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드림-356화 (356/609)

00356  추락하는 것은 환경오염이 없다?  =========================================================================

희토류는 세륨, 란타넘, 사마륨 등 총 17개의 희소 원소를 칭하는 말이다. 실제 지각 매장량은 풍부하지만 경제성이 있는 광물 형태로는 희귀하기에,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졌다.

영구자석, 콘덴서, 형광체, 레이저 등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금속들이지만, 추출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이전에는 중국이 전 세계 소비량의 대부분을 충당해왔다. 분열과 시민 혁명으로 혼란스러운 지금도, 공급량이 하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국내 사정이 혼란스러운 지금도, 각 임시 지방자치정부들은 희토류 공장만큼은 사활을 걸고 정상 가동 중이었다.

다른 선진국은 희토류 광산이 없어서 생산을 못하는 게 아니었다. 채산성과 경제성이 낮고, 공해물질이 대량으로 발생해 전량 수입에 의존해서 쓰고 있을 뿐이다.

“태양계에는 매우 많은 양의 광물들이 존재하죠. 현재 파악된 것만 해도 인류가 천 년은 낭비하고도 충분한 양입니다. 특히 엄청난 희토류가 원석 형태로 존재하고 있죠. 그걸 운석 형태로 지구에 떨어뜨려 획득한다면 경제성이 좋을 겁니다. 환경오염도 없을 테고요.”

히레프스키는 한서진의 구상에 큰 감동을 받은 눈치였으나, 다른 과학자가 반신반의해서 물었다.

“궤도를 조정해서 소행성 파편을 움직인다는 발상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그게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서, 추돌 시의 충격이 큰 재앙을 낳지 않을까요?”

“물론 큰 파편 덩어리를 그대로 떨어뜨리면 재앙이 닥치겠죠. 하지만 안전한 방법이 있습니다.”

한서진은 확고함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작은 것들만 골라서 떨어뜨리면 됩니다.”

한서진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에테르 파동을 조율할 중계 장치를 로켓에 실어 위성 궤도상에 안착시킨다. 중계 장치는 타르타로스의 에테르 조율 명령을 전달받아 우주에 투사하여, 소행성 파편의 궤도를 바꾸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러시아는 타르타로스의 존재는 알지 못한다. 한서진도 그 부분은 적절히 넘어갔고, 러시아도 수긍했다.

에테르에 관해서 한서진 외의 사람은 거의 원시인이나 다름없는 게 현실이니까.

이렇게 움직인 소행성 파편들을 시베리아의 인적 없는 황량한 벌판에 떨어뜨린 후, 수거팀이 나서서 파편을 회수한다.

“움직일 수 있는 파편 무게는 어느 정도입니까?”

베데프 총리가 불현듯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궤도 질량 병기, 동원 가능한 파편의 무게에 따라 핵병기 못지않게 위협적인 전략 병기로 사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

이 정도는 예상했던 바, 한서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1kg 정도입니다. 조금 오차는 있겠지만, 2kg 이상의 물체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kg……. 너무 작군요. 이래서야 경제성이 있을까요?”

베데프 총리는 살짝 실망한 듯했다.

과연 경제성이 염려돼서일까, 전략 무기 활용 가능성이 떨어져서일까.

“상관없습니다. 하나의 표적에 할당할 수 있는 출력이 1kg 정도로 제한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표적의 개수는 그보다 훨씬 많게 측정할 수 있죠. 그리고 1kg 이하의 자잘한 부스러기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전략 병기로서의 파괴력은 핵탑재 대륙간탄도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데프 총리는 그 부분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지웠다.

대신 다른 점을 지적했다.

“궤도 조정이 틀어지면 자칫 모스크바 등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 위로 운석 파편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 점에 대한 대비는…….”

“궤도 계산이 틀릴 일은 없지만, 설령 틀린다 해도 대기권 진입 전에 다시 조정해서 우주 공간으로 튕겨내면 됩니다. 일단 먼저 달에 시범을 하는 건 어떨까요?”

