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70화 (270/330)

# 270

Restaurant 269. 치맥과 전설의 여학생

지한 객잔의 하루 장사가 끝났다.

밤 10시 반.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강지한 혼자 남아 매출을 계산했다.

오늘 하루 일 매출은 총 720만 원이 조금 넘었다.

거기서 이것저것 떼고 순수익을 계산해 보니 250 정도가 남는다.

한 달로 계산하면 쉬는 날을 빼도 6천 5백만 원의 순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만족도 포인트는 무려 68,160이나 얻었다.

환전한다고 생각할 경우 이 또한 7백만 원에 가까운 돈이 된다.

물론 강지한은 만족도 포인트를 환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족도 포인트는 가지고 있으면 레벨 업 시스템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게다가 이 돈을 환전할 경우 세금 문제를 어찌 처리해야 하는지 또한 솔직히 골치였다.

유진아를 통하면 어떻게든 돈세탁을 하는 것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불법이다.

리어카 장사를 할 때도 자릿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었던 강지한이었다.

때문에 환전은 할 생각이 없었다.

레벨 업 시스템을 접한 초반에야 몇백 정도 단위로 환전을 하기는 했다.

하나 그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후, 매장을 얻고 나서는 환전을 하지 않고 장사를 통해 모은 돈으로 자신의 일을 해결해 나간 강지한이었다.

아무튼 지한 객잔의 첫날 영업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점심, 저녁 피크타임 동안 1, 2, 3층의 테이블이 만석으로 두 번 정도 회전되었다.

각 층마다 테이블이 20개씩 배치되어 있으니 총 60개나 되는 테이블이 두 번씩, 총 120명 정도의 손님이 피크타임에 다녀갔다고 보면 되는 것.

그리고 매출의 규모는 가볍게 식사만 하는 점심때보다 요리를 시켜 놓고 한 잔씩 즐기는 저녁때가 조금 더 높게 나왔다.

물론 술을 마시면 회전률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만큼 안주로 먹는 요리의 가격이 상승하는 데다 술값도 만만찮게 나간다. 아울러 저녁 장사 시간이 점심 장사 시간보다 조금 더 길다.

그래서 저녁 매출이 점심 매출을 약간 앞섰다.

계산을 마친 강지한이 매장 내부를 둘러봤다.

매장의 곳곳에는 레벨 업 할 수 있는 부분이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가 나타났다.

[30만 만족도 포인트를 투자해 지한 객잔을 지한 레스토랑의 레벨 업 상태와 동기화시킬 수 있습니다.]

‘30만. 세다.’

지한 레스토랑을 레벨 업 할 때 들었던 만족도 포인트가 15만이었다.

지한 객잔은 그 두 배를 요구하고 있었다.

3층 건물이니 레벨 업 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져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뭐…… 만족도 포인트가 매일 이 정도씩만 들어와 주면 금방이지.’

현재 강지한에게 누적된 만족도 포인트는 오늘 입수한 것을 합해서 총 105,572.

매일 7만 포인트 정도씩 모은다고 치면 남은 6일 동안 42만 포인트를 더 누적하는 게 가능했다.

“그럼 나도 퇴근해 볼까.”

기지개를 쭉 켜며 하루의 피로를 달랜 강지한이 지한 객잔을 나섰다.

* * *

이제는 강지한이 집을 비우는 동안 설탕이를 누구에게 맡길 필요가 없었다.

이 녀석이 육아에 재미를 들리다 보니 강지한이 없는 시간에는 새끼들과 놀아주고 돌봐주며 하루의 시간을 전부 쏟고 있었다.

게다가 강지한이 없을 때는 대부분 유정미가 와서 집을 지키는 중이었다.

그녀는 요즘 먹방 컨텐츠보다 강아지 육아 컨텐츠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

오늘도 집에 돌아온 강지한을 유정미가 반겨주었다.

“아, 오빠 왔어요? 여러분~ 강지한 대표님이 퇴근해서 오셨습니다! 제 방송은 항상 지한 대표님 오는 시간에 종료되는 거 아시죠? 그럼 내일 또 봐용~ 뿅!”

유정미가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들고서는 방송을 종료했다.

채팅창에서는 시청자들이 유정미와 설탕이, 그리고 설탕이 2세 여섯 마리에게 열심히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정미야, 고생했어.”

