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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302화 (302/609)

00302 탄생, Task Force  =========================================================================

“회장님, 예산 감시를 위한 TF팀 편성이 모두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백철중은 TF팀 명단을 소중한 듯이 만지작거렸다. 살짝 들뜬 얼굴은 벅찬 감동으로 젖어 있었다.

“정말 우리 하나가 이걸 혼자서 다 했단 말이지?”

“예,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한 군이 도와준 건 없고?”

“박사님은 전적으로 따님에게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따님께서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하신 것으로 압니다.”

“허허, 참. 이제 다 컸구만. 그룹을 맡겨도 끄떡없겠어.”

한서진으로부터 재정 감독에 관한 일을 받아내고, 경제부총리를 압박해서 중앙 정부와 협상을 타결했다. 그리고 예산 감시를 위한 TF팀의 발족까지.

스무 살짜리 여자애가 혼자 해냈다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백철중은 새삼 흐뭇해졌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만. 안 그런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아니야. 어찌 보면 나보다 훨씬 낫지. 이대로 10년만 지나면 하나가 어떤 경영자가 되어 있을지 참 기대되네.”

아쉽게도 예산 감시팀은 H그룹에 속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한서진 개인 소속 팀으로서, 국가 재정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지를 감시한다. 특별 국채 조달 법률이 보장하는 감사권한이다.

물론 민간기관이기에 행정기관을 처벌하지는 못하고 고발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서진의 고발을 사법계가 무시할 수 있을까?

“나랏놈들, 앞으로 바짝 긴장해서 돈 써야겠군. 우리 하나가 얼마나 꼼꼼한 아이인데.”

“아마 괜히 돈을 빌렸구나 하고 후회하게 될 겁니다.”

북한을 포기하지 않고, 오롯한 통일 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덕분에 국가 재정은 치밀한 감시의 눈길을 받게 되었다. 지금은 재정을 조달했다고 좋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돈 한 푼 빼돌리기 힘들다고 투정이 터져 나올 것이다.

“내 딸이지만 나도 무서워. 결국 돈 가지고 국가 전체를 한 손에 틀어쥔 거 아닌가?”

“그 돈이 보통 돈이 아니니까요. 천문학적인 거액도 그렇지만, 한서진 박사님이 미국에서 피땀 흘려 버신 돈이 아닙니까.”

만약 이 돈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미군이 항모전대를 내세워서 추심하러 달려올 것이다. 한국은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 무서운 사채를 쓴 셈이다.

TF팀은 도합 300명.

젊은 경제, 법률, 회계 전문가로 이뤄진 전문 감시팀이 앞으로 밤낮으로 이 나라 재정을 감시할 것이다. 상환이 완료되는 그 날까지라고 했지만, TF 감시 체제가 장기화되면 아예 영속적인 감시 기관으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른다.

‘사실 굳이 상환을 받을 필요도 없지.’

백철중은 그런 생각을 했다. 1, 2조 달러쯤은 그냥 묶어둔다고 생각하고, 계속 빚으로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한서진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돈이다. 그러나 그 돈을 대한민국 재정에 투입함으로 인해, 그는 지속적으로 국가 재정에 감시하고 참견할 수 있는 권력이 생겼다.

공권력기관이 아니면서도 그 이상의 영향력을 합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 그것을 위해서라면 1, 2조 달러 정도는 계속 묶어놔도 오히려 이득이지 않은가?

‘설마 하나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밑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겠지?

백철중은 잠시 부르르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제 스무 살인데,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어?

“이 태블릿을 쓰면 돼.”

한서진은 태블릿 한 대를 송하나에게 건넸다. 그녀는 소중한 물건을 받듯이 조심스럽게 받아 쥐었다.

“따로 계정이나 패스워드 같은 건 없어요?”

“응, 그냥 내 수퍼컴 2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별도로 입력할 필요는 없어. 원하는 자료가 있으면 태블릿을 통해서 요청하면 알아서 처리해줄 거야. 생각보다 똑똑한 녀석이거든.”

