 여지없이 깨졌다.

“H그룹 회장 백철중이 한서진의 예비 장인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그놈은 뼛속까지 한국놈이에요. 과거 세계 시장 진출 과정에서 우리 일본 기업들에 당한 것도 많고, 적지않은 원한이 있을 겁니다.”

“스토미에서는 특별히 알고 있는 정보가 없습니까?”

좌중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첨단제조기업으로 매출 1, 2위를 다투는 스토미 그룹은 오늘 이 회의의 통솔자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한일 갈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처지에 놓여 있는, 잃을 게 너무 많은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유츠키 회장의 아들이자 사장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한 히데오는 침착히 입을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단순히 국론을 통합하고,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외교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베이 총리 내각은 지금 일본의 미래를 놓고 큰 결단을 고민 중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위상은 과거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습니다. 우리 일본이 미국의 태평양 서부최종방어선으로서 한국보다 우월한 동맹국 입장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 사라졌고요.”

“…….”

“우리 일본은 경제적, 과학적,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으로서도 이제 한국보다 내세울 게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영원한 아킬레스건이던 북한도 사라졌고요.”

히데오는 차분히 동북아시아의 상황을 짚어 나가면서, 일본 정부의 선택이 1차원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했다.

“한국에 영원히 잡아먹히기 전에, 우리 일본은 이제 최후의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물론 도박에 가까운 한 수입니다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경제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한국에 먹히고 말 겁니다.”

“그게 한국을 자극하는 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반론이 나오자 히데오 사장은 그쪽을 주시했다. 에이치자동차의 다카다 사장이었다.

“한서진이 승승장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미국의 배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결국 미국이 선택지를 바꾸면 한국에도 영향이 미칩니다.”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한서진 박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할 명분도, 손익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포기할 순 있겠죠. 한서진 박사 역시 마찬가집니다.”

“…….”

“아예 저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일본에 필요한 건 약간의 외교적 우세 입장, 그거 하나면 됩니다. 충분히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베이 총리도 그걸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고민에 휩싸인 재벌 인사들을 주시하며, 히데오 사장은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같으니.’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달러발행권을 쥔 화폐 자본가들.

그들은 AU화가 걸어온 전면전에 맞서서 모든 힘을 다해 대항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스토미 그룹은 일본을 움직여 적의 배후를 치는 임무를 맡았다.

이베이 총리가 일으키는 외교적 갈등은 바로 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이었다.

‘모든 전선에서 혼선을 일으켜야 한다. 전쟁을 수행하는 게 귀찮을 만큼 피로가 누적되도록.’

한서진이 미국과 한국에서 피곤한 일을 많이 겪을수록, 일본이 운신할 폭이 넓어진다.

한일 역사적 갈등에 관해서는 일본 정부와 국민이 책임지면 그만, 재계가 해야 할 일은 그 쓰나미 속에서 일본 기업들을 무사히 건져 올리는 것이다.

장기전으로 돌입할수록 피로가 누적되고, 유리한 조건에 강화를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일 갈등으로 인한 손해를 부담하게 될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 국민들, 일본의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그 소나기 밖에 세워둔다.

한서진과 미 화폐 자본가들의 다툼 속에 끼어든 와중에, 스토미그룹이 그린 대계였다.

크리스 정권은 본격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유권기관의 엄격한 해석을 통해, AU화는 결코 화폐처럼 인정할 수도,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바람에 시장에서 AU화의 기세가 약간 주춤하긴 했으나, W마트와 SJ인더스트리는 눈 하나 꿈쩍 않고 대응했다.

―마트 전용 특별 상품권으로 사용하는 것이 뭐가 문제될 수 있는가. 어차피 모든 사용 내역은 엄격하게 기록되고 있다.

―대금 거래를 AU 채권으로 이행했다 해서 해당 내역이 누락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계 결산 전에 달러로 환산해서 1센트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하고 있다.

