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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ĸ ðÐ ª Ħ ħʼn.」
「..―··· ――· ―· ――...· 」
만물의 본질이 판독 불가능한 시각 정보로 변해 사정없이 망막을 타격했다. 한서진은 어지러움을 느끼고 주저앉았다.
위장이 뒤집어질 듯이 속이 메슥거렸다. 뇌가 타버릴 것 같은 지독한 멀미, 해일을 올라탄 듯 정신이 출렁거리고 어지러웠다.
‘통찰안은 사라지지 않았어.’
눈을 감자 무수한 시각 정보들이 차단되며 비로소 어지러움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내뱉었다.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영문인가. 통찰안을 꼼짝없이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오히려 그 반대이지 않은가.
통찰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층 강화되어 고차원적인 본질까지 투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문제는…….
‘뭐라고 하는 거야, 대체?’
유치원생이 원어로 된 상대성이론을 읽거나 이해가 불가능한 것처럼, 그는 통찰안이 보여주는 사물의 진실 중 단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래서야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작은 푸념이지만, 그는 그래도 웃었다.
미소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 기뻤다. 어쨌거나 통찰안은 사라지지 않고 더 강화되었다.
그것은 마치 송하나를 택한 자신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 같아 그저 뿌듯하기만 했다.
“오빠, 어디 아파요? 왜 그러고 있어요?”
“갑자기 어지러워서. 눈을 감으니까 좀 낫네.”
“어지러워요?”
그녀의 목소리가 대번에 변했다. 안 그래도 퇴원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인데!
“그럼 어서 올라가서 쉬어요.”
“그 정도까진 아닌데…….”
“안 돼요. 쉬세요.”
그녀는 한서진을 부축해서 기어이 침실로 데려갔다. 침대에 누운 한서진은 슬그머니 눈을 떴다.
쏟아지는 시각 정보에 눈이 멀 듯이 아팠다. 암흑의 동굴에서 수십 년 간 생활하다가 갑자기 태양을 보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그는 송하나를 올려다보았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빛 위로, 이해할 수 없는 문자가 떠오른다.
「ŀIJØ Œ ß æ Ŋ Æ 」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정말 문자이기는 한 것일까.
한서진은 오른손을 이마에 올렸다. 방에 들어오니 좀 낫다. 개방된 정원에서는 무수한 정보가 타격하는 바람에 중심도 못 잡을 정도로 어지러웠는데.
‘내 수준이 통찰안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통찰안이 보여주는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증거는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그럼 통찰안을 활용하려면 어떡해야 하지?’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한서진은 고민을 곱씹었다. 어떡해야 할까?
늦게까지 지켜봐주던 송하나는 날이 저물자 개인 기사를 불러 돌아갔다. 그녀는 떠나기 전까지 신신당부했다.
“절대 안정하셔야 해요.”
“알았어. 걱정하지 마.”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못미더워하던 송하나는 어쩔 수 없이 귀가했다.
혼자가 된 한서진은 통찰안을 제어하려고 사력을 기울였다.
‘이래서야 어지러워서 일상생활이 안 되잖아.’
강화된 통찰안은 항상 켜져 있었다. 발동을 멈추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으면 온갖 사물의 본질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니 중심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다. 현재로서는 눈을 감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일단 켜고 끄는 것만이라도 어떻게 안 되나?’
그렇게 끙끙대고 있는데, 노크 소리 후에 한지혜가 들어섰다.
“하나한테 들었어. 어지럽다며? 괜찮아?”
“괜찮아. 어디 아픈 건 아니야.”
“어지러운 게 어디 아픈 거 맞지. 그러니까 조심하래도. 오빠는 우리 한씨 가문을 부흥시킬 중요한 사명이 있단 말이야. 가주가 자기 몸을 아끼지 않으면 어떡해?”
한지혜를 툴툴거리며 이마를 짚고 열을 확인했다.
“최 집사님이 빨리 주치의 팀 꾸려야 하는데. 그래야 내가 안심이 되지.”
