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330화 (외전 완결) (330/330)

# 330

Dessert Cookie. 두 개의 상자

새벽녘.

“휴우.”

안방에서 들려오는 예소린의 한숨 소리에 설탕이의 두 귀가 쫑긋 섰다.

거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녀석이 눈을 뜨고 안방 쪽을 바라봤다.

그때 문이 살짝 열리며 예소린이 밖으로 나왔다.

“헥헥헥!”

설탕이가 반가워서 예소린에게 다가갔다.

“설탕아~ 나 때문에 깼니?”

예소린이 설탕이를 만져 주고서 찬물을 따라 마셨다.

“꿀꺽. 꿀꺽. 휴.”

물을 마시고 나서도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 된 설탕이가 예소린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올려다봤다.

크고 검은 눈망울엔 근심이 가득해서 누구라도 설탕이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설탕이가 엄마 걱정해 주는 거야?”

“왕.”

설탕이는 강지한이 깨기라도 할까 봐 소리 죽여 아주 살짝 짖었다.

하여튼 하는 짓을 보면 강아지가 아니라 완전히 사람이었다.

예소린이 거실 한쪽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설탕이가 다가와 자연스레 그녀의 무릎을 베고 엎드렸다.

예소린은 설탕이를 쓰다듬으며 무심코 물었다.

“설탕아, 새끼들 생기니까 어때? 막 몸서리쳐지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그러니? 우리 아빠는 날 보면 지금도 좋아서 못살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대. 정말 그럴까? 너무 궁금하거든. 그래서 빨리 알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를 않네.”

그제야 설탕이는 예소린의 고민이 무언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강지한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지도 아홉 달이 다 되어 간다.

두 사람은 빨리 아이를 갖고 싶어 그동안 열심히 노력을 해왔다.

그들은 늦어도 서너 달 내로는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하지만 다섯 달, 여섯 달이 지나고 아홉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이가 들어서지 않을 줄은 몰랐다.

“남들한테 이런 고민 털어놓으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까 봐 어디 말도 못하겠어.”

예소린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가정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래서 아이 고민으로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입장에서 쉽게 고민이라 말하기라 어려웠다.

강지한 역시 예소린만큼 아이가 빨리 들어서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때문에 괜히 말 꺼냈다가 마음만 아프게 할까 봐 의식적으로 조심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삼신할매든 누구라도 좋으니 우리한테 예쁜 아이 한 명만 점지해 줬으면 소원이 없겠다.”

예소린의 푸념을 듣는 설탕이의 눈이 허공으로 향했다.

거기엔 여전히 설탕이가 물고 오지 못한 상자 두 개가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 * *

레벨 업 시스템은 최종 형태로 레벨 업 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상자 두 개는 여전히 남아서 설탕이의 주변을 맴돌았다.

몇 번 그것을 물어오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버리자 설탕이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설탕이가 다시 두 개의 상자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사실 낮부터 상자를 물어올 기회를 노렸지만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상자만 바라보다가 밤이 내렸고 새벽이 찾아왔다.

강지한과 예소린은 이미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깊이 잠이 든 시각.

설탕이는 거실에서 사냥꾼의 눈으로 상자를 바라보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녀석이 허공으로 빠르게 도약했다.

왕!

힘찬 기합과 함께 코앞에서 달아나려는 상자를 이빨로 탁! 낚아챘다.

성공이었다.

허공에 붕 뜬 설탕이의 입에 상자 하나가 물려 있었다.

그런데, 하나를 무는 순간 다른 하나의 상자가 근처에 있다가 도망치려 하는 것이 포착됐다.

보통이었다면 상자 하나를 낚아채는 것으로 만족했을 설탕이었으나 이번에는 욕심이 났다.

어쩐지 될 것 같았다.

허공에 부유하고 있던 몸이 떨어지려는 찰나, 설탕이의 앞발이 날카롭게 휘둘러졌다.

퍽!

거기에 또 다른 상자가 제대로 얻어맞더니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타탓!

땅에 착지한 설탕이가 입에 상자를 문 채로 박살이 난 또 다른 상자에 앞발을 척! 올렸다.

그리고는 누가 보는 사람도 없건만 잔뜩 으스댔다.

그때, 상자들이 두 개의 영롱한 빛으로 화하더니 두둥실 떠올라 안방으로 들어갔다.

설탕이는 살짝 열려 있는 안방 문을 밀고 들어가 봤다.

두 개의 빛은 예소린이 덮고 있는 이불을 뚫고 들어가 그녀의 뱃속으로 사르르 녹아들었다.

그것을 본 설탕이가 흡족해하며 몸을 돌리고서는 조용조용 안방을 나섰다.

곤히 잠든 예소린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맺혔다.

그녀는 황금 두 덩이가 품 안으로 안겨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태몽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 * *

세 달이 지난 3월의 어느 날.

예소린은 강지한을 따라 그의 부모님 산소를 찾았다.

그곳에서 하늘에 있을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눴다.

그리고는 슬슬 돌아갈 때가 되어 강지한이 예소린에게 물었다.

“이제 가볼까?”

그에 예소린이 어제부터 꾹꾹 참아왔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어머님. 아버님. 실은 오늘 여기에 우리 두 사람만 온 게 아니에요.”

“응?”

그 말에 우리 말고 누가 더 있나 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강지한의 모습이 귀여웠던 예소린은 픽 웃었다.

“하여튼 눈치도 없고. 요리 말고는 다 젬병이라니까.”

“어?”

여전히 강지한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예소린이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졌다.

그제야 강지한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소린 씨, 혹시…….”

예소린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나 임신했어, 지한 씨. 쌍둥이래.”

“쌍둥이?”

“응. 좋지?”

강지한의 크게 뜬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소식이던가?

임신을 했다는 것만 해도 기쁜데 거기다 쌍둥이라니.

강지한은 크나큰 격정으로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태어나 그가 흘려 본 눈물 중 가장 기쁜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몰랐다.

이토록 큰 축복을 물어다 준 이는 하나님도, 부처님도, 삼신할매도 아닌 설탕이였다는 것을.

설탕이는 강지한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토록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갈 영혼의 동반자일 것이다.

-레벨 업! 하는 식당 完-

*지금까지 ‘레벨 업! 하는 식당’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