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
Restaurant 295. 통조림햄과 물에 만 밥
랜덤 박스는 한 번 사용할 때 단골 포인트 100이 소모된다.
그간 강지한에게 누적된 단골 포인트는 163.
네잎 클로버의 효능은 네 번 발휘되니 랜덤 박스도 네 번은 사야 했다.
그러니 필요한 단골 포인트는 총 400이다.
237 단골 포인트가 모자란 상황.
그에 강지한은 만족도 포인트를 단골 포인트로 환전하기로 했다.
[만족도 포인트를 100포인트 당 1단골 포인트로 환전 가능합니다. 환전하시겠습니까?]
“응.”
[몇 포인트를 환전하시겠습니까?]
“23,700포인트.”
[만족도 포인트 23,700을 단골 포인트 237로 환전했습니다.]
단골 포인트 400을 채운 강지한이 우선 네잎 클로버를 사용했다.
손에 있던 네잎 클로버가 빛으로 화해 강지한의 피부를 타고 스며들었다.
[네잎 클로버의 힘이 활성화됩니다.]
[랜덤 박스를 구매할 때 행운이 300% 증가합니다. 남은 횟수: 4]
강지한은 바로 포인트 상점을 열어 랜덤 박스 네 개를 구입했다.
[네잎 클로버의 효력이 사라집니다.]
상단부에 검은색 물음표가 찍혀 있는 상자들을 강지한이 차례대로 건드렸다.
그러자 각 상자마다 기분 좋은 메시지가 튀어나왔다.
[랜덤 박스에서 타이틀 ‘친절 요리사’를 얻었습니다.]
[랜덤 박스에서 ‘100,000 만족도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랜덥 박스에서 ‘타이틀 레벨 업 사탕’을 얻었습니다.]
[랜덤 박스에서 ‘타이틀 중첩 사용권’을 얻었습니다.]
거짓말처럼 랜덤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은 대부분 타이틀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중에서 타이틀 레벨 업 사탕은 이미 두 번이나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타이틀을 레벨 업 시켜 효능과 효과 범위를 늘려주는 사탕이다.
해서 강지한은 친절 요리사의 정보부터 확인했다.
[친절 요리사: 호칭 사용 시, 매장 전 직원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홀직원은 평소보다 친절해지고 주방직원은 더 즐겁게 일을 하게 됩니다. 효과는 강지한이 머무는 식당에만 한정 적용됩니다.]
‘이거 좋다. 이런 효과는 전 매장에 적용되야지.’
강지한은 바로 타이틀 레벨 업 사탕을 먹었다.
그러자 선택지가 나타났다.
[레벨 업 할 타이틀을 선택하세요.]
1. 건강 요리사 LV2
2. 행복 요리사 LV2
3. 친절 요리사 LV1
“친절 요리사.”
강지한의 말에 바로 친절 요리사의 레벨이 오르며 정보창의 설명이 조금 바뀌었다.
[친절 요리사: 호칭 사용 시, 매장 전 직원의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홀직원은 평소보다 더욱 친절해지고 주방직원은 어지간해선 짜증을 내지 않으며 즐겁게 일을 하게 됩니다. 효과가 운영 중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됐다.’
강지한이 기분 좋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 남은 아이템은 한 개.
타이틀 중첩 사용권이었다.
이미 아이템의 이름에서 그 용도가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정보창을 확인해 봤다.
[타이틀 중첩 사용권: 사용할 시 세 개의 타이틀을 중첩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 효과는 영구적으로 지속됩니다.]
“오.”
강지한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은 아이템이었다.
그는 타이틀 중첩의 효과가 한시적으로 지속된다는 식의 1회용 아이템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효과가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아이템이었던 것.
강지한이 바로 타이틀 중첩 사용권을 소모했다.
[타이틀의 힘을 세 개까지 중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내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강지한은 건강 요리사와 행복 요리사, 친절 요리사의 타이틀을 모두 사용했다.
이제 강지한의 모든 사업장에서 내놓는 음식엔 건강과 행복이 담기게 되고, 매장을 찾는 손 님들은 친절한 직원들로 인해 만족스러운 좋은 외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강지한의 기분이 하늘을 날 듯 좋아졌다.
그가 설탕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입에 찐한 뽀뽀를 날렸다.
“움~~ 아! 우리 설탕이가 진짜 복덩이다! 하하하.”