“그렇게 이 오라버니의 유산이 탐나냐?”
“난 유산보단 증여가 좋은데? 젊고 건강할 때 받아야 두루두루 즐길 수 있지.”
“넌 진짜 그런 말 밉지 않게 하는 것도 재주라니까.”
한서진은 눈을 감은 채로 쿡 웃으며 손을 저었다.
“나가 봐. 잘 거야.”
“내일 출근할 생각 하지도 마. 내가 지켜볼 거야.”
“자면 나아지겠지.”
다음 날 새벽.
다행히 밤새 노력한 끝에 작은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통찰안을 일단 멈출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찰안을 겨우 OFF하자 눈을 뜨고 있어도 현기증이 올라오지 않았다.
“출근은 해야 하니까. 일단 발동시키진 말자.”
통찰안을 제어하는 것은 갑자기 새로 생긴 기관을 다루는 것과 흡사하다. 처음에는 신경이 제대로 이어져 있지 않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게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강화된 통찰안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관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발동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잘못 발동하면 또 하루 종일 발동 중지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비록 아직 제어가 힘들지만, 없어진 줄 알았던 능력이 오히려 더 강화가 되었으니.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사무소에 출근한 한서진은 쾌활하게 인사했다.
“대표님, 오늘 안색이 엄청 밝으시네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좋은 일, 있지요. 그것도 여러 개.”
드디어 솔로를 탈출했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통찰안은 오히려 강화되었다.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그럼 좋은 일 하나 더 추가하셔야겠네요.”
하정태 부장이 묘한 웃음을 짓고 말하자 한서진은 의아해서 돌아봤다.
“우리 회사의 첫 수퍼컴퓨터 프로토타입이 완성됐습니다. 소프트웨어 설치도 마쳤고, 기능에도 이상 없다고 합니다.”
“아, 정말요?”
“사실 SJ인더스트리에서 만든 반도체 부품 사다가 짜깁기만 한 거라 우리 회사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합니다만…….”
“무슨 말씀이세요. SJ인더스트리에서 사온 거는 슈나우저와 코카 스패니얼 두 종류뿐인데요. 수고하셨습니다. 성능은 어떤가요?”
“Z7에 비하면 한참 부족합니다. 선진국에서 SJ인더스트리 반도체로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수퍼컴퓨터에 비해서도, 아무래도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그래도 국내에서는 최초 아닌가요? 그거면 됐습니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하면 수퍼컴퓨터 개발 시장이 빈약하다. 정부에서 육성을 장려한지도 얼마 안 됐고, 그나마도 탁상공론 수준이다.
신 반도체를 이용한 수퍼컴퓨터는 말할 것도 없다. 한서진의 설계 사무소 외에는 시도를 한 곳도 없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인 걸요.”
한서진은 진심을 담아 격려하며 일어섰다.
“빨리 보러 가죠.”
설계 사무소는 한국대와 연구 제휴를 맺어, 한국대 연구소의 설비를 쓰고 있었다. 아직 생산공장 인수 작업이 덜 끝났기 때문이다. 프로토타입도 한국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설계사무소가 제작한 최초의 프로토타입, S1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대형 캐비닛만한 Z7보다 세 배 정도의 부피였다.
“슈나우저는 정확히 500개가 사용되었습니다. 500의 한계 때문에 그 이상은 병렬 연결해도 효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지금 SJ인더스트리에서도 Z7 내부의 슈나우저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닌, 다수의 Z7을 병렬 연결해서 성능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연구 중입니다.”
“500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요.”
한서진은 수긍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슈나우저는 병렬연결 개체가 500개를 넘어서면 그 때부터는 성능의 증가폭이 크게 떨어진다. 효율이 낮다는 소리다.
“하드웨어 최적화는 아무래도 Z7에 비하면 한참 초라합니다. 역설계를 통해 최대한 특허 침해를 피해가면서 열심히 노하우를 습득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아직 경험이 적다 보니…….”