“혹시 이거 잃어버리면 해킹당하는 건 아니에요?”

한서진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살짝 웃었다.

“그 태블릿은 직통번호 같은 거야. 만약 잃어버려도 번호를 바꾸면 그만이지. 혹시 그런 경우 생기면 나한테 말해 줘.”

“네, 정말 괜찮은 거죠?”

“어차피 설정 권한 이상의 요청은 수퍼컴이 알아서 무시할 거니까 상관없어. TF팀에 그냥 던져줘도 상관없긴 해.”

300명의 경제, 법률, 회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TF팀.

그러나 재정 감시의 진정한 힘은 바로 타르타로스 2의 자금 감시 프로그램에서 나온다.

에테르를 이용하는 타르타로스 2는 물리적인 접촉 장치 없이, 앉은 자리에서 수천km 밖의 은행 및 회사 서버에도 접속할 수 있다.

서버의 전원이 꺼져 있어도 상관없다. 에테르를 이용해 내부 저장 자료를 스캐닝할 수 있으니까.

어떤 흔적도 남지 않고, 제한도 받지 않는 완벽한 해킹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무차별로 수집한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금 흐름의 전체적인 그림을 손쉽게 그려낼 수 있다. 타르타로스 2의 놀라운 연산 능력을 생각하면 참으로 손쉬운 작업이다.

“숫자와 전산으로 이 감시망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겠네요. 이런 거 참 좋아요.”

“현찰 흐름까지 파악할 순 없어. 현금을 땅에 묻어두고 유통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래도 입금되거나 출금되는 것까진 파악할 수 있잖아요?”

“그렇지.”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요.”

“나중에 한 번 현찰 감시 기능까지 한 번 넣어볼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와, 그런 것도 가능해요?”

“이론적으로는.”

약혼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하는 모습에서 한서진은 괜히 기분이 좋아 픽 웃었다. 더 놀라게 해주고 싶고, 더 감탄하게 해주고 싶다.

‘프로그램을 잘 짜고, 지금보다 더 성능을 높이면…….’

에테르 탐색은 지구 전체를 덮고 있는 에테르를 스캐닝 매개체로 이용해 원하는 데이터를 탐색하는 방식이다.

화폐 역시 개별적으로 데이터로 간주한다면, 그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련번호 하나하나까지 파악하고 추적한다면, 논밭에 묻힌 고액 화폐 다발을 찾아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일정한 규칙성을 갖고 있는 ‘전자적 자료’에 비해, 현실의 화폐는 무수한 잡음 신호에 섞여 있다. 사람, 나무, 물, 공기, 건물, 음식, 동물 등등.

종이 화폐를 완벽히 추적하는 것은 좀 더 정밀한 검색 엔진의 개발이 필요했다.

“그래도 전자 정보를 완벽히 장악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부정 흐름은 잡아낼 수 있을 거야. 일을 엄청 줄일 수 있지.”

“네, 알고 있어요.”

송하나는 배시시 웃으며 그의 어깨에 매달려 뺨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TF팀이 정식으로 발족되었다.

회사는 여의도에 갓 지은 30층짜리 신축 빌딩을 사옥으로 쓰기로 했다.

첫 출근을 한 팀원들은 빌딩 전체가 TF팀을 위한 사옥이라는 점을 듣고, 자랑스러움에 가슴이 벅찼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국가 재정에서 조금이라도 부정하게 새는 점이 있다면 남김없이 찾아내서 고발하는 것이다. 고용주인 한서진이 국가에 빌려준 돈의 무사 상환을 위해서, 건전한 국가 재정 지출이 이뤄지도록 감시하는 것.

부푼 가슴을 안고 출근한 이들은 한서진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과 대면하게 되었다.

단상 위에 올라온 젊은 여자를 보고 그들은 의아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만나서 반가워요. 송하나입니다. 여기 모인 분들은 아마 저를 잘 모르실 거예요.”

“…….”

