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357화 (357/609)

00357  추락하는 것은 환경오염이 없다?  =========================================================================

한서진은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과 직인이 담긴 문서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최신형 미그 전투기를 타고 날아온 러시아 공식 문서에는, 우주 광물 수거 연구의 모든 권리가 한서진에게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차피 상관없지만.’

우주 개발의 핵심은 순수한 원석 상태로 존재하는 희토류 금속 파편들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타르타로스 2와 EWR, 둘 모두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역할은 EWR을 궤도에 올리고, 운석 궤도 계산 알고리즘을 제공한 것에서 끝난거나 마찬가지다.

한서진이 독하게 마음만 먹으면 러시아를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위성에 탑재된 EWR을 통제할 수 있는 건 타르타로스 2뿐이므로.

만약 러시아가 위성을 자폭시켜서 EWR을 없애버리면? 한서진은 미국과 손을 잡고 다시 궤도에 올리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 광물 수거의 모든 실익을 한서진에게 넘긴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대신 러시아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명분과 그의 호의를 얻었으니.

“그게 미그 전투기 타고 배달됐다는 러시아 정부 문서예요?”

옆에서 송하나가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작성된, 겉보기에는 별 거 아닌 서류지만 그녀에게도 신기했던 모양이다.

“이거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던데. 기네스북에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에이, 이런 게 무슨 기네스북감이야.”

“산지에서 최신 전투기 타고 직송된 우편물이잖아요. 기념할 만하죠.”

한서진은 피식거리며 대통령 문서를 다시 서랍에 집어 넣고 잠금 장치를 닫았다.

송하나는 웅웅거리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보란 듯이 흔들어 보였다.

“어제부터 서나 언니 전화 때문에 제 폰에 불이 날 지경이에요.”

“안 받아도 돼?”

“두 번이나 대답했는데 자꾸 재촉하셔서. 저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일단 피하고 있어요.”

“희토류 금속 때문인가 보네.”

“그렇죠.”

전자 등 첨단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진성그룹에 있어 우주 희토류 금속은 놓칠 수 없는 카드였다.

그렇지 않아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분열과 혁명으로 생산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면서, 희토류 금속 확보를 놓고 각국 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아직은 나름대로 희토류가 시장에 공급되고 있지만, 중국의 사정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 희토류 반입의 성공을 떡하니 증명했으니, 진성그룹이 애간장 타는 게 당연했다.

한서진은 농담처럼 말했다.

“역시 우주산이 좋긴 좋아. 그렇지?”

“아빠도 진짜 궁금해하시는데, 살짝 귀띔해주시면 안 돼요? 획득 계획이라든가, 물량 배분이라든가 하는 거요.”

“회장님은 그냥 나한테 직접 전화하시면 될 걸, 왜 하나 너를 번거롭게 하시지.”

“아빠도 요즘 슬슬 오빠가 어려운가 봐요.”

“빨리 결혼이라도 해야지 이거 안 되겠네.”

한서진은 피식거리며 깍지 낀 손을 뒷머리에 댔다. 그리고 등을 의자에 깊이 묻었다.

“아무래도 회사 하나 또 세워야겠지? 근데 누구한테 경영을 맡겨야 할지 모르겠네.”

시베리아.

넓고 황량한 벌판 어느 한 곳에는 크고 작은 구덩이가 다발적으로 패여 있었다. 곳곳에는 뜨거운 마찰열로 인한 김이 아직까지 모락모락 솟아 올랐다.

10여 대의 트럭과 장갑차들이 근처에 달려와 정차했고, 하차한 군인들이 흩어지며 수색에 나섰다. 방호복을 입은 전원이 금속 탐지기를 들고 있었다.

사실 탐지기가 특별히 필요한 건 아니었다. 크레이터는 사방에 널려 있었고, 그들이 찾는 물체는 아직까지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금속 파편은 원형을 거의 유지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충돌 시의 충격으로 쪼개져 있었다. 군인들은 갈고리처럼 생긴 장비를 이용해 흙째로 펀 뒤, 간단하게 흙을 털어내고 트럭에 실었다.

두어 시간에 걸친 희토류 운석 수거 작업이 모두 끝나고, 책임자가 작업 결과를 확인했다.

“프라세오디뮴 60kg, 스칸듐 55kg, 사마륨 72kg, 네오디늄 20kg, 가돌리늄 12kg, 란타넘 53kg, 도합 272kg을 확보했습니다!”

“좋아, 다음 예정 시간은 언제지?”

“2시간 20분 남았습니다.”

예정 시간은 현재 좌표로 희토류 운석들이 떨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규정성 수거팀은 2시간 전에는 무조건 철수하게 되어 있었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다음 좌표로 이동한다. 모두 탑승해라.”

“예!”

러시아 군인들은 일제히 복창하고는, 장갑차와 트럭에 올랐다.

그들이 다음 수거 지역을 떠나고 약 2시간이 지나자 하늘에서 붉은 꼬리를 매단 운석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희토류 운석들은 방금 그들이 수거를 마친 좌표에, 마치 표적을 삼은 듯이 정확하게 떨어져 내렸다.

현재 시베리아 곳곳에서 쉬지 않고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총 60개 팀이 교대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약 20톤의 희토류 운석을 수집 중입니다. 대기 마찰로 소실된 부분도 있지만 이만하면 무척 높은 효율입니다.”

베데프 총리 앞에 선 책임자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보고했다. 총리는 보고서를 간략히 훑어보고는 끄덕였다.

“현재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이 얼마지?”

“예상 생산량이 9만 톤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 생산량이 15만 톤입니다.”

중국은 여러 지역으로 사실상 분열되어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를 잃은 지금, 희토류 최대 생산국이라는 타이틀만은 필사적으로 사수하려 발버둥치는 중이었다.

