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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드림-297화 (297/609)

00297  북쪽 폭풍  =========================================================================

―현재 국민 여러분께서는 북한 해안에 상륙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의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국방부는 첫 진격 작전에 2개 보병사단과 3개 기계화사단을 투입한다고 작전 개요를 밝혔으며…….

드디어 한국군이 대대적인 진격을 개시했다.

뉴스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북한 땅에 들어서는 국군의 모습을 내보냈다. 전쟁이 아닌 지역 장악을 위한 진입, 국민들은 모처럼 마음 편하게 안방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첫 진격로는 남포의 3군단 기지.

한국군은 3군단 초소와 기지를 어렵지 않게 장악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정부와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첫 작전 성공이었다.

3군단 잔여 병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체의 저항 없이 항복했고, 한국군은 무난하게 그들을 수습했다.

예상대로 3군단에서 장령급 이상의 고급 군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개 군단의 최고 지휘권자가 대좌(한국으로 치면 대령)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예의를 갖춘 심문에서 박성후 대좌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상 폭발로 평양이 날아갔다는 것을 알고, 앞으로 공화국은 도저히 가능성이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무법지대가 될 공화국에서 갱단이 되느니, 차라리 남조선에 항복하고 협력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평양 소멸 정보 습득 후 내린 재빠른 상황 판단이었다.

한국군 사령관은 종군 기자단의 박성후 대좌 인터뷰를 허락했고, 국민들은 안방에서 첫 항복 소감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3군단을 점령하고, 평양까지 진격한 한국군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폐허가 된 평양 중심에 태극기를 꽂고, 북한 전체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에 차근차근 나섰다.

일본의 소소한 항의가 있었으나 침묵으로 묵인해주는 미국 덕분에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켠 김에 압록강까지!”

“자랑스럽다! 진격해라!”

“통일! 한반도 통일! 대한민국 만세!”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은 벌써부터 민족의 염원을 이뤄냈다며 통일에 기뻐했다.

청장년층은 앞으로 부담하게 될 통일 비용으로 인한 세수 증가를 걱정했으며, 정치권은 흡수 통일 후 야기 될 비용 증대 및 사회 문제를 걱정하느라 탈모가 심해졌고, 재계는 대북 투자를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울 계획에 골몰했다.

그렇게 모두가 통일이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을 때, 상륙군 내부는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 국민들 누구도 알지 못한 채로.

“선생님! 후송 환자입니다!”

“뭐야, 또? 이번엔 몇 명?”

“서른 네 명입니다!”

“젠장!”

K병원 제1외과과장 장성준은 빠르게 가운을 걸치고는 응급실을 향해 뛰었다.

이미 환자단은 응급처치를 마치고 중환자실로 향한 상태였다.

중환자실에 들어선 그는 환자들을 보자마자 안색이 굳었다. 역시 이번에도 증세가 똑같았다.

조혈계 및 위장 손상, 점막 파괴, 궤양, 조직 궤사, 복막염. 유해균이나 바이러스 반응은 일절 없고, 어떤 외상의 흔적도 없다. 그리고 모든 환자들의 증세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일하다.

“방사선 계측기 가져와.”

이 상황에서 의심할 수 있는 유일한 원인은 방사능 피폭, 그러나 계측기 결과는 ‘이번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게 몇 번째 팀이지? 모두 몇 명이야?”

“4번째 팀이고, 이것으로 모두 103명입니다.”

대체 어디서 이런 환자들이 쏟아진 걸까? 장성준 과장은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혹시 어디 원전이라도 터진 거 아냐? 안 그래도 원전 비리 엄청 심하다던데.’

한국군 야전 회의실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또?”

“예, 사령관님.”

박준태 사령관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보고 내용을 듣자 머리가 아팠다.

“이것으로 모두 몇 명이지?”

“348명입니다. 그 중 212명이 일반 주민들이고, 나머지는 인민군입니다.”

“방사능 수치는?”

“이상 없습니다. 드론을 날려 인근 50km까지 탐사했지만, 방사능 수치는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그럼 방사능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 아닌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아니면 화학 무기 같은.”

“그것이…… 후송 병원에서 정밀 검사 결과 그런 반응은 일절 없었다고 합니다.”

“…….”

“오히려 후송 병원 의료진은 어딘가에서 방사능이 새고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 같습니다.”

박준태 사령관은 가볍게 이를 갈았다.

조국이 어떻게 쥔 절호의 기회인데! 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국에 아양을 떨어가며 얻어낸 묵인으로 겨우 북한에 진격했다. 거드름을 피우며 참견질을 할 중국도 없다.

그저 진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청와대에는 보고가 들어갔나?”

“아직 국방부에서 계류 중인 것으로 압니다. 장관님께서, 어떻게든 원인부터 밝혀내라고…….”

“자네도 알잖은가? 이건 더 이상 군 내부에서 은폐할 일이 아니야.”

“…….”

회의실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박준태 사령관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증세만 보면 전형적인 방사능 피폭인데, 북한 어느 곳에서도 방사능 누출 지역은 없다.

국방부에서는 아직 피해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은폐한 채 원인을 찾는 모양이지만, 더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될 듯한 예감이 든다.

자칫하다가는 모든 책임을 덮어쓰고 독박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마음이 한없이 불안해졌다.

“사령관님!”

그때였다. 부관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박준태 사령관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무슨 일인가?”

“몇 개 연대에서 피해 장병이 나왔습니다! 증세가 북한 피해자들과 동일합니다!”

순간 사령관은 SJ재해 사이트에 올라온 경보를 떠올렸다.