300명의 팀원들은 침묵한 채 그녀의 발언을 경청했다.

“저는 한서진 박사님을 대리해서 TF팀을 관리하는 임무를 위임받았어요. 즉 앞으로 여러분은 제 지시를 받아서 일하게 되실 거예요.”

그제야 팀원들의 안색이 조금 달라졌다.

당혹스러움이 아닌, 이제야 그녀가 누군지 이해했다는 표정들이었다.

“이미 우리 팀의 정체성을 들으셨겠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해드릴게요. 박사님께서는 이미 5,000억 달러의 거액을 통일기금으로 국가에 빌려주셨고, 앞으로 1, 2조 달러까지는 지속적으로 빌려주실 거예요.”

이미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그들은 귀담아서 들었다.

“국가가 어설프게 흘리거나 잃어버리는 돈이 없어야 대출 상환이 잘 이뤄지겠죠? 그래서 우리 TF팀은 무차별적으로 모든 재정 흐름을 감시합니다. 말이 TF팀이지, 단독 계열사나 마찬가지인 조직 형태를 띠게 될 거예요.”

팀원들의 얼굴에 환한 사기가 흘러넘쳤다.

송하나는 차분히 돌아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팀의 1차 목적은 올바른 재정 흐름 여부를 감시하는 거예요.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해외 조약, 국내외 기업, 그리고 일반 납세자, 그들 모두가 우리 감시 대상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셨나요?”

“아!”

여기저기서 깊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명석한 전문가들답게, 송하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정부가 예산을 올바르게 쓰는 거?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받아야 할 돈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다른 곳에서 정경유착 같은 부정부패나 혹은 무능력한 관리 능력으로 손해를 보고 있지는 않는지, 사인, 사기업, 타국에 돈을 떼이면서도 잘 몰라서 멍청하게 넘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그런 것들을 일체 잡아내는 것도 중요해요.”

세금…….

불법 혜택…….

팀원들의 머릿속을 일제히 맴도는 단어들이었다. TF팀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방대했다.

‘왜 300명이나 모았나 싶었는데…….’

‘300명으로도 부족할지 몰라. 정말 어마어마한 작업이다.’

여기저기서 마른침이 넘어갔다. 무한한 야근과 과로가 예상된 길, 하지만 누구 하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 회사에서 커다란 역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런 설렘이 그들의 가슴을 맴돌았다.

기업이나 국민이 올바르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고, 정부가 멍청하게 기업이나 사인에게 삥을 뜯기고 있는 건 아닌지도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줄줄이 새는 돈을 모으고 모아서, 한서진에게 대출 상환을 해야 하니까.

누군가가 질문했다.

“재벌 그룹도 감시 대상입니까?”

“물론이죠. 그들이 해외에 쌓아놓은 비자금을 보세요. 그거 다 추징해서 국고로 몰수해야죠.”

국고에 돈이 쌓일수록 대출을 상환하기 쉬워진다. 그것이 한서진이 가진 감사권의 명분.

“비리 건설이나 불법 청탁, 인사, 공기관이 허투루 쓰는 돈, 그런 것들도 당연히 예외는 없어요. 국가가 손해보고 있는 돈은 남김없이 찾아서 환수할 수 있게끔 조사하는 것, 그것이 우리 팀의 목적이에요.”

모두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300명으로 될까? 한 3,000명쯤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일주일에 집에는 몇 번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야근은 당연할 테고,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을까?

“우리 팀이 본보기로 삼을 첫 타켓은 H그룹입니다. 참고로 저는 H그룹 오너의 딸이기도 해요.”

여기저기서 소리 없는 경악이 터져 나왔다.

송하나는 생긋 웃으며 쐐기를 박았다.

“너그럽게 넘어가라는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니에요. 더 혹독하고 치밀하게 조사해주세요. 그룹이 공중분해 되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요.”

========== 작품 후기 ==========

(울먹) 이래서 딸자식은 키워봐야....이 나이에 휠체어 타고 검찰 출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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