그러나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어, 작년까지만 해도 15만 톤에 달했던 생산량이 9만 톤 아래까지 떨어질 지경에 처했다.

“하루에 20톤이면…….”

“연간 7,300톤입니다.”

9만 톤과 7,300톤. 얼핏 보기에는 압도적으로 적어 보인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한 가지 빠진 게 있었다.

베데프 총리는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

“시범 생산 치고는 엄청난 물량이군.”

“반 년이면 작업 속도를 지금보다 100배까지도 늘릴 수 있습니다. 인력과 장비만 조달하면 됩니다. 희토류 운석이야 우주에서 무제한으로 떨어지고요.”

책임자는 파란 눈을 빛내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희토류는 우리 러시아가 독점하게 될 겁니다. 그것도 100% 순수한 독점입니다.”

빠른 생산 속도, 낮은 생산 가격, 그리고 환경오염이 없다는 장점까지. 제3의 국가들은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왔던, 막대한 환경오염을 동반한 희토류 채굴 방식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일만 남았다.

“아니, 정확히는 한서진 박사가 독점하게 되는 거지. 우리 러시아는 그저 거들 뿐이고.”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의 독점.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지만, 러시아는 ‘작은 것’에 군침을 흘리지 않았다. 더욱 큰 그림을 보려고 눈을 부릅떴다.

‘공동 우주 개발을 시작하자마자 이런 엄청난 성과라니.’

이제 막 걸음을 떼었을 뿐인데, 이런 어마어마한 우주 산업을 실용화했다. 베데프 총리는 새삼 에테르의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한서진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그리고 하나 더…….

“게으른 천재라는 게 사실이었군.”

에테르 반도체와 간 재생 치료제 및 탈모 치료제. 여기에 ‘인공 운석’ 우주 사업까지.

재미있게도 이전까지 한서진을 마냥 칭송하던 분위기가 근래 들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는 재능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게으른 천재라고. 일하는 걸 싫어해서 자신이 꼭 필요할 때만 마지못해 연구를 내놓는다고.

베데프 총리는 ‘한서진 게으름뱅이설’에 조금씩 공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희토류 산업 같은 ‘작은 것’에는 군침 따위 흘릴 마음이 없었다.

한서진은 인공 운석 사업을 담당할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설립 국가를 놓고 고민한 끝에 그는 결국 러시아를 선택했다. 시베리아를 운석 수거 장소로 택한 만큼, 러시아 법인으로 설립하는 게 낫기 때문이었다. 러시아도 그만큼 배려해줘야 했고.

향후 운석 수거 및 유통은 러시아에서 하되, 판매 매금만큼은 미국의 계좌로 받기로 했다. 오히려 러시아 쪽에서 먼저 그렇게 하라고 권유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미국에 체면은 세우셔야지 않겠습니까.”

막대한 인공 운석 사업을 러시아와 함께 한다는 것 때문에 미국에서 한때 말이 많았으나, 모든 판매 대금을 미국 계좌로 받는다는 말이 나오자 그런 우려는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재주는 불곰이 부리고 돈은 독수리가 챙기는 거네?”

대다수 미국인들의 관점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러시아를 상대로 우세한 조건을 성사시켰다며 한서진을 더욱 우러러 보았다.

“역시 한서진 박사다. 어떤 개인이 러시아를 상대로 저렇게 유리한 사업을 할 수 있겠어.”

“결국 한서진 박사가 러시아를 사업 파트너로 이용하고 있을 분이잖아. 괜히 걱정했네.”

“한서진 박사가 러시아로 건너간다고 한 놈들이 대체 누구냐? CVN? APN?”

“아무렴 대통령과 사이가 안 좋다고 영웅이 우리 미국을 버리겠어?”

회사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행정 작업 지체나, 마피아의 방해 따위도 없었다.

포티 대통령이 전적으로 지지하는 일인데 감히 늑장을 부리거나, 이권을 주워먹으려고 끼어들 사람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러시아에서는 마피아를 끼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지만, 그 마피아들은 알아서 몸을 숙이며 사렸다.

약 한 달 간 테스트를 마친 뒤 곧바로 생산 속도를 늘리기로 했다.

사업 확장은 별로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저 운석을 떨어뜨릴 지역, 즉 수거터와 작업 인력을 늘이기만 하면 된다.

수거한 광물들은 거의 순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약간의 작업만 거치면 끝이었다.

그런 값진 보물들이 우주에는 무한히 널려 있으니, 궤도 조정으로 지구로 몰고 와 수거터로 떨어뜨리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성격이 급한 러시아는 회사 설립 서류 절차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판매 계획 발표 자리를 만들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세계 각지에서 바이어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러시아 전문 경영인이 구름처럼 몰려든 그들을 상대로 생산 현황 및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우리는 인공 운석을 떨어뜨리는 최소의 면적 단위를 셀이라고 부릅니다. 1셀은 직경 500미터의 원형 형태를 띠고 있으며, 한 번의 투하로 300kg에서 400kg의 희토류 금속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금속들은 99% 이상의 순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약간의 작업만 거치면 바로 판매 가능한 상품이 됩니다.”

대형 화면에 나타난 사업 현황을 보던 바이어들 사이에서 여기저기 감탄이 흘러나왔다.

“1개의 셀에서 매월 약 30톤의 희토류 금속을 얻을 수 있으며, 연간 생산량으로 치환하면 360톤의 물량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셀을 현재 20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영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반년 안에 400개 이상 가동할 계획입니다.”

연간 144,000톤 이상의 물량.

세계 연간 총 소비량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 작품 후기 ==========

충격! 한 박사, 〈포브스 1위부터 100위까지 모두 내 회사로 채워넣는 것이 꿈〉이라고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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