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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319화 (319/609)

00319  불붙은 경매  =========================================================================

타르타로스 2는 곧바로 태평양 상공의 에테르 에너지를 포착해냈다.

해당 지역의 에테르는 주변에 비해 비정상으로 높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북한에 일어났던 에테르 스톰처럼 강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모니터에 에테르 과밀 지역으로부터 멀어지는 반응이 보였다. 타르타로스 2는 그게 에테르 워치라는 것을 파악해냈다.

똑같이 에테르를 기반으로 한 물품이기에,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반응은 라이스 케빈 회장의 전용기인가 보군.’

전용기는 전속력으로 에테르 과밀 지역에서 멀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그가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때, 과밀 된 에테르 스톰이 폭발을 일으켰다.

주모니터상의 궤적은 작은 폭발로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방출되었을 것이다.

한서진은 재빨리 전용기를 확인했다. 다행히 속도가 안정적인 것으로 보아, 폭발의 피해를 입지는 않은 듯했다.

‘속보는?’

한서진은 타르타로스 2를 이용해 속보를 검색했다. 타르타로스 2는 전자 세계에서 최강의 머신,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무척 쉽다. 거의 해킹에 가까운 접촉이지만.

「검색된 속보 자료가 없습니다.」

타르타로스 2의 ‘없다’라는 것은 ‘못 찾았다’가 아니라 ‘정말 없다’라는 뜻이다. 아직 세간은 이 사건을 모르고 있는 것이리라.

「미국기상청에서 에테르 폭발을 감지했습니다.」

이제야 알아차린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한서진은 미국기상청 내부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만두었다.

대신 그는 에테르 스톰의 정확한 위력을 계산해 보았다.

‘이 정도면 거의 핵배낭 수준인가? 아니면 전술핵?’

북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태평양 한복판이었으니 피해가 없었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에테르 스톰이 일어났으면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에테르 워치가 그런 식으로도 도움이 될 수도 있구나.’

한서진은 원래 워치가 에테르 스톰에 가까워지면 과부하 현상으로 정지한다는 것까지는 몰랐다.

라이스 케빈의 제보를 받고, 왜 워치가 멈췄는지 역으로 조사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에테르 워치는 주변 에테르의 흐름을 나타내지만, 일반인들은 그 뜻을 판독할 수 없다. 그러나 워치가 정지한다는 것 하나만큼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매자들에게는 알려줘야겠네. 다른 사람들은 어차피 워치도 없으니까 알 필요 없을 테고.’

“저곳이오.”

높은 언덕에 잠시 선 리온이 저 먼 곳을 가리켰다. 스칼린은 이마에 손을 얹고,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기름진 땅이 끝도 없이 뻗어 있고, 그 너머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커다란 강이 유유히 도시의 중심을 흐르고, 석양의 황금빛 광채가 도시를 축복하듯이 아스라하게 비춘다.

그 중심에 당당히 서 있는 웅장한 왕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크고 넓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품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중심의 황금빛 첨탑은, 그녀가 지금까지 거쳐 왔던 어떤 태산보다도 커보였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는데도 시선을 위로 올려야 하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얼마나 거대할까.

“저기 보이는 저 성이 왕성이오.”

넋을 잃고 바라보는 모습이 흐뭇했는지 리온은 옆에서 다정히 말했다. 스칼린은 정신을 차리고 그를 돌아봤다.

“저게 왕성이라고요? 저렇게 큰 게?”

“대륙의 군주가 머무는 곳이니 당연히 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소.”

“세상에…….”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대의 집이기도 하오.”

스칼린은 문득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자신이 없어졌다.

‘난 보잘것없는 떠돌이 여전사일 뿐인데…….’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리온뿐이었으니까.

그에게서 한서진을 겹쳐 보며, ‘즐거운 꿈’을 만끽했다. 소소하고 두근거리는 행복에 취하느라 미처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웅장한 왕성을 보고 깨닫고 말았다. 그와 자신, 리온과 스칼린 사이에 놓인 까마득한 격차를.