강지한이 유정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빠가 더 고생했겠죠. 나는 설탕이랑 댕댕이들 덕분에 인생 역전 됐는데요? 히히.”

유정미의 인튜브 구독자수는 어제부로 40만을 넘어섰다.

먹방을 진행할 땐 많아도 겨우 10만 구독자에 그쳤던 그녀였는데, 본인의 말마따나 인생 역전을 하게 된 것이다.

구독자수의 증가는 고스란히 수입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 덕분에 요즘 유정미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그럼 오빠, 저 가볼게요~!”

유정미가 허겁지겁 강지한의 집을 떠나려 했다.

그녀는 강지한이 돌아오면 늘 이토록 급하게 집을 나서려 한다.

그것이 예소린에 대한 배려라는 걸 강지한은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예소린에게 말해주었더니 그녀는 유정미가 귀엽다며 웃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 예소린의 생각이었다.

강지한이 유정미에게 어떠한 흑심도 품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정미 또한 강지한에게 이성적 감정은 조금도 없었다.

두 사람은 정말 오빠 동생 같은 사이였다.

후다닥 집을 나서려는 유정미를 강지한은 굳이 잡지 않았다. 괜히 그럴 필요 없다고 잡아봤자 유정미의 마음만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유정미가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그런데,

“어?”

“어머나.”

열린 문 너머로 살짝 놀란 얼굴을 한 예소린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정미야~ 오랜만이야.”

예소린이 유정미의 손을 잡고 반갑게 흔들었다.

“언니! 어쩐 일이에요? 아참참. 애인님 집이었지. 히히.”

“촬영 끝내고 가는 거야?”

“네. 언니는 심야 데이트 하러 왔어요?”

“글쎄. 내가 말도 없이 온 거라 데이트 해줄지는 모르겠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자신에게 달려드는 설탕이 2세들을 물리치느라 뒤늦게 다가온 강지한이 예소린을 보고 반가워했다.

“소린 씨, 말도 없이 어쩐 일이야?”

그에 예소린이 양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들어 올렸다.

“치맥 어때?”

치맥이라는 말에 유정미의 입보다 배가 더 빠른 반응을 보였다.

꼬르륵!

“풋! 정미야. 먹고 가. 셋이 한잔하자.”

예소린의 제안이 유정미는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래도 돼요?”

“그럼~ 우리 정미 설탕이랑 애기들 봐주느라 고생하는데. 들어가자.”

* * *

바사삭.

프라이드치킨을 뜯는 예소린과 유정미의 입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 소리만큼 식감도 바삭바삭했다.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는 튀김옷을 크게 뜯어 물면 그 속에 들어 있던 살은 야들야들 부드럽게 씹히며 상반된 매력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그것이 프라이드치킨의 매력이다.

치킨 한 입을 뜯어 먹은 두 사람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하아!”

“캬!”

둘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치맥은 진리야.”

“맞아요. 이보다 옳은 조합은 없어요.”

강지한이 피식 웃으며 양념치킨을 집어 들었다.

그는 프라이드보다는 양념 파였다.

프라이드의 바삭한 식감도 좋지만 튀김옷을 가득 적신 이 매콤달콤한 양념의 맛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게다가 갓 주문해 나온 양념치킨의 튀김 옷은 프라이드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바삭했다.

강지한이 양념치킨을 한입 크게 뜯어 먹었다.

강렬한 양념의 맛이 입안에 확 퍼지는 순간,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속살이 뒤섞이며 아름다운 삼중주를 연주했다.

거기에 클라이맥스로 맥주 한 모금.

“꿀꺽! 크흐.”

천국이 따로 없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맥주야말로 진리가 아니겠는가.

“근데 오빠랑 언니는 순살보다는 뼈닭파인가 봐요?”

그 말대로였다.

둘은 뼈 있는 치킨을 좋아했다.

“응. 정미는 순살파야?”

예소린이 물었다.

“네. 퍽퍽살이니, 닭다리니, 날개니, 싸울 필요도 없고 뼈를 발라먹지 않아도 되니까 간편하잖아요.”

“맞아. 그런 장점이 있지. 근데 나는 이렇게 뜯어먹는 재미가 좋더라고. 그리고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순살보다는 뼈 있는 닭이 더 맛있는 것 같아. 또 하나! 갖가지 부위의 식감과 맛이 오묘하게 달라서 그걸 즐기는 묘미도 있고.”

