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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309화 (309/609)

00309  Queens  =========================================================================

세계 최강대국의 두뇌인 만큼, 백악관은 언제나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모든 게 빡빡하게 돌아갔다.

중국 대혁명, 그리고 북한의 붕괴 등 동북아시아는 이미 화약고가 터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조용한 게 기적이라고 칭송할 만큼.

클레튼 대통령은 살벌한 업무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서진에 관한 보고는 절대 빼먹지 않았다.

“TF팀? 한 박사가 한국 사회의 개혁을 원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보시면 TF팀은 현재 한 박사의 약혼녀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약혼녀는 재벌 2세가 아니었나요? TF팀의 목적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재벌 개혁에도 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텐데, 왜 그런 일을 했나요?”

“하지만 한 박사의 영향력 하나만큼은 극대화할 수 있겠죠. 약혼녀의 목적도 그런 듯 보입니다.”

“우리 미국이 도와줄 일은?”

“재벌 개혁만큼 좋은 게 없죠. 관련 회계 자료는 우리 미국이 얼마든지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CIA 한국 지부가 쥐고 있는 묵힌 자료도 제법 많습니다.”

클레튼은 시원스럽게 결정했다.

“좋아요, 사모님한테 그 자료를 폼 나게 건네줄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 봅시다.”

애석하게도 폼 나게 자료를 제공할 기회는 없었다.

TF팀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괴물이 있었으니까.

TF팀은 예산 감사 TF팀, 재정 감시 TF팀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정식 명칭은 ‘국가재정 조사지원팀’이다.

공권력은 전혀 없는 민간업체다. 당연히 검경에 조사나 자료를 요구할 권한도 없다.

그저 자체적으로 불법성을 조사하고, 검찰에 고발을 하는 역할만 한다.

때문에 정치권 인사들은 민간감시기구 정도로만 여겼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민간조사기구가 뛰어나봐야 얼마나 뛰어나겠냐는 생각이었다. 300명에 달하는 전문가들의 머릿수는 다소 무섭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팀원들 역시 열정을 태우면서도, 일정 한계는 뚜렷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그들은 그 생각을 바꿔야 했다.

“이게…… 정말이야?”

“세상에, 이걸 어떻게 조사했대?”

“이것들이 사실이면…… 진성은 끝장이다.”

‘조사실’에서 입력한 정보를 확인한 팀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 안에는 지난 15년 간, 몇 몇 계열사의 자금 흐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명확하게 정리 되어 있었다.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그룹의 회계 흐름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쳐놓은 갖가지 위장까지 모조리 짚어낸 정보. 말 그대로 해당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을 완전히 발가벗겨 버린 것이다.

팀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지난 세월의 재무제표 등 모든 공식 자료에 근거하여 대차대조를 해보았다.

수백 명이 달려들었음에도 그 작업에만 무려 열흘이 넘게 걸렸다. 그만큼 자료의 양이 방대했던 것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숨긴 놈이나, 그걸 또 찾아낸 놈이나. 독하다, 독해. 다들 괴물 아냐?”

어느 팀원이 혀를 차며 그렇게 말했다. 모두 비슷한 심정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감췄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찾아냈을까.

은닉 주체가 직접 밀고를 한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조사실’에서 제공한 자료는 정밀했던 것이다.

“대체 조사실은 뭐 하는 애들이 모인 거지?”

“전직 CIA, NSA 요원들이라도 모아 놨나?”

“어떻게 15년 전 자료까지 이렇게 찾아낼 수 있는 거냐?”

“이거 혹시 진짜 CIA지부가 조사실로 위장하고 있는 거 아니냐?”

팀원들은 팀과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조사실’에 비로소 큰 관심을 가졌다.

조사실은 300명과는 별도로 활동하는 부서이다. 외부에서 정보를 수집하여 팀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 편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총 인원은 몇 명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TF팀의 편제를 확인할 때만 해도 조사실의 존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이들은 등줄기가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조사실이 진짜 TF팀의 모습이고, 우리는 보조일 뿐인지도 몰라.’