현실의 신효진이 한서진에게 그러하듯, 꿈속의 스칼린 또한 리온에 비하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존재 아닌가.

가진 거라고는 리온이 칭찬해주는 적당히 봐줄 만한 미모와, 그리고 꽤 강한 무력 정도가 전부였으니.

‘더군다나 〈스킬린〉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는걸.’

‘신효진’은 처음 꿈을 꿨을 때부터 스칼린이었고, 혼자서 산을 여행 중이었다.

처음부터 가진 거라고는 몸에 걸친 가벼운 갑옷과,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대검, 이 둘뿐이었다.

돈도, 신분을 증명할 만한 표식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여전사였던 것이다.

한 번 낮아진 자신감은 리온에 이끌려 수도에 입성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멀리서 그를 알아본 병사가 긴급히 성 안쪽에 알렸고, 왕의 귀환을 맞이하러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군주 아서, 만세!”

“폐하가 돌아오셨다! 모두 나와서 왕의 귀환을 맞이하라!”

“레노지안, 만세!”

우렁찬 박수소리가 사방을 뒤덮는다. 고막이 얼얼할 정도로 시끄러운 환대 속을 걸으며, 스칼린은 저도 모르게 리온의 팔을 꼭 붙들었다.

중간 중간 자신에 관한 외침도 섞여 있는 듯했으나, 정신이 나가기 직전인 스칼린은 그것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리온의 팔을 놓치면 큰일 나는 것처럼 꽉 붙들고 있었을 뿐이다.

“긴장되시오?”

부드러운 목소리, 신기하게도 온 사방에 함성이 가득한 와중에도 그의 목소리만큼은 분명하게 들렸다.

그의 음성을 듣는 순간 마음이 급격히 차분해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였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시오.”

“리온. 저는…….”

“그대는 레노지안의 군주가 손수 반려로 선택한,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고결한 여성이니.”

흔들림 없는 목소리에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눈빛의 머뭇거림도 사라졌고, 다소 움츠러들었던 당당하게 펴졌다. 그녀는 가슴을 펴고 시민들의 환대를 받으며, 리온과 나란히 왕성에 입성했다.

왕성 입구에는 이미 수많은 신하들과 시종들이 나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줄을 맞춰 자리를 잡은 그 모습은 마치 잘 훈련된 군대를 보는 듯했다.

“신성 레노지안의 유일 군주, 아서 카드리온 슐트제너윈 코트발 1세 폐하 듭시오!”

우렁찬 목소리가 울리며, 왕의 귀환을 알렸다.

왕의 모습이 나타난 순간, 수많은 대소신하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절을 했다. 일사불란한 동작에서 느껴지는 절제성은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했다.

왕은 스칼린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왕성으로 들어섰다.

우아한 황금의 정원을 걸으며, 여러 별궁을 지나치고, 마침내 왕좌가 있는 대회의실에 당도했다.

왕은 왕좌에 앉지 않고, 그 앞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왕의 뒤를 따라온 대소신하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았다.

이따금씩 그들의 시선이 스칼린을 향했다.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말이 떨어질지 짐작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왕이 묵직한 공기 속에서 입을 열었다.

“경들 중에는 짐이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것에 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거요. 또, 그 연유를 어느 정도는 짐작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 같은 고요함 속에서, 왕의 기품 있는 목소리만이 차분히 울렸다.

“카드리온 가문, 그리고 레노지안의 염원인 초룡 획득은 아쉽게도 이번에는 실패했소. 그러나 짐은 그보다 더 귀한 인연을 얻어, 초룡 추적을 중도에 멈추고 왕성으로 돌아온 것이오.”

이어지는 말을 짐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대소신하들의 시선이 일제히 스칼린을 향했다.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지만 스칼린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여기서 자신이 긴장하는 것은, 리온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되새기며 한사코 태연함을 유지했다.