설탕이의 하품 한 번이 불러온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녀석의 하품은 네잎 클로버를 얻게 해주었고 그것이 타이틀 관련된 세 가지의 보상으로 돌아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비효과였다.
괜히 갓설탕이 아니었다.
* * *
아침 일찍 일어난 강지한이 기지개를 켜고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밤사이 여러 기자들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부재중 전화도 제법 있었다.
메시지를 확인하던 강지한이 한숨을 쉬었다.
“후우. 벌써 냄새 맡았나 보네.”
설탕이의 할리우드 진출에 관한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간 모양이다.
저번 주, 설탕이 온다는 앤드류 감독의 제작사와 리메이크 계약을 무사히 마쳤다.
한국에서의 촬영은 내년 3월부터 5월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이 촬영 일정은 설탕이가 춥거나 덥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어차피 설탕이가 나오는 장면은 꿈속 환상세계인 만큼 특수효과 세트장에서 진행될 테지만, 그래도 야외신이 없는 건 아니기에 가장 날 좋은 봄을 택한 것이다.
이미 리메이크 작품에 참여할 배우진은 전부 섭외가 끝난 상황.
다들 촬영 일정을 조정하며 스탠바이를 하고 있었다.
‘기다리던 연락은 안왔네.’
부재중 통화 어디에도 김정훈이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꼭 연락을 주겠다고 한 지도 나흘이 지났다.
아시워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난 강지한이 샤워를 하며 남은 잠을 털어냈다.
오늘은 이중견과 미팅이 있는 날이다.
이중견은 애견 사료 및 간식 전문 생산 업체 도그 푸드의 홍보팀장으로 강지한과는 깊은 연이 있었다.
도그 푸드는 동종 업계에서 판매 실적 만년 2위의 설움을 벗어나지 못하는 업체였다.
늘 1위를 차지하는 건 도그 프렌즈였다.
한데 설탕이가 도그 푸드의 신제품 모델을 하면서 업계 판매 실적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설탕이는 도그 푸드와 2년 전속 모델 계약을 맺었다.
해서 이후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열심히 모델로서 맹활약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이중견이 강지한을 보러오는 것도 신제품 건 때문이었다.
점심 약속이었으니 아직 여유는 있었다.
“아침을 먹어볼까.”
주방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던 그의 눈에 스펨이 들어왔다.
그러자 바로 메뉴가 정해졌다.
“오늘은 간단하게 먹자.”
강지한이 스펨 한 통을 까서 넓게 썬 후 기름 두른 프라이팬 위에 구웠다.
사실 스펨 자체에 기름기가 있어서 그냥 구워도 된다.
하지만 기름을 둘러서 구우면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그리고 스펨을 구운 기름에다가 달걀 네 알을 까서 프라이를 했다.
그렇게 하면 달걀프라이 또한 상당히 고소해진다.
강지한은 스펨과 달걀프라이를 접시에 담아 케찹을 뿌려 상에 놓았다.
거기에 김치를 꺼낸 뒤, 대접에다 밥을 크게 퍼서 물에 말았다.
이것으로 아침 준비는 끝!
“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하려는 강지한의 주변으로 여덟 마리 강아지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침부터 고소한 향기가 집 안 가득 퍼지고 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단 한마리도 함부로 상 위의 음식을 탐하지는 않았다.
설탕이와 소금이는 다 컸으니 그렇다 쳐도 강아지들에게는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지한이 교육시킨 게 아니다.
설탕이가 교육시킨 것이었다.
덕분에 그는 언제나 강아지와 씨름을 해가며 식사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맛있는 거 혼자 먹어서 미안하다.”
자신을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있는 강아지 여덟 마리의 시선을 감내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다.
설탕이도 먹고 싶은 걸 참는 것뿐이지, 아예 상 위의 음식이 탐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강지한은 강아지들의 시선을 애써 모른 체하고 케찹이 발라진 스펨 한 덩이를 입에 넣었다.
통조림햄 특유의 과하게 짭짤한 맛이 새콤달콤한 케찹과 섞이며 입안에 쫙 퍼지는 순간 기름에 한껏 구워지며 품고 있던 고소함이 폭발을 했다.
강지한은 바로 물에 만 밥을 한술 떠 먹었다.