한서진이 저렇게까지 자신감을 보이자, 베데프 총리도 더는 염려하는 기색을 보일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해봅시다.”

계산이 틀어지면 자칫 사람들의 머리 위로 운석의 비가 쏟아질 수도 있다. 달리 말하면 계산이 틀어지지 않게 하면 된다.

타르타로스 2의 연산 능력이라면 1경 분의 1의 위험 가능성도 놓치지 않고 전부 제거할 수 있다.

한서진은 우주에 올릴 에테르 중계장치를 만들었다. 위성에 실려 궤도에 안착하면, 타르타로스 2의 명령을 받아 에테르 파동을 조율할 녀석이다.

중계장치의 핵심 부품은 10개의 케르베로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공간의 제약 없이 통신이 가능한 칼라 칩으로 타르타로스 2와 연결되어 있다.

장치를 완성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러시아도 원래 발사 예정이었던 위성 로켓을 급히 한국 나로우주센터로 공수해왔다.

한편, 위성을 띄울 준비를 하는 내내 한서진은 미국의 태도가 조금 께름칙했다.

‘왜 아무 말이 없지?’

크리스 정권에서 뭐라고 말이 나올 법한데, 생각 외로 백악관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미국 주요 언론도 러시아과 미국의 영웅이 너무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걱정을 나타냈을 뿐, 한서진에 대한 반발은 드러내지 않는 추세였다.

그리고 드디어 나로우주센터로 출발을 하루 앞둔 날, 미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한 박사님.”

바로 크렘 회장이었던 것이다.

한서진은 그의 뜻밖의 방문에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긴장했다.

이 미묘한 시기에 정지원이나 존 캐롤 의원 같은 정치인이 아닌, 크렘 회장 같은 월가의 큰손이 찾아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불쑥 찾아와서 많이 놀랐으리라 믿습니다.”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저는 찾아오더라도 다른 분이 오실 줄 알았습니다만.”

“이런 민감한 국제정치적 문제에 왜 투자회사 회장이 끼어들었냐는 뜻인가요?”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크렘 회장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이미 크리스 대통령을 만나셨고, 또 클레튼 전 대통령한테 어느 정도 언질을 들었으리라 믿습니다.”

“…….”

한서진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다음에 어떤 말이 이어질지 왠지 알 것 같았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미국에서 최대의 투자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미국 자본층 기득권의 최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지요.”

“클레튼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신다는 말씀인가요.”

“저 역시 공화당입니다. 그것도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대부호지요. 저 또한 연방준비은행에 간접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지분이나 의결권은 없지만요.”

“…….”

의외이긴 했지만, 각오한 만큼 충격적인 말은 아니었다.

클레튼은 달러, 즉 생명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는 돈 그 자체가 적이 된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그리고 크렘 회장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부호, 이런 식으로 얽힌 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제가 클레튼 대통령과 척을 진 사이는 아닙니다. 지금의 민간발행권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기에 방관하고 있을 뿐, 클레튼 대통령이 추구했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방해할 생각까지는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중도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박사님이 저를 경계하실 것은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다른 투자 사업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SJ인더스트리의 지분은 저의 자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건 왠지 반가운 말씀입니다.”

크렘은 미소를 지우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완벽한 도청방지 장치를 갖추고 있음에도, 누가 엿듣는 것이 신경 쓰이기라도 한 듯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자본가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 최정점은 달러 발행권을 쥐고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자들이지요. 우리끼리 그들을 화폐 자본가라 부르기도 합니다.”

“…….”

“부자라면 당연히 경제적인 면에서 그들과 상당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들이 만든 경제 체계에 수긍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다양성이야말로 미국이 가진 진정한 저력입니다.”

크렘 회장의 눈빛이 더욱 짙게 변했다. 한서진은 손에 가볍게 땀을 쥔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최근 저와 일부 친구들은 그들을 긴장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눈꺼풀이 더욱 가늘어지며, 덤덤한 말이 흘러나왔다.