유능한 인물일수록 더욱 그런 생각을 품었다.

조사실에서 가져온 정보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직감한 덕분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밤낮으로 정보를 가공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자료 자체에 손대는 것은 아니고, 자료를 파악하기 쉽게 일종의 요약 카테고리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어차피 숫자가 가득한 자료 폭탄 상태로 투하해봤자, 검사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테니까. 그걸 돕기 위해 그들이 전력투구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고발 투서가 검찰에 발송되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TF팀의 첫 고발이었다. 물론 원본 자료도 함께 첨부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었고, 진성그룹은 긴급 대책 준비에 나섰다. 그룹의 총력을 기울여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알아내고자 애썼다.

그러나 검찰 내부는 철통이었다. 작은 단서 하나도 알아내기 쉽지 않았다.

그룹의 장학생들은 협조를 거절하거나, 질질 끌거나, 혹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했다.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육성한 장학생들이 쓸모없게 된 것이다.

“박철재 검사? 어떤 친구야?”

“김시형 검사보다 몇 살 많은 동기랍니다. 그런데 김시형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답니다. 원래 상부 눈밖에 밀려나서 한직을 떠돌고 있었는데…….”

“한직을 떠도는 놈한테 어떻게 이런 수사 권한이 있어?”

“그게 TF팀에서 투서를 그놈한테 했답니다.”

이용무는 거칠게 넥타이를 풀었다.

자금 흐름 조사 대상에 오른 것은 총 3개 계열사. 그 중 두 개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고, 다른 하나는 오래 전에는 주력이었으나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밀려난 계열사였다.

이것들도 총력을 쏟아서 겨우 알아낸 것이다.

이용무는 마음이 급했다.

‘하필, 진성화학을…….’

오래 전에 그룹의 주력이었던 계열사. 지금 와서는 그룹 내에서 별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화학이 문제되는 것은, 10여 년 전 그룹 비자금 조성에 활발하게 투입되었던 선봉대장이었기 때문이다.

‘회계 처리는 완벽했을 텐데.’

오래 전에 깔끔하게 끝났고, 이제 와서는 관련 증거 자료를 찾기도 힘들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일처리는 완벽하다.

적어도 아버지가 직접 하신 일이니 믿을 수 있다. 비자금을 담당했던 임원도 유능한 사람이고.

그런데 TF팀은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진성화학을 콕 집어낸 것일까. 그는 이해되지 않았다.

‘화학이 털리면 검찰의 칼이 몸통에 바로 닿는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해.’

문제는 없을 거라고 관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불길한 느낌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용무는 전화기를 들었다.

이틀에 걸쳐, 대추격전이 벌어졌다.

리온과 스칼린은 몸을 나란히 한 채 소녀의 모습을 한 초룡을 뒤쫓았다.

이틀 동안 수면은커녕, 잠시도 쉬지 않았다. 조금도 멈추지 않고 초룡을 쫓았다.

그럼에도 몸은 쌩쌩하고, 피곤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긴장과 흥분이 몸을 더욱 활활 불태웠다. 스칼린은 이런 감각이 무척 신기했다.

‘초룡이 왜…….’

자신이 알던 초룡의 모습이 아니다.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일까. 스칼린은 리온의 얼굴을 흘끔 바라봤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초룡만을 쫓고 있었다.

별안간 초룡의 몸이 땅 아래로 휙 꺼졌다. 리온과 스칼린은 더욱 힘을 내어 쫓아갔다.

바로 그때, 눈부신 섬광이 사방을 가득 불태웠다. 동시에 리온이 원통한 듯이 외쳤다.

“이, 이런!”

“리온, 무슨 일이에요?”

“녀석이 본체로 변하려 하고 있소!”