스펨만 있을 땐 과했던 맛이 물과 밥에 섞이자 중화되며 적절한 간으로 변했다.
“이거지.”
정말이지 케찹 찍은 스펨과 물에 만 밥은 환상의 짝궁이었다.
입맛 없을 때도 이렇게 먹으면 밥 세 공기는 그냥 뚝딱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반숙으로 익힌 계란 한 조각과 잘 익은 배추김치를 곁들여 줘야 맛의 화룡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 밥상의 주인공은 스펨이지만, 계란프라이와 김치 또한 훌륭한 조연이었다.
계란은 스펨의 강렬한 짠맛을 밥과 함께 조금 더 잡아주고, 김치는 약간의 느끼함을 전부 날려주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었다.
순식간에 밥 한 대접을 비운 강지한 이후로 두 대접이나 더 비운 뒤에야 식사를 마쳤다.
“후우. 아침이니까 간단하게 여기까지만 먹자.”
원래 그의 식성대로라면 지금 먹은 것의 두세 배는 더 먹어야 했다.
그런데 아침이라서 식욕이 조금 떨어지는 관계로 이 정도만 먹은 것.
상을 치운 강지한은 강아지들의 식사도 챙겨준 뒤, 다시 주방에 섰다.
그리고 어제 떠올랐던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와중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중견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아침부터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김정훈이었다.
강지한이 얼른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네, 대표님. 제 연락 기다리셨죠?
“그럼요. 목이 빠지게 기다렸어요.”
-죄송합니다. 더 빨리 연락드렸어야 하는 건데. 아~ 하하하!
“죄송은요. 인재를 모셔가려면 이 정도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죠.”
-아휴, 인재까지야.
“마음 정하셨어요?”
-네.
“어떻게 하시겠어요?
질문을 던져놓고 강지한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제발 김정훈이 함께해 주기를 바랐다.
지금 춘천에서 그만한 인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아예 없을지도 몰랐다.
잠깐 동안의 침묵 끝에 김정훈이 대답을 내놓았다.
-함께하겠습니다. 잘 이끌어 주세요.
순간적으로 소리라도 지를 뻔한 강지한이었다.
그가 기쁨 가득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정말 생각 잘하셨어요.”
-어려운 제안 주신 건 대표님이신데, 제가 감사드려야죠. 사실 마음 같아서는 제게 제안하신 그날 밤 바로 손을 잡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 성격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지라. 칼국수 집을 운영해 나가면서 대표님께 기술을 배운다는 게 영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년도 까지만 장사하고 접기로 했습니다.
오늘이 12월 26일이다.
이번 년도 라고 해봤자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김정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대표님께 기술 배우며 정식으로 일해서 월급 받기 전까지 두어 달 정도 힘들겠지만, 감내하기로 했습니다.
강지한은 그럼 김정훈의 진지함이 좋았다.
한데 그는 뭔가 잘못 알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한테 배우는 동안에도 월급은 나갑니다.”
-네? 월급이 나간다고요?
“그럼요. 제 식당 잘 운영하시기 위해서 사장님의 시간을 투자해 주시는 건데 당연히 월급을 드려야죠.”
여태껏 듣도 보도 못했던 운영방침에 김정훈은 말문이 턱 막혔다.
동시에 고생스러울 것 같았던 두 달 치의 고민이 싹 사라졌다.
-대표님, 제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 하하하!
말이 따로 필요 없었다.
김정훈의 시원한 웃음소리만으로 이미 충분한 대답이 됐다.
“그럼 1월 1일까지 쉬시고 2일부터 식당에 나와 배우는 것으로 하죠. 계약서도 그때 작성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대표님!
드디어 지한 일식의 주방장을 구하게 됐다.
* * *
점심이 되어 강지한은 이중견을 만났다.
둘 다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강지한은 그를 춘천에서 가장 맛있는 수제 햄버거집으로 데려갔다.
햄버거집은 공지천 근처에 있었다.
사위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망도 참 좋았다.
두 사람의 앞에는 주문한 햄버거가 먹음직스레 놓여 있었다.
그것을 칼로 썰어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중견이 본론을 꺼냈다.
“실은 이번 신제품 말입니다. 기존과는 다른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광고를 해볼까 합니다만.”
“어떤 식으로요?”
“홈쇼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이요?”
“네. 설탕이가 홈쇼핑에 나와주면 어떨까 하는데……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