“뭐든지 한 걸음이 중요한 거지요.”
수퍼컴퓨터에는 슈나우저와 코카 스패니얼만 들어가지 않았다.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부품이 사용되었다. 태반은 해외에서 사왔지만, 일부는 사무소에서 직접 전용 규격으로 설계한 것도 있었다.
한서진은 S1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간혹 손바닥으로 쓸어보기도 했다.
‘그래도 OS는 100% 우리가 개발했으니. 지금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아쉬운 점도 하나 있었다. 통찰안으로 S1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설계 사무소는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타르타로스의 제작, 업그레이드, 운용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S1을 만들면서 개발한 OS는 고스란히 타르타로스에 설치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많이 부족합니다.”
직원들의 태도는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S1은 아직 타국의 수퍼컴퓨터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나우저 시리즈 이전의 CPU를 사용한 수퍼컴퓨터에 비하면 크기 대비 성능 가성비가 좋다. 슈나우저 시리즈가 워낙 압도적인 성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솔직히 지금 타르타로스 프레임보다는 낫지.’
한서진은 속으로 피식거렸다.
지금의 타르타로스의 하드웨어 구조는 조악하기 그지없다. 단순히 아키텍처 그룹으로 일만 개의 케르베로스를 병렬연결하고, 여기에 전원장치와 연결포트를 달았을 뿐이다.
일만 개의 케르베로스가 날뛰기에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경악스러운 성능을 낸다.
시제품 테스트를 마친 후 한서진은 만족스러워 했다.
“좋습니다. 이대로 바로 S1B 개발을 시작해주세요.”
S1B, S1의 개량형 모델.
직원들은 다소 어리둥절해서 한서진을 주시했다. 먼저 S1의 부족한 점을 면밀히 체크하고, 차후 개량이나 개선, 혹은 변경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개량을 하라니?
“크게 손 볼 것은 없습니다. 그저 2만 개의 슈나우저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슬롯을 약간만 손보면 됩니다. 약간의 튜닝만 거치면 되니, 개발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2만 개의 슈나우저를 탑재한다고요?”
“네. 아, 그리고 코카 스패니얼은 따로 탑재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알아두세요. 그리고 장착 규격은 제가 따로 회사 서버에 올려놓을 테니 참고해주시고요.”
“하지만 슈나우저는 500개가 넘어가면 성능 증가폭이 비약적으로 줄어듭…… 설마?”
하정태는 말을 잇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장착 규격이 따로 있고, 코카 스패니얼은 필요 없다는 말에 뭔가 짚이는 게 있었던 것이다.
“기존 슈나우저와 코카 스패니얼을 합친, 슈나우저2를 개발했습니다. 물론 성능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만, 그 둘을 하나로 묶었다는 게 중요하지요.”
“그럼 왜 SJ인더스트리에서 수퍼컴퓨터를 개발하지 않고…….”
“SJ인더스트리는 반도체 개발 회사입니다. 애초에 컴퓨터 제조업체가 아니에요. Z7을 개발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슈나우저를 홍보하기 위해서였죠.”
슈나우저와 코카 스패니얼을 통해, SJ인더스트리는 확고부동한 반도체의 황제가 되었다. 불필요한 수퍼컴퓨터 사업에 생산라인을 할당할 필요가 없어졌다.
“수퍼컴퓨터 설계와 제작은 제 손으로 직접 하고 싶어서요.”
“아아, 그렇군요.”
직원들은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한서진이 설계 사무소에 각별히 신경 쓰는 건 알고 있었지만, SJ인더스트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관할할 정도로 비중을 두고 있는 줄은 몰랐다.
수퍼컴퓨터 제작도 사실 SJ인더스트리를 이용하면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을 테니.
물론 한서진의 속마음은 달랐다.
‘개량된 하드웨어에 2만 개의 케르베로스면…… 타르타로스2는 얼마나 더 성능이 높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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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상급 마력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