―북한 전 지역을 특별 재해 구역으로 정의합니다. 해당지역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기를 권고합니다.

경보에는 재해의 자세한 원인을 서술하지 않았다. 그래서 군 상부에서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북한 점령 작전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만약 지금 이게 한서진이 말한 재해라면…….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낮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방사능 피폭?”

“예, 각하. 현재까지 확인된 숫자만 500명이 넘습니다. 북한 주민과 인민군, 그리고 대한국군 장병들을 모두 합한 숫자입니다. 환자들은 현재 한국으로 후송돼 치료받고 있습니다.”

“핵탄두에서 누출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북한 어느 지역에서도 방사능이 누출된 흔적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24시간 감시 중입니다.”

“다른 생화학 원인일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없습니다. 환자들의 신체는 모두 깨끗하다고 합니다.”

클레튼 대통령은 명쾌하게 결론에 도달했다.

“에테르가 원인입니까?”

“Table A는 현재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마 눈에 보이지 않는 잔존 에테르 에너지가 방사선처럼 세포 조직에 손상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Table A 역시 이런 재해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국장의 말에 대통령은 가볍게 신음했다.

“이런…… 북한 지역을 한서진 박사에게 선물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갖췄거늘…….”

“현재로서는 군을 투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게 최선입니다. 한국군에도 철수하기를 권고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한국 정부가 권고를 듣겠습니까?”

“수많은 젊은 장병들의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적극 권고하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대통령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조금 어색하군요. 미국이 언제부터 남의 나라 젊은이들의 목숨에 그리 신경을 썼습니까.”

“한서진 박사 앞에서 명분을 잃지는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모른 체 했다는 걸 나중에 알면 한서진 박사는 많이 섭섭해 할 겁니다.”

“하긴, 한 박사라면 장병들의 희생에 측은지심을 품을 수도 있으니까.”

대통령은 여러 모로 아쉬웠다.

그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선물이 당장은 무용지물이 되다니. 그것도 에테르가 원인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 그 외는 일체 아는 바가 없다.

“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 같습니까?”

“저희 힘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한서진 박사가 예측 결과를 발표하기를 기다려야겠지요.”

“Table A의 역량으로는 역시 부족한가요?”

“각하, Table A는 에테르에 관해서 한서진 박사의 지식수준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5th Power.

Table A가 본래 ‘미지의 힘’을 가리키던 용어지만, 지금은 Table A에서도 더 이상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서진이 명명한 ‘에테르’라는 용어로 ‘미지의 힘’을 지칭한다.

“H그룹에 넌지시 이 사실을 흘리세요.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하던 대통령이 덧붙였다.

“플랜 B-2로 갑니다.”

“예, 각하.”

플랜 B-2.

북한지역의 위험으로 피치 못할 철수를 감행해야 할 경우, 주민들을 피난시킨다는 계획이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저력을 과시하고 한서진과 한국 여론의 호의를 사기 위한 철저한 계획이었다.

“미합중국의 힘을 세계에 보여줍시다.”

―북한 전역은 에테르 과밀 지역!

―비방사능에 의한 방사능 피폭!

―에테르란 어떤 힘인가?

새벽부터 걸린 헤드라인에 한국이 다시금 들끓었다. 출근길에 나서는 사람들의 안색은 심각했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사람들은 제대로 일상에 집중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피폭 피해자 근 천여 명에 달해.

―다행히 아직까지 사망자 없어, 하지만 매우 위중.

―김두박 정권은 왜 한서진 박사의 경보를 무시했나?

후송된 환자들에 대한 정보가 매스컴을 탔다.

방사능 피폭 환자와 동일한 증상을 겪는 그들의 참혹한 실태가 뉴스를 탔고, 국민들은 끔찍한 증세에 경악했다.

북진을 하자는 여론은 쏙 들어갔고, 한시라도 빨리 철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세를 이뤘다.

북한에 진입한 군 장병들을 부모로 둔 이들이 광화문에 모여, 서둘러 철수를 명령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다가 우리 아들들 다 죽게 생겼다! 서둘러 철수하라!”

“장병 중에서도 벌써 피폭자가 수백 명 나왔다며!”

인터넷에서는 한서진의 경보, 〈해당지역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기를 권고합니다.〉라는 문구가 수도 없이 복제되어 나돌았다. 정부가 한서진의 경보를 무시해서 이 꼴이 되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다.

김두박 대통령은 사방이 포위당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여론에 따라 물러선다면, 간신히 방향을 돌린 레임덕만 더욱 심화될 뿐이다.

남은 임기 내내 허수아비 대통령으로서 자리만 지키다가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는 비장한 마음을 품고, 진격 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가능한 많은 주민을 구출하며, 철수하라.

미래를 대비한 포석이 깔린 결정, 그러나 일선 장병 및 장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명령이었다.

이에 따라 여론은 찬반으로 나뉜 채 들끓었다. 애꿎은 장병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비난과, 북한 주민도 헌법상 한국민이라며 구출해야 한다는 반발이 서로 싸웠다.

그런 혼란 속에서 김두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은 그 칼끝이 무뎌졌다. 청와대의 노림수대로 되어가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그런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종합무인전술통제 시스템을 선보이다!

―차세대 미래 전장을 지배할 완벽한 대규모 무인 전투 시스템, 북한 주민 구출 작전을 위해 나선다!

완벽한 통제시스템을 갖춘 무인장갑차 및 수송차량 3,000여 대가 주민 구출을 위해 투입되었다.

미 공군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수송 작전을 나흘 만에 끝냈다.

========== 작품 후기 ==========

역시 양키의 스케일이란...(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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