“아……. 제가 아직 초딩 입맛인가 봐요.”

“호호. 그런 게 어디 있어. 입맛은 다 제각각인 거지. 서로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이 맛을 모르면 아직 어른이 아니다. 초딩 입맛이다 하면서 참견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내 입맛인데 왜 자기가 난리람? 입맛의 참견만큼 짜증나는 꼰대질도 없어.”

그렇게 말하는 예소린을 유정미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와~ 언니 진짜 멋져요. 생각하는 게 다르네요.”

“뭐 이 정도 가지고.”

예소린이 장난스레 머리카락을 휙 넘겼다.

강지한은 두 사람을 보며 죽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근데 한창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와중 유정미가 강지한을 가만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치킨을 뜯던 강지한이 그런 유정미의 시선을 의식하고서는 물었다.

“왜 그렇게 봐?”

“오빠. 나 몰랐는데 진짜 엄청 잘 드시네요.”

예소린은 치킨을 다섯 마리나 사왔다.

프라이드가 두 마리, 양념이 세 마리였다.

그런데 강지한 혼자 벌써 양념 두 마리를 싹 먹어치웠다.

그럼에도 배가 부르다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좀 대식가거든.”

“오빠, 이 좋은 재능을 왜 여태 썩히고 있었어요?”

“썩히다니?”

“오빠 같은 사람이 먹방을 해야 돼요. 오빠 라최몇?”

“라최…… 몇?”

“라면 최대 몇 개나 끓여 먹어봤냐고요.”

“아, 음……. 열 봉지 정도?”

“여, 열 봉지요?”

유정미가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응. 국물에 밥도 세 공기 정도 말아 먹었던 것 같다.”

“헐…… 대박. 진짜 위 대(大)한 분이셨네. 오빠. 오빠는 먹방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에요. 게다가 엄청 복스럽게 먹어서 더 좋아요.”

“그래?”

“네. 먹방 한번 해보실 생각 없어요?”

“딱히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었는데, 하하.”

“아니, 정말 한번 해보세요. 일 마치고 들어오면 집에서 늘 뭐 만들어 먹죠?”

“그렇지.”

유정미가 손뼉을 짝! 쳤다.

“그럼 됐네요. 아예 쿡방을 해요. 요리를 만들어서 먹는 것까지 보여주는 거죠. 이게 구독자 수만 늘어나면 수입이 상당히 짭짤해요. 그리고 먹방은 굳이 말이 없어도 되는 컨텐츠라 해외 유저들의 유입까지 수월해서 잘만 방송하면 구독자수가 금방금방 붙는다니까요.”

“그래?”

“그럼요.”

다른 건 몰라도 해외 시청자가 늘어난다는 말에는 강지한의 눈이 반짝였다.

마지막 스테이지 지한 객잔의 목표는 지한 푸드의 식당 중 한 곳이 미슐랭 스타를 받는 것이었다.

먹방으로 전세계의 시청자들을 유입하면서 본인의 식당에 대해 홍보를 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강지한이었다.

‘한 번 해볼까?’

이제 방송이라면 매우 익숙해진 그다.

게다가 유정미의 말을 듣고 보니 손해 볼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강지한이 혼자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두 여인은 끊임없이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그러다 유정미가 예소린에게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근데 언니는 어느 학교 졸업하셨어요?”

“나? 인경고등학교.”

“대박. 진짜요? 저도 거기 졸업했어요.”

“그랬어?”

“네. 선배님이셨네. 반가워요, 언니!”

“앞으로 더 돈독해집시다, 후배님.”

“그럼요. 히히. 아, 그럼 언니 혹시 알지도 모르겠다.”

“뭘?”

“인경고등학교에 몇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거든요.”

“무슨 전설?”

“인경고등학교를 주먹으로 제압했던 여학생이 있었대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좀 논다고 소문이 난 2학년들이랑 3학년 일진들을 전부 때려잡았다더라고요. 언니가 올해 스물아홉이라 그랬죠?”

“어? 으응……. 그랬지.”

“제가 알기로 딱 언니가 학교 다니던 무렵 즈음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데, 혹시 그 여학생이 누군지 모르세요?”

질문을 받은 예소린의 눈에 당혹감이 어렸다.

0