“이 여기사의 이름은 스칼린, 나의 반려이자 레노지안의 왕비가 될 귀한 사람이오. 모두 박수로 축복해 주시오.”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하들과 시종, 시녀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가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박수세례에 휘말린 스칼린은 얼떨떨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동요 없이 자신을 받아주고, 축복해주다니.

왕이 어디서 떠돌이 여자를 데려왔다고 반발이 거셀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던 스칼린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축제를 열겠소! 왕성뿐만 아니라 레노지안의 모든 백성들이 마음껏 즐기게 하시오!”

순식간에 대축제가 열렸다.

흥겨운 음악이 도시를 가득 휘감았고, 거리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 풍겼다. 시민들은 일손을 멈추고 새 왕비를 맞이한 경사를 즐겼다.

시종들과 시녀들이 쉴 새 없이 맛있는 음식을 나르고, 생화 조각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풍긴다. 악사들이 연주하는 즐거운 음악이 정원을 수놓고, 쉴 새 없이 쏘아 올라가는 폭죽이 하늘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왕비 전하.”

“축하드립니다, 비전하. 앞으로 폐하와 함께 레노지안을 현명하게 이끌어 주십시오.”

“왕가의 영원한 번창을 비옵니다, 왕비 전하.”

“운명이 레노지안의 두 고귀한 분들을 영원히 따르기를…….”

왕성에 들어오자마자 즐거운 축제에 휘말린 스칼린은 기분이 한껏 들떴다. 희미하게나마 품고 있었던 불안함이 깨끗이 날아갔다.

‘모두 날 사랑하고 있어.’

떠돌이 여자라느니, 가난한 여기사라느니, 그런 걸로 흠집 잡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마음을 읽을 순 없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의 표정은 축복을 받은 듯이 즐거워 보인다.

그만큼 왕의 선택을 믿는다는 것일까.

수도의 모든 이들은 왕을 사랑하는 만큼, 그녀까지도 기꺼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 달콤한 행복에 그녀는 술을 마신 것처럼 깊이 취했다.

밤이 늦도록 축제는 이어졌다. 앞으로 일주일 내내 축제가 쉬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 했다.

“폐하께서 드디어 적합한 반려를 얻으셨는데 7일도 사실 짧은 거랍니다. 신하들과 백성들이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요.”

“아, 그랬나요?”

“그럼요! 왕비 전하, 전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오랫동안 왕비 자리가 비어 있어 왕국의 걱정이 태산 같았답니다. 이제야 모두 한시름 놓을 수 있겠어요. 폐하께서 이렇게 현명하고 아름다운 반려를 얻으셨으니.”

왕은 남자 신하들 사이에 에워싸여 있었고, 스칼린은 귀부인들과 즐겁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친근하게 대하면서도 예의와 기품을 잃지 않았고, 때때로 존경심과 동경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왕비 자리가 오랫동안 비어 있었구나. 그게 왕국 전체의 걱정거리였고……. 그래서 이들이 이렇게 반가워하는 거야.’

왜 왕비 자리가 오래 비어 있었을까? 왕의 눈이 높아서?

하지만 여기 모인 귀부인들과 귀공녀들의 미모 또한 어디 가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대체 이유가 뭘까.

즐거운 분위기를 누리면서도 가끔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였다.

한 귀공녀가 조심스럽게 나섰다.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스칼린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소녀였다.

“저어, 왕비 전하. 소녀가 대단히 외람된 말씀을 올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네?”

“혹시 소녀와 예전에 만난 적이 없으신가요? 그게, 존안이 너무 눈에 익어서……. 죄송합니다.”

“나를 만난 적이 있어요? 어디에서요?”

귀부인들의 수다가 잠시 멈췄고, 말을 꺼낸 귀공녀에게 일제히 시선이 향했다.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옛날…… 카르쉬라이 백작가에서 소녀를 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왕비 전하?”

========== 작품 후기 ==========

“소녀가 왕비 전하의 이불킥 흑역사를 알고 있사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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