로스차일드 계열 은행들은 백악관의 행보에 발을 맞춰 움직이며, 시중의 다른 은행과 카드사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W마트에서 손쉽게 카드로 AU화를 결제할 수 있도록 제휴를 맺은 은행과 카드사를 타겟으로 삼고, 막대한 자금 등을 동원해서 강한 압박을 펼쳤다.

연방은행, 통화감독청, 연방예금보호공사는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연방 증권거래위원회는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AU화의 매입 및 유통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는지 엄격하게 확인했다.

소위 말하는, 괴롭히는 게 목적인 타겟 조사였다.

투자 목적으로 AU화를 매입한 보험회사 역시 각 주의 감독에 등쌀이 남아나질 않았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10여 개 주만 AU화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연방정부가 작정하고 나서서 제재를 취하는 상황, 승산은 서서히 기울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작은 반전이 일어났다.

―월가의 도덕적 해이! 도를 넘어.

―모건은행, 1조 3,000억 불 규모의 손실을 감추고 있던 것으로 밝혀져.

―소액 투자자들이 돈을 날리고 울 때, 투자사 경영진은 성과금 대잔치 벌이며 웃다.

일부 대형 은행 및 투자회사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추고 있던 게 드러났다. 분식 회계로 손실을 감춘 것도 용서가 안 될 판에, 경영진은 투자자들의 돈으로 성과금 잔치를 벌였다.

중요한 증거자료와 함께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사회는 커다란 분노에 휩싸였다.

소동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갖가지 파생상품가 빚어낸 부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행태, 그리고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는 일반 고객의 예금 및 투자금이 미국 사회에 분노의 기름을 끼얹었다.

여기에 연방은행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지원금을 부실한 조건으로 지원했다는 게 드러났고, 지원 대상 은행 및 투자회사들이 로스차일드와 모건 계열이라는 게 알려졌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서 행진했다.

“자기들끼리 해처먹기 바쁜 월가 놈들을 끌어내라!”

“대통령은 뭘 하고 있는가! 저런 놈들을 처벌하지 않고!”

“대통령도 월가 출신, 결국 한 편이다! 자기들끼리 잘 해처먹기 위해 월가쟁이를 대통령으로 만든 거다!”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

AU vs dollar였던 대립 구도가 정의 vs 불의로 변했다.

이 와중에 달러를 찍어내는 연방은행이 사기업이라는 게 널리 퍼졌고,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달러를 찍어낼 때마다 이자를 줘야 한다고? 그 이자도 다시 달러를 찍어내서 충당하고? 그럼 끝이 없는 거잖아?”

“그럼 우리 미국 시민들은 끝나지 않는 빚에 시달려야 하는 거네?”

“왜 미국 돈을 찍어내는데 금융쟁이들이 중간에 껴서 이득을 취하는 거냐?”

“유대인들을 쫓아내자!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시위의 행렬이 끝나지 않았다.

FBI는 즉각 해당 금융 기관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고발, 고소 자료가 산더미처럼 들어왔기에 마냥 손을 놓을 수만도 없었다.

로스차일드와 관련이 깊은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대체 이런 자세한 재무 자료가 어디서 나온 겁니까? 내부에 배반자가 있는 게 분명해요!”

“15년 전 자료까지 전부 있어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도대체 누가 배신자야!”

FBI에 날아든 자료, 그리고 CNN 등 메이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료들은 섬뜩할 정도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고위 관계자가 작정하고 흘렸다고 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한 가지 짐작되는 게 있긴 합니다.”

“뭡니까?”

“한국의 TF팀입니다. 한서진 박사 휘하 기관으로, 한국의 모든 예산과 재정 흐름을 감시해서 비리를 잡아내는 민간 기관입니다. 그 조사 능력이 무척 탁월하다고 들었습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TF팀 때문에 이미 해체된 재벌 기업만 열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단 1원의 예산 누수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고 합니다.”

대책 마련을 위해 모인 은행 및 투자회사 고위 관계자들은 저마다 입을 다물었다.

============================ 작품 후기 ============================

너만 보인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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