“미국은 신경 쓰지 마시고 러시아와 마음껏 연구하십시오. 무기 개발이 아닌 한 그 어떤 것이든 큰 문제로 불거질 일은 없을 겁니다. 저와 친구들이 돕겠습니다.”

크렘 회장의 친구들이라면,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인사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전적으로 돕겠다며, 러시아와 마음껏 친해지라고 권유하고 있었다.

“……왜죠? 제가 러시아와 너무 친해지면 미국에도 손해가 아닙니까?”

“말씀드렸다시피 화폐 자본가들도 적당히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입니다. 그리고 크리스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지금 전 세계의 화교 자본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크리스 대통령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중화민국을 미국 내에 건설하기 위함이죠.”

“크리스 대통령은 민족적인 색채가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사람 속과 미래는 모를 일이죠. 크리스 대통령이 그런 의지가 없다 해도, 그들이 결집되면 미국에도 좋지 않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박사님과 러시아의 연구 제휴가 적절한 백신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에 쐐기를 박은 그의 말은, 미국이라는 제국이 가진 자신감을 여실히 포함한 것이었다.

“마음껏 연구하십시오. 결국 박사님은 미국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러시아는 분해해서 가져온 위성 로켓을 순식간에 조립한 뒤, 에테르 파동 중계장치(EWR : Ether Wave Repeater)를 탑재하고 발사 준비를 마쳤다.

러시아는 우주 개발을 위한 실험 발사라고 짤막하게 발표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러시아와 한서진의 공동 연구라는 말에 세계에서 벌떼와 같이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나로우주센터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궤도 안착 성공! 신호 정상입니다!」

위성은 무사히 궤도에 안착했고, 내부에 장착된 EWR은 타르타로스 2의 명령을 받아 에테르 파동을 우주 공간에 퍼뜨렸다.

에테르의 거시적인 물리력을 우주에 퍼뜨리는 것, 아직까지 그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있는 것은 한서진뿐이었다.

그는 주모니터에 나타난, 무한한 우주 공간을 표시하는 에테르의 흐름에 전율했다. 타르타로스 2 자체만으로 관측했을 때는 뿌옇기 그지없던 우주 공간이,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보였던 것이다.

잠시 넋을 잃고 주모니터를 바라보던 그는 서둘러 명령을 입력했다.

「표적 탐색 완료. 표적 설정 1,035개.」

「궤도 수정합니다. 에테르 파동 조절 작업 개시.」

곧 1kg 미만에 달하는, 1,035개의 광물 파편이 본래의 궤도를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서진은 최단 경로로 달에 충돌시키기 위해, 달의 예상 경로에 있던 파편을 역으로 비틀었다.

그리고 미리 설정했던 1제곱킬로미터의 목표 지역으로 1,035개의 광물 파편을 몰았다. 실험의 공정성을 위해 러시아에는 미리 목표 좌표를 알려주었다.

「1차 투하 성공. 이탈 파편 전무.」

「연속해서 2차 투하 실험을 시작합니다. 표적 설정 2,077개.」

「2차 투하 성공, 연속해서 3차 개시, 표적 설정 6,705개.」

「3차 투하 성공, 4차 표적 설정 20,775개…….」

도합 50회에 달하는 투하 실험은, 각각 10분의 간격을 두고 쉼 없이 이뤄졌다.

490분 동안, 50번에 걸쳐 투하된 무수한 광물 파편들은 단 한 개도 이탈하지 않고, 고작 1제곱킬로미터 밖에 안 되는 목표 지역에 정확히 떨어졌다.

50번의 실험을 모두 지켜본 러시아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그 사실을 발표했다.

“우주 희토류 광석 채굴 산업을 시작합니다.”

========== 작품 후기 ==========

“뭐해? 빨리 가서 희토류 관련주 다 팔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