빛이 멎은 후, 스칼린은 정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황금빛 생명체가 날개를 활짝 편 채 상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스러운 모습에는 모든 것을 쓸어버릴 듯한 강대한 기세가 굳건히 맺혀 있었다.

스칼린은 반사적으로 검을 빼어 자세를 취했다.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지겠지? 초룡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두렵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만두시오.”

“리온?”

리온이 손을 잡고 검을 조용히 내리게 하자 스칼린은 의아해서 그를 돌아봤다. 리온은 그녀가 아닌, 초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룡과 리온은 서로 조용히 주시했다.

무언의 침묵은, 마치 무언가 깊은 교감을 나누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윽고 초룡은 크게 날개를 펄럭이며 상승해서 사라졌고, 리온은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뭐가 그리 씁쓸한지 두 주먹을 꾹 쥔 채로.

“리온…… 왜 그냥 보낸 거예요?”

“이미 본체로 변한 이상, 녀석은 하늘로 도망가 버리면 그만이오. 그래서 변할 여유를 주지 않으려 쉬지 않고 추적한 건데.”

“……아, 그랬군요.”

“비행 마법이 있다 하나 하늘에서 녀석을 쫓을 순 없소. 다음을 기약해야겠소.”

리온은 허탈한 듯했다.

몇 달에 걸친 여행과 며칠에 걸친 추격전이 이렇게 실패로 끝났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날 저녁은 이틀 만에 푹 쉬게 되었다.

리온은 강에서 잡아온 잉어를 모닥불 위에 올려놓고 구웠다. 어깨를 움츠린 채 바라보던 스칼린이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리온, 궁금한 게 있는데요.”

“물어보시오.”

“초룡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

리온은 잠시 침묵했다. 그 망설임은 말해주기 꺼려져서라기보다는,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해하는 듯했다.

“이야기가 좀 길고, 복잡하오.”

“괜찮아요.”

“레노지안의 왕좌와 신화에 관련된 이야기라……. 그대가 듣기에는 지루할 수도 있소.”

“아니에요. 저 그런 이야기 엄청 좋아해요. 그러니 말해줘요.”

“그럼…….”

리온은 잠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먼저 카드리온은 우리 가문을 상징하는 이름이오. 대대로 장자는 카드리온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소.”

“그럼 아서는요?”

“그건 ‘내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군주의 이름이고, 가문 내에서의 이름은 카드리온이오. 애칭은 리온, 즉 직계가족만이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소.”

가문 이야기가 나오는 게 조금 이상했으나, 스칼린은 내색하지 않고 집중해서 들었다. 무언가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

“까마득한 오래 전부터, 이 세상은 카드리온 가문이 다스리고 있었소.”

“까마득한 오래라면, 언제부터인가요?”

“정확한 기록은 없소. 다만 세상의 이치가 무에서 유로 바뀌었던 바로 그때부터가 아닐까 생각하오. 그러나 어느 날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패해, 카드리온 가문은 이 세상을 다스릴 권리를 빼앗기고 쫓겨났소.”

스칼린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드리온 가문은 지금도 레노지안을 다스리고 있지 않나요? 당신, 분명히 이 땅의 유일한 군주라고 했잖아요.”

리온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경쟁자는 카드리온 가문을 몰아내고 대신 신좌를 차지했소. 카드리온은 세상을 다스리는 신에서, 인간을 다스리는 군주로 격하된 거요.”

스칼린은 안색이 굳었다.

지금 뭐라고 하는 건가? 오래 전, 자신의 조상이 신이었다고 말하는 건가?

“카드리온의 영원한 동반자였던 신수도 그때 거의 멸망했소. 초룡 종족은 그 신수의 핏줄이오.”

왕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했다.

“카드리온 가문이 신좌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신수의 힘을 되찾아야 하오.”

========== 작품 후기 ==========

숨긴 놈 : 와...그걸 찾아냈다고? 진짜 독하다. 사람이 아닌 듯.;;;;;;

찾은 놈 : ㅇㅇ 사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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